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삼성산과 입춘대길(詩山會 제53회 산행)

삼성산과 입춘대길(詩山會 제53회 산행)

산 : 삼성산(과천, 안양. 481미터)

코스 : 관악역-정상-하산 방향은 그날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07년 2월 4일 (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 수원선 관악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간식(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어 떡, 컵라면, 홍어, 낙지,

두부김치 등의 간식으로 요기하고 하산하여 뒷풀이 겸 늦은 점심)

두부김치는 마트에서 포장두부를 사오면 되니 희망자 모집함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naver.com/yc012175


자작나무 숲을 지나자 사람이 사라진 빈 마을이 나타났다.

강은 이 마을에서 잠시 방향을 잃는다.

강물에 비치는 길손의 물빛 향수.

행방을 잃은 여자의 음영만이 짙어가고

파스테르나크의 가죽 장화가 밟았던 눈길.

그는 언제나 뒷모습의 초상화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에서 무너지는 눈사태의 눈부심.

눈보라가 그치고 모처럼 쏟아지는 햇살마저

하늘의 높이에서 폭포처럼 얼어 있다.

우랄의 산줄기를 바라보는 평원에서

물기에 젖은 관능도 마지막 포옹도

국경도 썰렁한 겨울 풍경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선지피를 흘리는 혁명도

평원을 건너는 늙은 바람도

끝없는 자작나무 숲에 지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광야에서는 지도도 말을 잃어버린다.

아득한 언저리뿐이다.

평원에서
있다는 것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그는 뒷모습이다.
휘어진 눈길의 끝

엷은 썰매 소리 같은 회한의 이력
아득한 숲의 저켠.

풍경을 거절하는
나도
쓸쓸한 지평선이 되어버리는.

 

-허만하(이별)전문

 


"휘황한 문명과 휘도는 역사의 구비에 선 오늘의 시인은 외로운 방랑가일 수 밖에 없다.
문명의 사막 속에서 원시의 오아시스를 찾아 헤메는, 차라리 시인은 영혼의 상처를

자기 숙명으로 부여안고 그 영혼의 자유를 찾아 멀리 떠나는 순례자 같은 존재이다.
시인은 그래서 영혼의 치유를 위해 고독의 먼 고행길을 택하며, 그 고독은 수동적인

고독이 아니라 자청한 고독이란 점에서 구도자의 고독이다.
깊은 영혼의 상처를 스스로 육화하는, 그 육화를 통해 끝없는 동경으로나 가까스로

위로받는 절대 고독의 세계!
절대 고독을 실존적 숙명으로 수락할 때 비로소 시인은
'이별도 사랑만큼 아름답다'라고 겸연히 노래하게 된다.
그리고 정열과 비장으로 가득한 그 도저한 수직성이 시인의
시혼을 우주적 영혼에 이르게 한다.
그 시혼은 도도하고도 근원적이다. 그 우주적 생명력에로의 정박없는 항해,

그 항해 속에서 허만하 시인의 아름다운 시들은 한 편 한 편 태어난다."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의 표지글에서)

 

위의 시평은 어려운 문구의 나열이라 약간의 수정을 했다.

다음 산행일은 절기 중 실질적으로 한해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다.

이제 온전한 한해를 받았으니 보람차고 행복하고 즐거운 한해를 만들어보자.

지난 해의 납회 때 도봉산의 다락능선과 금산 서대산을 오르면서 밟았던 눈을 빼고는

겨울이 가기 전에 눈다운 눈을 맞아본 적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이 시를 적어본다.

이제 우리는 산에 올라야 눈을 보게 되는가 보다.

시를 읽으면서 눈쌓인 시베리아를 생각해본다.

그곳에서는 사랑도 이별도 혁명도 얼어버린다 하지 않는가.

한민족의 근원지라는 얼음으로 꽁꽁 얼어버린 바이칼호의 맑은 물빛을 생각해본다.

진재덕 선생이 인쇄하여 나눠준 소설 'David Swan'의 주인공이 허드슨江을 바라보며

걸었던 자작나무 숲을 생각해본다.

당연히 '의사 지바고'에서 나오는 '라라',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과 자작나무숲도 생각난다.

'지바고'와 '라라'의 이별을 생각하고 이 시를 썼으리라.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아름답고 슬펐던 이별을 생각하고 말이다.

시인의 시 '나의 계절은 가을뿐이다'와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시대의 영원한

로맨티스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떠올린다.

 

 

해오름달. 1월의 셋째 일요일. 겨울 날씨치고는 맑고 포근한 날이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5도라니 겨울과 봄 사이의 날씨이다.

 

마나님이 녹천역까지 태워다주니 고마운 일이다. 산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항상

일요과부라는 푸념을 뒤로 하고 한 귀로 흘린다. 생각해보니 젊은 날, 연구소 시절은

업무상 출장이 잦아 신혼과부, 건설업을 시작하고 10년간은 1년에 신정, 구정,

추석의 3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쉰 날이 없었으니 '1년에 3일 쉬는 사나이'였고,

온천을 짓고 시작하면서는 온천에서 자는 날이 많아 온천과부, 골프를 배우면서는

골프과부였다는 푸념에 그저 미안할 뿐이다.

 

고소와 폐쇄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타기를 무서워하는

남편 때문에 해외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고 제주도는 두어 번 정도이니 참으로

민망하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어쩌랴! 소위 역술이라는 것들을 믿지 않지만

사주에 불 화(火)가 두 개나 들어있어 불같이 급하고 강한 성격에 역마살까지

낀 탓에 바람과 구름을 벗삼아 떠돌아야 하는 인생인데 그나마 한 군데 자리를

붙이고 사는 것은 부인의 덕이니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GS정유의 김명환 전무가

소개해준 사주쟁이의 사주풀이다. 맞는 말이다. 산을 오르다 보니 불같은 성격이

이만큼이나마 산의 기운에 녹아 기운이 약해졌지만 그 성격에 맞게 건설업을 한다지 않는가.

나는 쇠를 입에 대면 단 맛이 느껴진다고 임 수석에게 토로한 바 있는데 그것은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천생 건설쟁이다. 한때 바람이 살을 에이는 추운 겨울날의 아침에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 맥주잔에 날계란 하나 깨어서 넣고 고추가루 풀고 소주를 가득 부어 단숨에

마시던 노가다이다. 새참으로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던 노가다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없었으면 역마살 때문에 여행가나 산악회의 여행가이드,

아니면 조그마한 산의 산장지기라도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올해는 기어이

토목과 건축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는, 1996년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18회 안희상 소장이 강권하는 체코의 프라하를 부부동반으로 꼭 가 볼

예정이다. 그리하여 25년의 기나긴 한을 풀어줄 것이다.

 

각설하고,

그날도 많이 모였다. 15인의 시산인들. 정회원인 김순단 여사는 교회일로

못 나온다니 서운하다. 그만큼 봉사했으니 교회일을 적당히 하고 자주 나오소서.

언제 보아도 정겨운 산우들끼리 반가움을 나누고 힘차게 출발. 소요산까지 전철이

개통된 탓인지 신축하여 넓어진 대합실에는 일행을 기다리는 산객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반가워하는 인사소리는 언제 듣고 보아도 즐겁고 정겹다.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주 오르기 시작한 산이라 새로운 감회가 일어난다. 젊은 날의 연구소

시절에 시제품 검수관과 출납관을 한 적이 있는데 연천에 제1시험장이 있어

작업복차림으로 오갈 때 자주 들렀던 산이다. 돌이켜보니 북한산, 도봉산, 설악산,

오대산 다음으로 자주 오른 산인데 가을에는 폭포와 어우러진 단풍이 좋다.

 

산우들 중 가장 먼 곳인 분당에 사는 기 회장이 아침을 거르고 나왔다는데 마나님이

출타 중이란다. 그 핑계로 입산주를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산회의 전통이라 부족한 막걸리도 살 겸, 초입의 가게에

들러 두부김치와 파전을 안주 삼아 동동주 한두 잔에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자리에서 도움쇠가 이경식 총장에게 한국400산행기(등산길 안내.김수형 저)를

증정했는데 앞으로 우리를 좋은 산으로 인도해 주라는 뜻이다. 자재암을 끼고 도는

코스를 따라 오르고, 낮은 산이라 쉬이 오르니 벌써 능선이다. 중백운대를 지나

530봉에서 너른 터를 잡고 주꾸미, 낙지, 영산포의 동굴에서 삭힌 홍어를 안주로

간단히 요기하고 시낭송의 시간에 한 교장에게 낭송을 권하는데 위 산우가 자진하여

낭송하겠다고 나선다. 해서 듀엣으로 한 소절씩 낭송하고 마지막 귀절은 함께 낭송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꽃입니다. 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의 마지막 귀절에 터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는 소요산신에게 고하는 환희의 합창소리였다. 산행기를 쓰는 지금,

멋드러진 장면이었음을 기억하고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명실상부한 詩山人들이다.

 

먹으면 내려가는 먹산회의 전통에 따라 정상인 의상대를 오르지 않고 나한대 밑의

안부에서 자재암으로 하산한다. 의상대와 상백운대의 고도차가 28미터에 불과하니

정상에 오른 것으로 간주한다. ㅎㅎㅎ

 

뒷풀이의 장소로 의정부 부대찌개집을 권했으나 갈아타는 편리함이 있어 도봉산역에서

하차하여 오리구이에 파전으로 때우기로 결정하고 남은 동동주와, 소맥, 도움쇠의 솔잎술,

산지구엽초술 등을 곁들여 한잔 씩....산꾼들의 온통 뒷풀이의 건배소리에 시끄러워 들리지

않았지만 전임 한 총장이 1년간의 회계결산을 하고 한 총장이 다섯 번은 거론했던 안양의

수리산으로 다음 산행지를 정하고 헤어졌다. 이창우, 정해황 산우는 수담(바둑)을

나누기 위해 총총히 도봉산 입구 쪽으로 사라진다. 드디어 2월4일은 한 총장이

소원풀이하는 날이다.

그날도 좋은 산우들, 좋은 날씨, 좋은 산과 좋은 술 등이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참석 : 기세환, 이경식, 이원무, 이창우, 한양기, 조문형, 박형채, 나창수, 김종화,

전작, 이재웅, 한천옥, 정해황, 위윤환, 김정남(15인)

 

 

좋은 신문기사가 있어 옮겨 적는다. 부디 병들지 말고 건강하자.

 

“약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좋은 약”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수명은

2배가량 연장됐다. 150세까지 사는 것도 단지 꿈만은 아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7일 10가지 건강 장수 비법을 소개했다.

▽규칙적인 운동=일주일에 세 번 규칙적으로 걷기와 수영 등을 30분씩만 해도

수명을 몇 년 연장할 수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것보다 약간 있는 것이 낫다.

신체에 활력을 주고 노화를 늦춘다.

▽좋은 지역에서 살기=100세 이상의 노인이 많이 사는 일본 오키나와처럼

어느 곳에서 사느냐도 장수에 중요하다.

▽성공하기=성공은 자신감과 자기 존재감을 가져와 장수에 도움이 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가 그렇지 못한 배우보다 오래 산다는 보고가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시금치, 브로콜리처럼 항산화성분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은 노화를 늦춘다.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기=정신 건강은 신체 건강만큼 중요하다.

뇌가 자극을 받으면 면역체계가 강화돼 질병의 발생을 억제한다.

▽생활을 즐기기=좋은 인간관계는 장수의 비결이다.

기혼자는 독신자보다 남성은 평균 7년, 여성은 평균 2년 더 산다.

▽신 혹은 친구를 찾기=종교를 가진 사람이 무신론자보다

평균 7년 더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식사량 줄이기=섭취 열량을 10∼60% 줄이면 해로운 활성산소의

생산을 줄여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 점검=질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정기적으로 건강을

점검하는 것도 100세를 넘길 수 있는 비법이다.

이번 산행은 과천과 안양에 걸쳐 있는 삼성산이다. 호명산행 때 안양과 군포에

걸쳐있는 수리산으로 결정했으나 한 총장이 지난 토요일에 사전 답사하고 심경이

변해 2년 전에 올랐던 적이 있는 삼성산으로 변경한다. 한 총장이 올라보니

심심했던가 보다. 몽매에도 그리던 산이었는데...

관악산과 약 3km 떨어져있는 산으로 새삼스럽게 설명할 것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산이니 소개는 생략한다.

 

메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새벽에 눈이 내린다. 하느님도 가끔은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데 그 눈물이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내린단다. 하느님도 가끔은

외롭다는데 하물며 인간이야 항상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가족과 좋은 친구가

있으면 그 외로움이 반감되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시산회원들에게는 남에게 없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좋은 가족과 산우들 외에

산과 시이다. 맛난 술까지 더 하면 세 가지이다. 그 누가 있어 툭트인 하늘 아래

맑은 마음으로 사랑의 시를 읊는 우리들보다 행복하랴!!! 이번에도 사랑의 시이다.

이제는 먼저 나서서 읊어보자. 선착순이다. 희망자는 권하지 않아도 자진해서 나서라.

 

 

눈 위에 쓴 시 / 최 옥

 

그대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 밟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첫눈이 아니어도
폭설이든 싸락눈이든
눈이 내리면
그대 보리라 했건만
지금 저렇게 함박눈이 오는데
그대 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위에
그대 첫발자국 찍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눈이 쌓이는만큼
그리움도 쌓이는데
눈이 녹아도
오래도록 녹지 않을
그리움이 쌓이는데
그대오면 좋겠다
저 눈이 녹기전에
저 눈이 눈물이 되기전에
그대 지금
내게로 오면 좋겠다

 

2007년 1월 30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