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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덕유산 상고대와 무주구천동(詩山會 제54회 산행)

덕유산 상고대와 무주구천동(詩山會 제54회 산행)

산 : 덕유산(무주. 1,614m)

코스 : 매표소-구천동계곡-백련사-정상-중봉-오수자굴-백련사-매표소

소요시간 : 오름 1시간30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07년 2월 25일 (일) 7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25인승 버스 대기

준비물 : 중식, 막걸리, 아이젠(필수)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naver.com/yc012175

 

 

이제 좀 쉬어 가라고

꽃그늘에 앉아 가쁜 숨 주저앉히고

지나는 바람한테 객적은 농담이라도 건네 보라고 흰 머리카락 돋는다

툭툭 털기만 했던 묵은 속내도 한번 헤집어 보라고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은

눈 밝은 너에게 보아 달라고 슬쩍 내밀어 보라고

흰 머리카락 돋는다

눈 어두워지기 전에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빛바랜 추억을 들고

이름을 물어물어

기억의 강을 거슬러오를 사람은 없다

새 옷 한 벌을 옷장 안에 걸어놓고

잠 못 들었던 밤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지나간 날들의 일기를 애써 지우다가 혼자 웃는다 (…)

 

-박홍점 '여백' 부분

 

늙어 간다는 게 자랑일 수는 없지만 겁먹을 일도 아니다.

피해갈 수도 없다.

화관처럼, 흰 머리카락들이 머리 위에 얹히면 빛바랜 추억을 주섬주섬 주워담아야 할 시간이다.

계획보다는 체념이 많아진다.

기쁨과 슬픔의 진폭도 줄어든다. 큰 설레임도 없다.

대신 고요와 평온이 온다.

그토록 어깃장을 놓던 삶에게 객쩍은 농담을 건넬 수도 있다.

미안해 하지 않으며 낮잠을 자도 된다.

평일 한낮 눈치보지 않고 어디든 어슬렁거릴 수 있다.

마침내 삶을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여백'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시평(이정환)

 

2월4일. 입춘. 시샘달.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이다.

이번 겨울은 춥지 않아 추위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니 다행스러우나 온난화 때문에

또 다른 걱정이다. 밖에 나오니 등산하기에 좋은 날이다. 관악역에서 반갑게 만났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시작한 35년의 기나긴 공직생활을 끝내고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로

취임한 신원우 산우가 처음 나타났다. 반갑고 반갑다. 국립공원을 갈 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만호도 왔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다. 길을 건너고 아파트를 돌아

길머리를 잡고 오른다. 삼성산은 언제 올라도 힘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고 제1깃대봉에서 단체 기념사진 한 컷. 모두 선남들이다.

그때 오늘 불참한 최용식 교수에게서 미안한 마음에 자기집으로 초대하니 간단히

요기만 하고 오라는 전갈이 와서 백령도산 홍어와 주꾸미를 안주로 막걸리로 간단히

요기하고 최 교수 집으로 가서 집들이 점심 겸 즐거운 뒷풀이를 했다.

고우신 부인과 예쁜 딸이 성의있게 차려준 밥상과 술들이 맛났습니다.

최 교수! 맛있게 잘 먹었소.

시 낭송은 관례대로 신참 신원우 이사가 덩치만큼이나 걸쭉한 목소리로 읊었다.

낭송 후 에 터지는 탄성과 박수소리는 아름다운 음악보다 더 고운 소리이다.

위동렬 학우의 부인이 '모든 길이 내게로 왔다'는 제목의 시집을 보내 왔는데 읽어보고

좋은 시가 있으면 동반시로 가져갈 예정이다. 김미성 시인이다.

참석 : 기세환, 김만호, 한양기, 조문형, 위윤환, 박형채, 전작, 이창우,

이원무, 임용복, 이재웅, 최용식, 김정남(13명)

 

정자전쟁

바람난 여성의 몸에선 수억 마리의 정자 부대가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

정자가 모두 '올챙이'처럼 생긴 건 아니란다. 꼬리가 돌돌 말리거나 몸통이 굽은 녀석,

머리가 유독 큰 놈, 머리가 여럿 달린 것까지 여러 종류다. 이들은 행동이

굼뜬 '방패막이(blockers-sperm)' 정자다. 다른 유전형질을 지닌 정자들이 난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방어막을 친다. 다른 남자의 정자를 찾아가

독성이 든 머리로 옆구리를 찔러 죽이는 '정자잡이(killer-sperm)'도 있다. 이들은 여러

정자를 처치하느라 독을 다 쓰고 나면 적을 끌어안은 채 장렬하게 전사한다.

최후의 승자는 '난자잡이(egg-getters)' 정자들 중 하나 뿐이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정자간 전쟁을 일으켜 더 우수한 정자를 골라 수태하려 든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 배우자의 외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평소처럼 적당한 양을,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었다면 대규모 정자부대를 방출한다. 혹여 아내의 몸속에

남아 있을 다른 남자 정자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늘 싱싱한 정자를 전투에 투입하기 위해, 성관계를 갖지 못할 땐 자위나 몽정으로

늙은 정자를 배출한다. 포르노를 보고 흥분하는 것도 상시 전투태세를 갖추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란다. 여성이 성관계 중, 혹은 직후에 오르가슴을 느끼면 자궁경부가 열려

정자가 난자에 접근하기 수월해진다. 반면 성관계 전 자위행위 등을 통해 오르가슴을

미리 느끼면 정자가 뚫고 들어가기 힘든 단단한 점액질 장벽을 치게 된다.

여성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더 훌륭한 정자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성은 외도 직후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져 부정을 덮으려 한다.

그러나 남성이 외도한 직후엔 사정할 만큼 충분한 정액을 만들어낼 수 없다.

확인할 방법만 있다면, 남성의 정액량만 봐도 외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개는 여성이 더 정교하게 바람을 피운다. 들키면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란다.

 

신문의 광고란에서 본 '정자전쟁'이라는 책의 요약이다. 부제는 '아내에게 알리지 마라'이다.

오래 살고 싶으면 항상 이성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남자는 24살 연하의 여자와 살면 10년의 수명이 늘어나고

여자는 14살 연하의 남자와 살면 10년의 수명이 늘어난단다.

그 이상의 차이는 수명의 연장이 조금씩 줄어간다.

우리가 24살 연하의 여자와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각자 알아서 생각하라.ㅎㅎㅎ

 

다음 산행지로 덕유산을 정했는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겨울에는 눈이 많아 상고대로 유명하며 산보다 무주구천동계곡으로 더 알려져 있다.

나제통문에서 시작되는 구천동은 70여리에 걸쳐 이어지며 세심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청류담,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 안심대,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포, 백련담, 연화폭포, 이속대 등 덕유산 33경 중 16경의 승지가 있으므로

봄, 여름, 가을이 좋고 덕유산은 겨울산행이 제격이다. 덕유산국립공원지역에는

적상산과 남덕유산이 있는데 두 산 공히 가을이 좋다. 적상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뤄지고 그 절벽 주변에 유난히도 빨간 단풍나무가 많아서가을철이면

마치 온산이 빨간 옷을 입은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덕유산은 가을의 중심에 가본 적이 있는데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단풍과

수려한 경관은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명산 중의 명산이니

빠지지 말고 꼭 가자. 신원우 산우가 동행하니 백련사까지 차편으로 가고 중봉으로

돌아오면 겨울을 보내는 봄맞이 산행으로 적합하다. 정상인 향적봉에는 대피소가 있어

별들과 함께 하룻밤을 묵어도 좋을 일이다. 날이 춥지 않아 상고대가 피어 있을지 궁금하다.

앞으로는 먼 산행에는 주로 25인승 중형버스를 이용하자는 것이 집행부의 생각이다.

물론, 가까운 곳은 정 목사의 차와 조문형 산우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연의 끈이라는것이 있단다.
그 끈이 눈에 보이지 않아 시체말로 사랑에 속고 속이고 사랑에 울고 웃는다.

사랑에는 참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거짓사랑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사랑만큼은 참되다고 믿는다.

사랑과 기다림!

인간이 영원히 풀 수 없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영원한 화두(話頭)이다.

인연의 끈이 눈에 보인다면 세상은 증류수같이 맛없는 물질처럼 되어버린다.

기다림도 없다.

인연이 다 했음을 알기에 한없이 기다리는 슬픔도 없다.

인간은그 끈을 영원히 볼 수 없기에 사랑은 죽을 때까지 오고 간다.

기다림도 그러하다.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같은 제목으로 78개의 시가 있다.

그 시들에는 번호가 붙어 있으나 굳이 번호를 알아 무엇하랴 싶어 찾지 않았다.

숨이 막히도록 가슴이 절절한 시이다.

그 넓은 덕유의 품 안에서 자진하여 이 시를 낭송하는 산우는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기다림의 슬픔도 아는 사람이다.

 

 

허시 사랑 25 / 손종일

제가
숨도 쉬지 않고
당신 이름을
한꺼번에 백번을 부른다면
당신께선 제게로 오실건지요.
풀어질대로 다 풀어진
절망의 고통들을 바로세워
깨끗한 정신으로
사랑의 화원을 다시 가꾸면
당신께선
황폐한 대로나마
다시 꽃으로 피어나 주실 건지요.
당신을 떠나 사는 인생이
무지 외롭고
무지 쓸쓸하다고
혼자라는
무서운 고독에의 모습에 지쳐
이렇게 야윌 수밖에 없었다고
당신 앞에 야윈 모습 다 내보이면
당신께선
제 고독의 실체를 꾸중하기 위해
제 곁에서
그렇게 좋은 웃음으로 있어 주실런지요.
부는 바람이 외롭다고
그 바람이
전부 당신의 환상으로 오더라도
제 안에
이미 다 들어찬 것은
당신 모습뿐이더라고
그렇게 목 매인 소리로 얘기하면
당신께선 그 사랑을 나누어 주러
겨울의 황량한 바람과도 같이
그렇게나마 오실런지요.

 

2007년 2월 22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도움쇠가 바쁘고 게을러져서 우선 공지사항만 올리고 이제 본문을 올립니다.

산행 예정인원이 많아져서 25인승 버스를 대절합니다.

현재 17명으로 좌석이 충분하니 가족동반을 환영합니다.

가족이 오면 정상까지 리프트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