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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설악산과 마등령(詩山會 제60회 산행)

설악산과 마등령(詩山會 제60회 산행)

산 : 설악산 마등령(1,220m)

코스 :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비선대-설악동

소요시간 : 오름 3시간 30분 내려옴 3시간

일시 : 2007년 5월 20일(일) 6시 30분

만나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중식, 살얼음 낀 막걸리, 식수(더운 철이라 땀을 많이 흘러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면 근육의 피로가 빨리 오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함. 이온 음료나 오렌지 쥬스 한 캔 정도는 각자 지참)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후기 blog.naver.com/yc012175

 

 

신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보이지 않는 깊고 높은 것

그 확신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사람을 위하여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위하여

고독한 의지와 사랑

준령의 등반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생명 있는 모든 것을

품속에 안아주는 자연을 위하여

죽은 후에도 영원히 안고 있는

대지를 위하여

땅의 남편인 하늘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태어날 아기들과

미래의 동식물을 위하여

이름없는 거

잊혀진 거

미지의 것을 위하여

가급적 다수를 위하여

그러고 보니 모든 걸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김남조(아름다운 세상)전문

 

 

참 바쁘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푸른 눈동자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하늘의 그 푸르름을 올려다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한없이 고운 사랑을 돌아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하시는 그 분의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참 바쁘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고, 다시금 맑아진 세상을 봅니다.

시련이 있으면 다시금 행복의 날이 올 것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해야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것들을 위하여, 이름 없었던 그 미지의 것들을 위하여,

내가 알지 못했던 고마운 것들의, 이들의 이름을 나직히 불러봐야 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시평(미상)

 

시인의 얼굴 만큼이나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기에 이런 시를 쓸 수 있다.

실제의 얼굴을 본적이 있는데 그 만큼 곱게 늙어 가더라.

전철을 탈 때는 신원우 산우가 준 시집을 한 권 가져간다.

복잡한 전철 속에서 시를 읽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그 시집에서 건진 시이다.

 

 

4월. 잎새달. 마지막 일요일. 29일에 가야산에 오르기 위해 16인의

산사나이들이 교대역에서 모였다. 이경식 총장이 가정사로 자주 불참하는데

안타깝다. 모두 걱정해준다. 들머리인 백운매표소에 가기 위해 상주까지

가야하니 평소보다 30분 일찍, 6시30분에 모였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들이다. 전작 산우의 짐이 무겁다. 아침을 먹기 위해 천안 근처의 휴게소에

내리니 아침밥 대신 전작 산우의 홍어무침에 입맛이 당겨 산에서 먹으려고 싸온

홍어회무침을 개봉하기로 만장일치. 막걸리를 반주로 먹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환상적이고 황홀한 맛이다. 맛의 고장인 광주 양동시장의

맛이란다. 산행의 즐거움의 70%를 회무침으로 달성했다.

도움쇠의 배낭에 영산포 토굴 홍어가 있어 양념에 버무리고 가야산으로 간다.

입구에서 부족한 막걸리를 보충하고 주차장에 내리니 관리공단직원들이 반긴다.

신 이사가 입회하면서 발생하는 즐거운 사건이다. 우리는 산행을 즐기고 그들은

관리차원에서 산을 오른다.

 

11시. 출발. 신원골을 따라 오르면서 느꼈는데 덕유산 안성계곡과 비슷한

느낌이다. 서성재까지는 완만하게 오른다.

날이 더워 쉬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배가 고팠던 탓인지 과일에 과자류,

정해황 산우의 떡이 특히 도움이 됐다. 홍어무침만으로는 아침 요기로

부족했던 것 같다.

 

12시 30분. 서성재에 오르니 시원한 서풍이 우리를 반기고 점심을 먹자는

파와 정상에서 먹자는 파가 갈린다. 이럴 때는 기 회장의 결정이 절대적인데

분위기가 지금 먹으면 오르기 힘드니 정상에서 더 맛있게 먹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정상 쪽을 보니 나무는 별로 없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봉들이 우리를 압도한다.

 

관리공단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왼 쪽의 너덜들은 산성터란다.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길이다. 불참한 이 총장 대신 이재웅 산우가 산행사진을 책임지기로 했기에

부지런히 절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만물상을 보니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기에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은 그 만큼의 가치가 반드시 있다. 아무

산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다. 처지는 몇 산우와 보조를 같이

하면서 나도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천천히 오른다. 5시까지만 해인사

장경각을 가면 되니 우리의 실력으로 충분하다. 처지는 이유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경우도 있으나 더운 여름철에는 수분섭취와 관계가 있으니

유념하자. 땀을 많이 흘려 몸 속의 수분이 빠져 나가고 그 만큼의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근육에 쉬 피로가 오므로 식수를 충분히 가져가자.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오랜지 쥬스는 근육의 피로를 빨리 풀어주므로 한 캔

정도는 각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온음료는 수분의 흡수를 빨리 해주므로

그것도 한 캔쯤 비상용으로 배낭에 넣어두자. 땀으로 배출되는 량만큼 수분을

빨리 보총해주는 것이 여름산행의 지혜임을 유념하자. 다른 산우의 물을

먹을 생각을 접고 개인적으로 충분한 식수를 확보해서 가져가자.

물을 많이 지고 가는 그들도 무겁고 힘이든다.

 

드디어 칠불봉에 올라 표시석을 배경으로 한 컷. 앞 팀과 너무

떨어져 미안했지만 늦는 산우들을 두고 먼저 갈 수도 없는 일. 부지런히

가다보니 가야산 정상을 지척에 두고 산우들이 기다린다. 오늘은 나 원장과

한양기 산우가 빨리 따라갔는데 콘디션이 좋았나보다. 넓게 둘러 앉아 식단을

차리는데 화려한 음식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특히 휴게소에서 전작 산우의

회무침 양념에 도움쇠의 홍어회를 미리 섞어놓은 게 무척 맛있다. 식초가 홍어회를

부드럽게 했는지 더 맛이 난다. 이번에는 딸 결혼식도 성대히 치뤘으니

한양기 산우가 회무침 양념을 준비하고 도움쇠가 홍어를 준비하면 좋겠다.

한 총장, 부탁하네. 부디 젓가락 14개도 잊지 말고...하하하

 

임 수석은 그 맛난 것을 공단직원들에게 배급하고 다녔는데 본받아야 할

아름다운 마음이다.

부탁한 김에 하나 더 하면 정상에서 식사가 끝나고 나는 못보았지만 한 총장이

담배를 피웠다는데 공단직원들이 있는데다 신원우 이사까지 있었는데

그의 입장이 말이 아니었을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산우들도 그것을 말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은 왜

내 몫이어야 하는지. 많다고 생각했던 막걸리가 바닥난 것으로 미뤄 생각하면

그날 전작 산우가 가져온 홍어회무침이 최고 중의 최고. 전 산우, 고맙네.

잘 먹었네. 오랜만에 동참한 최근호 산우가 그다운 독창적인 목소리로

황동규 님의 '즐거운 편지'를 낭송하였다.

 

정상 봉우리에서 한 컷. 조금 내려와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컷. 이경식 산우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볼 수 있으니 다시 한번 감상하자.

표지석을 보면 칠불봉과 정상인 우두봉이 3m의 차이가

나던데 두위봉과 비슷한 경우인지 궁금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을 보려면

부지런히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10분정도 내려오니 이번에는 나 원장의

등산화가 작아 발가락이 아프다 한다. 등산화는 자기 발 치수에 2cm를 더 한

치수의 신발을 골라야 한다. 직접 가서 고를 때는 제조회사마다 치수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신발을 신고 검지와 중지를 붙여서 발뒤꿈치에 넣었을

때 넉넉히 들어가는 크기의 신발을 골라야 함을 잊지 말자. 산행할 때는

무엇보다 신발이 편해야 한다. 홍류동계곡이 옆으로 흐르는데 가을의

단풍철에는 아름답기가 환상적이니 기회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가보자.

시산회를 오래 지속하다보면 가을에 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4시 45분. 장경각 앞이다. 오랜 세월 변함 없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자랑이다.

공단직원의 설명을 듣고 놀란 것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

팔만장경판이 아니고 장경각이라는 건물이란다. 동산은 결코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없고 부동산만 등록자격이 있다는 설명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경각의 기초를 다진 흙이 소금, 숯, 백회가루, 황토로 이루어졌는데

각 4m씩 합계 16m의 두께라니 그 또한 놀랄 일이다. 700여년을 훼손시키지

않고 간직한 비결 중의 하나가 크고 작은 창문의 배치를 통하여 항온항습의

환경을 유지했으며 그 탓에 거미가없고 개미나 날벌레도 날아다니지 않는다니

그들의 과학적인 지혜와 지극한 정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날 사진도

많이 찍었다. 특히 홍어회무침의 황홀한 맛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신원우 이사덕분에 마신 시원한 맥주는 달고 맛있었다. 땀을 많이 흘린 후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의 맛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청량제이다. 공단직원

들에게 지면으로 감사의 마음을 정하니 신 이사가 잘 전해주시게.

 

참석 : 기세환, 신원우, 최근호, 위윤환, 정해황, 전작, 이원무, 박형채,

임용복, 김삼모, 나창수, 김종화, 이창우, 이재웅, 한양기, 김정남(16인)

 

 

부부는 신뢰로 산다.

 

믿음이 깨지면 딱풀로 붙여도 잘 안 붙는다.

 

우리나라 기혼 남녀 중 로또에 당첨돼도 아내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남성은 17%,남편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여성은 26%로 나타났다.

 

아내가 더 영악스러운 시대인가?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나 아내는 남편을 못 믿고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며 살고 있다.

 

한 수 더 떠서 배우자의 뒤를 캐는 부부들이 꽤 있다.

 

너무나 찐하게 사랑하기 때문일까?의심은 소설을 낳고 소설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별별 상상을 다 하다가 물증을 잡으려고 온갖 짓들을 하고 있다.

 

지갑이나 소지품을 뒤지거나 직접 남편의 뒤를 미행하는 건 고전에 속한다.

 

몰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보거나 이메일을 뒤져보는 것도 애교 수준이다.

 

차에 휴대폰을 감춰두고 위치추적을 하거나 가방에 몰래 위치추적 단말기를

넣기도 한다.

 

과거엔 단순 미행,사진 촬영 등의 역할에 머물렀던 심부름센터들도 한 다리

끼어 쌍둥이폰,휴대폰 위치추적,e메일 비밀번호 해킹 등 진화하고 있다.

 

신혼 때는 부부로 엮여 둘만 바라보고 있다가 얼마큼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그 사랑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낮 시간에 직장에 있지만 전업주부들은 낮 시간에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남편 출근하고 나면 컴퓨터 앞에서 이 남자 저 남자랑 채팅하고,인터넷 카페에

들락날락하다가 번개로 외간남자를 만나기도 하고,등산을 빙자한 정모도 있다.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에 가도 하인들이 공주님으로 떠받드니 아내들은 남편

없이도 살맛 나는 궁전에서 살고 있다.

 

이쯤 되면 불륜은 어떤 아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물가에 내 놓은

아이 같은 아내 때문에 남편들은 늘 불안하다.

 

그렇다고 아내를 데리고 회사 출근을 할 수 없고,아내 다리에 끈을 칭칭

동여맬 수도 없고…. 불륜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외치고 간통죄에도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지금! 불륜 상대자와의 섹스가 더 좋은 이유는 남녀

모두 그 비밀스러움에 무엇보다 짜릿한 흥분을 느끼고,자극적인 성관계가

전제되니 그날이 그날인 부부 간의 밍밍한 섹스를 일수 도장찍듯이 하기보다는

달콤쌉싸래한 섹스를 찾아 헤매다가 위치추적에 딱 걸리고 마는 것이다.

 

아내들도 못다 핀 성적 욕망의 목마름이 있을 것이고,2% 부족한 성생활 때문에

밤마다 외로움에 떨기도 할 것이다.

 

남편과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일수록,믿음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불륜 유혹을

잘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남녀가 가까워지면 세로토닌 분비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황홀한

감정에 빠지며 이성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침울했던 마음이

황홀해지기 때문이다.

 

"얌전했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치더니 모양을 내기

시작하는데 화장도 야하게 하고 옷 타령을 자주 하는 것이 뭔가 낌새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뒤를 밟아봤죠.물론 아내 휴대폰도 몰래 뒤지고요.

 

그런데 비밀번호로 잠겨져 있어 더 수상하게 생각했지요.

 

도대체 누구랑 문자를 주고 받기에 잠갔을까 하고 별의별 상상이 다 되면서

아내 이메일도 뒤져보게 되더라고요."

 

뭐니뭐니 해도 부부 간의 제1은 신뢰다.

 

결혼식 때 맹세했다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질기게 같이 살면 무엇할

것이며,하얀 머리 염색해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지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게임 아웃된 다음에 방망이 차고 다니는 순사꼴은 또 얼마나 비참하고 우스울까?

쫓는 사람이나 쫓기는 사람 피차 못 할 짓이다.

 

그러나저러나 이메일 주고받고,문자메시지 찍어 보내고 하루라도 컴퓨터 없으면

불편하고 휴대폰도 편리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는데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

낱낱이 드러난다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불륜이니 뭐니 하도 떠들어대서 덩달아 애인 찾아 나서려고 막차 탄 아낙네들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쓸데 없는 생각말고 남편에게나 애정어린 이메일 쓰고 깜찍한 문자 날리면서

안 들키는 더 좋은 물건 꼭 나올 때까지 꾸욱 참아야 할 걸….

 

-성경원(행복한 성)

 

 

서산대사는「금강산이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이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고 했다. 설악산은

'옷을 입은 금강'으로 일컫는 이들도 있다. 옷을 벗은 미인 금강산보다

옷으로 부끄러움을 감싼 백옥 같은 살결의 처녀 설악산이 더 아름답고

매혹적일 것이다"(최화수의「설악산」에서 인용)

 

이번 산행지는 나 원장이 북한산 문수봉 산행 때 가장 강하게 주장한대로

설악산으로 정했다. 만만한 길이 아니나 나원장이 되게 가고 싶은 모양이다.

도움쇠는 젊은 시절부터 수차례 넘어 봤지만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28세 때의 기억이다. 지금부터 28년 전 회사 동료들과 간 적이 있는데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지금처럼 버스길이 없었으며 계곡에서 아침밥을 지어

먹고 걸어서 백담사(허술하고 작은 절이었다), 백담산장(자그마한 돌집이었다),

영시암터, 오세암을 따라 오르는데 단풍철이라 산객들이 많아 길이 밀려

지루한 산행이었는데 오세암 근처에서 앞서 가던 60대의 노인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때 구조반장이었던 나는 별다른 지식도 실력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살리지 못했다. 후에 앞서간 일행들이 나타나서 법석을 떨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고 다음날 신문기사가 난 것을 보고 사망한 것을 알았던 적이

있다. 노인과 동행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앞서 간 것은 단체산행의 기본수칙을

망각한 어리석은 행동이었으며 노인은 너무 늦어 미안한 마음에 무리해서

걷다보니 그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여러 명이 산행을 할 때는 반드시

흩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그때부터 지키고 있다.

 

영시암까지는 평지이며 마등령까지는 멀지만 오솔길의 기분이

나는 한적하고 호젓하며 비교적 완만한 코스이다. 설악동에서 비선대,

금강굴을 거쳐 오르면 그늘이 없어 해를 등지고 올라야 하니 그늘이 져서

해가 없는 백담사코스로 오른다. 마등령에 오르면 대청봉을 비롯한 설악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기쁨과 환희가 있다. 자신있게 권한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무리해서라도 모두 가보자. 대청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그리고 자랑하자.

경사가 시작되는 영시암의 해발고도가 500m이고 마등령의 고도가 1,220m이니

700m만 오르면 설악의 웅장한 전경을 볼 수 있으며,하산하면서 금강문, 공룡능선,

금강굴, 비선대, 와선대, 천불동게곡을 볼 수 있다.

7시간의 여정이나 쉬엄쉬엄 가자. 금강산을 가보지 못했지만 금강산과 설악을 자주

가본 산우들의 말에 의하면 첫 머리에 인용한 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등령의 고도를 알려고 2003년 10월 2일에 올라 마등령의 고도가 적혀있는

이정표를 배경으로찍은 사진을 찾다가 찾지 못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건져

올린 시이다. 산행후기를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좋은 시를 발견했을

때와 시에 대한 감상을 적어갈 때이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다행히 신원우 산우가 준 시집에서 자주 발견한다. 고마운 일이다.

남은 다섯 권도 부탁한다. 이 시를 마등령에 올라 땀을 닦고 설악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막걸리 한 사발 앞에 놓고 읊는다고 상상해보자. 이 아니 즐겁지

않겠는가. 다만 마지막 행의 '가을 산'이 '봄 산' 이라면 좋겠다. 올해는

봄이지만 다음에는 가을에 가서 다시 읊으면 좋을 일이다.

 

마등령에서 / 김학면

 

그 밤에서야 모든 것을 이끄는 관성을 알았네

그리하여 한 사람을 알고 얻는 상처보다

한 사람을 잃고 남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생각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이별이 있어야만

아픔도 환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네

돌아보면 모든 사랑은 정처 없네

문득 그 사람을 떠올릴 때부터

내 안의 그리움은 가장자리부터 안타까웠던 것

그 때마다 바람 부는 길목

서로는 맞은편을 서성거렸을지도 모르고

뜬눈으로 뒤척이다 눈물지었을지도 모르고

그런 줄도 모르고 저 혼자 마음으로

우리 가슴 중앙부 가장 깊은 어둠을 뛰어들다

제 안의 새벽을 시커멓게 물들이다 더더욱 아팠는지 모르네

그러나 그 밤 능선에 올라서야

다른 문이 열릴 때 한 쪽 문을 나서는 가을 산을 알았네

 

2007년 5월 17일 사무실에서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