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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한라산과 백록담(詩山會 제62회 산행)

한라산과 백록담(詩山會 제62회 산행)

산 : 한라산(1,950 미터)

코스 : 성판악(해발고도 750 미터)- 속밭-사라악-진달래밭(대피소)-정상-용진각-

관음사매표소

소요시간 : 오름 5시간 내려옴 4시간

일시 : 2007년 6월 16일 2시30분

모이는 곳 : 김포공항 대합실

준비물 :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은 불필요), 우산, 우비, 여분의 양말 및 속옷, 방풍복

열량이 높은 초코릿 등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naver.com/yc012175

 

 

여름산은

내 어릴 적 바라본

젊었던 아버지.

 

푸르고 힘찬 육체가

稜線을 이루며

누워, 편안히 휴식하고 있다.

 

내가 곁에서 웃고 울고 소리질러도

부딪치며 기어올라도

그저 귀여운 듯 미소 지으며 가만히 바라보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처럼

여리디 여린 생명체일 뿐이었다.

 

지금

짙푸른 여름산엔

야생의 산짐승과 날것들이 푸드득거리고

녹음을 먹은 깊은 계곡에선 물소리가

한창 요란하지만,

 

젊은 아버지 같은 여름산은

능선이 구비치듯

크고 건장한 육체로 누워,

산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몸짓들엔 꿈쩍도 않는다.

그저 한두 번 눈을 떴다, 감았다, 할

뿐이다.

 

-이수익(여름산)전문

 

여름 산행철이다.

높은 산에 올라 구불구불 뻗어가는 능선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아버지의 튼튼한 어깨 같은 것은 아닐까. 우리 어린 자식들도 우리들에게서 그것을 느낄까?

시를 읽으면서 어릴 적 기어올랐던 아버지의 든든한 어깨를 연상한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더운 여름이다.

모시적삼 사이로 문득 보였던 아버지의 어깨 밑, 까만 겨드랑이를 생각나게 하는 시이다.

이래서 시가 좋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시가 나는 참 좋다.

 

 

6월의 첫째 일요일. 푸른 달, 5월은 지났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르다.

누리달, 6월은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친다.

올해부터 마나님이 근처의 도봉, 북한, 수락, 불암산의 들머리까지 차로 데려다주니

편하고 한가롭다. 일요일 아침이라 가장 먼 곳인 구파발이나 북한산성까지도

30분이면 도착한다. 고맙다. 전에는 태워다 주는 대가로 집에 남아 있는 딸들과의 점심

외식값 지불을 요구했으나 요즘은 그러지 않고 자발적으로 태워다 주니 부부란 함께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두어 달 전에 남편의 직무에 대하여 가볍게 태업(怠業)을 한 적이 있다.

평생 처음으로 10일 간이나 각방을 사용하니 서로 불편했으나 부부간의 싸움은 대부분

사소한 이유로 발생하므로 일방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은 힘든 것이고 이긴다고 크게

즐거울 것도 없어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고 타협해서 받을 것은 받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선에서 윈-윈 방식으로 마무리를 했다.

 

16인의 반가운 산우가 모였으며 감정평가사로 제일감정평가법인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구자빈과 훈장 선생님인 임춘기가 처음 얼굴을 보였으며,

이창우 산우의 부인인 김옥란 여사께서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는데 여성 산우만

오면 한 총장의 입이 넓게, 개방적으로 바뀌는 것은 어떤 이유의 습관일까. 궁금하다.

다음 산행 때 궁금증을 풀어 주기 바란다.

 

이 총장이 오랜만에 참석했으므로 그의 시간적인 여유를 감안하여 코스를 결정하는데

설악의 여독 탓인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올라서 즐겁게 점심을 먹고 가까운 곳으로 하산을

하자'하여 망월사- 산불감시초소-부대터에서 식사-회룡역으로 하산하여 한라산행을 위한

간단한 회의 겸 뒷풀이를 하자는데 의견일치. 나 원장의 홍어로 입산주를 한잔하고

쉬엄쉬엄 오르며 시원한 망월사 석간수 한 잔에 땀을 식히고 영산전을 배경으로

증명용 기년사진 한 컷. 제1회 창립기념 산행을 왔을 때 찍은 곳임을 모두 기억한다.

영산전은 우뚝 솟은 선인, 만장, 자운봉 등 도봉의 연봉들을 배경으로 울창한 숲 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언제 보아도 인상적인 곳이다. 몇 산우는 부처님

앞에서 몸을 낮추는 예를 갖추고 오솔길 같은 그늘진 길을 오르는데 어느 새 목적지이다.

이제 이 정도의 산행은 가볍단다. 혹독한(?) 단련 때문이다. 특히 나 원장과 한 총장의

체력이 좋아졌으니 축하할 일이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보니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다. 식사를 하려고 위에서 보니 부대터

자리에 편편하고 그늘이 진 곳에 자리가 빈다. 가까운 곳에 한 총장이 있어 바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아달라 부탁했는데 태어난 년식이 다르다고 내게 미루고 딴전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급히 내려가서 깔개를 펴고 자리를 잡고 음식을 차린 후에 년식이

다른 한 총장이 내려왔으나 이미 좋은 자리는 간 곳이 없고 신참인 구자빈 산우와

임춘기 산우와 함께 귀퉁이의, 햇볕이 비춰 뜨거운 곳이 그의 차지가 되었다고 불평을

하나 자리를 잡는데는 년식이 필요 없고 도착순임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망각을 했나보다.

생각해보니 가운데의 좋은 자리는 깔개를 가져온 산우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다음은

그날 음식의 주역에게 좋은 자리가 주어지는데 많은 음식을 내놓을 때 가운데서 내놓기

때문이다. 유념하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깔개를 가져 오던가 맛난 음식을 많이

싸오든지 해라. 세상사 공짜는 없다. 나 원장의 홍어무침이 푸짐하게 나왔는데 이재웅

산우도 완도에서 갓 공수해온 피문어 7마리까지 내놓으니 푸짐하게 한상이 차려졌다.

나 원장의 마나님이 고생해서 만들어 힘들게 싸온 홍어의 위상이 반감되었으나

우리는 기분이 좋았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게. 입을 즐겁게해 준 두 산우에게 다시 감사를

드린다.

 

식사 중, 두 우등생인 신참 구자빈과 임춘기에 대한 덕담이 쏟아진다.

그대 같은 사나이들은 언제나 환영하며 반기니 빠지지 말고 나오게.

식사 후, 시 낭송의 순간! 신참이 읊는 것이 불문율이며 그 중 여성이 우선이라 당연히

김옥란 여사의 몫이다. 처녀 목소리처럼 가늘고 고운 소리로 읊조리니 시의 제목이나

내용에 꼭 맞춘 목소리이다. 박수는 빼놓을 수 없는 것. 멋진 광경이다.

 

이경식 총장의 주제로 한라산행에 대해 상의했다.

고소와 폐쇄공포증이 있는 도움쇠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일정이 허락하면 목포나 완도에서 배타고 건너간다.ㅎㅎㅎ

홍어와 피문어를 그리도 많이 먹으니 배가 불러올 수밖에 없어 먹산회답게 처음의 계획대로

회룡역으로 돌아서 내려가기는 틀렸고 가장 가까운 '오던 길로 내려가자'가 절대적인

추세이다. 내려와서 두부김치와 남은 홍어무침, 피문어를 안주로 뒷풀이를 했는데

신참 구자빈 산우가 즐거이 말 없이 쏘았다. 외부인사가 와서 소맥폭탄주까지 마시게 되는

불상사(?)가 있었으나 홍어무침과 완도산 피문어, 낙지 등 때문에 엄청 폭식한 날이다.

사람의 위장도 간혹은 풀가동 시킬 필요가 있단다. 위장이 즐거운 날이었다.

강조하건대 시산회는 건전하고 유익한 모임이니 학창시절의 두 모범생인 신참 구자빈,

임춘기 산우는 계속 참석할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참석 : 기세환, 위윤환, 한양기, 나창수, 신원우, 정해황, 김옥란, 이창우, 박형채

이경식, 김종화, 구자빈, 이재웅, 한천옥, 임춘기, 김정남(16인의 산인들)

 

 

권력을 위해 섹스를 한다?

 

권력과 섹스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취해온 이들이 있는 반면,섹스를 이용해 권력을

취해온 이들도 있다.

 

권력과 섹스가 만났을 때 그들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권력을 위한 섹스! 과거에도 여자들은 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섹스를

이용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섹스를 이용한 양귀비는 당 현종과 관계를 맺어 권력에

접근할 수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여 적들을 굴복시켰고,알몸으로

담요를 뒤집어쓰고 시저가 있는 알렉산드리아 호텔에 숨어 들어가 하룻밤

사이에 연인 사이가 되어,케사리온을 잉태했다.

 

에바 페론은 잠자리를 통해 성공에 이른 대표적인 케이스.에바는 일찌감치

남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성을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 보다 높은 곳에 뜻을 두고 그녀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모두를 상대했다.

 

자신의 몸뚱이를 돌다리 삼아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어내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마지막 상대는 후앙 페론.이렇게 최고 권력자와 결혼하여

에바 페론이 재탄생하였다.

 

남성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 한국판에서 한국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 남녀 4명 중 1명(남성 25%,여성 26%)이 출세를 위해 잠자리를

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이들 중 남성 19%,여성 23%는 잠자리를 함께 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간 에스콰이어 미국판이 미국 남녀를 대상으로 한 같은 설문

조사에서 남성은 6%,여성은 4%만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률로만 비교할 때 출세를 위한 잠자리 경험은 한국이 미국보다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높으신 분들이나 유명하신 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지금,

우리나라에서,보통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섹스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우리가 알기로는 성 개방이 훨씬 더 된 나라라고 생각하는 미국보다

더 심하다는 얘기가 아닌가?유명한 사람들 주변에는 늘 떠도는 소문들이

따라다니는데 누구와 누가 어떤 사이라는 둥,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둥,

그거 다 여자가 어떻게 출세 좀 해볼까나 하는 마음에서 꼬리를 친 것일

것이라고,일부의 문제일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았지만 그게 바로

이 시대 우리들의 모습이란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남자들도 그렇단 말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여성CEO도 많아졌고 여성상사들 또한 많아진 시대!

충분히 있음직한 얘기지만 우리사회 4분의 1은 벌레가 먹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섹스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옛날의 잘난 언니,잘난

누나들처럼 하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역사의 되풀이까지 들먹인다면

너무 거창한 걸까?

 

내 남편이,내 아내가 초고속 승진을 하거나 사업이 나날이 번창한다면

실력이 뛰어나 출세가 빠르다거나 능력이 탁월하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의심의 눈을 흘겨봐야 한다면 너무 불신을 조장하는 걸까?

정말 똑똑한 인재들이 잘 나가고 있는데 찬물 끼얹는 소리일 수 있으나

전혀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당신 똑바로 말해.당신 높으신 분과 뭔 짓 한 거 없어? 아무 짓도 안 하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진했다는 말이야?넷 중에 하나는 아니란 말이지?

알았어.축하해.휴우…."

 

이럴 때 낌새가 있거나 냄새가 날 때 후벼 파야 할까?아니면 슬쩍 모른 척

하고 지나가 줘야 할까?살기 험난한 지금 그 직장이나 그 사업을 그만두게

할 용기가 있을까?너무 많이 알면 다칠까?

 

-성경원(즐거운 性)

 

 

이번 산행은 한라산행이다. 도움쇠는 비행기를 타는 것을 지극히 싫어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불가사의하게 생각하기도 하나 나도 모를 일이다.

높은 산의 아슬아슬한 절벽도 무서움 없이 타는 사람이 비행기를 못 탄다니 .....

비행기를 타기 싫어 해외 골프를 한 번도 간 적이 없을 정도이고 지금은 골프를 접었지만

스무공회 골프모임 때, 최용훈 동기가 운영하는 무안골프장에 갈 때도

나는 혼자서 승용차로 가거나 고속버스로 다녔다.

평생에 비행기를 5번 정도 탔는데 처음은 제주 신혼여행 때인데 나는 그때 내가 고소 및

폐쇄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나님의 회고에 의하면 비행기 안에 있는 한 시간

내내 손과 얼굴이 땀으로 번득거려 무슨 병이 있는 줄 알았다나 어쨌다나...

나는 오금이 저리고...ㅎㅎㅎ

두번째는 네 가족 16명이 휴가차 제주도에 갔는데 목숨 걸고 탔다.ㅎㅎㅎ

물론 독주를 잔뜩 마신 후이지만.

나머지 중국행은 나 혼자 배타고 가려했으나 친구의 공장건축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가니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일본행. 1996년. 온천을 지을 때 일본의 온천시설을 견학하려고 설계팀과 함께 탔는데 죽는 줄

알았다. 후꾸오카의 한적한 횟집에서 4명이 진로 소주를 앞에 두고 회를 먹었는데 횟값이

52만원이 나와 일본의 횟값이 천문학적인 것을 통감했다.

온천을 매각하려고 미국의 텍사스주 달라스에 갈 때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또

목숨 걸고 탔다.

내가 한라산행에 불참하면 비행기를 타기 싫어 못 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가족끼리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안산에 가서 경량비행기 운전 면허를 취득하기로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단다. 큰딸의 강력한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에는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솟아 있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졌으며 화산암인 현무암과 조면암 등으로

덮여 있고 암석의 양상도 곳에 따라 다르다. 정상에는 화산의 분화구에 생긴 백록담이

있으며 사라오름, 어슬렁오름 등 수백개의 기생화산이 있고 정상에서 서쪽으로 약 3km

지점에는 유명한 영실기암이 있다. 계곡은 탐라를 위시하여 사방으로 있으나 물은

복류(伏流)되고 건천(乾川)을 이루어 특이하고 광활한 초원지대와 과수단지,

1700여 종의 식물들로 이룩된 원시의 삼림지대는 계절 따라 변하는 아름다움이 있고

성산일출, 사봉낙조 등 섬 전체가 하나의 공원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 동쪽 코스로 경사가 완만하다.

2003년 3월부터 정상 등반이 연중 가능하다.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해 정상등산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등산길이다.

등산로에는 서어나무 등 활엽수가 우거져서 삼림욕하면서 걷기는 좋으나 주변 경관을

감상 할 수 없다. 등산로는 주로 돌길로 되어 있어서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한다.

5.6km 지점에 사라악 약수터가 있으나 물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속밭까지는 등산로가

평탄한 편이고, 사라악부터 진달래밭까지는 경사가 있다.

해발 1800고지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구상나무군락지대를 1시간쯤 걸어가면

동능 급경사가 나온다. 급경사의 계단 길을 20여분 올라가면 한라산 동능 정상이다.

남한의 산을 거의 올라보았지만 한라산은 네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오르지

못 하였다. 악천후와 동반자의 부상 때문이었다. 바람이 많고 기후변화가 심하므로 우의와

윈드스토퍼와 같은 윈드재킷을 꼭 준비하고 열량이 높은 비상용 식량인 초코릿은 개인적으로

꼭 준비해야 한다. 내의와 스타킹도 여분을 꼭 준비하자. 내가 불참하더라도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설악산 마등령산행 때와 같이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 2년 전의 대청봉산행 때처럼

선두와 후미가 2시간 반 이상이 되면 절대 안 된다. 9시간의 긴 산행이고 비행기 탑승시간

안에 도착해야 하므로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 입산주는 절대 삼가고 천천히 쉬지 말고

신원우 이사의 속도에 맞춰 가라.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백록담에서 정상주를 맛나게 마셔라.

나 원장은 특히 짐의 무게를 줄여라. 진달래밭 휴게소에 물이 있으나 무겁지 않을 정도의

물은 준비해야 한다. 남에게 물까지 의존해서는 안 된다. 위윤환 산우는 불참한다니 나와

이경식 산우가 못 가면 산행속도가 적당한 신 이사가 앞서고 뒤처지는 산우가 있을 수 있으니

기 회장님이 뒤를 책임져주기 바란다.

 

한라산행의 동반시이다. 신 이사로부터 받은 '시인마을'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집을 다섯 권씩 두 번 받으니 열 권이 됐다. 서가에 꽂을 것도 없이 책상

위에 두고 보거나 지하철을 탈 때 한 권쯤 주머니에 넣고 가면서 자주 본다.

흐뭇하고 즐겁다. 갑자기 몸과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내가 시인의 소질은 없으나 좋은 시집을 가진다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신 이사에게 고맙다. 산행 때마다 프롤로그

시와 동반시를 골라야 하는 수고로움이 단번에 해결되었는데 적어도 1년은

걱정이 없겠다. 이번에도 그 시집에서 골랐다.

시인은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고해하듯이 이 세상의 제단에 시를

바쳐왔습니다”며“비록 그 꽃이 탐스럽거나 아름답지 못해도 내가 살면서

느끼고 꿈꾸고 생각한 것을 내가 배운, 시라는 그릇에 담았습니다”고 말했다.

시인은 사랑을 천국이라 생각했고 사랑을 꿈꾸는 그대를 천국이라 생각하고

쓴 시이다. 물리적으로나 현상학적으로 천국은 절대로 없다. 지옥도 없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사랑하고 꿈꾸는 마음 속에 천국이 있고 사랑하는

당신이 천국이다. 우리가 한라의 정상 백록담에서 이 시를 읊으면

사랑이 흐르는 거기가 천국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올랐을 때 그곳에는

세찬 바람과 비, 아니면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짙은 안개가 피어

있을지 모른다.

안개 속 한모퉁이에서라도 이 시를 한라에 바쳐보자.

한라의 신령이 내려오는 길을 쉽게 내줄지 누가 아는가.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 김 형 영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당신은 말을 잃고 내게 오는가.

사랑이라는 말

죽음이라는 말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당신은 내가 부를 이름도 없이 내게 오는가.

 

보이지 않는 당신

보이지 않는 육체

그럼에도 당신은 살아 있다.

어둠 속 깊이깊이

내 마음 속 깊이깊이

내가 당신을 꿈꾸는 것처럼

당신은 나를 꿈꾸고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를 가지리.

사랑의 힘으로

죽음의 힘으로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시간의 힘으로

 

천국이 있다면

우리가 그 천국을 가지리.

 

2007년 6월 13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