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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가야산과 해인사(詩山會 제59회 산행)

가야산과 해인사(詩山會 제59회 산행)

가야산에 오르고 해인사에 들러 봅시다.

詩山會 제59회 산행입니다.

산 : 가야산(1,430 미터. 합천, 성주)

코스 : 백운동 매표소(해발 540m)-서성대-칠불봉-상왕봉(정상)-석문-홍류동계곡

-해인사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30분 내려옴 2시간. 해인사 관광 1시간

일시 : 2007년 5월 29일 6시 30분

만나는 장소 : 교대역 8번 출구 교보빌딩 앞

준비물 : 중식, 막걸리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naver.com/yc012175

 

 

내가 왜 몰랐던가,

 

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

 

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

 

내 안에 있어서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니

 

아아 왜 몰랐던가,

 

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수 있는 것.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정하(꽃잎의 사랑)전문

 

 

봄이 가고 있습니다.

연분홍 치마를 입은 봄이 가고 있습니다.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벚꽃이 지고

잎이 납니다.

 

이 꽃들은 꽃이 피고 잎이 나지요.

하여, 4월을 잎새달이라 한다지요.

 

철쭉과 라일락도 곧 꽃을 피우겠지요.

그들은 잎이 나고 꽃이 핍니다.

 

아지랑이가 타오르면

꽃 핀 봄날은 곁눈질도 안 준채 무심히 갑니다.

 

집 근처의 배꽃이 피는 봄밤에는 꽃비가 내린답니다.

연분홍 바람이 불면 하얀 꽃비가 내린답니다.

 

꽃이 지기로 바람을 탓하겠나이까!

나무의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봄비를 탓하리까!

 

봄이, 가을이 빨리 가버리는 이유를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연분홍 바람이 불어도 같이 꽃비를 맞아줄 고운 님이

옆에 없기에 봄날은 빨리도 갑니다.

 

초록이 지쳐 빠알간 단풍이 들어도

같이 봐줄 님이 없기에 가을은 그리도 빨리 갑니다.

 

고운 님!

꽃비 맞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노래와 시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족하게 해줍니다.

 

 

잎새달. 4월15일. 새벽에 깨어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다가 6시에 취침.

깨어보니 8시30분. 늦잠을 잤다. 10시에 구파발역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하니 마나님에게 아양을 떨며 차로 바래다줄 것을 부탁했는데

순순히 들어준다. 지난 밤 장어구이 외식을 한 탓일 것이다. 9시15분에 집을

나서서 구파발역에 도착하니 9시 50분. 한 총장, 임 수석이 반가이 맞아주며

마나님과 인사. 고맙고 반갑다. 정시에 11인의 산우가 모였다. 인천세관에

근무하는 염재홍이 신참으로 합류했다. 집행부인 기 회장이 참치와

소고기김밥을 사오고 즐거운 출발. 연구소 시절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의

수요일에 자연보호 겸 체육대회를 핑계로 반대 방향의 군부대 쪽으로 올라간

기억은 있으나 코스에 관한 기억은 전무하다. 전 날 관리공단에 물어 알아둔

코스로 전진한다. 한참 가다가 오르는데 한 총장이 입산주 타령을 한다.

물 가의 적당한 집에 자리 잡고 두부김치에 서울막걸리로 간단히 입가심.

 

이정표를 따라 오르니 북문이 나오고 북문에서 등산 증명사진 한 컷.

염초봉을 보니 암봉을 오르는 산객들이 암벽에 많이 붙어있다.

도움쇠는 염초봉으로 오르고 싶었으나 내려가자는 쪽으로 결정되어 원효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 원효봉의 정상 그늘진 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밥과 이 총장의 육포 밖에 없으니 참으로 심심하다. 하산 길을

반대로 잡고 내려가니 문수보살을 모신 절이 나타난다. 문수보살은 병을 낫게

해준다는 부처님이 아닌가. 마나님의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원을 품고 경건히

절하고 불전함에 불전도 넣고 내려오니 입산주를 마셨던 그집이 나온다.

뒷풀이를 하면서 주모와 두엣으로 동반시 낭송도 하니 그 또한 운치가 있다.

다음 산행은 가야산으로 정했는데 점심은 각자 싸오는 것으로 하되 양은

줄여서 싸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헤어졌다. 코스가 짧아 심심한 하루였다.

 

참석 : 기세환, 이경식, 이원무, 한양기, 전작, 이재웅, 남기인, 이창우, 염재홍,

임용복, 김정남(11인)

 

 

짜릿한 밤? 나라님도 대신 해결 못해

 

자신은 물론 남들은 어떤지 은연중 비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섹스다.

 

그래서 때론 남을 의식한 과장과 위세도 나오고, 엉뚱한 방향으로 집착해

관음증이나 포르노 중독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섹스는 어떤가?

 

체구가 크고 풍만한 서구인에 비해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마른 장작이

잘 탄다며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얼마 전 제약회사 화이자가 27개국을 조사한 결과 섹스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우리나라 남성 91%,여성 85%로 나타났다는데,

그 중 남성 9%,여성 7%만이 성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인생에서 성생활이 중요하긴 매우 중요하지만 만족은 못하면서 그냥 산다?

 

이 쇼킹한 이야기는 한두 번이 아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여러 번이면 질리는데 좋은 일도 아니면서 못들은

척하려는데 왜 외국회사들이 친절을 베풀며 비교해 주는지 모를 일이나

안 들은 것만 못하고 신경이 쓰여지는 건 사실이다.

 

부부간의 성관계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남성들은 성관계 횟수가 적고,

아내가 테크닉이 없고 성관계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며, 여성들은 남편이

성관계 전후의 분위기에 무심하고, 자신의 성 욕구만 채우려고 하며,

남편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배우자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르면서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어 다들 천당 가기는 틀린 것 같다.

 

남편이 성관계 횟수가 적다고 하는 불만은 아내들이 제때 제때 응해주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고, 테크닉이 없다는 건 남의 손을 탄 적이 없는

'아다라시'라고 결혼 초에는 음흉하게 웃으며 좋아했을 것이며,

성관계에 관심이 없게 만든 건 신나고 재미있지 않으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닐까?

 

뒤집어보면 아내가 밑에서 요분질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과거를

의심하거나 어쩌다 옹녀 같은 여자를 만나 내 인생 뼈도 못 추리고 종칠

것이라고 탄식했을 것이면서….

 

아내는 남편이 성관계 전후 분위기에 무심한 것은 당연히 욕할 만하지만,

남편은 30초면 준비완료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인데 아무리 물고 빨아도

끄떡도 안 하는 아내를 이삼십 분씩 봉사를 해 달라니 참으로 환장할

노릇 아닌가?

 

남편은 자신의 성욕구만 채우려는 게 아니라 버텨보려고 갖은 애를 써

보지만 자꾸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걸 어쩌나….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할 때마다 멋있게 아내를 죽여주고 싶은 게 모든 '싸나이의 꿈'(?)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게다가 한 수 더 떠 남편이 싫증이 났단다.

 

싫증이 날 때도 되었지만 두 눈을 달고 다닌 이상 피차가 마찬가지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남편이 자기 맘 내키는 대로 하고 왕처럼 군림하려고 하니

뭐가 재미가 있겠어?

 

그저 댓바람에 올라가서 두어 번 찌꺽찌꺽대다가 슬그머니 내려오니

그걸 하고 싶겠냐구?

 

후딱 하면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일 다시 하자고 하니….

 

다시 하면 뭐가 더 좋아지는데?

 

나도 땀 범벅되면서 아랫도리 흥건하게 척척해보고 싶다구."

 

"새거는 아니라도,꽉꽉 물어주지는 못해도 좋아.

 

그러나 남들 다 해 주는 오럴은 왜 안 해주면서 날 변태취급을 하냐구?

 

그러니 집구석에서 하고 싶겠어?

 

나가면 유혹하는 여자들이 쫙 깔렸는데…."

 

선진 복지국가들도 나라에서 부부 성생활관리를 해준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세종대왕도 이순신 장군도 우리네 밤일을 짜릿하고 황홀하게 해 주실 수는 없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본능적으로 섹스를 하고 진저리치는 절정을 만끽하고 싶은 거 빼고는 다 다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다름은 암컷과 수컷의 생물학적 특성을 공부해서 딱딱 맞춰가면서

내 아내가 왜 울고 있는지, 내 남편이 왜 비참해하는지 알면 16명 로또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남자?'되어야 한다', 시각,30초, 2분,17세… 여자?'하면 된다',

촉각과 청각,3~30분,12분,35세…이게 뭐야 뭐야?

 

-성경원(즐거운 성)

 

다음 산행지는 북한산행 때 정한대로 가야산이다. 가야산은 경상남북도의 도계를

이루면서 합천과 상주의 경계선상에 높이 솟아 있는 수려한 명산이라 1972년에

아홉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야산의 주능선은 칠불봉(七佛峰)에서

T자를 이루고 동.서.남의 세 방향으로 크게 뻗어 나가는데 정상인 상왕봉

남동쪽 일대는 날카로운 암봉이 늘어서 석화(石火)에 비유되기도 하고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어우러져 절경이며 가야산에서 백미(白眉)를 이루는

지역이다. 빼어난 경관을 보고 선인들은 산형을 천하 으뜸이라(山形絶於天下)

극찬한 것 같다. 남쪽의 산록에 있는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법보(法寶) 사찰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결가부좌 한 채로 입적한 사명대사, 성철 종정의 구도처로도 유명한 곳이다.

참고로 승보(僧寶) 사찰은 순천 송광사, 불보(佛寶) 사찰은 양산 통보사이다.

이 절들을 삼보(三寶)사찰이라 한다.

도움쇠는 2003년 10월 21일 133회 산행 때 오른 적이 있다. 멀어서 자주 갈

기회가 없으니 이번에 제백사하고 올라보자. 들머리인 백운 매표소의

해발고도가 540m이니 900m정도 오르면 된다. 오르는 길도 완만하다.

탁 트인 정상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동반시를 읊어보자. 천하절경이라

자신있게 권한다.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멀기에 자주 기회가 오지

않으며 일찍 출발해야 한다. 오후 5시가 넘으면 팔만대장경판을 볼 수 없으니

출발시간에 늦지 않도록 유념하자.

 

신원우 산우가 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발행한 '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라는 시집 중에서 구한 시이다. 시의 형식에 대해 구분하자면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로 구별하나 산문시도 일종의 자유시이다.

다만 연과 행의 구분이 모호할 뿐이다. 가야산의 정상은 여느 산과 약간은

다르다. 정상 같은 연봉이 세 개이며 그 사이에는 넉넉한 공간이 많다.

탁 트인 가야의 정상에서 술 한잔에 즐거운 편지를 받은 연인의 마음으로

시 한 수를 읊어보자. 방랑시인 김삿갓의 흥취를 가지고.....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

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

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

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

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2007년 4월 24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