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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도의 명산 월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 94회 산행)

남도의 명산 월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 94회 산행)

월출산 천황봉

산 : 월출산( 809 미터)

코스 : 천황사-구름다리-정상(천황봉)-바람재-향로봉-미왕재-도갑사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08년 10월 5일(일)

모이는 곳 : 강북 : 노원역 6번 출구 삼성생명 앞. 6시30분

강남 : 잠실역 4번 출구 롯데월드 입구 7시 5분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점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뒤풀이 예정)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마음이 만약 쓸쓸함을 구한다면
기차 타고 정동진에 가 보라
젊어 한때 너도 시인이었지
출렁이는 바다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그 위를 떠가는 흰구름
그리고 바닷가 모래 위 작은 벤치에는
너보다 먼저 온 외로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정희성 '바닷가 벤치'

더위가 꺾일 즈음,피서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느날 오후가 적당하겠다. 기차에 흔들리는 동안 뒤틀린 생각의 매듭을 풀어 멀리 던져놓고 가라.정동진.출렁이는 바다와 소나무,흰 구름,그리고 작은 벤치가 있는 곳.그림 같은 풍경속 깊은 외로움이 고여 있는 그 곳에서 스스로와 만나는 시간.그 매력적인 쓸쓸함으로 세상의 질긴 인연들은 하얗게 빛 바래고 덧없는 욕심은 맑게 씻겨갈 것이다. 운 좋으면 어렴풋하게 흔들리던 삶의 모습까지 얼핏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저도 아니면 휘적 휘적 오고 있는 가을을 잠깐 느끼고 와도 좋다.

-시평(이정환 . 언론인)

 

이 좋은 가을에 사랑했던 여자 하나 없었다면 얼마나 더 쓸쓸할까!

사랑에 가슴저림이 가장 강했을 이재웅 산우가 하산 후의 뒤풀이 시간에 읊어주라. 시를 적어 산우들에게 나눠주고 그대는 보지 말고 읽어라. 시평을 곁들이면서. 앞으로 김 총장이 프롤로그 시까지 복사해주면 더 고맙겠다.

-도봉생각

 

 

시산회 제 93회 “도봉산” 산행기(2008.09.21/이승렬)

(참석자) : 15명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승렬,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전작, 정해황, 한양기)

 

시산회 제 86회 산행(북한산, 2008. 6. 1)에 처음 참석하여 시산회 산우들에게 첫 인사를 한 후, 약 110여일이 지난 오늘 두 번째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참석하는 산행이라 김 총장에게 전화를 드리고 마나님에게도 흔쾌한 허락을 득한 후 안주와 간식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등산화를 신고 문을 나서는데 둘째 아들놈이 요구르트를 한 줄 가져오면서 등산하면서 드시라고 손을 내 민다. 아니 적어도 열 명은 올 텐데 한 줄 가지고는 어림없다고 하니 한 줄 더 가지고 온다. 아버지 친구들과 함께 건강을 위하여 챙겨주는 마음이 기특하여 배낭에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도봉산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두리번거리니 수 많은 등산객 인파속에 멀리 7호선쪽 출구 방향에 원무, 용우 등 산우들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김모 산우와는 유럽식 허그까지 하였다. 약속된 10시가 조금 넘어 참석인원을 점검하고, 도봉산 들머리 입구로 이동하였다. 대형 안내표지판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점검한 후 10시 10분에 출발하였다. 오늘 산행에는 모두 15명의 산우들이 동참하였다.

 

오전 11시경, 다른 일행과 먼저 출발한 재웅이와 성도원 입구에서 합류하고, 들머리서부터 출발한지 약 한 시간쯤 경과하여 첫 번째 휴식을 선언하고 배낭을 풀어 준비한 간식을 선 보였다. 해황표 모시쑥떡은 아침을 먹지 않고 온 산우들에겐 좋은 요기가 되었고, 목마른 차에 형채표 유기농 사과는 후식으로서 안성마춤이었다. 나는 아들녀석이 챙겨준 요구르트를 내어 놓았다. 시산회에 겨우 두 번째 참가해 본 나의 느낌은 산행도 산행이지만 먹을거리 준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임을 알게 된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어느 봄 날 친구와 산천을 구경하며, 시를 짓고 술과 음식을 가져와 함께 나누는 모습을 그린 글이 생각나게 했다.

 

11시18분, 첫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였다. 이때부터 내 머리도 다리만큼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첫 휴식이 끝나기 전에 김 총장은 나에게 “오늘 산행기를 쓸 차례이니 어떻느냐”고 내게 묻는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자 형채와 용우는 총장의 말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나 지시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나는 속으로 조금 부담을 느꼈지만, 시산회의 성문법은 아닐지라도 오늘 쓰게 되면 한 동안은 산행이 자유롭겠지? 하는 생각에 김 총장의 지시(?)를 흔쾌히 받아 임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숙제란 누구나 부담이 가기 마련이다.

 

11시25분, 우리는 도봉산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용어천계곡”(용이 하늘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던 계곡?)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사실 이 길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과 주변이 어우러져 경치가 볼만한 곳인데 바쁘게 올라가느라고 주위의 경치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오르는 도중에 재웅 친구는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청년시절에 익숙했던 경험을 최근에 하였다며 그 덕분에 다음날 ‘용마산을 다 오르지도 못하고, 지리산 종주는 어떻게 다녀왔느냐?’ 고 마나님으로부터 한 마디 들었다는 희귀한(?) 경험담을 들려주어 듣는 이의 마음을 잠시 젊은 시절로 되돌려 놓기도 하였다.

 

11시 53분, 두 번째 휴식을 위해 등산로 길가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때가 다 되어 이제는 본격적인 메뉴가 등장하였다. 삼환 친구는 영산포산 삼환표 홍어와 복분자를 내어 놓았다. 한양기 산우는 ‘막걸리를 비우고 나니, 한결 짐이 가벼워 졌다’며 솔직한 속내를 보인다. 그동안 시산회 산행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는 막걸리 보다 재웅이의 고백이 영향을 미쳤는지? 짧은 휴식시간 동안 복분자가 더 인기를 끌었다. 안주로도 오징어와 멸치가 고추장과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는데, 덮개에 남아있는 고추장을 멸치로 처리해 줌으로서 시산회 회원들의 깔끔한 뒷처리 기법이 돋보이기도 하였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약 20여분을 올라 ‘관음암’ 위편 바위에 다달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조망이 좋은 뒷 산(자운봉, 만장봉 등)을 배경으로 오늘 산행을 인증하는 증명사진을 촬영한 뒤 다시 산행을 계속 하였다.

 

12시57분, 도봉산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면서 오른쪽으로 오봉이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내었다. 오봉은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739.5 m) 보다는 약간 낮은 해발 660 m로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으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는 봉우리들이다.

 

13시23분, 도봉 주능선의 길목에서 세 번째 휴식을 취하면서, 신 이사가 지난 추석명절 고향에서 가져온 재료로서 만들었다며 부침개와 송편을 내어 놓은다. 원무는 커다란 사과를 조심스럽게 잘라서 골고루 분배하였다. 곧이어 가지고 온 막걸리가 몇 순배 돌았는데, 신 이사는 ‘월매막걸리’가 최고라고 평하자 용우 친구는 ‘다음 번 산행 때에 구수한 맛이 난다는 누룽지막걸리를 특별히 준비해 오겠다’고 먼저 예약을 한다. 윤환이는 메모지에 메모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서는 ‘산행기 쓰느냐?’고 핵심을 찔러대자, 그냥 메모 중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서 오늘의 동반시인 정호승 시인의 ‘별들은 따뜻하다’를 산행기 쓰는 사람이 낭송 한다는 관례에 따라 이해가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낭송하였다.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 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동반시 낭송이 끝나자 본문에 나오는 ‘눈’이 Eye냐?, Snow냐? 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왕 회장이 Eye, Snow 모두 맞고 별을 포함하여 ‘눈’에는 3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하자 논란이 잠잠해 졌다.

13시45분, 다시 산행은 계속되었다. 시산회의 리더인 기 회장님이 집안일로 오늘 산행에는 불참하였지만, 바쁜 가운데에서도 뒷풀이때엔 회원들과 함께 하신다? 하여 방향을 도봉산 주능선에서 우이암 쪽으로 잡고 계속 하산하기로 하였다. 가는 길 좌,우에는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국립공원관리소에서 등산로 난간 공사가 한 창이었다. 몇몇 산우들은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것과 관련하여 찬반 의견을 한참동안 나누었다. 그러나 한번 폐지된 것을 다시 부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들 안심하는 눈치였다.

 

오후 2시05분, 네 번째 휴식때에 평소와는 달리 유난히 조용히 걷고 있던 한양기 산우가 속이 약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같은 긴급 상황에서 누군가가 가스명수를 배낭에서 끄집어 내어 처방하는 철저한 준비성은 시산회가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잠시 후에 다시 출발, 약 5~6분을 내려오자 왼쪽으로 ‘우이암’이 뒷 모습을 나타내었다. 아름다운 조망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증명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삼거리 갈림길에 이르러 김 회장은 뒤에서 계속 직진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신 이사를 비롯하여 몇 산우가 이미 왼쪽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쪽으로 하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 따라가던 일행도 대세를 따라 모두 나무계단쪽으로 하산 하였다.

 

14시50분경, 마지막 휴식시간에 재웅 산우가 준비한 김밥을 내어 놓았다가 ‘15분 후면 뒷풀이를 할텐데’ 라는 누군가의 코멘트에 그만 다시 집어넣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하지만 우이동 그린하우스 입구에 도착한 것은 15분 후가 아니라 약 40분이나 지난 15시30분에야 가능하였으며, 그 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뒤풀이 장소인 수유리 미락식당에 도착하였다.

 

미락’식당은 지난 6월 1일 도봉산 산행 후 뒤풀이를 하였던 곳으로서 김 전회장이 기 회장님께서 뒷풀이때 참석할 것을 고려하여 김 총장과 협의하여 정한 것 같았다. 오늘의 화재는 간재미, 돌게(박하지)장, 전어 등 해군이 주를 이루었고, 이들 맛의 예찬에 한 마디씩 거든다.

 

바다의 우유인 굴과 파가 적당히 섞인 해물파전 안주에다 맥주와 소주로 먼저 한 잔씩하고 돌솥영양밥에다 늦은 점심을 함께 하는 뒷풀이는 여느때 보다 맛이 있었고 즐거웠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김 총장이 일어나 공지사항을 전달하였는데, 다음번 시산회 제 94회 산행은 10월5일, 다른 산악회에 편승하여 ‘월출산’을 산행할 예정이며, 이어서 10월 셋째주 토,일요일엔, 단풍의 최 절정기를 맞이하여 1박 2일 예정으로 설악산 산행과 이어서 11월 산행 계획까지 모두 설명한 뒤, 그동안 거론되었다는 산행기를 동반시, 산행사진과 함께 CD나, US메모리 또는 책자로 만드는 문제가 안건으로 거론 되였다.

 

신 이사는 ‘산행기를 가능한 Value up 해서 제대로 된 책을 만들어 봄이 좋을 것 같다’고하며. 그렇게 하려면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으며, 김 전회장은 일정, 부수, 인쇄한 다음 추가발행 시 비용은 종이 값만 든다고 책자로 만드는데에 동감하였으며, 김(용우) 총장은 CD로 만드는 것 보다 책을 내면 CD는 자동으로 추가되므로 책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토의 후 명확한 결론은 없었지만, 대부분 회원들도 책을 만드는 데에 동의하는 것 같았으며, 산행기 책자는 회원 모두의 글은 다 들어가되 분량은 편집하여 약 300페이지 내,외면 되지 않겠느냐? 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17시15분경, 김 총장의 오늘 산행의 종료 선언으로 일정이 모두 끝난 줄 알았는데, 배낭과 신발을 챙겨서 식당 밖으로 나오자 마지막 순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앞 주차장에서 김 전회장의 제안으로 둘러서서 손을 가운데로 함께모아 구호를 한껏 외쳤다. 구호는 신 이사의 제안으로 “잘했네!”, “잘했네!”, “잘했어!”로 힘껏 외쳤으나 식당 여사장을 제외하곤 관중들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좋은 산우들과 함께한 즐거운 산행, 오늘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며 산행기를 맺는다.

 

2008년 9월 28일 이승렬 씀.

 

뛰어난 문재를 가진 산우가 탄생했다. 멋진 솜씨에 읽고 또 읽었다. 성격만큼이나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한 글이다. 정성이 가득 담긴 그의 글에 감탄했다. 시산회원 모두가 훌륭한 문사의 기질이 있음이 증명되었다. 1년에 한 편을 쓰면 되니 부담 없는 일이다.

 

 

다음 산행지는 고향 남도의 명산 월출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었지만 이번에 주왕산을 가고 11월에 억새가 군락을 이루는 월출산을 오르면 계절적으로는 좋지만 특별한 계획이 있는 김 총장의 일정에 맞췄다. 월출산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다. 그만큼 설명이 필요 없는 산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며 백견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 맞는 산이다.

10월. 하늘연달 -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이다. 10월 첫째 주일에 모두 가보자.

 

설악산 산행 코스에 차질이 생겼다. 오색을 들머리로 대청봉에 오르고 중청을 거쳐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에서 오세암을 지나 백담사로 내려오려 했으나 희운각대피소가 공사 중이어서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해야한다는 신 이사의 전언이 있어, 도움쇠는 생각을 바꿨다. 10월 셋째 주는 설악의 단풍이 절정이나 해발고도 1,708 미터인 대청봉은 이미 단풍이 지고 없으며 산의 중턱이나 낮은 계곡 쪽이 절정이다. 하여 등산객이 많으나 경치는 별로면서 힘든 오색-대청봉 코스보다는 설악동을 들머리로 비선대-귀면암-오련폭포를 지나는 천불동계곡을 거쳐 정원 20명 정도의 양폭대피소에서 오붓하게 1박을 하고 공룡능선을 오르는 코스로 바꾸자는 의견을 신 이사와 김 총장에게 개진했으며 월출산행 때 거론하자고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이틀 동안 대청봉과 공룡능선 등 어려운 코스를 두 번 넘어야 하는 것이 도움쇠의 마음에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청봉만 넘고 공룡능선은 산우들 중 일부가 포기하는 불상사를 예측할 수도 있다.

양폭대피소가 협소하고 난방이 되지 않아 불편하다니 천불동계곡을 거쳐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천불동계곡은 평상시는 설악동에서 3시간 코스이나 단풍의 절정기에는 6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평탄해서 그만큼 체력소모가 적고 경치가 절경이라 피곤할 틈도 느낌도 없을 만큼 황홀한 코스다. 한국의 3대 계곡은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꼽는다. 소와 담, 바위, 폭포, 단풍, 수려한 계곡이 이어지는 곳이니 이번 기회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폭설이 쌓인 겨울에는 더 좋다. 눈내린 겨울에는 양폭까지만 입산이 허용된다. 체력이 좋아 산행을 잘 하는 산우들도 있지만 그 경우 보다는 모두가 무리하지 않는 경치가 좋은 코스가 바람직하다. 산우들의 의견에 따르지만 잘 생각해주기 바란다.

 

 

시론을 계속한다.

 

2. 시의 특성

 

1)시는 1인칭 현재 시제의 문학이다.

시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이다. 감정이란 사물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 의식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2)시는 가장 짧은 형태의 문학 양식이다.

감정은 대상에 대한 순간적이고 직관적 반응이다. 따라서, 그것은 지속성이 없고 또 행동이나 논리적 사고의 경우처럼 구성이 대상이 될 수도 없다.

 

3)시는 언어 의식이 가장 날카로운 문학 양식이다.

시는 표현의 압축을 추구한다. 그래서 시는 높은 암시성을 지닌다.

 

4)시는 음악성을 추구하는 문학이다.

에드가 알란 포우가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라 말한 것이나 발레리가 '시는 무용, 산문은 보행'이라 한 것은 모두 운율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5)시는 상상력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문학이다.

시가 표현하는 감정은 대상을 주관적으로 변용시킨다. '내 마음은 호수'라고 표현할 때, 마음이 호수로 바뀌어진 것은 바로 상상력의 소산이다.

 

위에 든 다섯 가지 특성은 시와 다른 문학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시가 이 다섯 가지 특성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 다음에

 

월출산에 오를 때 가슴에 담고 오르면 좋을 시를 선택해서 저장해 두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간 곳이 없고 제목조차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일부 산우들이 좋아하는 쉬운 사랑의 시를 가져간다. 제목도 좋고 담긴 의미는 더 좋다.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가슴에 담아두면 좋을 시다. 특히 이재웅 산우가 좋아할 시다.

동반시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의미를 찾으면서 같이 가자. 월출의 정상 천황봉에서 남도의 황금빛 넓은 벌판에 일렁이는 금빛 물결을 보며 지나간 옛사랑을 한 번쯤 되새기며 읊어보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 런지 누가 아는가. 이번 차례는 말없는 사나이 이원무가 읊는 순서인가.

 

 

만나고 싶은 이별 / 박종영

봄이 올 때마다 기다림은
아지랑이 속에 노니는
아기 구름의 간질임으로 붕붕 날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
언제나 깊게 박히는 그리움은
회오리바람으로 젖어드는 소나기 비,
그토록 외로운 마음을 적시며 내린다

헤어짐으로 눈물 나는 세상살이
이별 앞에 서러운 입맞춤은
청청한 산도라지 푸른 빛깔로
누추한 가슴을 울리고 떠난다

혼자의 세월을 두 개의 마음으로 살아와
헛헛하게 매김 한 온갖 풍상들은
부연(附椽)의 풍경(風磬)으로 돌아와
댕댕거리며 울어대고,

가부좌 틀고 바라보는 이 산하,
넓은 자리 마다하고 네모 단칸방에 갇혀
세상 밖 엿듣는 귓속바람으로
늦게 시작한 밤비는 그리움에 질질거리고,

어느 날이던 만나고 싶은 이별이
기울어가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2008년 9월 30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