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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여자사람들의 혁명이 끝난 후 / 도봉별곡

여자사람들의 혁명이 끝난 후 / 도봉별곡 

 

 

내가 여자사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이유는

여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시절이 있어

모든 것은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고대 인도는 여자와 노비와 개와 까마귀를 동격으로 간주했다니 얼마나 야만적 남성들입니까

 

달을 보면 30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혁명의 방법은 30가지밖에 안 되는가

30가지면 충분한가

고민과 혁명은 길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바람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마음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밤과 달은 혁명을 부르고 도와준다

 

밤의 혁명이 끝나면 아침이 밝아온다

세상을 바꿀 초인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것을 밤새 모른

니체의 과오는 매우 크다

혁명의 방법은 여자가 만들고

여자의 시대가 온다

딸 회사의 성희롱 사건은 작지만 좋은 빌미가 된다

경상도 여자는 조신한데 전라도 여자는 왜 억세나

전라도는 물 빠진 펄로 나가면 밭에서 버는 수입의 다섯 배는 더 버는데

논에서만 일하는 남자놈들보다 더 버니 구태여 남자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딴 주머니 없는 여자는 없다

내 어머님들과 누님들과 조카들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빌붙어 살지 않는다

나는 누님들의 백기사가 되고 싶어도 해줄 게 없다

 

혁명가 허균의 동생 시인 허난설헌은

조선에서 태어난 것과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과

여자로 태어난 것 세 가지가 한스럽다고 탄식했다

 

보수는 솔선수범, 노블레스 오블리지

진보는 바세트 오블리지, 함께 가면서 바꾸자

우리의 보수는 안 바꾼다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며 바꾼다

진보는 현재 1/3인 국무위원수를 임기 말까지 반으로 구성하겠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수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난 두 딸 같은 애가 세상을 바꿀 거라 믿는다

가장 좋은 혁명의 방법은

여자사람이 세상을 주도할 때까지

결혼을 해주지 않거나 하더라도

애를 낳아주지 않는 것이다

여성의 성기는 퇴화하고 남성의 성기는 작아져서 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남자들이 밖에 나가면 얼마나 비굴하고 째째하고 치사하고 나쁜 짓은 골라서 하는지

여자들은 모른다

그걸 아는 누님은 맞대응을 하면서

호랑이는 배 고파도 풀잎은 먹지 않고

사자는 남이 남긴 고기는 안 먹는다고 웃었다

매형은 겨우

남자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여자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로

대항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후에도 누님은 멋지게 복수했다

 

조강지처를 버린 회사의 대표와 재혼한 소위 천재소녀가 역겨워서

늦게 들어온 실력 없는 남자 본부장의 아첨과 갑질이 지적 순도와 모드가 다르다고

7년차 과장인 딸은 정을 떼고 그곳을 나와서

국가의 녹봉을 받게 됐다

딸의 회사에 성희롱사건이 생겼다

굳이 싫다는 회식에 나가고

2차에 가게 되고

노래방까지 가게 된 유부녀여자는

네 번째로 허리를 안아오는 국장에게 소리치며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허공을 갈랐지만 목소리는 컸다 따라서 일도 커졌다

 

원장은 정권이 바뀐 뒤라 빈자리이고 부원장이 우두머리다 하필 여자다

그 남자 치사했다 처음엔 부인했다 그러나 증언이 쏟아지고 부원장은 솔직하지 못하다고 대노했다

공론화 되면서 시쳇말로 선택지는 두 개만 남았다

조용히 사표를 내고 나가느냐와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해직이나 파면을 당하느냐

그러고도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날이 선 칼을 두 개나 준비하고 있다

 

남자가 머지않아 회사의 결정과 그에 따른 징벌이 끝나는 순간 민 · 형사 고소를 하여 집안까지 창피를 줘서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직원들, 특히 비정규직 여직원들의 전폭적이며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거기서 나온 말, 재미있다. 여자의 성기는 여자의 의지 없이 열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바뀐다고. 단순, 쾌활, 획기적 발상이다.

 

당사자 여자보다 더 흥분한 딸의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을 백 살 이상 살아버린 나는 여자에게 희망을 건다

니체라는 남자가 기다린 초인은 여자였으므로

하나님 얼굴 보기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모든 공직의 반은 여자로 채우는 것이 빠를 것이다

 

솜사탕과자처럼 설탕이 소용돌이가 되어 돌다가 구름 모양의 과자로 변해 모인다

세상은 돌고 돌다가 변해서 혁명으로 뭉친다 모인다

겨우 만년이다, 기록의 시기를 감안해도

모계사회가 정답이다

그러므로 희망을 가져라 싸우고 전쟁하며 능력을 키워라

그러면 결국 당신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옛날부터 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보유하는 여자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생물학자의 예언이기도 하다.

 

사업을 할 때 알게 된 돈장사꾼이 있다

 

돈보다 많이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돈 장사를 한다고 한다. 나는 이영호 게이트를 안다. 돈의 출처는 미국 모처의 한인변호사회. 자신은 한국 에이젠트. 이영호는 영리했지만 설익었고 영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는 맛난 음식과 술과 여자와 골프를 즐겼고 그때마다 승부를 걸었다. 이영호 게이트 터지기 3일 전 나를 강남의 단골 카페로 나를 은밀하게 불렀다.

그리고는 아우야, 세상이 시끄러운 사건이 터질 것이. 범죄 소멸시효가 끝나는 7년 뒤에 보자며 처자가 있는 뉴욕으로 가서는 아직 나를 찾지 않는다. 그의 한국 여자는 서럽게 남겨졌다. 손과 머리는 없고 얼굴만 어깨 위에 올려진 여자는 곧 잊혀진다.

하여 가장 슬픈 여자사람이 된다.

 

예언한다. 세상은 여자가 바꿀 것이다

혁명이 끝나면 능력 없는 슬픈 여자만 남는다

나는 오늘도 그 혁명의 아침을 기다린다

 

*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