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산 깃대봉(詩山會 제109회 산행)
산 : 병풍산 (담양. 822미터)
코스 : 한티고개(들머리) - 636고지 - 만남재 - 깃대봉(정상) - 넙적바위 - 천자봉 - 송정(날머리)
소요시간 : 4시간 30분(오름 1시간 30분, 정상휴식 1시간, 내려옴 2시간)
모임일시 : 2009년 5월 9일(토) 14시, (* 산행일 : 5월 10일 *)
모이는 곳 : 잠실역(2호선) 3번출구 곰두리상옆 석촌호수(서호) 길가
준비물 : 간식, 막걸리와 안주, 과일, 사진기 등 (점심은 하산 후 뒤풀이 겸함)
연락책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성공은 곧 이별의 친척 / 류근조
요즈음의 성공은 경제가치다
성공하면 돈이 생기고
돈 쓸 궁리도 해야 되니까
그 노력은 피곤과도 통하고
이웃과 아내와 결별하는 일도 생긴다
성공은 행복의 길을 종종 벗어나
파탄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으니
성공은 곧 이별의 친척.
부지런히 공을 쌓아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 성공(成功). 학창 시절 가장 많이 듣던 덕담도, 이마에까지 써 붙이고 공부했던 글자도 성공. 오늘도 고궁 돌담길 행인들 앞에서 혼신으로 목각(木刻)되고 있는 성공. 아, 그러나 한 세상 살아본 시인이 본 성공은 그게 아닌가 보군요. 과정 없이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공(功) 없이 성(成)만 이루려는 일확천금의 사회풍조 꾸짖고 있군요.
- 이경철·문학평론가 -
몸이 성치 못한 아버지가 몸져 누운 아들을 찾았다. 아버지는 '너는 독한 아이였으니 그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라"며 아들의 환부에 침을 놓는다. 잠자고 있던 에너지 원천을 깨우려는 그 한마디는 그 어떤 약보다 '약발'이 클 수밖에 없다. 세상은 징글징글 하도록 좋은 곳이라는 아버지의 그 다음 말엔 유머와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 좋은 약은 쓰다지만, 아버지의 말씀에도 둥글둥글한 세상 이치를 두루 담고 있다. 세상의 아들 딸에게 아버지는 그 어떤 약보다 좋은 '명약' 이다. 내가 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도 늘 관심 가지라고 침을 놔주시던, 그래서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졌던 그런 존재. 풍파로 상처난 내 가슴을 껴안아 줄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5월이다.
성공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 세상이다. 한 세상에는 온갖 고초가 있으나 그 고초도 지나면 그리워지는 것이 한 세상이다. 그런 것이 있어 살만한 것 또한 한 세상이다. 꽃이 피고 진다. 피니까 진다. 그런 온갖 변화를 즐거워하자. 우리야 그래도 호남에서는 명문이라고 자처하는 좋은 학교를 나왔고, 같은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좋은 산우들이 있어서, 이 두 가지만 가지고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시산회 제 108회 "도봉산" 산행기 (2009. 04. 25, 흐림 / 박형채)
▣ 산행코스 : 회룡역 - 회룡천 - 회룡곰재 - 송추계곡 - 쪽두리식당(뒤풀이 장소)
▣ 참석자 : 9명 (김용우, 김종화, 박형채,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조문형, 최근호)
꾸무럭거리는 날씨 탓일까? 몇 명 안되는 참석 인원인데도, 20~30분 이상을 늦게 도착한 산우들이 있었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정말 미안하기 그지없다.
이 총장님이 내게 부드러운 눈길을 주며 오늘은 박 선생이 글 짓기 하는 날이란다.
참석 연락을 늦게한 죄와 늦게 도착한 죄가 있어서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전 수리산 산행기를 남기인 산우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여 잘 쓴데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사진도 간간히 넣어 보기도 좋았고, 글 읽는데 도움도 되어 산행기 책을 낼 때 그렇게 출판했으면 어떨까? 하는 걸 생각해 보았다.
내가 늦은 건, 어제저녁에 초등학교 동문회로 새벽 2시에 귀가하느라 늦잠을 자서 지각을 했고, 같은 차에 탄 김 회장도 비슷한 처지였으리라? 그런데 집결지 가까이 사는 임삼환 산우는 왜 30분 이상을 그토록 늦었을까? 모두들 궁금해 하였다.
누구처럼 아침에 마나님 숙제를 하느라? 아니면, 길을 몰라서? 하지만, 다 틀린 억측이었다. 본인 해설에 의하면 거리가 얼마 안되니 마나님께 차로 데려다 달라 부탁했는데, 마나님이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 늦었단다. 금술이 좋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오늘 산행은 회룡골계곡으로 포대능선을 넘어 신선대에 오른 다음 송추계곡쪽이나 망월사쪽으로 하산하기로 당초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날씨도 별로이고 60살이 다 되었으니 무리하지 말고 다리심을 비축해야 한다며 갖가지 학설을 늘어 놓는다.
단촐한 산행 식구들이 회룡역(2번 출구 방향)을 출발하여 앞으로 전진하는데 이번에는 아파트앞까지 탁트인 길이 갑자기 막혀 버렸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께 등산로를 물어 회룡천가를 오르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며 거슬러 올라가니 시멘포장길이 나오고 수령 450년이 된 당산나무 마을 앞길로 들어섰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조문형 산우가 요구르트 아주머니를 보더니 맛있고 건강에 보탬이 되는 비싼 요구르트 윌을 한 개씩 안겨주어 마시는 기쁨을 맛 보았다. 정말 꿀맛이었다. 금방 고생한 기억이 사그러 들었다. 문형이 고마웠네. 마셨으니 또 출발!
따가운 햇빛이 없어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라며 한참을 올라가는데 산우들 모두가 조용하다. 한양기 산우가 없는 탓이다. 양기가 마구 우리에게 양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그걸 먹고 힘든 줄 모르고 쉽게 올라갈 텐데, 오늘은 결석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먹을거라도 입맛을 다셔야제. 이마에 땀이 비칠쯤 편편한 바위를 상을 삼아 막걸리에 조문형표 두릅과 낙지를 안주삼아 시장기를 채웠다.
맛있게 먹고 또 오른다. 오늘은 재미난 이야기꾼 기세환 산우와 듬직한 등반대장 위윤환 산우도 빠졌다. 남기인 산우는 필리핀으로 사업차 날라갔고, 우리 왕회장 김정남 산우는 우리 곁을 떠나 몸을 추스르느라 연락도 뜸하다. 신원우 산우는 설악산 12선녀탕에 선녀 만나러갔나? 결석이고, 산신령 한천옥 산우는 요즈음 도를 닦는 중인지? 자리를 비웠다. 큰바위 얼굴 구자빈 산우는 회비만 입금시키고 참석하질 않으니 매우 궁금하기만 하다. 군기반장인 나 원장은 정남이 친구가 걱정되어 같이 자리를 비우는 건 아닌지? 하지만, 결석한 산우들 모두가 좋은 일들로 산행을 보류했으리라? 등등을 추측하며 다음 산행 때는 꼭 참석하길 기원해 본다.
취재를 위해 앞쪽으로 나섰다가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큰 뉴우스는 없었고, 지난번 수리산 산행후기에서 밝히지 못한 거시기한 숙제 내용이 무어냐? 고 조문형 산우가 질문을 한다. 내식대로 표현 하자면 디딜방아를 며칠만에 찧는게 좋으며, 어떻게 하면 오래토록 찧을 수 있겠는가? 이다. 그게 어디 정답이 있겠는가? 개인차 땜시 뭐라 말하겠는가? 말이시. 다 자기 복이제. 속 궁합이 맞으면 좀 길어 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라제?
어느덧 화룡곰재에 도착하였다. 포대능선은 포기하고 사패산능선을 타고 망월사로 가자는 산우와 그냥 송추계곡으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김 왕회장이 추천한대로 송추계곡행 쪽으로 통과 되었다. 오늘은 매우 짧은 산행이다. 해서 김 회장이 준비한 행복씨표 과메기는 당초에 조금 더 오르다가 먹기로 하였으나 먹지 못하고 하산하게 되었다. 속으로 김 회장은 섭섭했으리라...?
쉬지 않고 내려오니 금방이다. 식당을 고르다 ‘쪽두리식당’을 선택하여 토종닭 백숙을 시키고, 백숙이 나오기전에 그 자리에서 과메기를 맛있게 먹었다. 세상돌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쫄깃한 엄나무 닭백숙을 맛있게 먹고나서 후식으로 죽을 먹으니 그냥 원기가 회복되어 다시 회룡역으로 가자는 농담도 나왔다. 국물도 흠뻑 떠서 후르륵 마시니 몸보신이 절로 되었다.
이 식당 이름이‘쪽두리식당’인데 쪽두리꽃은 보라색으로 한여름에 아침 저녁에 진한 향기를 뿜어주는 꽃이며, 전통혼례식 신부 쪽두리 모양으로 핀다하여 불리워진 꽃이름이다. 식당앞 계곡에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위에 비비취를 쪽두리 모양으로 심어서 분수로 장식을 하여 이 음식점 사장이 붙인 이름이리라 생각된다...?
내가 오늘 읽을 동반시는 김형연 시인의 “따뜻한 봄날”이었다.
아들이 어머니를 등에 업고 꽃구경을 가는 마음과 걱정이 많으신 어머니는 마을을 벗어나 보지 못해 아들이 행여나 돌아오는 길을 못 찾을까? 걱정되어 꽃구경도 안하시고 솔잎을 따서 가는 길에 뿌리는 마음, 아들은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고자 등에 업고 구경을 가는데, 순수한 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가지 걱정을 생각하신 어머니와의 생각의 차이를 엿보게 하는 시 인 듯? 하다.
나도 89세 아버지와 87세 어머니를 우리집 건너 마을에 모시고 있는데, 나의 어머니는 용돈을 추가로 더 드려도, 집에 조금 오래 머물러도 혹 58세 아들이 싸우지나 않았는지? 내 용돈이 없을까 봐서, 운전 부주의, 등등 걱정으로 도배를 하신다.
각설하고 산우들이 식사를 하면서 다음번 산행인 5월 둘 째주 9일(토)~10일(일), 담양 병풍산 산행을 의논하였고, 참석자를 파악하여 최승식 친구의 성의를 생각하여이번에는 강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백두산 산행은 부부동행으로 8월 초순경, 사전에 참석자를 파악한 후 추후 일정 등을 협의키로 하고 뒤풀이를 끝냈다.
평소 직설법을 잘 쓰는 내 표현에 마음이 거슬린 산우들이여 용서하소서. 다음번 산행에서 만날 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되길 기원하며... 굿바이!
2009년 4월 28일 박 형 채 씀.
이상의 시산회 제 108회 도봉산 산행후기는 박 산우님께서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8일(화) 작성하여 제게 보내 주신걸, 출장 등 바쁜 일정 등으로 인하여 오늘에사 확인하고 편집하여 공람해 드립니다.
지난 4월 28일(화)부터 5월 1일(금)까지 3박4일간의 울릉도를 다녀 왔었죠. 묵호(동해)에서 막 배(‘씨플라워호’)를 타고 있는데, 기세환 전회장님의 어머님 별세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시산회를 맡고있는 회장으로서 꼭 문상을 가 봐야 하는데, 어렵게 잡힌 출장 일정이라 기 전임회장님께는 양해를 구하고 전화(문자)로만 삼가 조의를 표하였습니다...
울릉도 출장을 간 김에 잠시 시간을 내어 성인봉(높이 986 m)의 산행과 전망이 좋은 몇몇 트래킹코스는 일부를 다녀 왔습니다. 지난 1977년도에 가 보고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32년만에 울릉도 땅을 밟고 보니 너무나 많은 변화에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3박4일 일정의 머무는 동안, 날씨가 따라주워 울릉도에 이름난 곳(독도 포함)을 잘 구경하고 왔습니다. 혹시 울릉도에 갈 기회가 있으시면 사전에 저에게 연락을 주시면 성의껏 안내해 드리겠아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산행은 담양에 계신 최승식 친구의 배려로 담양의 명산인 병풍산(822m)을 간다. 병풍산은 일명 "용구산" 이라고도 하며, 금학봉, 천정봉, 깃대봉, 신선봉, 투구봉 등이 있다. 산세가 병풍을 둘러 놓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병풍산"으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병풍산 상봉 바로 아래에는 바위밑에 굴이 있고, 그 안에 신기하게도 두평 남짓한 깊은샘이 있어 이샘을 "용구샘"이라 하는데, 지금도 이 곳에서 솟아오르는 깨끗한 생수가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산 정상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며, 이를 "강동 8경"이라 한다. 지난 4월말에 일정을 잡았으나 산우들의 공,사간에 바쁜 일정으로 이번 제 109회 산행으로 연기하였다.
어렵게 잡은 기회, 우리 고장에 명산들이 많지만, 우리 시산회에서는 지리산, 월출산에 이어 3번째로 고향을 찾는 셈이다. 물론, 1박2일의 일정이 대부분의 산우들에겐 부담이 따를 것이다. 마나님의 승낙, 꽃 피는 좋은 시절이라 주말에 결혼식 등 개인사정으로 많은 산우들이 동참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최승식 친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정남 왕회장님의 불참이 무엇보다도 아쉽다. 또한 기세환 전임회장님, 신원우 서울지역 동창회장님을 비롯한 주말에 일이 겹쳐 참석하지 못한 나창수 원장, 위윤환 산악대장님 등등의 산우들... 참석한 산우들이 대신하여 즐거운 시간을 갖고 와 소식 전하겠나이다.
오늘에사 김정남 왕회장님과 멧세지와 메일을 주고받아 프롤로그시와 동반시를 전해 받았다. 무릎과 어깨의 흉터가 아직 보기 싫게 남아 있지만, 어깨는 다 나았고 무릎은 조금 기다려야 한단다. 5월 넷째주 산행(110회, 5월 24일로 변경)엔 갈 수 있겠다고 하니 하루속히 몸 상태가 회복되기를 기원해 보자.
제 110회 산행장소로 설악산(십이선녀탕)과 함백산, 지리산 바래봉을 추천 받았다. 그렇게나 글 쓰기를 좋아하는 그가 마음이 편치 않은지? 아님, 마나님께서 건강에 해롭다고 하시는지?는 몰라도 두 번씩이나 동반시와 프롤로그시까지 나에게 일임하더니 이번엔 미안해서 인지? 아니면, 철두철미한 성격때문인지? 동반시(프롤로그시 포함)를 전해 왔었다. 다만, 블로그 정리를 해 달라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나도 자네의 짐을 약간 덜어주려고 하네. 잘 다녀오소! 승식 친구에게 안부나 전해 달라”라는 뒷 말을 남겼다...
찔 레 / 이근배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춤으로 주마
내 어찌 잊었겠느냐
가시덤불에 펼쳐진 알몸
사금파리에 찔리며 너를 꺾던
새순 돋는 가시 껍질 째 씹던
나의 달디단 전율을
스무 해전쯤의 헛구역질을
산딸기, 싱아, 까마중, 찔레... 어린 날 집 근처 산길에서 많이 따먹던 식물들이다. 산딸기는 복분자라 불리며 요즘은 재배도 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복분자보다 산딸기가 예쁘다. 복분자의 한자 어원 때문에 술도 복분자주라 흔히 부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산딸기술이 좋다. 까마중도 싱아도 참 맛있었다. 달콤한 군입거리에 길든 요즘 아이들의 입맛으로는 까마중 열매나 싱아 같은 풀이 맛있을 리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잊힌 풀이름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새롭게 기억되는 데 문학은 퍽 쓸모 있는 징검다리인 것 같다.
찔레는 시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나무다. 그 이름 '찔레'만으로도 영감을 주지만 그 존재 자체가 어딘지 시와 사랑의 비유처럼 연결되는 특별한 식물 중 하나다. 이근배(68) 시인의 '찔레'도 사랑을 노래한다. 아릿하게 아픈 첫사랑의 느낌. 시는 '찔레'라는 이름의 어감과 찔레순의 씁쓰레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맛, 찔레꽃의 청신한 향기까지 절묘한 그 어떤 사랑의 그림자를 찔레덤불에 겹쳐놓는다. 청춘, 이루지 못한 사랑, 뭐 이런 것들이 그 이름 위로 지나간다. 시는 연하게 돋아난 가시껍질을 벗겨내고 먹어야 하는 찔레순의 아릿한 저항의 느낌과 떫은 듯 입 안 가득 번지는 향기 속에서 머뭇거린다. 시인은 "어찌 잊었겠느냐"며 '달디단 전율'을 떠올리지만, 찔레순의 달콤함은 어딘지 까칠하고 성마른 달콤함이다. < 일러스트 이상진씨의 시평 >
시인은, '찔려야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거기엔 스스로 알몸인 채 자신의 가시를 기르며 펼쳐진 찔레덤불이 있고, 너를 꺾으며 내가 꺾인 순간들의 찔레순 향기가 번져오기도 한다. 가끔은 '새순 돋는 가시 껍질째 씹던' 청춘의 캄캄함과 헛구역질이 있고,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이라는 고백을 '찔레'를 빌려서야 말하는 시인의 회한이 있다. 불혹이 되도록 사랑에 눈을 못 뜨면 인생에 이루어야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이라고 시인이 노래할 때 찔레 덤불 가시가 통째 아프다.
이근배 시인의 또 다른 노래가 '찔레'에 겹쳐진다. '세상의 바람이 모두 몰려와/ 내 몸에 여덟 구멍 숭숭 뚫어 놓고/ 사랑소리를 내다가/ 슬픔소리를 내다가/(…)/ 잃어버린 여자의 머리카락이다가/ 달빛이다가/ 풀잎이다가/ 살아서는 만나지 못하는/ 눈먼 돌이다가/ 한 밤 새우고 나면/ 하늘 툭 터지는/ 그런 울음을 우는'(〈자진한 잎〉 부분) 시인이 찔레덤불에 겹쳐 우는 가을이다. 가을날 봄 꽃을 추억하는 아픈 날도 가끔은 있어라... < 김선우 씨의 시평 >
이근배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하고 1961년 서울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 후 196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과 1976년 월간 「한국문학」 주간, 1982년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1984년 장편 서사시 『한강』 발표하였으며, 현재는 지용회 회장,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연재하고 잇다. 주요작품으로는 「독도통신」,「부작란」,「한강」,「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시가 있는 국토기행」 등이 있다.
- 시를 좋아하고 산을 사랑하는 산 사람들의 모임 “시산회” - 김 종 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