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20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심원동-국사봉-이수봉-망경대-옛골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반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09년 10월 25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분당선 야탑역 3번 출구 앞 광장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겸 점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서른 살이 되는 그날 아침은 분주하리라
거울 앞에서 새로이 몸단장을 하리라
서른 다발의 꽃과 좋아하는 음악으로
서른번째 생일을 자축하리라
그 첫날 아침에
스무살 이후 금지되었던 내 모든 장난들을 풀어놓으리라
무기한 감금되었던 내 모든 죄수들을 방면하리라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낡아서 마음껏 잡음을 내는 라디오처럼 살리라
낡고 낡아서 더 이상 낡을 수 없어서
이윽고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한데에 버려지는 물건처럼
비로소 나의 삶을 살아가리라
-이선영 '서른 살을 기다리며' 전문
서른 살은 꺾이는 나이일까. 비상하는 나이일까. 공자는 2500년 전 기초를 세우는 나이(而立)라고 했지만, 젊음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는 의미 또한 적지 않다. 마음껏 잡음을 내는 라디오처럼 살리라고 호기를 부려보지만 두루마리 포장지 같은 가족 울타리에서 벗어난다는 건 두려운 도전이다. 낡아서 버려짐으로써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된다는 역설은 서른 살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시평(남궁 덕. 언론인)
우리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오십 살이 되었을 때 꺾어진 백 살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이순(耳順)의 육십 살이 가까워오는데 내 눈과 귀는 아직도 거슬리는 것이 많다. 얼마나 많은 벼락과 번개가 치고 추운 눈보라를 맞아야 눈도 귀도 순해질까? 부처님은 일찍이 인생을 “고해(苦海)”니 “고통과 번뇌의 덩어리”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고통을 두려워한다. 내 삶에 번뇌가 닥칠까봐, 내 가슴에 아픔이 박힐까봐 겁을 낸다. 그러나 겁을 낼 일이 아니다. 그 덩어리는 ‘삶의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번뇌의 덩어리는 엉킨 실뭉치와 같아서 그걸 한 올씩 한 올씩 풀면서 우리는 이치를 터득해 나간다. 나와 상대,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이치 말이다. 그 과정에서 지혜가 성장한다. 그런 지혜의 힘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 보라. 더 많은 번뇌를 풀었던 사람이 더 지혜롭다. 더 큰 고통을 이겼던 사람이 더 강하다. 더 깊은 아픔을 지나왔던 사람의 시선이 더 깊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던 중국의 육조 혜능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번뇌가 곧 보리(菩提·깨달음의 지혜)다.” 게송도 남겼다. “번뇌의 집 가운데 모름지기 항상 지혜의 해가 뜬다.”
엉킨 실뭉치(번뇌)가 없다면 지혜를 뽑아낼 기회도 없는 거다. 그러니 겁 내지 마라. “번뇌여! 오지 마라” “고통이여! 저리 가라” “아픔이여! 오지 마라”며 후들후들 떨지 마라. 번뇌를 통해 나를 밝히고, 고통을 통해 나를 밝힌다고. 그렇게 밝히고, 밝히고, 밝혀가다가 내 안이 ‘확!’ 밝아지는 거라고. 역사를 맑고 밝게 빛낸 모든 위대한 자들도 그렇게 내 안을 밝혔던 이들이다. 결국 번뇌가 우리를 성장케 하는 거다. 그러니 힘을 내자.
삶과 죽음이 다른 몸이 아니듯이 행복과 불행도 다른 몸이 아니다. 주어진 조그마한 행복을 고마워했더니 더 큰 행복이 저절로 따라 오더라. 더 큰 행복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 했더니 번뇌와 고통이 따르더라. 육십 즈음에 갑자기 찾아온 작은 깨달음이다.
제119회 ‘함백산’ 산행기 (2009. 10.11. 맑음 / 임삼환)
▣ 일시 : 2009. 10. 11(일)
▣ 참석회원 : 10명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박형채, 염재홍,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최광일, 한양기)
▣ 동반시 :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 석남
▣ 뒷풀이 : 횡성축협 한우프라자(새말IC 부근 - 나창수 산우가 일부 제공)
지난 여름내내 산행을 못해 매우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고 해서 오늘은 만사를 재끼고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어제 이재웅 총장이 여행자 보험 가입을 의뢰해와 즉시 처리했다. 매우 든든한 이 총장이다).
아침 일찍 출발하려니 바깥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오늘 옷을 너무 가볍게 입지 않았나? 은근히 걱정하며 잠실역으로 향했다. 3번 출구를 찾아 나서니 관광버스가 즐비하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관광업계가 비상이라고 하지만, 단풍관광에는 영향이 없나 보다. 우리가 탈 노란 드림관광버스가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모두가 정시에 도착해 예정대로 출발, 달리는 중에 이원무 산우가 홍삼엑기스 한 팩씩을 돌려 입맛을 돋우었다. 힘이 불끈 솟아나는 걸 보니 산행에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이 화제에 올라 아침부터 씁쓸한 기분이 든다. 박형채 산우가 선배 지인의 딸 중매이야기를 꺼내자 귀가 솔깃했다. 교사 딸을 둔 나에게도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떠들다보니 8시가 되었고,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도착했다. 모두 아침을 거르고 온 터라 간단하게 떡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이 새롭고 뱃속이 든든하다.
식사를 끝내고 차에 타려는 차에 이 총장이 엄명을 내린다. 산행기를 나에게 쓰라고 한다. 오늘 날 샜구나 생각하고, 간단히 필기구를 준비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우리를 태운 애마는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서제천에서 국도로 들어서서 제천, 영월, 상동을 지나 태백으로 내달린다.
우리 기사님, 네비게이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자꾸 길이 헷갈려서 앞에 앉아있는 김정남 왕회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신다. 11시20분, 드디어 해발 1,330 m 높이의 ‘만항재’에 도착하였다. 남한에서 도로가 나 있는 재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셈이다.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약간 쌀쌀한 느낌이다.
태백산은 몇 차례 올랐으나 함백산은 처음이어서 궁금하기도 하였다. 들머리 입구에서 입산주를 한 잔 하잔다. 김종화 회장님이 준비 한 연어회에다 최광일 산우가 내어 놓은 조껍데기술로 목을 축였다. 잠시 곁에 세워져 있는 산행코스를 점검하면서 숨을 돌리고서 출발이다. 눈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하는데 정말 만만치가 않다. 초장부터 헉헉대게 만든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목에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나만 힘이 들겠는가? 약 20여분을 오르자 아니나 다를까 쉬어가자고 한다. 이 총장님이 가져온 카라멜, 초코랫, 사탕을 나눠 주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총장님의 각별한 준비에 고마움을 느낀다.
잠시 쉬었다가 출발이다. 직업상 평소 하루종일 앉아서만 환자들을 상대하는 나 원장을 앞서게 하였더니 개발에 땀나듯 한 참을 가도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능선의 등산로 곁에 고인돌인 듯 싶은 평편한 바위가 있고 주위에 둥그렇게 돌무더기를 쌓아 둔 곳에서 나 원장은 잠시 땀을 ?으며 쉬고 있었다. 나 원장은 제56회 두위봉 산행 후 돌아오는 길에 ‘새말IC’ 곁에서 뒷풀이 때 시식한 횡성한우의 맛을 못 잊은 듯, 이번에도 돌아가는 길에 그 곳에 들러서 횡성한우(안심)로 뒤풀이를 쏜다고 한다. 그 곳에서 다들 기념사진을 찍고서 다시 출발이다. 앞서 가는 한 산악회의 아줌마부대를 쫓아가니 뒤에서 따라오는 왕 회장님이 너무 빠르다고 아우성이다. 가볍게 올라가는 아줌마부대가 부럽기도 하다. 생긴 것과는 달리 몸이 날렵한 것 같다.
13시 05분, 드디어 함백산 정상(해발 1,572.9 m)에 도착하였다. 마지막코스는 정말 숨이 차고 힘들었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온 세상이 내 발 아래이다. 멀리 북동쪽 산 능선에 풍력발전소인지? 커다랗고 하얀 프로펠러가 돌고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남쪽 아래 능선에는 마라토너 이봉주가 고산지대에서 훈련하였다는 태백선수촌이 있다. 정상 곁에는 철조망으로 막아 놓은 경비초소 안에 커다란 레이더기지가 있었고, 이곳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다. 바로 밑에는 벌거벗은 주목군락이 산재해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을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함백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촬영한 후 뒤편에 편편하게 만들어 놓은 돌무더기에 자리를 잡고 등정주와 간식을 먹었다. 박형채 산우 마나님 김 선생님께서 어제 새벽까지 준비해 주신 찰밥과 맛깔스러운 반찬들, 이원무 산우의 배, 김정남 왕회장님이 준비한 전 여사표 문어가 입맛을 돋구었다. 나는 고향의 형님이 보내 주신 메론을 내어 놓았는데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막걸리와 왕회장님이 준비한 문어가 남아 돈다. 모두들 뒷풀이에 맛있게 자실려고 하는 건지? 아님, 술을 절제를 하는 건지? 막걸리(3병), 조껍데기술(1병)과 맛있는 문어를 다 먹질 못하고 몸을 사리는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먹산회의 전통은 어데로 갔나...? 잠시 후 산행 동반시 낭송이 있었다. 오랜만에 참석한 내가 산행후기를 쓴다고 낭송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번을 읽고, 또 김종화 회장님이 허수경 시인이 평한 시평을 읽어주니 시의 주제와 내용을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 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뿐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장석남 시인의 말 아끼기,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장석남이 얼마나 비밀을 잘 다룰 줄 아는 시인인가’
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때 비밀이란 다시 신형철의 글을 빌려 말하자면 ‘얼굴의 반만을 드러낸 여인처럼 절반만 말해진 비밀’ 이다.
장석남 시의 매력은 말을 아끼면서 말을 널널하게 열어 두는 데 있다. 그는 말을 아끼는데 그의 적은 말들은 마치 우주의 비밀을 열 것처럼 진하고 깊이 울린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젖은 눈으로’ 살다가 간 가을. 그리고 ‘국화꽃 무늬로 언 살얼음’으로 들어서는 겨울.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면서 삶은 얼마나 비밀스러우며 삶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생각하게 된다.
장석남 시인이 조심스럽게 전해주는 비밀은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처럼 애잔하고 소소하다. 그리고 ‘너나 나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들의 생이라고 말한다. 이 매력적인 삶에 대한 단상은 국화꽃 그늘에 숨어있는 아릿한 아름다움 속에 서 있다. 그늘 하고도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의 자리 속에... (허 수경 시인의 시평)
14시05분, 이젠 하산이다. 두문동재 방향으로 내려 갔다. 두문동재까지는 6 km나 되어 걱정이었지만, 당초의 계획대로 출발하였다. 등산로 오른편에 주목군락이 있었고, 그 뒷편에는 스키장이 있었다. 우린 아름다운 주목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는 동안 한양기 산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어 심심치는 않았다. 우리들만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런 흥겨운 얘기꺼리였다.
15시가 조금 지나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두문동재로 가는 길과 적조암쪽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두문동재까지는 약 3 km로서 산 능선을 타고 가야만 하고, 적조암으로 가는 길은 약 2 km로 하향길이다. 의견이 분분하여 설왕설래 하다가 결국은 좀 편한 길인 듯한 적조암 방향으로 결정하였다.
적조암 방향의 등산로 양쪽의 계곡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아직 10월 초순인데 정상 쪽은 낙엽이 지고, 벌거벗은 나무가 앙상하게 서 있었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붉게 물든 단풍들이 보인다. 옛날 어느 은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내장산 단풍이 어떻더냐고 지나가는 스님에게 묻자, 그 스님이 손을 가리키며 ‘불이 탄다’라고 하더란다. 정말 불이 타는 것 같은 붉은 색의 단풍을 구경하며 내려오다 보니 적조암 입구가 보인다. 그런데, 절 입구 쪽에 산문폐쇄를 알리는 ‘출입금지’의 줄이 처져 있었다. 웬일로 산문 봉쇄를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드디어 큰길로 나와 우리의 애마를 찾았으나 보이질 않는다. 길 옆에 앉아 있자니 환경보호위원이라는 박형채 산우의 불만이 대단하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하수구에 잔뜩 버려 보기에도 너무 지저분하였다. 조금 아래에는 태백산 적멸보궁인 정암사가 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낙오자 없이 모두 씩씩하게 도착하여 애마가 오길 기다렸다. 한참 뒤 도착한 애마를 타고 ‘새말IC.’로 가는데 또 네비게이션이 문제인가 보다. 거리표시가 터무니없이 많이 나와 물어서 가는데, 주변 하천이 이상하다. 온통 황토 빛이고, 주변 바위 색깔도 모두 변했다. 누군가가 폐광으로 하천이 오염된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하루 속히 복원되기를 희망해 본다. 차창 밖으로 스키, 골프, 카지노, 호텔, 팬션 단지가 스쳐 지나간다. 이름만 들어 본 ‘사북카지노’도 멀리 보인다.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18시경, 남원주를 통과할 쯤 김정남 산우가 배가 고픈지 김밥을 찾는다. 함백산 정상에서 모두 먹었는지라 있을 턱이 없는데, 마침 나 원장이 가져온 빵이 남아 있다고 한다. 빵 한 봉지가 차 안을 돌아다니는데 금방 동이 났다. 모두 시장하였나 보다. 누군가 횡선한우를 먹으려면 빵은 조금만 먹으라고 소리치며 나 원장과 친한 사람은 빵을 먹고, 친하지 않는 사람은 빵을 먹지 말라고 하여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다.
이윽고 '새말IC.'를 빠져 나와 뒷풀이 장소인 ‘횡성축협 한우프라자’에 도착하였다. 그 넓은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찬 걸로 봐서 대단히 성업 중인가 보다. 오면서 이 총장님이 예약을 했는데도 잠시 기다리란다. 일전에 먹어 본 바에 의하면 횡성한우는 우리나라에서 일등품에 속한다. 전북 장수한우, 전남 함평한우, 경북 안동한우, 충북 제천. 단양한우 등이 좋은 편에 속한다. 배도 고픈데 부드럽고 맛있는 안심이 숯불에 구워지고 소주, 맥주, 소맥주와 함께 신이 났다. 다들 맛있게 자시고 또 된장국에 밥까지 찾는다. 먹산회의 찬란한 명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식사하면서 11월의 산행일정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김 회장님은 11월에는 1, 3, 5주 3회에 걸쳐 산행을 하자는 제안에 그 날에 약속이 있는 듯 나 원장이 불만이다. 최광일 산우도 11월에 꼭 3회를 할 것이 아니라 당초의 계획대로 2, 4주 두 번만 하자는 의견에 대부분의 산우들이 찬성이다. 따라서 11월에도 2주차 일요일, 4주차 토요일로 2회로 결정을 했다. 먹었으니 이제는 갈 길이 걱정이다.
일부 산우들은 혼자 먹기가 미안함 인지? 사골뼈이며 등심, 안심 고기를 사서 애마에 오른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씀씀이가 자상한 착한 산우들임에 틀림이 없다. 19시 35분, 새말을 출발하여 횡성읍을 경유,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춘천까지 간 후 새로 난 경춘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막힐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새로운 고속도로인지 서울(구리)까지 막히지도 않고 시원스럽게 내리달려 정말 빨라서 좋았다.
21시 45분, 출발장소인 잠실역에 도착 하였다. 오늘 모처럼의 원거리 산행, 즐겁게 하였고 뒤풀이도 나 원장님 덕분에 맛깔스럽게 하여 고맙기 그지없다. 벌써부터 다음 번 산행이 기다려진다. 이번에 동참하지 못한 산우들이여! 우리들의 건강을 위하여 꼭 함께하시길 기원하며 산행후기를 맺는다.
<2009년 10월 15일 임 삼환 씀.>
바쁘신대도 불구하고 빠짐없이 상세하게 기록한 산행 후기이다. 체제와 빠진 부분만 첨가하여 그대로 올린다. 금년 가을 산행에는 붉게 물든 단풍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왕 회장님의 제안으로 좋은 산을 가게 되어 천만다행이고 고맙기 그지없다. 56회 두위봉 산행 후 기세환 전임회장님이 베풀었던 횡성한우의 맛을 못 잊어 나 원장님은 그 곳(새말IC 인근 ‘횡성한우플라자’)에 가서 뒤풀이를 하자고 하여 입에 살살 녹은 맛있는 횡성한우(안심)를 먹게 되어 한 달 간은 체력보충을 한 것만 같다. 고마운 나 원장님! 그대는 부디 사업도 번창하시고 복도 많이 받을 걸세.
11월에 1, 3, 5주로 산행 일정을 조정 제안한 이유는 11월은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로서 당초에도 집행부에서 3회로 계획을 잡았었다. 하지만, 산우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리고 앞으로 원거리 산행은 임차료의 부담 때문에 당일 회비를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조정 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번 제120회 산행은 홍천의 팔봉산으로 뒤풀이 때에 결정 하였는데, 이재웅 총장님이 개인적인 일로 인하여 참석이 곤란하고 임차료 등의 부담으로 서울 근교 산행으로 변경하기로 하였사오니 그렇게 아시옵고, 산행장소와 집결지는 조만간에 별도로 통보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11월 1일은 ‘재경광고총동창회산악회’에서 가을 정기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는 날입니다. 그동안 우리 시산회에서는 3년 동안 동참을 하지 못하여 지난 체육행사 시 동창회 산악회장님으로부터 다음번에는 꼭 참석하도록 권유를 한 적도 있고, 금년 6월, 계룡산 산행 시에도 신원우 산우 혼자만이 참석하여 우리 20회가 좋지 않는 인상을 받았기에 이번에는 동참할까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석하여 우리 20회가 좋지 않는 인상을 받았기에 이번에는 동참할까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전에 이 총장과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최광일 산우만이 연락이 왔다고 하는데, 내일 오전까지 참석여부를 이 총장님께 꼭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관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 을왕리에서 김 종화 배.
이번 산행에 즈음하여 김 회장님과 이 총장의 마음 씀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50회를 꺼이꺼이 채우고 기 회장에게 회장직을 강제로 떠맡길 때의 생각이 교차한다. 모인 회비가 말라가니 이 좋은 가을 날에 남설악의 오색약수 옆의 점봉산 주전골을 부부동반하여 단풍을 즐기면서 마지막 폭포까지 오르고 내려와서 해수사우나를 즐기고 동해안에서 복어회를 먹으면 좋을 것이나 사정이 여의치 않는가보다. 남아 있으면 이럴 때 쓸 수 있으면 좋을 일이다. 나 원장의 말대로 일박이일 때 회비를 많이 쓰지 말고 이럴 때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을이니 각자 집안의 행사도 있고 개인적인 모임도 있어서 그럴 것이니 너무 마음을 쓰지 않기 바란다. 참석인원이 너무 적어 토요일 행사를 일요일로 바꿔가면서까지 많은 산우들과 함께 오르려는 집행부의 마음 씀을 잘 안다. 나도 결혼 29주년에다, 6.25 전쟁의 와중에서 하루에 함께 돌아가신 가족 13인의 제삿날의 제주로서의 자격 때문에 토·일요일 모두 어렵다. 어머님의 제사와 함께 영광 양로원에서 치룬다.
양로원에서 돌아가신 모든 분들도 함께 치룬다. 다른 산우들은 미루거나 중요하지 않은 행사는 걸러서라도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
동반시의 시평이다.
느슨한 것이 좋다. 이렇게 슬근슬근 풀어내는 언어가 좋다. 치열한 삶의 시간을 이렇게 녹진하게 풀어내는 언어가 좋다. 이건 경지다. 한 인간이 모진 시간을 살아내고 살아내어, 이렇게 오롯하게 한 순간을 그려내는 것이 좋다. 사랑하자는 말이 좋다. 꺼져가는 불이 좋다. 그 불을 부드러운 발로 밟는 것을 바라보는 순간이 좋다. 부드러운 인정 뒤에 험악한 삶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하면서 다시 사랑을 노래하는 순간이 귀하다.
-시평(허수경. 시인)
오랜만에 좋은 시를 선정했다고 좋아했는데 참석인원이 적어 아쉽다.
모닥불을 밟으며 / 정 호 승
모닥불을 밟으며 마음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떠돌면서 잠시 불을 쬐러온 사람들이
추위와 그리움으로 불을 쬘 때에
모닥불을 밟으며 꿈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모닥불에 내려서 타는 새벽이슬로
언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겠느냐
사랑과 어둠의 불씨 하나 얻기 위해
희망이 가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언제 다시 우리가 재로 흩어지겠느냐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불을 피우면
따뜻해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닌 것을
타오르는 것이 어둠만이 아닌 것을
모닥불을 밟으며 이별하는 자여
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
이별할 때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분다
모닥불을 밟으며 강변에 안개가 흩어진다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은 모두 꿈이 슬프다
2009년 10월 22일 깊어가는 가을 밤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