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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 始山祭(詩山會 제130회 산행)

관악산 始山祭(詩山會 제130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과천정부청사역-관악사지터(시산제)-하산은 추후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10년 3월 7일(일) 9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 8, 8번 출구 옆 광장

 

준비물 : 막걸리와 떡, 김치, 돼지고기는 산악회에서 제공. 점심용으로 간단한 안주나 먹을거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서정주 ‘매화’ 전문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춰섰던 정염을 꿈틀거리게 한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미당의 마력이다. 춘설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를 보고 상사병의 미학을 추려내는 그의 상상력은 정말 알큰하다. 매화보다 봄사랑보다 더 알큰하다. 연분홍 첫사랑의 추억을 후벼판다. 미당 시는 이처럼 치명적이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길어올린 영혼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매화 시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좋은 까닭이다.

-시평(남궁 덕. 언론인))

 

 

제 129 회 청계산 산행기(남기인)

◆ 집결지 및 등산할 산 안내

1) 집결시각 및 집결지

2010년 2월 21일(일) 오전 10시

대공원역(4호선) 2번 출구

 

참석자 :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남기인, 신원우, 최광일, 이경식, 한양기, 이원무, 이재웅

 

아직은 2월인데 벌써 봄기운이 완연한 3월 같은 날씨다.

나름 미리 도착하겠노라고 서둘러 왔건만 역시 부지런한 몇몇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총무는 열심히 참석자와 참석 예정자를 체크하느라 바쁘다. 오늘은 그리 많은 인원이 아닌 10명 정도 될 것으로 통계가 잡힌다. 이제 양기만 오면 출발할 수 있겠다.

며칠 전 청계산을 4번 출구에서 올랐는데 좋더라며 4번 출구로 이동하자는 양기의 의견이 채택되지 못하고 그대로 2번 출구에서 주차장을 지나 바로 대공원을 감도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청계산을 너무 얕잡아 본 것 같다. 아직은 눈이 많이 덮여 있고 산길은 얼어서 군데군데 미끄러운 곳이 많다.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오늘의 기자를 부탁 받았으니 조금은 기록에 남겨야 할 듯하다. 친절하게도 이 총장은 메모용 백지도 넘겨주는데 참 사소한 곳까지 많은 배려를 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산행이 오름 2시간 내림 2시간 정도라고 김정남 왕회장이 정정하는데 아무래도 눈길에 먼 길에 약간 겁도 난다.

아무튼 오랜만의 반가운 얼굴에 담소에 힘든 줄 모르고 한참을 올랐는데 아직도 도면상의 산행은 이제야 시작이란다.

아직 매봉이 남아있지만 여기서 잠간 숨을 돌리고 가잔다. 오랜만의 산행이다 보니 숨이 턱에 찬다. 좀 더 자주 시간을 내도록 해야 할 듯하다. 아무래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수를 치는 것이 나을 듯해서 배낭 속의 한라봉을 분배하는데 뒤질세라 신원우 회장도 잘 익은 곶감을 돌린다.

이제 망경대를 향해 출발해야 한다. ‘눈길이 미끄러우니 돌아가시오’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그냥 무시하고 그 길로 매진하였다. 오히려 위험하지 않고 덜 미끄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글쎄 거짓안내문일까?

한참을 걷다보니 헬기장이 보인다. 평탄하여 많은 등산객들이 미리 점심을 들고 있다. 우리도 가볍게 요기를 하기로 하고 모두 배낭 속을 뒤진다. 역시 왕회장과 김 전회장의 의견이 일치한 것일까? 맛있는 굴과 원무표 복분자주 그리고 막걸리로 배를 채워본다. 수산시장에 가까이 사는 경식 산우도 낙지와 새우를 내놓는데 역시 산에서는 해산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정상에서 정다운 친구들과 나누는 한 잔을 그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는가?

어느 식품영양학 교수가 집에서 남편 정력을 위해 굴요리를, 아이들 성장을 위해서는 뱅어포를(칼슘) 그리고 온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는 추어탕을 권하던데 아마 친구들 굴을 많이 먹었으니 일요일 밤이 즐겁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산행을 계속하면서도 계속 입심을 자랑하는 친구가 누구일지는 익히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역시 오늘도 양기 산우의 강의는 이어진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글쎄 믿어야 할지----

점잖은 김용우 총장님도 최근 영화 ‘하모니’를 감상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감상 해야겠다.

누군가 어떤 모임에서 나에게 열을 천천히 세라고 하며 읊은 10계명이 있어 소개해 본다. 그런대로 한번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도 있다.

 

1. 일일이 따지지 마라.

2.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남을 흉보지 마라.

3.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지내라.

4. 사생결단으로 덤비지 마라.

5. 오! 하는 감탄으로 남의 말을 경청하라.

6. 육체적인 접촉을 자주 해라.

7. 70%에 만족해라.

8. 팔딱 팔딱 뛰고 있는 심장에 감사해라.

9.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마라.

10. 10%는 남과 이웃을 위해 써라.

 

정상이 바로 옆이지만 오늘은 만경대를 그냥 비켜가기로 하였다. 이제 옛골을 향하여 하산이다. 그런데 아이젠 없이는 힘들 지경이다. 다행이 다섯 산우가 준비하여 사이좋게 하나씩 나누어 차고 내려오는데 금세 눈 녹은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그러나 항상 방심은 금물, 김정남 왕회장이 잠간 방심한 사이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몇몇 산우도 가벼운 미끄러짐은 있었으나 큰 사고 없이 산행을 마쳤다.

이제 즐거운 뒤풀이, 오늘은 오리 고기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산행 후 먹는 그것도 늦은 시간에 먹는 점심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진미였다.

 

산행시

마침표 하나 -황 규 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 가지를 뻗어

돌아갈곳 마져 배신(背信)했을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 대는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않고

또 울었을까

 

소멸(消滅)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深淵) 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남기인 올림

 

남 원장이 남긴 10계명을 봐도 2주일에 한 번 산에 오르는 이유는 건강해지려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만나 산행을 하게 되면 3개의 계명을 실행하는 것과 같다. ‘3.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지내라. 8.팔딱 팔딱 뛰고 있는 심장에 감사하라. 10.10%는 남과 이웃을 위해 써라.’ 의 3가지는 실행하고 사는 것이다. 글을 쓰는 즐거움도 있다.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고 치매예방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좋다. 생각을 바꿔야 세상도 변하지 않겠는가. 손가락을 자주 쓰는 사람을 치매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지 않는가.

 

 

3월에는 뫼와 들에 물이 오른다 하여 ‘물오름달’이라 한다.

이번 산행은 관악산에 오른다. 총동문회 산악회가 매년 3월에 주최하는 시산제를 겸한 산행이다. 우리는 매년 첫째 산행 때 치룬데다, 관악산은 가장 자주 가는 산이고 코스가 단조롭다고 하여 회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집행부는 총동문회 산악회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라 중간에서 난처했을 것이다. 지난 2년 전, 소요산행을 동문회에서 주관하여 간 적이 있는데 우리는 십 수 명이 참석했는데 전체 인원이 기십 명에 불과하여 실망한 이후 동문회 산악회와는 담을 쌓자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동창회 회장과 총장이 시산회원이므로 그들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특별히 모두 와서 하루를 빛내주자. 그들이 청계산행 때 불참했으면 아마도 다른 산으로 결정했을 것이다. 이승렬 산우의 자식 결혼식 때도 참석자의 70%이상이 시산회원이었다니 우리의 정이 대단하지 않는가. 산과 시가 우리를 그렇게 끈끈하게 엮지 않았는가 싶다. 나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조사비를 100% 인상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존경할 만한 시산회원들이다. 맑고 화창한 봄날일게다. 오랜만에 선후배들도 만나 옛 생각에 젖으며 막걸리 한잔에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 하며 온산이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를 토해 보자.

 

 

3월의 넷째 주 토요일 산행은 131회로 원거리 산행이다. 우선 선자령과 대둔산이 거론되었으니 각자 생각한 곳이 있으면

거론하여 정하자. 선자령은 눈꽃 산행으로 올겨울 마지막으로 눈을 볼 수 있으며 이번에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1미터는 쌓였을 것이다. 연휴에 회사에서 속초로 멤버쉽을 다녀온 작은딸의 표현에 의하면 길이 밀려 속초에서 집까지 11시간만에 도착했지만 폭설이 내리는 대관령 주변의 설경은 환상적이더란다. 보현사로 내려가면 내가 잘 아는 청정계곡이 나온다. 보현사는 양인수와 내가 공부한 곳이기에 그곳은 내가 조금은 안다. 대둔산은 구름다리로 유명한 산으로 가을의 단풍이 좋다. 케이블카가 있다. 참석해야 결정권이 있으니 모두 참석하여 가고 싶은 곳을 정하자. 원거리 산행의 후보지로 미리 거론하면 주왕산, 청량산, 설악산 흘림골과 주전계곡을 든다. 가능하다면 신원우 산우의 도움을 받아 구곡담계곡을 지나 중청산장에서 설악의 별을 보며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을 읊을 예정도 있다.

 

등산용 스틱(국산 코베아)을 도봉산 앞 가게에 잘 아는 지인이 있어 5.5조를 시중보다 약간 싼 값에 공동구매해서 4.5조는 주인(경식, 용우, 해황, 재웅, 정남)을 찾았는데 아직 1조의 주인을 찾지 못했으니 천마산행 때 부탁한 산우는 신고하소. 스틱이 두 개면 오를 때 30% 힘이 덜 들고 내려올 때 무릎에 대한 부담이 70% 감소한다는 주장이 있음을 기억하자. 폼도 좋으니 꼭 두 개를 준비하자. T자형은 노인들 지팡이 같아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I자형으로 마련하자.

 

 

동반시다. 20년 전,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통속소설이 발표됐고, 뒤를 이어서 영화화 된 후 주제음악으로 발표되어 한 동안 불리어진 적이 있다. 고상하거나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소설이 아닌 통속적인 것에 우리는 열광하기도 한다. 이 시는 영원한 로맨티스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연상시킨다. 한탄할 그 무엇이 아쉬워 우리는 하늘로 떠나는 것일까. 살아봐야 안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다. 여러 번 동반시로 선정한 시인이지만 깊고 그윽한 향이 나는 시인이고 그의 시다.

 

작은딸이 표를 가져다 줘서 어제밤에 ‘용서는 없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동부인하여 감상했다. 영화의 말미에 “아픈 기억은 두고두고 남아 용서하기가 죽기보다 어려웠다”는 말을 남기고 복수를 끝낸 두 주인공은 죽는다. 중간에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움도 없더라”는 대사와 함께 묘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시나리오의 구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한 영화다.

딸들 얘기가 나왔으니 젊은 세대의 얘기를 한 마디 더 하겠다. 두 딸이 애비를 닮아 무척이나 까칠(?)하다는 마나님의 평을 차치하고라도 큰딸은 60세 이상이 되면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곤 한다. 듣는 우리는 반감이 느껴지겠지만, 실현가능성이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겠는가. 이유는 누구나 60세가 넘으면 성격이나 이념이 변하지 않으니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바뀌는 이 세상을 따라갈 수 없다는 논리다. 그 사람의 이념이나 성향은 그가 보는 신문을 보면 안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조중동을 보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한다. 내가 중앙일보를 보니 자기가 구독료를 내줄 테니 차라리 한국경제신문을 보란다. 나는 그들 신문의 사설은 읽지 않는다. 교묘하게 그들만의 논리로 끌고 가는 정치면도 보지 않는다. 문화면만 본다. 그것도 자전거도 얻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구독료 탓이다. 물론 세상사가 좌우나 신구의 조화 및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그 점을 간과할 수 없으나 이렇게 답답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너무 싫단다. 노인의 인구가 많이 늘어 자기들이 점점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포함한 각종 부담금에도 답답해한다. 통일의 방식 및 통일비용에 대하여도 현 정부와 달리 대다수의 젊은이들처럼 이중적이며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골통 언론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한다. 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하여 아주 분개해하는 보통의 젊은 세대다. 학습효과인가, 내가 딸들을 닮아간다. 그녀들이 우리들의 문학지 ‘山과 詩’의 겉만 보고는 “아빠 친구들, 대단히 훌륭한 분들이다”는 극찬을 했다. 나만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보라! 자식들이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우리 시산인들이다. 3월 10일이면 제주도에 봄이 와서 진달래와 개나리가 핀단다. 기다리던 봄이 왔다. 따뜻한 봄날에 관악의 정상 연주대 밑에서 이 시는 누가 읽을 것인가. 임 수석이 와서 읽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많이 봄을 기다리지 않았는가.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 기 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볓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2010년 3월 2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