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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 둘레길(詩山會 제153회 산행)

북한산 둘레길(詩山會 제153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독박골-북한생태공원-진관생태다리-산성분소

소요시간 : 4시간 반

일시 : 2011년 2월 13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3호선, 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7211번 마을버스 독박골 하차)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아이젠, 카메라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나무를 얻어쓰려거든/이정록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진물 위에 흙 한 줌 문지르고 이끼옷도 입혀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은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 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장작을 팰 땐 나이테 간격 넓은 남쪽을 찍으라 하지요. 편히 자라 무른 쪽을 공략해야 잘 쪼개진다는 말인데, 실력 없는 사람이 패 걸레쪽이 된 장작이 불 피우기엔 더 좋다고도 하지요. 장작은 한 개비도 아니고 두 개비도 아니고 세 개비는 되어야 불이 잘 붙지요. 한 개비 불은 주저함이 크고 두 개비 불은 서로 이끌려함이 세고 세 개비 불은 넘어야 조화롭게 타오르지요.

시를 놓고 애먼 장작 이야기나 하며 자꾸 딴전을 부리고 있네요. 가지 하나 꺾어다가 어쩌고저쩌고 할 시가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 평소에 슬프고 아름다운 시를 만나면 종종 시의 가지를 꺾기도 했었지만요, 시는 시인의 북쪽 마음임을 절감하며 된통 마음 아팠더랬습니다. 보세요, 상처 입힌 그림자를 그림자로 기워보라는 시인의 여린 마음을. 여릴 수 있는 치열함을.

또 한 해. 시간의 가지를 꺾으며 미안한 마음은 충분히 가졌었는지요. '밑동'의 과거와 '가지'의 미래에 누가 될 시간을 이웃에 남겨놓지는 않으셨는지요. 갈무리하라 눈 내리는 세밑이네요.

-시평(함민복 시인)

 

2월은 시샘달이다.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벌써 입춘이 지나며 따뜻해지니 절기는 정확하고 지독하게 추웠다는 겨울이 지나간다. 설이 지나니 한 살을 더 먹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는 나이만큼의 속도로 지나간다는 것을 느낀다. 올해는 뭐를 할까하고 생각해보는데 편하게 살 것인가, 다시 한 번 열정을 살려 마지막 불꽃을 태워서 옛날의 영광을 찾아볼까 고심한다. ‘나이 들어 돈을 밝히면 추해지니 명예를 먹고 살아가는 게 좋을 듯하다’는 말은 이경식 회장님이 간혹 보내주는 즐거운(?) 메일에 적혀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지나치면 독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많으니 시조 공부를 시작하고, 치졸하지만 생각하고 조금씩 메모를 해둔 것을 정리해 책이라도 펼까나. 꿈은 가져지기도 하지만 버려지기도 한다니 일단 꿈이라도 꾼다. 이것만은 하지 않으려 한다. 무위도식이나 생각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자신은 모르는 것. 세 가지. 시인은 나무 가지 하나를 얻어도 고맙고 미안해하며 나무를 배려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사는가.

-도봉별곡

 

2.산행기

제152회 검단산 산행기(2011. 1. 22)

참석(6명) :고갑무, 김종화, 박형채, 이경식, 염재홍, 한양기

22일 토요일 아침 7시. 밖으로 눈을 돌리니 눈송이가 꽤 크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아이젠을 챙겼다. 그만큼 산행을 게을리 했다.

사실 지난 11월 이후 가벼운 산책만 몇 번하고 등산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추위가 걱정되어 옷만 챙겨서 꾸역꾸역 배낭에 쑤셔 넣었다.

식탁을 보니 와이프가 미역소고기국에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놨다.

지난해 11월 갑상선수술 이후부터 내게 꽤 신경을 많이 쓴다.

항상 젊은 줄 알았던 서방님이 언제 부턴가 나이 들어 보인다나. 같이 늙어가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꼈으리라 짐작한다.

졸면서 강변역에 도착했다.

나는 전철이 좋다. 마음대로 졸 수 있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슬쩍슬쩍 훝어 볼 수 있고,

신문도 보고, 이러 저런 이유로 평소에도 거의 차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사실 서울정도의 공중교통망이면 굳이 자가운전이 필요하지 않는 것 같다.

강변역은 앞뒤가 출입문으로 뻥 뚫려있어서 거의 방한이 되지 않았다.

추위에 시달리면서 일행을 기다렸다.

한 명 두 명 모이더니 6명 모두가 다 모였다.

박 총장은 60명이나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뭔가 공허하다.

박 총장이 오늘은 개인적 사정에 의하여 산행에 빠지고 싶었으나 다른 회원들의 참석이 너무 저조하여 차마 빠지지 못하고 참석했다고 하면서 웃었다.

사실 전임 이재웅 회장도 참석인원수가 너무 적으면 회장 자신은 차마 빠지지 못하고 일부러 참석하는 것을 몇 번인가 옆에서 보아왔고 필자도 일부러 참석하곤 했었다.

산행인원이 12명 이상이면 흐뭇하고, 7명 이하면 뭔가 허전하고 약간 위축된다.

가능하면 우리 시산회원들의 산행 참석률이 최소한 50%가 넘기를 년 초에 마음속으로 빌어본 적이 있다.

천지의 諸神이여 !!! 시산회원들이 최소한 1달에 1번은 산행에 참석하게 해 주소서. 빌고 비나이다~~ 구-뻑 구-뻑.

하남 상곡초등학교 앞에서 11시 20분에 하차하여 곧장 정상을 향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가끔 구름에 태양이 가리기는 하지만 바람도 별로 없고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정상으로 갈수록 사방에 눈이 많아졌다

한국 겨울산의 특징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경사에 앙상한 나무군락들이 하얀 눈과 어울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잠깐의 휴식을 한번 취한 후 12시 50분에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부근의 평평한 눈밭위에 깔개를 깔고 둘러않았다.

떡과 빵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오를 때는 약간의 경사가 있었으나 내리막길은 완만했다.

완만한 흙길은 걷기가 편해서 마음도 편하게 한다.

에니메이션 고교 방향으로 쉬지 않고 내려왔다.

종착지점에서 두리번거리다 삼겹살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다음 산행은 일단 2월13일(일요일)에 선자령으로 정했다.

사실 선자령은 우리나라에서 눈꽃 산행지로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지 그 동안 몇 차례 얘기만 있었다.

정상은 800여 미터 높이지만 500미터 이상을 대관령 휴게소까지 차로 올라가니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코스다.

그날 혹독하게 춥지 않고, 구제역으로 인한 입산금지가 해제되면 선자령으로 가기로 정했다.

만약 선자령이 불가하면 북한산 둘레길로 다음 산행지를 정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겨울산은 조심 또 조심이 최고다.

아직까지도 기분은 청춘이지만 이제 우리도 60대로 진입하는 적지 않은 나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추위에 끄떡하면 볼이나 손, 코 주변이 동상 걸리기가 쉽다. 덥더라도 약간 두껍게 옷을 입어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산과 산우들이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2011. 1. 27 이경식 씀

 

3.산행지

1년간의 원거리 산행 계획에 선자령을 앞에 두고, 오르려 했으나 구제역 때문에 이번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아쉽지만 올해는 오르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한다. 평창 국유림관리사무소와 평창군 관광과에 문의했으나 단호하게 가지 못한다고 한다. 하여 지난 검단산행 때 정한대로 북한산 둘레길로 오른다. 이미 다녀온 나 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양지 바르고 쉬운 코스라니 모두 모여 다가오는 봄을 맞으며 하루를 즐기자. 위에 적은 코스는 지난 가을 형제봉 둘레길 산행 때 전임 이재웅 회장이 정성을 다해 작성하여 나눠준 둘레길 안내서에 있는 대로 정한 것인데 가다가 힘들면 내려오자.

 

4.동반시

설 연휴가 5일이 되다보니 동반시를 고르는데 여유가 있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지 오래됐고 한식과 추석 시제 때 성묘하는 것이 집안 풍습이니 명절 때 고향에 갈 일이 없다. 형제들이 거의 서울에 살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 세배를 다닐 일도 없으니 두 번을 올랐을 나홀로 산행도, 외식도 미루고 집에서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었던 책, 서가에 꽂혀 있으나 다 읽지 못한 책, 다운 받은 영화 아바타 등을 읽고 보면서 지냈다. 마나님이 아파 차례도 미루니 장을 볼 일도 없어지고 먹고 자는 게 일이었다. 우리 애들만 그런지 모르지만 요즘의 애들은 제사, 세배, 성묘 등 이렇게 좋은 풍습에 관심이 없다. 큰애는 공부를 더 하겠다고 설에도 독서실에 가고 작은애는 회사 행사를 치룰 준비를 하느라 더 바쁘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선진국들이 더 잘 사는 것을 보면 애들 말이 맞는 점이 있으나 가슴 한 쪽에는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애들은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지난 것을 지나치게 자주 회고할 일이 아니란다. 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주창하나 애들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도 그만이다. 애들 말로 ‘실익이 없는 논쟁’이니 각자 알아서 살아갈 일이다. 어쨌든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미풍양속인 시제(時祭) 풍습이 없어져 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우리가 벌써 구세대가 되었는가! 앞으로 5촌 이상은 모르고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래,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자. 그러나 나이가 드니 좋은 점도 있다. 친구들의 자식들 결혼식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오랜만에 멀리 떨어졌던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식사도 즐기며 세상을 전보다 넓게 보고 굴곡진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에둘러 갈 줄도 알고 쉴 줄도 알게 되니 희미하던 길도 조금씩 넓어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말을 선인들이 했으나 ‘건강하면서’ 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나이가 드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있는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면서 간다. 불가에서는 그런 ‘나’를 ‘참 나’라 한다. 그런 간단한 진리를 많이 알수록 부처님(?)에 가까워진다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남기인 산우의 큰아들 결혼식이 2월 19일이다. 모두 가서 축하해주자.

어쨌든, 시인은 최근에 일곱 번째 시집 ‘나는 우두커니가 된다’를 냈는데 거기에 실린 시다. 그의 시는 ‘다시 써야할 생’ 혹은 ‘세상이 잘못 읽은 생’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며 삶에 대한 반성이 단순히 후회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시인은 상처를 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힘겹게 길을 찾아 생(生)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이다. 맞다. 아파만 하고 치유를 하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습관적 푸념, 어리광이 되거나 퇴폐적 낭만으로 흐르기 쉬워 보고 듣는 자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의 시 ‘오래된 농담’을 소개하며 웃어본다.

언덕길을 숨차게 오르던 늙은 아내와 남편, 서로 업어주기로 한다.

먼저 업힌 아내가

-나, 생각보다 무겁지?

겸연쩍게 묻는다.

남편의 답이 걸작이다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남편이 업혀

-나, 생각보다 가볍지?

묻자.

아내, 답한다.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인생에 대한 성찰이 들어간 시로 이 정도면 최상급의 농담이다. 상대를 혼내지 않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다. 이래서 말이 길지 않은 내가 시를 좋아한다. 최근에 하버드대에서 ‘정의(justice. 正義)’에 대한 강의를 하기에 자주 들어보니 요리, 농담, 악기연주 이 세 가지는 책으로 익힐 수 없으며 반드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농담을 적당하게, 적절한 시점에서 맛있게 구사하는 기세환 산우가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농담을 할 줄 모르고 위트도 해학도 없는 것을 알고, 너무 직설적이고 성급한 성향이 있는 것을 우려한 산우들이 책으로 혹은 정감 어린 말로 우정의 충고를 해준다. 그 산우들의 성의에 고마움을 드리며 반성한다. “그래, 상대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바뀌지 않으면 자네가 바뀌고 먼저 손을 내밀면 되지 않는가”하며 책까지 보내주고 마음을 다독여준 최근호 산우에게 감사드린다. 그는 이 말도 해준다. “시산회를 지나치게 사랑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반면교사(反面敎師)와 타산지석을. 아! 나는 그에게 무슨 책을 보내나. ‘정의’는 학생시절 법철학 강의시간에 자주 들었던 제목이나 그때와 너무 다른 시각에서 풀어가는 강의의 내용을 듣고 “아, 세상은 변하구나”하고 느낀다. 세상이 변하는데 나도 변해야지! 정의는 법사상의 전면에 흐르는 절대적인 이념이나 요즘은 그것이 지켜지기나 하는지.

 

시인은 세상에 대해 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억울함 때문에 우두커니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시는 조용하고 편안하거나 굉장히 복잡하고 치열할 때는 오히려 시가 나오지 않고 활활 불타버린 뒤 재가 된 ‘우두커니’ 상태가 됐을 때 나를 담금질을 해야 시가 나온다는 시인의 말이다.

오랜만에 한가롭게 시평을 쓴다. 항상 마감에 쫒기는 기자처럼 수요일 오전에는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 소홀하게 보냈음을 반성한다.

 

2월은 홀로 걷는 달 /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2011년 2월 8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