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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가평 칼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54회 산행)

가평 칼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54회 산행)

산 : 칼봉 (900미터)

코스 : 배골주차장-경빈분교-정상(하산은 경기도 공무원 휴양소 쪽으로 내려올 수 있으니 그때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2월 26일(토) 9시 30분 (20분마다 있으니 시간을 꼭 지켜주기 바람)

모이는 곳 : 경춘선 망우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반성 608 - 김영승(1959~ )

어릴 적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 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主는
나를 놓아 주신다.

많이도 좋아한 시.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는 풍뎅이를 시 속의 내가 징그러워 놓아주었듯, 만신창이가 된 나를 주(主)는 놓아주신다. 징그러워서. 징그러워서. 삼라만상을 품는 인자한 주 하나님조차 손을 놓아버리는 버림받은 인간의 비통과 애통이 맵다. 이미 세상으로부터 벗겨졌는데 하늘의 주로부터도 벗겨지니 다른 의미로 대해방, 대자유다. 비로소 만신창이 인간 스스로 주가 되어 하늘 땅 끊어진 길, 광인, 거지의 길 가야 한다. 자신이 만신창이가 된 징그러운 인간이라는 이 첨예한 인식은 존재 슬픔의 검은 바닥, 진정한 자아를 터치해 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었을 전언이다. 표면의 조금은 위악적 포즈의 언술 아래로 낮아짐, 외로움이라는 순결한 영혼의 표지가 흐른다. <이진명·시인>

제목이 수상한 시다. 이런 경우 제목을 이렇게 붙인 이유는 시인만 안다. 시보다 시평이 더 좋아 함께 올린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어둡고 긴 겨울을 지나면서 도봉구청 도서관은 나의 사랑방이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임신하여 만삭인 사서아줌마의 넉넉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한 번에 일주일간 세 권을 빌려볼 수 있으니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나름의 행복법이다. 긁히지 않고 사는 인생은 없으나 초한지를 읽고 느낀 점이 있어 생각을 정리한다.

 

초한지는 초왕 항우와 한왕 유방의 중국대륙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한 바탕의 싸움을 묘사한 이야기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나 여기서는 한신의 이야기를 적는다. 유방이 난적 항우를 물리치고 대륙의 패권을 잡아 천하를 통일하는데, 한신은 장량, 소진과 더불어 공신 중의 공신이지만 결국 유방의 부인에게 죽음을 당하는 과정이 마지막 권에 자세히 나온다. 사내로서는 최대의 치욕인 궁형(宮刑 : 궁형은 사형에 버금가는 최고의 형벌이었다. 남자는 거세하고, 여자는 질을 폐쇄시켜 자손의 생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형벌)을 당하고도 절망하지 않고 위대한 역사서를 편찬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도 자세히 나오지만 토사구팽(사냥이 끝나고 필요 없어진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의 세 가지 대표적인 사례 중 가장 억울한 죽음이다. 한신의 죽음에 대하여 사마천은 사기에서 해석을 달리 하지만, 유방은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새가슴이었는지 차마 자신이 직접 죽이지 못하고 비겁하게 자신의 부인인 아녀자를 시켜 한신을 죽인다. 죽고 난 후에 돌아와서 그 소식을 들고 놀라는 척하는 표정은 보지 않아도 가증스럽다. 이것을 공모한 소진과 참담한 광경을 지켜본 장량도 유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위장을 한다. 소진도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자식이 어리므로 안전하게 나라를 유지하고 왕통을 지키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강자 한신을 죽이는 과정을 보면, 역사는 이긴 자의 몫이라지만 후세의 사가들이 유방을 폄하하고 멸시하는 이유다.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고 승리를 얻었으나 강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믿었던 주군으로부터 가슴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 목이 짤리는 처형의 순간에 하늘을 우러르며 한탄하는 한신의 참담했을 마음은 어떠했을까. 위의 시에 나오는 풍뎅이처럼 상흔은 아물지만 남으며, 가슴에 깊이 새겨진 한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신의 혼령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 같다.

 

사람들아!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누구도 믿지 마라, 부모도 마누라도 자식도 전 재산과 목숨을 걸만큼은 믿지 마라, 자신도 믿지 않아야 하는데 누구를 믿는가? 어둡고 추운 겨울에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모처럼 한가롭게 한없이 게으름을 부리며 많은 점에서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고 충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행운의 겨울이었다. 사람과 그와 관련된 것들을 잃으니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겨울이었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153회 ‘북한산 둘레길’산행(2011. 2. 13, 일요일 / 글 : 이 재 웅)

▣ 참석자 : 이경식, 박형채,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신원우, 염재홍,

이재웅, 이원무, 임용복, 조문형, 최광일, 최근호, 한양기, 한천옥 [계 17명]

▣ 동반시 : (1) 2월은 홀로 걷는 달/ 천양희, (2) 오래된 농담/ 천양희

 

시산회 153회 산행은 작년(2010년) 8월 말에 개통된 ‘북한산 둘레길’로 정하고 17명이 참가하여 불광역 2번 출구에 오전 10시 집결, 10시 20분에 출발하여 옛성길 일부구간 약 1㎞, 구름정원길 4.9㎞, 마실길 1.5㎞, 내시묘역길 3.5㎞ 등 전체 10㎞ 정도의 거리를 오후 2시 20분경까지 약 4시간동안의 산행이었고 오후 2시 45분부터 4시까지 불광역 뒤 먹자골목의 ‘○○세발낙지’에서의 풍성한 뒤풀이로 오늘 산행의 피날레(finale)를 장식했다. 멋지고 보람찬 하루였다.

 

2004년 10월 10일 시산회 제1회 산행인 도봉산 등산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6년 반의 기간 동안 총 153회의 산행을 해 왔는데 작년부터 강도가 높고 장시간인 산행보다는 완만하고 짧은 시간의 산행에 회원들의 참여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무상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변화되어 가는 것을 그 누가 막을 자 있겠느뇨? 우리 시산회의 산행은 몸의 건강을 위해 강한 등산도 필요하지만 우리 같은 연로한(?) 연세 때는 오늘처럼 가벼운 산행 행사로 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여 될수록 많은 친구들이 만나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아서 시산회 집행부에서는 강도 높은 산행과 강도가 낮은 산행의 안배에 신경을 많이 써 주시면 어떨까 하고 이경식 회장님과 박형채 총장님께 제안을 드려 봅니다.

 

북한산 둘레길 산행은 2010년 11월 7일 제146회 산행 때 북악터널을 들머리로 하여 수유리 화계사 입구까지 걸은 적이 있고 필자는 2010년 9월에 우이동 우이령길 입구에서 부터 평창동 형제봉입구까지 약 14㎞를 6시간동안 걸은 바도 있다. 이 ‘북한산 둘레길’은 참 잘 생각한 좋은 산길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잠깐 ‘북한산 둘레길’에 대해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설명하는 내용을 게재 한다.

【북한산 둘레길이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07. 1. 1)후 최근 웰빙형 산행인구 급증과 은평뉴타운 등과 같은 북한산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공원경계부에 조성됨에 따라 급격한 탐방객의 증가로 자연자원 훼손에 대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며 공원 내 중요 자원이 분포하고 있는 고지대 보호를 위하여 저지대 자락길로 탐방객을 분산유도하고 그간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어린이, 노인,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 층에게 공원 이용편의성을 제공코자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살아 숨 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길”이란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탐방행태는 지리산 숲길, 제주도 올레길, 변산 마실길 등 다양한 유형의 걷기

탐방 수요로 변화되고 있어 국립공원 내에도 이와 같은 외부 탐방수요에 발맞추어 다양한 국립공원 탐방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북한산 저지대 자락을 연결하는 북한산 둘레길을 조성하여 2010년 8월 말에 이 중 북한산(서울시 구간)을 개방하게 되었습 니다.

위치 : 북한산국립공원 자락 저지대 일원(서울시 6개 구, 경기도 3개 시)

길이 : 전체 63.2km, 금회 개통(44km) 】

 

하늘은 맑으나 기온은 쌀쌀한 아침이다. 8시 반에 집에서 출발하여 집결지인 불광역에 도착 하니 집결시각인 10시보다 30분 빨리 도착됐다. 염재홍 친구의 먹자골목 구경 제안에 따라 함께 구경하다가 ‘○○세발낙지집’ 에 들렀다가 나오려는데 여주인이 이왕 오셨는데 커피 머신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시란다. 난 커피를 하지 않는다고 하자 율무차도 있다고 하여 난 율무차 접대를 받았다. 집행부(회장, 총무)가 아니므로 오늘 뒤풀이를 위한 사전 음식점 탐방은 아니었지만 음식점 측의 붙임성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오늘의 산행이 끝나고 뒤풀 이를 이 식당에서 하기는 했지만 그건 이경식 회장님의 선택이었다.)

 

오전 10시경의 불광역 2번 출구 지하나 지상 인도는 등산객들로 빼꼭히 채워져서 콩나물시 루를 연상케 한다. 10시 20분경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김종화 전 회장을 끝으로 무려 17명 의 산우가 모였다. 이 근래 들어 많은 수가 모인 것이다. 10시 집결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20분이나 늦게 도착한 김종화 친구에 대해 불만 표출 보다는 새벽예배보고 성남에서 출발 하여 이 시간에라도 도착하여 참여하는 그 성의에 다들 감동하는 모습이다. 힘이 덜 드는 둘레길 산행이어서 오늘 산행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는 기세환 2대회장님의 표현이 있었지 만 말 없는 몇 몇의 참석자들도 이런 이유로 참석한 경우가 있어서 오늘 참여 인원이 17명 이나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오전 10시 20분 불광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이경식 회장님이 20년이 넘게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지나서 북한산래미안1단지아파트, 북한산힐스테이트 1차아파트 뒷길, 불광사,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을 지나니 스카이워크하늘전망 대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 전망대에서 보이는 불광동 일대의 시가지와 멀리 보이는 은평뉴타운 아파트단지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시간을 갖었다.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난 11시 30분경, 불광중학교 부근을 지날 때 만난 정자에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모두 들어가서 기세환 전 회장이 가져 온 부드럽고 감미로운 인절미로 허기를 달래며 맛있는 간식시간을 갖었다. 매번 모시떡을 가져 오는 정해황 친구가 오늘 참석을 못 하여 오늘은 떡 구경을 하지 못하나 우려했었는데 그 건 기우였다.

 

12시경 은평 뉴타운 뒷산을 지날 때 양지바른 곳에 깔끔한 산소가 있어서 일부 친구들은 그 산소의 벌간에 점심식사 자리를 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산소 벌간으로 가지 않고 바로 옆 일반 공간에 자리를 폈다. 산행 중 식사 때 깔개를 제공하는 기여를 자주 못했던 나는 새로 구입한 내 깔개도 점심을 위한 자리에 깔았다.

기세환 - 인절미, 미제초콜렛, 과일

김정남 - 생굴, 한과(매번 이렇게 가져 오시는 성의에 감사드립니다.)

조문형 - 진도홍주(며느리가 고향 진도에서 가져온), 돼지족발, 돼지껍데기(구제역

살처분 여파로 요즘 돼지고기값이 금값인데)

김종화 - 복분자(보해)

나창수 - 넓적한 빵(돌려가며 조금씩 떼어 먹었음)

그 외에 기증 미상의 ‘막걸리’, ‘개별포장한 한과’, ‘부침개(동그랑땡)’, 과일(깎은 배, 귤 등) 먹을거리가 넘넘 풍성하였다. 기자가 일일이 메모할 틈도 없이 각자 가져 온 음식들은 자리에 펼쳐져 버렸다. 맛있고 좋은 음식 가져 오신 친구님들이시여 복 많이 받으시게나.

 

함포고복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 낭송이 이어졌다. 오늘의 기자가 필자이므로 관례대로 오늘의 기자인 나를 보고 시를 낭송하라는 여론이 있었으나 기세환 친구를 오늘의 동반시 낭송자로 내가 추천하여 낭송토록 했는데 기세환의 낭송이 끝나자 그 반응이 넘 넘 좋아서 필자의 기분도 함께 고무됐었다.(기세환 친구는 본인은 자주 참석하고 싶어하지만 개인 사정상 자주 참석을 못하는 것으로 필자가 이해하고 있어서 가끔 참석하지만 그 좋은 음성 으로의 시 낭송으로 친구들에게 보다 좋은 기억을 각인시키는 것도 서로에게 바람직한 것이 라 생각하여 시 낭송을 추천하였음을 밝힙니다.)

 

점심식사와 시낭송을 마치고 20분쯤 행군을 하자 그 유명한 기자촌 뒷길로 이어진다. 부동산 전문가인 조문형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은평뉴타운을 재개발할 당시에는 기자촌 거주자들이 뉴타운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서울시에 재개발을 요청하여 현재는 재개발 진행 중이라 한다. 옛날의 허름한 주택들은 간 곳이 없고 지금은 그 집들이 모두 철거되고 앞으로 아파트를 지을 양으로 넓은 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기자촌”에 대해 인터 넷을 탐색해 봤는데 그 자료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음 daum”의 한 설명>

【기자촌은 한국기자협회가 무주택 기자들을 위해 지난 1969년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당시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진관외리) 일대 국유지 5만5천여평에 조성한 주택조합단지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하여 기자촌이라고 부릅니다. 언론인 450여명이 평당 2천원(당시 이 지역 밭 1평 3천원)을 주고 매입해 한때 특혜분양 시비가 일기도 했습니다.

1969년 11월 입주를 시작 1974년 3월 분양 완료된 가구는 420가구였다.】

<"네이버 naver"의 한 설명>

【불도저로 불리는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60년대 말 무주택 언론인에게 집을 마 련해 준다 며 후보지를 안내했다. 처음 추천한 곳은 강남구 논현동이었는데 현장 을 방문했던 기자들 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당시 강남은 개발 이전이어 서 장화를 신지 않고는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궁리 끝에 북한산 밑 은평구 진관외동을 데려갔더니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 이렇게 해서 1969년 언론인 450여명이 평당 2000원을 주고 진관외동 일대 국유지 5만5000여평을 매입해 기자촌을 조성했다. 아마 기자촌이 논현 동에 들어섰으면 선배 언론인들은 훨씬 윤택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강남못지 않지만 양천구 목동아파트는 80년대 중반 분양할 때만 해도 미분양 신세였다. 당시 서 울시 목동아파트 사업소장이던 K씨는 서울시 출입 기자들에게 제대로 지은 아파트이니 믿 고 입주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은 한강 수 해가 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안양천이 다시 범람해 오물이 안방까지 들어오면 어떻게 하 느냐며 코웃음을 쳤다. 목동을 놓친 사람들은 한 동안 웅장한 자태의 목동단지를 지날 때면 ‘ 목이 메여’고개를 돌리곤 했다.】

 

오후 1시 30분경 삼천사 입구에서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친구들은 여기서 행군을 마치고 버스로 뒤풀이 장소로 가자(1안), 다른 일부 의견은 이왕에 산행을 하는 마당에 한 시간쯤 더 걸어서 북한산성입구까지 가서 산행을 마치자(2안)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였 다. 결국 표결에 붙여졌다. 1시간 더 걷고 싶은 사람은 한 쪽으로 빠지라고 이경식 회장이 권을 하여도 다들 쭈뼛 쭈뼛하며 행동들이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필자가 길바닥에 있던 교 통안전용 콘을 모임 가운데 놓고 1안과 2안의 경계를 나누자 각자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나뉘었는데 지휘자인 회장을 제외한 16명이 정확히 8명씩 반반으로 나뉘었다. 이경식 회 장의 선택으로 한 시간 을 더 행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북한산성 입구까지 다시 행군을 계속하였다. 필자인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기에 기분 nice였다. 아 ~ ~, 우리도 이제 점점 늙어가나 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높은 산, 한국의 험악한 산을 골라가며 찾아 다 니던 우리 시산회원들이 이제는 험하지 않고 산행 시간도 짧은 산행을 원하는 회원의 수가 매년 늘어가고 있으니 말일세.

 

오후 2시 20분경에 산성입구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둘레길 산행은 끝났다.

 

이제 뒤풀이 장소까지 가야 한다. 이경식 회장의 제안에 따라서 불광동 먹자골목에 있는 ‘○○세발낙지’집(아침에 나와 염재홍이 들러서 차 대접을 받았던 그 식당)에 대형택시 2대 로 도착한 시각이 오후 2시 45분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이경식 회장의 주재로 다음 산행(2/26,토)할 곳을 가평의 칼봉산으로 정하였다. 상봉역이나 망우역에서 출발하는 전철로 가는 곳이니 회원들의 많은 참석을 기대 해 본다.

 

낙지초무침, 초무침국물로 비빈 비빔밤(이것도 진짜 맛있었음), 파전 등으로 모두들 맛을 만끽하였다. 조문형 친구가 특별 거금을 들여서 17명 전원 각자에게 낙지탕탕이(칼로 잘게 좃은 산낙지 를 참기름 등의 양념으로 버무려서 각 개인용 접시에 놓고 그 위에 계란으로 톱핑한 것)를 제공하였는데 이 낙지탕탕이가 오늘의 압권이었다. 오늘 산행한 친구들의 마음을 이 기자가 대리하여 조문형 친구에게 잘 먹었노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네.

 

동반시(1) : 2월은 홀로 걷는 달 /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동반시(2) : 오래된 농담 / 천양희

 

언덕길을 숨차게 오르던 늙은 아내와 남편, 서로 업어주기로 한다.

먼저 업힌 아내가

-나, 생각보다 무겁지?

겸연쩍게 묻는다.

남편의 답이 걸작이다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남편이 업혀

-나, 생각보다 가볍지?

묻자.

아내, 답한다.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필자의 특별 서비스>

필자가 최근에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요 근래에 유행한 건배사를 인터넷에서도 찾고 귀동냥한 것도 포함시켜서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으니 재미로 한 번 읽어봐 주기를 바랍니다.

 

01) 119 -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집에 가자

02) “가!”선창 - “족같이!”라고 합창

03) 가감승제 -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사랑은 곱하고, 우정은 나누자

04) 개나리 - 개인과 나의 이상을 위하여

05) 개나발 -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06) 거시기 - 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먹자.

07) 고감사 -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08) 고사리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

09) 껄껄껄 - 좀 더 참을 껄(or 좀 더 사양할 껄), 좀 더 베풀 껄, 좀 더 즐길 껄

10) 나가자 -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해

11) 남존여비 - 남자의 존재 의미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 남자의 존재 의미는 여자의 비용을 대주는 것이다.

12) 너나잘해 -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하여

13) 단무지 - 단순무식하게 지금을 즐기자

14) 당나귀 -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15) 당신멋져 - 당당하게, 신나게, 멋있게, 져주며 살자.

16) 또나보 - 또 다른 나를 보자

17) 마돈나 - 마시고 돈주고 나가자

18) 마징가 - 마시자 징하게 갈때까지

19) 무시로 - 무조건 시방부터 로멘틱한 사랑을

20) 무화과 - 무척이나 화려했던 과거를 위하여

21) “밝게”라고 외치면 - “신나게”라고 합창

22) 변사또 - 변하지 말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23) 불광불급(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24) 빠삐따또 -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지지 말고, 또 만나자.

25) 사우나 -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26) 사이다 - 사랑합니다 이 생명 다 바쳐~

27) 성행위 - 성공과 행운을 위하여

28) 소녀시대 - 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에 잔을 대보자

29) 쎄쎄쎄 - 참으쎄, 베푸쎄, 즐기쎄

30) “앗싸!”선창 - “가오리!”(가슴 속에 오래 기억되는 리더가 되자)

31) 오바마 - 음탕한 사람들 :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이산가족상

봉 2차 상봉단 남측 단장 경만호 대한적십자사(한

적) 부총재 겸 대한의사협회 회장(58)의 성희롱 건

배사로 물의를 일으킨 건배사, 이산가족 2차 상봉

단이 방북하기 전날 2010.11.2 횟집에서 '요즘 뜨

는 건배사'라는 '오바마'를 혼자서 열심히 외쳤다)

- 건전한 사람들 : 오직(오래오래),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 오직 바라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

: 오로지 바라옵건대 마음 먹은대로 이루소서

: 오늘 바래다줄게 마시자

32) 오징어 -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33) “우리가!”라고 외치면 - “스타다!”라고 합창(“남이가?!”보다 품격이 더 있음)

34) 우아미 -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35) 원더걸스 -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36) 재개발 - 재미있고, 개성있게, 발전적인 삶을 살자.

37) 재건축 - 재미있고, 건강하게, (서로를) 축복하면서 살자.

38) 지화자 - 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

39) 진달래 - 진실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진짜 달라고 하면 줄래.

40) 채근담 - 채식과 근력운동을 하고 담배는 끊자.

41) 쾌쾌쾌 - 유쾌 상쾌 통쾌

42) 탱탱탱 - 탱탱한 탄력을 유지하며 탱탱한 새해를 위해!

43) 통통통 -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

44) 해당화 -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45) Global ! - Harmony ! (G20 비즈니스 서밋 오찬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건배사)

46) IBM - 이미 버린 몸, 마시자.

47) “Just !”라고 외치면 - “Do It !” 합창

이재웅 올림

 

이재웅 산우는 산행기를 맛깔스럽게 쓰면서 항상 겸손하다. 황소처럼 우직하면서 예리한 통찰력도 있고 변함이 없으니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사진을 곁들여 올렸으나 도움쇠의 실력 부족으로 본문에는 올라가지 않아 생략하고 파일로 첨부하니 펴보기 바란다.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가평 칼봉이다. 2004년 1월 12일 눈이 내렸을 때 오르고 후에 한 번 더 올랐다. 고도는 900미터로 낮지 않으나 가평은 산악지형에 속한는 곳이므로 들머리가 높아 오르기 어렵지 않은 산이다. 가평은 주변에 산이 많은 곳이고 경춘선 복선이 개통되어 앞으로 중거리 산행을 자주 갈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근처에 매봉과 구나무산이 가깝게 있고 맑은 날에 정상에 오르면, 높아서 미루고 있지만 앞으로 오를 명지산, 화악산 등이 보인다. 포천 쪽으로는 운악산, 강씨봉, 민둥산, 개이빨산, 국망봉등이 훤히 보인다. 청평댐 너머로 화야산과 뾰루봉도 보인다. 모처럼 중거리 산행이니 모두 모여 하루를 즐기자.

 

 

4.동반시

동반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 공부를 하게 되니 즐거운 일이다. 강은교 시인의 시는 수 차례 올린 적이 있으며 그의 시는 서정적이면서 인생의 깊이를 느낀다는 점이 여느 시인과 다른 점이다. 이 시도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조망이 좋은 칼봉의 정상에서 주변의 높은 산들을 보며 조용히 읊어보자. 김용우 산우가 오면 그에게 낭송을 권하고 싶다. 오랜만에 해박한 지식으로 힘차게 써내려가는 그의 산행기도 보고 싶다.

 

 

回歸 -鈴受를 위하여 / 강은교

 

다음에 올 때면 그대여

저승에나 갔던 듯 돌아오게

저승이 저 하늘이라면

여기서 하늘이 참 가까우니

별냄새도 조금 나고

바람때도 조금 묻혀서

산모래 부서지듯 부서지듯

부끄럽게 부서지며 오게.

 

다음에 올 때면 그대여

잠든 이의 눈까풀 속으로는 오지 말게.

귀뚜라미나 풀잎처럼

풀잎처럼 사랑처럼

오래 말하지 못하는 것이 되어

눈물이 죽은 강물을 깨우듯

말없이 깨우며 깨우며 오게.

 

다음에 올 때면 그대여

죽은 강 허리 위에

귀뚜라미 울음이나 얹어주게.

 

쓰러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쓰러져서

귀뚜라미 울음 위에

저 하늘의 푸른색을

놓아주게, 잠들지는 말고.

 

2010년 2월 22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