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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검단산과 팔당호(詩山會 제152회 산행)

검단산과 팔당호(詩山會 제152회 산행)

산 : 검단산(하남시. 650 미터)

코스 : 산곡초등학교-약수터-정상-큰고개-창우동 종점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1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11년 1월 22일(토) 10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강변역 4번 출구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촛불 -송찬호(1959~ )

 

촛불도 없이 어떤 기적도 생각할 수 없이

나는 어두운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난 춥고 가난하였다 연신 파랗게 언 손을 비비느라

경건하게 손을 모으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나 손을 비비고 있었을까

그때 정말 기적처럼 감싸쥔 손 안에 촛불이 켜졌다

주위에서 누가 그걸 보았다면, 여전히 내 손은 비어 있고 어둡게 보였겠지만

젊은 날, 그때 내가 제단에 바칠 수 있던 건

오직 그 헐벗음뿐, 어느새 내 팔도 훌륭한 양초로 변해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어두운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에 뜨겁게 흘러내리는 무거운 촛대를 얹고

우리 시에 누가 파랗게 언 가난한 두 손을 비벼 촛불을 만들어낸 적 있던가. 어깨를 촛대로, 팔을 양초로 만들어낸 적 있던가. 시 전체에 내장돼 전해지는 드높은 순결의식. 존재의 온전히 헐벗음 자체, 바닥이 된 절실함에 감정이입이 되어 시에서처럼 어두운 제단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는 나의 형상을 수차례 그리곤 했다. 빈손에 촛불이 켜지는 기적이 시에서 일어나는 걸 보며 희망과 사랑의 창조, 시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았다.

<이진명·시인>

 

2.산행후기

도봉산에서 제7회 시산제 지내기

2011년 1월9일 10시 도봉산역에서 만남

참석인원 18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박형채 김순단 위윤환 이계신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전작 조문형 최광일 한양기 한천옥

 

2004년에 창립한 시산회가 벌써 7회째라니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임용복 산우가 마나님과 떨어지기 싫었던지 조금 늦게 도착했다. 평소보다 많은 18명의 산우가 시산제에서 도봉의 기운을 받고자 동행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경식 회장이 개인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해 서운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여러 산우가 도와 줄 수 있기에 안심이 되었고, 집안일이 바쁜데도 동행해 준 내 와이프(김순단)도 고마웠다.

김정남 대장의 지휘 아래 키가 큰 임삼환표 몽골형 모자를 포스트로 삼고 작년에 시산제를 지냈던 그 장소를 향해 전진한다.

 

중간에 세 번을 쉬었다. 일찍 장가를 보낸 한양기 산우가 둘째 손자를 보았는지 백일 떡을 돌려 백일 값도 안내고 맛있게 받아먹었다. 양기! 아무튼 시산회 산우들이 다들 기억할 테니 자네 손자 훌륭히 잘 자랄 거라 믿네.

 

석굴암 아래쪽 도봉산 대피소 옆을 지나 선인봉이 올려다보이는 명당자리에 잡고 자리를 폈다. 연습을 안 하고 쓴 졸작 '시산회 2011년 시산제' 펼침막을 붙이고 정성껏 준비한 제사상을 차렸다. 물가가 많이 올라 양을 줄이고 또 줄였다. 정남이표 한과와 맛있는 굴, 그리고 원무표 약과, 문형이표 오리훈제, 갑무표 땅콩 등 그래도 걸게 차려졌다. 시산제 제주가 총무인 본인 차례인데 전에 해보았으니 작년의 신입회원인 고갑무 산우에게 부탁했다. 집사는 조문형 산우, 사회는 총무가 순서지에 따라 진행했다. 지세가 좌청룡 우백호의 형세인 좋은 자리임에도 키가 높은 노송들이 우거져 그늘지고 바람이 차서 관리소 쪽으로 옮겨 음복을 했다. 막걸리 7병, 소주 2병, 종화표 오가피주, 창수표 보드카까지 가져왔는데 막걸리는 전혀 안 팔려 뒤풀이 때 마셔야 했다. 오가피주는 정선에 종화 친구 임종철 사장이 직접 담궈 주신 거고, 또 몸에 좋다하니 인기가 매우 많았다.

 

약간 바람이 불고 추워서 바로 하산한다. 시산회 전통이 먹으면 하산인데 이번에는 좋은 길로 가기위해 약 20분을 가파르게 올라서 돌아가야 한다. 안전한 하산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계단이 거의 없고 눈도 없어서 안전하게 하산을 했다. 중간쯤 내려오니 마당바위가 나온다. 많은 등산객들의 쉼터가 되어 있었고 우리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18명의 증명사진도 찍고 우리도 따뜻한 햇살에 몸을 녹이며 윤환이가 커피 공양을 해 꿀맛 같은 커피를 맛보았다. 2시경 도봉산 입구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도봉구청 앞 낙지집 ‘낙지마당’으로 향했다. 그 집은 이경식 신임회장이 전에 추천한 집인데 낙지무침과 낙지전을 시켜 놓고 뒤풀이 겸 회의를 진행했다. 전임 회장님께서 사업이 많아 50여만 원의 적자 예산이라 올해는 절약해 지출하고 추경예산을 편성 집행해야 할 것 같다. 총무는 돈 이야기를 해야 할 위치라 연회비 10만원을 통장·으로 송금해 주시라 부탁했다. 그리고 2011년 25회 산행지를 알맞게 정리해 준 김정남 전임회장께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또한 시산회 회원 중에 동창회 회장과 총무가 함께 있어서 모두가 마음 든든하며, 특히 김용우 산우는 K-20마을 까페지기를 훌륭히 해주어 늘 고맙고 감사하다는 박수를 보냈다. 오늘 뒤풀이는 총무인 박형채가 지난 연말에 애경사를 동시에 치러서 쏘는 것이니 아무튼 잘 먹고 즐겁게 마셔야 한다고 했더니 전작 산우가 조폭스타일 건배사 ‘아·맞·고’를 흔쾌히 선창해주었다. 지난번 납회 때는“‘아닙니다, 회장님!”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닙니다,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총장님!”으로 바꿔서 해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회장이 없다고 호기를 부린 이 사람을 용서하시게 이회장, 그리고 자기(작이) 고마웠네. 그러면서 기분 좋은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모처럼 시산제에 동행한 이계신 산우가 3공수 출신에다 조선대학교 약대 입학할 당시의 추억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니 더욱 즐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아무튼 올 한해 덕담으로 화기애애한 시산회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연초이니 나도 덕담 한마디 날리고 싶습니다. 내가 선생을 면(전직)해 볼까 해서 양평 옥천면 신복3리에서 규모가 큰 기와집을 빌려 4년간 민박업을 했는데 그 집 기둥에 ’百忍堂中有泰和‘라는 문구가 있어 여름방학의 어느 날 아버지께 여쭈었더니 ’많이(백 번) 참으면 가정이 화목하다고 세상이 평화롭다‘는 뜻이라 하신다. 남이 내게 피해를 주거나 화나게 해도 참고 또 참으면 결국 화목(평화로워)해진다니 우리 모두 인내심을 가져 보세나.

 

각설하고, 낙지무침에다 밥을 비벼서 먹고 배를 가득 채운 다음 시산제에서 남은 과일로 후식을 깔끔히 하였다. 남은 떡과 음식을 분배한 후 모임을 종료했다. 계산을 하면서 주인아주머니께 우리 시산회를 소개했더니 자신도 시를 좋아하고 시를 직접 지으신단다. 원거리 산행 때 알려주면 부침개라도 싸주시겠단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보다 4년 정도 연하이시고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했다는 반가운 고향분이셨다. 김정남 전회장께서 상당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걸로 보아 교감이 있었으리라. 본인의 블로그가 '좋은 사람'이라나... 아무튼 반갑고 부자 되시길 빕니다. 낙지집 사장님!

오는 22일 선자령 원거리 산행 때 많이 나오시길 부탁하며 15일까지는 연회비 납부와 산행 가부를 알려 주시길 바라나이다. 차량 예약도 있고 해서 부탁하나이다.

 

2011년 1월10일 잠실에서

박형채 씀

 

추신 : 불참 친구들을 위해 첨부합니다.

 

2011년 산행 계획(예정)

1.9(일)도봉산 시산제 1.22(토) 선자령 눈꽃산행

2.13 북한산 둘레길(형제봉-구기동) 2.26 가평 칼봉

3.13 관악산 동문 시산제 3.26 칠보산 혹은 군자산

4.10 불곡산 4.23 춘천 오봉산

5.8 북한산(진달래 능선) 5.21 장성 백양사 백암산(봄 백양 가을 내장)

6.12 도봉산(오봉) 6.25 양평 국수 청계산

7.10 수락산(마당바위 계곡) 7.23 봉화 청량산

8.6(토)청계산 8.14(일) 용문산 옆 중원산

8.27(토) 포천 강씨봉

9.10 북한산 9.24 가평 화야산

10.9(토) 설악산 울산바위 10.22 정선 소금강

11.5(토) 청계산 11.13(일) 가평 구나무산 11.26(토) 검단산

12.11 도봉산(양지 바른 곳) 12.24 관악산 납회

선정 방법 및 원칙

 

1.원거리 6회

청량산, 백양사 백암산, 선자령, 정선 소금강, 남덕유산, 괴산 칠보산, 설악산, 괴산 군자산, 대둔산, 장수 장안산, 진안 운장산, 오대산 옆 동대산 등

 

2.중거리 7회(양평 및 가평은 전철, 포천은 시외버스)

양평 용문산 옆 중원산, 가평 칼봉, 가평 구나무산, 가평 화야산, 양평 국수 청계산, 포천 청계산, 포천 강씨봉, 춘천 오봉산 등

 

3.근교 12회

도봉산 3회 북한산 3회 청계산 2회 관악산 2회 수락산 1회 불곡산 1회

외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소요산, 안양 수리산 등

근교, 원거리로 가면 다음 달은 근교 중거리의 순서를 지키려고 함.

산불강조기간(3.15-4.30, 10.15-11.30)은 미리 알아보든지 기존 코스로 산행해야 함.

 

회비 관리 통장 -- 농협 077-12-362916 박 형 채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선자령으로 정했으나 금요일에 구제역으로 통행불가라는 신문을 보고 집행부에 연락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월요일에 생각이 나서 집행부에 문자를 남기니 집행부도 잠시 황망했는지 부산하게 연락을 해보았고 평창 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최종 결론을 얻었습니다.

출입통제. 대관령 삼양 목장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종우가 많은 곳이라 출입의 통제가 심한 곳입니다. 하여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당연합니다. 기세환 전 회장이 가고 싶어 했으나 2월 첫째 산행으로 미룹니다. 이경식 회장님의 결정에 따라 검단산으로 급히 변경합니다. 검단산은 수 차례 올랐고 2006. 7. 2. 39회 산행 때는 나 원장의 의견에 따라 비빔밥을 먹던 산입니다. 비빔밥 메뉴를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준비물 :

박형채- 보리를 섞은 밥, 무채, 생채

최용식-나물류 3가지 이상, 플라스틱 그릇 14개

나창수-가지나물, 열무김치, 고구마순

위윤환-냄비나 양푼, 낙지

기세환-순창고추장, 순창참기름

한양기-부추, 양념된장

이원무-후식

이재웅-플라스틱 숟가락 14개

김정남-상추, 얇게 저민 마늘, 청양고추(정해황 산우가 대신 하소)

전작 -볶은 소고기

한천옥-한 총장과 상의

임용복-한 총장과 상의

공 통-살얼음낀 막걸리

 

도움쇠는 그때 참석하지 못하여 환상적인 비빔밥을 먹지 못했으니 또 한 번 기회를 가져 봅시다.^^* 산곡초등학교로 오르면 들머리가 높아 쉬운 코스입니다. 기세환 전 회장도 참석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내려와서 맛나고 즐겁게 뒤풀이를 해야죠. 도움쇠는 다른 기억은 남보다 떨어지지만 산에 관한 기억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하니 평생을 들로 산으로 다니라는 팔자인가 봅니다. 대한이 지났으니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 추위도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모두 모여 즐겁게 산행합시다. 팔당호의 비취색을 즐겨봅시다.

 

4.동반시

동반시를 고르면서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K-20 동창회 카페에 들어가서 김용우 총장이 올린 아래 시를 더듬어봤습니다. 시인은 미국에서 의사를 한 사람으로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2011년 1월 19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