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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오봉산과 소양호(詩山會 제156회 산행)

오봉산과 소양호(詩山會 제156회 산행)

산 : 춘천 오봉산(779미터)

코스 : 남춘천-배후령-정상-청평사-소양댐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1년 3월 26일(일) 9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7호선. 경춘선 상봉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아이젠은 꼭 지참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알프레드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 “나와 함께 시집을 엮기로 약속하고서 멀리 여행을 떠난 정채봉 선생께 이 시집을 바친다. 누구보다 삶과 시를 사랑했던 그에게, 우리는 입 속의 혀처럼 삶에 묶여 있으나 그는 시간의 틈새로 빠져나갔다.”<류시화>

 

작은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류시화의 잠언 시집을 집어 들고 첫 장을 넘겼을 때 딸의 친구가 쓴 ‘지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는 따뜻한 글이 있었다. 이 시집은 잠언 시집이다. 그의 시집에 들어있는 글을 보고, 프랑스의 작가 스땅달의 말을 떠올리며 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세상에 쉬운 일은 별로 없다. 우리의 부모도 우리도 모두 간혹은 즐겁게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각보다, 혹은 더럽고 무섭지만 훨씬 아름답기도 하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봐라. 그래도 어려우면 공부를 더 하든지 직장을 옮기든지 아님 다 잊고 일 년쯤 쉬든지.” 사회 초년생으로 과중한 업무와 부하의 입장을 고려해주지 않고 자신만을 아는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대단하다는 불평과 푸념을 입에 담고 사는 딸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딸의 태도가 조금씩 바꿔지기 시작했다. 불평이 사라지고 밝고 긍정적인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격하기만 하던 아비의 말에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느꼈으며 그리고 생각이 변했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자고. 30년 후가 편하자고 지금 심한 고통을 겪을 필요는 없다. 지금 사랑하고 행복하자. 지금 행복하려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봐라. 사랑은 모든 것에 앞선다.<도봉별곡>

 

2.산행기

관악산 둘레길 산행(2011년 4월 13일. 일 맑음)

참석 : 김정남, 전작, 이경식, 박형채, 정해황, 조문형, 한양기, 나창수, 남기인, 이재웅, 고갑무, 임삼환, 최광일 위윤환, 김종화(15인 산사나이들)

 

산행 시 발목 때문에 친구들에게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둘레길이라 가벼운 산행이 될 것 같고 그간 못 보았던 친구들을 볼 욕심으로 용기를 내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보니 괜찮은 것 같다. 나이가 60에 가까워가는 작년부터 팔을 비롯해 발목이 좋지 않다. 어른들이 말하던 ‘아홉수’가 이런가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팔은 나이 먹은 사람에게 근육운동이 좋다기에 아령을 좀 했더니 오십견이 온 것 같고, 발목은 정형외과를 갔더니 삔 발목을 제때 치료를 하지 안해서란다. 참고로 양반다리자세가 복숭아뼈를 눌러주어 발목에 좋지 않고 정형외과 치료에서는 문질러주는 것(마사지)이 좋지 않다 한다. 다행이 지금은 팔도 발목도 많이 좋아졌다.

 

괜찮겠지 하면서 모시떡을 산후 사당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10시15분전 사당역 6번 출구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니 요즘 둘레길이 유행이어서인지 인산인해다. 출구에서 조금 가다보니 기인이 친구만 보인다. 어딘가에 다른 친구들이 도착해 있을 터인데 찾기가 쉽지 않다.

 

10시 가까이 되어 6번 출구로 가니 오늘의 산행인원 15명 중 본인과 기인 친구를 제외한 13명, 1인 열외 없이 모두 도착해 있었다. 본인도 비교적 시간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들 모두 젠틀맨이다.

 

10시 정각 관악산 둘레길 1코스를 향해 남부순환로를 따라 낙성대역 쪽으로 출발했다. 500여m쯤 가니 까치산 생태육교가 보인다. 그 아래에서 좌회전해 10여분을 가니 관악산 둘레길 1코스 지도가 보이는데 그 앞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 지도 보기가 쉽지 않다.

 

관악산은 집에서 멀지 않아 많이 와본 산이라 굳이 지도까지야 볼 필요가 있겠냐 하면서 지나쳤는데 얼마 가지 않아 총장님과 문장관님 동시다발로 내게 산행기를 쓰라 한다. 의외다. 금년 들어 처음 참가하는 산행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산행기를 쓰라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방금 전 둘레길 지도라도 잘 보아둘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당골을 지나 10여분을 더 오르니 k3라는 표지판이 있는 만수천이라는 약수터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삼환 친구가 고로쇠물을 내어 놓는걸 보면서 본인도 짐을 덜 요량으로 모시떡을 꺼냈다. 떡을 내어놓고 고로쇠물 한 잔 달라하니 벌써 떨어졌다 한다. 고로쇠물 한 잔으로 봄기운을 한껏 느끼려 했는데 아쉽다. 아쉬움을 오렌지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 잔으로 대체했다.

 

산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아서인지 나무들이 앙상하다. 걷는 도중 조금은 볼품없는 산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사는 얘기를 했다.

 

일본에 들이닥친 대지진과 쓰나미 그 와중에 보여준 일본인들의 메이와꾸(폐) 가케루나(끼치지 않음)정신, 우리 젊은이들의 기부사례, 가슴이 찡하다. DJ가 이런 말을 하였다 한다. “우리가 비록 임진란 7년, 일제 36년 도합 43년간을 일본으로부터 괴롭힘 당했다하여 한일 간 1,500년간의 역사를 도외시 할 수는 없다”고 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DJ가 큰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너무나 쉽게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대통령을 맨바닥에 무릎까지 꿇게 한 교계지도자들의 망령된 행동과 타 종교장소에까지 가서 땅 밟기를 통해 그 종교의 멸망을 기원하는 기독교인들의 무지와 오만 등도 화제에 올랐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교회가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교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너무나 세속적이고 상업적이다. 종교집단이 이익단체가 되고 권력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루터는 ‘벌주는 하나님 대신 사랑의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을 설파했고 현재의 선진국 교회는 성직자들의 ‘본보기 신앙’을 통해 선교를 한다고 한다.

 

본인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 않고 또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주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가는데 감동이 잘 오지 않아 예배시간이 지루한 경우가 많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본인에게는 거북하게 들리는 말로 이는 자기들끼리의 말인 것 같고 종교와 인격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남자들이라면 다 관심 있을 수밖에 없는 상하이 스캔들에 대해서도 담소를 나눴다.

 

상하이 스캔들에 대해 대부분의 친구들은 국가를 대표해 간 사람들이 어떻게 한 여자를 두고 그럴 수가 있냐고 어처구니없어 하는데 어떤 친구는 일반 스캔들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해버렸다. 비슷한 교육을 받은 같은 세대 사람사이에서도 이렇게도 시각차이가 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k5위치인 상봉약수터에서 조금 쉰 후 산행을 계속했다.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둘레길이라는 표현만 썼지 모두들 코스가 험난해 둘레길이 아니라고 한마디씩 한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인지 길도 헷갈린다.

 

이왕 온 것 연주대까지 가자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친구가 그보다 좀 더 가까운 깃대봉으로 가자한다. 돌산을 한참 걷다 보니 뒤에서 창수 친구가 넘어지는 소리가 난다. 근자에 치질수술을 해 아직 정상컨디션이 아니란다.

 

깃대봉까지 가자는 친구도 있었지만 창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에 낙성대 쪽으로 가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모은 후 조금 더 내려가다 점심을 겸한 간식거리를 먹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먹산회라는 분위기는 이젠 탈출한 것 같다. 여생을 같이 하게 될 정겨운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어부인이 정성들여 싸준 오리훈제며 산적 그리고 굴에 곁들인 막걸리의 맛은 그 어디에 비할 수 없는 것 같다.

 

본인이 오늘 산행기를 작성해야 함에 따라 우리의 격조를 높여주고 있는 산행시 제목 ‘새’를 목청을 가다듬어 가며 낭송을 했다. 시의 내용으로 볼 때 이 글을 쓴 시인은 나이도 지긋하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사람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항상 그러하듯 하산을 하였다. 하산도중 뒤풀이 얘기가 나오니 기인이 친구가 아들 결혼 시의 성원에 대한 답례를 하기로 했단다.

 

본인이 오늘 산행기를 작성해야 함에 따라 우리의 격조를 높여주고 있는 산행시 제목 ‘새’를 목청을 가다듬어 가며 낭송을 했다. 시의 내용으로 볼 때 이 글을 쓴 시인은 나이도 지긋하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사람인 것 같다.

 

30분을 내려가니 서울대 연구공원이 나왔고 거기서 2번 마을버스를 타니 1시30분경 낙성대역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역에서 하차하였다.

 

서울대역에서 봉천동고개를 향해 300m를 가니 24시 관악불가마사우나가 보인다. 사우나시간을 1시간15분은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1시간으로 정했다. 본인의 경우는 탈의실에서 15분 탕 안에서 30분 도합 45분이면 되는 것 같다. 더 있으려고 해도 진기가 빠져 나가는 것 같아 탕 속에 오래 있지 않는다.

 

발가벗은 상태의 정남이 친구가 자랑을 한다. “스테미너 유지를 위해 요즘 말벌주를 마시는데 새벽마다 피가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진정시키느라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벌의 독은 어깨가 아파 봉침도 맞아 보았는데 알러지도 있고 해 술로 발효시켜 먹는 것이 제일인 것 같다”고 기를 팍 죽여준다. 친구들끼리 하는 스스럼없는 농담이지만 품격이 있는 표현이다.

 

뒤풀이를 위해 봉천시장 쪽으로 갔다. 시장 안에 들어서니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고막을 비롯해 각종 상품들이 우리 집 근처보다 훨씬 저렴한 것 같고 상인들도 생동감이 있다.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생고기집을 찾았는데 그 집이 보이지 않는다. 업종이 바뀐 것이다. 순간 당황이 되었지만 친구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몇 번 와본 인근의 다른 생고기집으로 안내했으나 우리 일행전부가 한꺼번에 앉을 자리가 없었다. 일부친구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으나 ‘번호표를 타야한다’는 현관에 써진 글귀를 보고 많은 친구가 이곳에서 먹자고 주장을 하니 소수가 다수한테 양보를 할 수밖에.

 

뒤풀이를 두 팀이 약간 떨어진 곳에서 했다. 하지만 젊은 청년들의 부지런한 서비스에 곁들인 한우를 삼겹살 값에 잘 먹었다고 많은 친구들이 식당의 명함( 02-877-3376)을 챙긴다.

 

이것으로 오늘의 산행 일정이 모두 끝나니 대부분의 친구들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으로 갈린다. 친구들아! 모두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갖기 바라네.

 

2010년 3월 21일 정해황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춘천 오봉산이다. 춘천의 근교산이면 경춘선이 복선 전철로 개통되기 전까지는 원거리 산행이었지만 개통 후에는 중거리 산행이다. 세상이 날로 좋아진다는 실감이 난다. 춘천으로 가는 철도 지도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사업을 하지 말고 그가 하지 못해 안달을 하는 같은 토목사업이니 서울에서 설악산을 지나 속초까지 전철을 건설한다면 mb의 인기가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내친 김에 강릉까지 가면 더 좋고.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서울에서 9시에 아침을 먹고 한 잔의 차를 마신 후, 집 앞에서 2,000원 정도의 요금을 내고 속초행 전철을 탄다. 담소를 나누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북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간다. 두 시간이 지나니 설악산 울산바위를 옆에 끼고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으러 동해를 향해 전철은 힘차게 달린다. 속초역에 내리니 11시 30분이다. 바로 옆의 포구에서 쫄깃한 밀복회를 떠서 '山'이란 이름이었다가 후에 '처음처럼'이란 이름이 붙은 소주를 두 병 사서 전망이 좋은 방파제의 등대 옆에 자리를 잡는다.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는다. 옆의 버너 위에는 시원한 뼈국물을 우려내는 맑은 물탕이 끓고 있다.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 그대 한 잔, 나도 한 잔. 물가에서 술을 마시니 쉽게 취하지 않으나 모처럼의 외출인데 취흥을 돋아야지. 술이 부족해 이긴 사람이 술을 더 사러가는 가위바위보를 한다. 진 사람은 돈을 낸다. 더 바랄 게 없는 한적하고 즐거운 오후다. 해는 중천에 뜨고 시계를 보니 1시 반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설악산 등산을 뺄 수 없는 일. 권금산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노인들이 많아 혼잡하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울산바위 등정은 위험하니 흔들바위를 한 번 흔들고 계조암에 들러 부처님 앞에 몸과 마음을 낮춘다. 울산바위의 틈새에서 나오는 석간수가 유난히 차갑다. 설악동으로 돌아오니 많던 노인들이 어디로 몰려갔는지 케이블카 앞이 한산하다. 서울에 가기는 너무 이르다는 데 뜻이 모아지자 케이블카에 올라 대청봉을 보기로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설악의 전경(全景)만 보고 갈 수 없다. 털보 산장지기의 부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끓여서 내려주는 원두커피의 향긋한 맛을 잊지 못해 잠시 통나무로 지은 권금산장에 들른다. 그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생머리를 뒤로 묶는다. 나도 여기서 평생을 산객들을 맞으며 조용히 살면 좋겠다는 상념에 머리를 잠시 맡긴다. 내려오니 6시다. 여기까지 왔는데 전철로 30분 걸리는 경포대는 가야지. 마침 보름달이 뜰 때니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자. 동해의 달맞이다. 경포호 정자에서 고운 님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경포대에는 7개의 보름달이 뜬다고 어느 옛 시인이 읊었던가? 하늬바람 부는 봄 밤하늘에 달 하나, 푸른 앞바다에 달 하나, 잔잔한 경포호에 달 하나, 님의 맑고 깊은 눈동자에 달 하나, 님의 술잔 속의 출렁이는 술에 달 하나, 내 뜨거운 마음 속에 달 하나, 님의 따뜻한 가슴 속에 달 하나이니 일곱이 맞네. 이제 하루를 거두고 집에 가서 낮은 베개 높이 베고 자자. 전철에 오르니 노곤한 피로가 몰려오고 절로 눈이 감긴다. 기분좋게 살며시 다가오는 님의 고운 얼굴처럼 때 맞춰 오는 달콤한 잠을 마다할 일인가. 서울에 도착하니 11시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배후령의 해발고도가 600미터이니 180미터만 올라가면 되는 쉬운 코스다. 무릎이 아프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으니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배후령에서 정상까지 가면서 넘고 넘는 오봉능선은 험한 산이 아니니 아기자기하다는 표현이 맞는다. 정상에서 주변의 산들을 바라보며 때늦은 호연지기도 부리고 고 정주영 회장이 토목보국의 꿈을 키웠다는 소양호를 내려다보자. 춘천에 왔으니 비싸고 실속 없는 닭갈비는 제쳐두고라도 메밀로 빼낸 막국수는 한 그릇 먹고 오면 하루가 더 즐거운 일이다.

 

4.동반시

살아가면서 많은 잠언집을 접한다.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산다지만 이순의 나이가 되니 요즘 우리가 겪는 것들은 대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이다. 이제 처음 겪는 일은 거의 없다. 생각이 안 난다면 잊고 살았던 것들이다. 나이 들어 좋은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기 때문일까? 살아오면서 많은 상처를 받아온 우리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행복은 눈 아래에 있다.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을 보라. 강이 있고 꽃들이 있다. 눈을 들어 위를 보면 공허한 하늘과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바람과 뜬구름 말고는 없다. 하늘에 있는 하나님과 해, 달, 별은 우리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으니 하릴없는 것들이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소양호를 내려다보며 헤세의 유리알의 유희 같은 시를 읽어 산우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산우 어디 없소. 이번에도 김용우 산우를 기다려본다.

 

생의 계단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에서)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2010년 3월 23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