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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낙엽을 태우며 / 도봉별곡

낙엽을 태우며 / 도봉별곡

 

 

 

북한강 가

겨울에는 귀 떨어지게 추운 홍천 공작산을 바라보며

 

마당 한가운데 잘 생긴 느티나무 하나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난초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대나무 닮은

 

자기 몸 지키기 위해 떨군

잎 태운다

 

아이들 웃음과

노인의 회한과

중년의 술잔과

청년의 노래 담은

잎 태운다

 

올 겨울에는

그들만의

진보와 보수의 낡아 빠진 잠꼬대 듣지 말라며

잎 태운다

 

겨울잠 깊게 잘 자서

나이테 단단하게 채우고

내년에

감각적 쾌락 여의고 청정한 삶 사는 학승 만나듯

반갑게 보자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