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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무의도와 호룡곡산(詩山會 제174회 산행)

무의도와 호룡곡산(詩山會 제174회 산행)

 

산 : 호룡산(240미터)

 

코스 : 호룡곡산-국사봉

 

소요시간 : 2시간

 

일시 : 2011년 12월 11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9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아침에 - 위선환(1941~)

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빛과 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 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

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 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

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 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

한 나무는 다른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

 

나무들 사이에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그렇다. 더불어 살아가는 뭇 생명이 그리워 나무는 가지를 내어 손짓하지만, 다른 생명을 제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나무가 드리운 천 년의 고요 안에서 머뭇거리며, 수군거릴 뿐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리움 깊어지고 나뭇가지 무성해진다. 전남 장흥 삼산리의 후박나무는 세 그루가 사랑의 위력으로 서로의 몸을 파고들었다. 서로의 몸이 다치지 않도록 살금살금 빈 자리를 찾아 가지를 뻗었다. 마침내 세 그루의 후박나무는 한 그루의 융융한 나무가 됐다. 세 그루이면서 한 그루인 장흥 후박나무의 간절한 그리움이 지어낸 기특한 사랑법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중앙일보는 ‘시가 있는 아침’을 연재하므로 플로로그 시와 시평을 자주 빌려 온다. 시는 괜찮지만 시평은 상업적인 의도로 옮겨 쓰면 안 된다. 주변에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리들은 모범생들이라 반듯한 직업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 애들을 훌륭하게 키웠기 때문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별 걱정이 없겠지만 이 풍진 세상에 처음 나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졸업생들이나 결혼해서 애들을 키우며 살지만 노후대책이 막막한 사람들의 실정은 쉽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세상은 언제 어느 때나 다 만만치 않고 어렵지만 요즈음은 아침에 눈을 떠서 접하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나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빈부의 차가 더 벌어지는, 1%의 재벌을 위한 양극화 정책이나 FTA로 인한 먼 훗날의 의료비 상승은 젊은 사람들의 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성장이 일거리를 만들어 결국 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성장정책은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과연 정답이나 해답이 있을까. 옛 산우 최용식 교수의 EBS 경제학 강좌를 들어봐도 세상의 경제는 안개 속 한 모퉁이에 불과하다. 두 딸 모두 mb에 매우 비판적이라 큰딸은 근무하는 삼성동에서 시청 앞까지 와서 촛불을 들고 동생한테 동료들과 함게 빨리 나오라 하고, 작은 딸은 시청 앞 옛 삼성본관에서 근무하니 눈에 들어오는 촛불과 귀에 들어오는 함성에 바빠서 나가지 못하는 마음이 오죽 답답하겠는가. 가족이 마시는 맥주 타임에 들리는 딸들의 시름이 나의 시름이니 산에 올라 시름을 달래보는 수밖에.

 

그러니 세상을 잊고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산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중랑천과 붙어사는 행복한 사람이 바로 나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173회 호명산 산행 <2011. 11. 26(토), 흐림 >

 

산행일/집결지 : 2011.11.26(일) / 상봉역(10시)

산행 소요시간 : 4시간 (10:45~14:45)

산행코스 : 청평역-안전유원지-옹달샘-전망대-호명산(정상)-기차봉-호명호수

참 석 자 : 7명 (김종화, 남기인, 박형채, 염재홍, 위윤환, 한양기,김정남<일 찍귀가>)

동 반 시 : ‘겨울의 춤‘/ 곽재구

뒤 풀 이 : 두루치기와 김치전골 안주에 막걸리 / ‘함지박’(상천역앞)

 

오늘은 우리 시산회의 제173회 산행일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평에 있는 호명산이다. 그간 여러 가지 일과 겹쳐서 자주 나오지 못하다가 오랜만의 참석이니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서둘렀다. 며칠 전에 담근 김장김치를 한통 담고 물과 막걸리를 준비하고 길음 시장에서 떡을 두 봉지 사서 넣고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실으니 약속시간 한 시간 전이다.

 

9시 40분경 상봉역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친구들 - 형채, 윤환 양기, 기인이 둘러서서 한담 중이다. 잠시 후 종화가 도착하여 춘천행 급행열차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김정남 전회장이 보이질 않는다. 자리를 맡아 놓고 기다리는데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등산객들의 눈치가 대단했지만 무시하고 꿋꿋이 지켰다. 출발 직전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매우 피곤하고 속이 안 좋은 모양이다.

 

10시 40분경 청평역에 도착하여 광장의 등산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뒤늦게 화장실을 다녀온 정남 친구가 결국 등산은 포기하고 견산으로 대체하고 하산해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혼자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준비해 온 굴, 한과는 인계를 하고 간다. 고맙고 미안하다.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면서 작별을 했다. 이제 우리도 평상시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몸이 즉각 반응하여 쉬라는 명령을 내린다. 옛날 같았으면 이틀 술 좀 했다고 그렇게 될 수가 있는가. 그 만큼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리라. 나이 들수록 건강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천번 만번 되새겨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6명 일행은 청평역을 출발하여 안전유원지를 지나 조종천 시멘트 징검다리를 건너 논둑길을 가로질러 들머리에 들어섰다. 입구의 등산 안내도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등산로가 10Km라고 그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호명호수에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으니 그 보다는 짧은 6Km쯤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호명산(虎鳴山)은 다른 문헌의 설명에 의하면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에 있는 산으로 한북정맥상의 귀목봉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 청평댐 뒤쪽으로 솟아 있다. 옛날에 산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높이는 632.4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시작부터 매우 가파르다. 썬 파워라는 본인의 이야기처럼 입이 쉬지 않는 한양기 친구의 진담, 농담, 야담등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면서 20여분을 올라가니 약수물이 나오는 샘터에 도착하였다. 옹달샘이라고는 하지만 산등성이에 설치된 모터에 의한 즉 인공이 가미된 우물인 것 같았다. 아무튼 시원한 물로 목을 적시고 복장을 정비하여 다시 출발.

 

전망대에 도착하여 주위를 조망하나 오늘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로 청평댐이 아련히 보이고 멀리 가까이 여러 산들이 올망졸망 정렬되어 있으나 안개에 묻혀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희미한 그림자를 나타낼 뿐이다.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을 바라면서 땀을 흘리는데 예의 그 친구는 여전히 시원한 입담을 과시한다. 참 폐활량도 좋은가 보다. 가파른 산이라 올라가면서 말하기도 힘드는데.

 

드디어 호명산 정상에 도착 632.4m라는 표지석을 가운데 놓고 인증 사진을 찰칵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개가 아직도 온 세상을 덮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낮은 기온에 습기가 많아 손도 시럽고 춥기도 하다. 평상시 같으면 남쪽으로는 청평댐을 건너 화야산의 뾰루봉이 지척에 보이고 그 너머로 용문산이 펼쳐지며 서북쪽으로는 깃대봉, 축령산, 서리산 등 수동면의 산들이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명지산과 화악산, 국망봉 등 경기도의 고봉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북쪽의 산 중턱에 호명호수 댐이 눈에 들어오니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 호수가 빨리 보고 싶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눞은 곳에 있는 호수는 보통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티티카카호라고 알고 있으나 기네스북에서는 네팔 히말라야의 판치 포크리(panch pokhri)호수가 해발 5,414m로 가장 높다고 하며,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에서는 티베트의 마팡윙쵸(마나사로바르)호수가 해발 4,557m로 가장 높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탐험에 의하여 또 다른 호수들이 발견되고 있는 모양이다. 앞으로 더 높은 곳에 있는 호수가 발견될 지도 모른다. 호명호수는 해발 535m에 건설하였다.

 

정상에서의 흐릿한 날씨를 원망하면서 꼭대기를 내려와 조금은 바람이 덜한 넓은 자리를 잡고 드디어 점심. 역시 우리는 먹산회다. 막걸리에 김치, 김밥,고구마, 굴, 떡, 한과 등 먹고 남아 다시 배낭에 넣고 호명호수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오르락내리락 봉우리들을 지나 기차봉을 감아 도니 호수 전망대에 도착했다.박 총장은 이제야 산행기를 쓸 사람을 정하자고 한양기 친구와 나에게 가위 바위 보등 알아서 정하란다. 산행 초입에서 기자 이야기가 나왔으나 오늘은 적은 인원이니 총장이 써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렇게는 안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위바위보 이런 것으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먼저 쓰겠다고 하는 게 속 편하다. 그렇게 기자로 정해진 본인이 식사 때 읊지 못한 산행시를 전망대에서 뒤늦게 낭독하였다

 

호명호수는 박 대통령 시대에 공사를 시작하여 1980년도에 완공된 인공호수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심야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산꼭대기까지 끌어 올린 다음 전기수요가 피크일 때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 양수발전소의 발전을 위한 물을 저장하기 위하여 조성한 호수로서 면적은 47만 9000㎡이다. 즉 가역식(可逆式) 펌프 수차를 이용하여 심야에 청평호수에서 물을 끌어 올려 저장한 다음 전기 수요가 많을 때 그 물을 떨어뜨려 수차를 돌려 발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파이프에 물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고향 보성에도 유역 변경식 발전소가 있는데 거기는 산 너머에 있는 저수지에서 지하로 수로를 뚫어 물을 옮겨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을 한다.

 

호명호수는 전망대가 양쪽에 있어 두루 굽어 살펴 볼 수 있고 주위를 잘 가꾸어 놓아 봄철에는 가족 동반 나들이 장소로 안상맞춤일 것 같다. 물위에도 거북이가 한 마리 있는데 아마 물을 흘러내리는 취수장처럼 보인다.

 

고속버스 수준의 군내 버스를 타고 상천역에 도착하여 바로 역 앞에 있는 ‘함지박’에서 두루치기라고 불리는 돼지고기 두부김치와 김치전골에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시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다음 산행은 12.11일 무의도의 호룡곡산으로 정하고 차편은 남기인 이사장이 제공하여 과천역에서 만나는 것으로 의견을 나눴다. 늘 도움을 주는 남기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또한 김종화 친구가 뒤풀이를 책임진다고 한다. 이런 열성적인 친구들 때문에 우리 시산회는 영원할 것이다. 그런데 차량 좌석이 한정되어 다음 산행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야할 모양이다.

 

우리 친구들은 함께 쓰는 우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이 비바람을 막아주듯이 우리는 서로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는 그런 친구들.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역경이 다가와도 모든 사람들이 배신하고 상처를 준다고 해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 그런 관계가 바로 시산회이기를 바란다.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저자인 마크 트웨인은 “갑자기 비가 올 때 누가 우산을 마련해 줄 것인가?”라며, “사람은 가장 믿을만한 인생의 우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인생의 행로에서 언제 당할지 모르는 위기 앞에 서로 보험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점이다. 우리 친구들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 줄 수 있는 사람, 아니 그것도 안 된다면 함께 비를 맞고 같이 걸어 갈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친구들의 앞날은 오늘 산행길처럼 처음에는 가파르고 힘들었으나 몇 번의 봉우리를 지나서 탁 트인 호수를 만났듯이 앞으로는 그렇게 활짝 펴지기를 바란다.

 

 

오늘의 동반시

 

겨울의 춤 / 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2011.12.1. 염 재 홍

 

 

3.산행지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도에 위치한 호룡곡산(244m), 국사봉(230m)은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큼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의 괴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빽빽한 소나무와 숲을 헤치고 정상에 서서 하나개, 큰무리 해수욕장과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주변의 작은 섬들과 해변 양쪽의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남기인 산우가 12인승 차량을 제공하니 12명이 넘지 않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총장의 바람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자. 김종화 산우가 호명산에서 매운탕을 쏘려했으나 인원이 미달해 다음으로 미뤘고 이번에는 성원이 되면 싱싱한 무의도 회를 쏘겠다니 그 성의를 무시할 수 없다.

 

호명산행 때, 말리는 마나님의 악담(?)을 뒤로 하고 무리하게 갔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음을 사과한다. 염재홍 산우가 산행기에 언급했으니 부끄럽지만 지울 수도 없는 일이고 상황의 설명을 해야겠다. 그나마 생굴 2봉과 한과 2그릇을 가져가서 두고 왔으니 넓은 맘으로 봐주게. 어쨌든 노후가 편하려면 마나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내가 본래 2차를 가지 않기 위해 막걸리를 즐기며 술은 자주 마시지 않는다. 시산회 3대 술꾼 중 나와 임삼환 산우가 같은 동네 방학동 하늘 아래 살아도 6년 만에 처음 대작을 했을 정도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쯤 마시는데 한 번은 주말에 산에서, 한 번은 요일의 중간인 수요일에 특정하지 않은 지인들과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며 그외의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협한 습관과 돼지고기를 못 먹는 불편함 때문에 내가 먼저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때는 수요일에 11월의 마지막 밤을 지인과 마셨고, 목요일 12월의 첫날에 11월의 마감 실적이 좋아 한잔 사겠다는 옛 직원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마셨고, 금요일은 포천의 온천에 들러 회상도 하고 건설에 관한 자문을 해주러 산정호수에 갔다가 상현달을 보며 마신 술에 취해 집에 오니 4시였다. 호수에서 마시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주객이 아니라는 사람과 달이 하늘에, 호수에, 내 술잔에, 그대 술잔에, 그대 두 눈 속에, 내 가슴에, 합이 일곱 개의 달이 떠 있는데 어찌 마시지 않고 취하지 않으랴 하는 심정으로 마셨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변명했으니 여기까지 언급한다. 다시 이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겠는가.

 

 

4.동반시

동반시다. 유명한 시로 꼭 동반하고 싶었으니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동반한다. 시인은 우리보다 두 살 아래의 남도 시인이다. 전남대 국문과를 나왔다니 알만한 산우도 있을 것이다. 이 시는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시인은 젊은 시절, 고료가 생기면 여행을 즐겼다. 그 여행의 기행산문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은 교보문고에서 사서 손때가 묻게 읽다 서고에 꽂아둔 책이다. 1994년판이니 17년이 흘렀는데 내가 그때 이런 책을 읽기나 했을까? 그것도 손때가 묻었으니.

 

사평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역이다. 우리가 젊은 시절, 추운 겨울에 간이역에서 기다렸던 밤차를 떠올리면 그만인 시다. 세상이란 원래 어렵고 각박하여 삶의 애환을 담은 서정시라는 해설 등이 많으나 나름대로의 해설에 불과하다. 막차, 톱밥난로, 대합실 밖 눈, 쓴 담배, 쿨럭이는 기침 감기를 연상하며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하다는 시인의 표현대로 우리도 이 시에 취해 보자.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0111년 12월 6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