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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송년 산행 청계산(詩山會 제175회 산행)

 

송년 산행 청계산(詩山會 제175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청계산역-원터골-정상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12월 18일(일) 10시

 

만나는 곳 : 신분당선 청계산역

송년회 장소 : 오후 2시반에 청계산역 원터골 애마오리집(576-1004)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송년회)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겨울 농부/나태주

 

우리들의 가을은 귀퉁이에
검불더미만을 남겨놓고
저녁 하늘에 빈 달무리만을 띄워놓고
우리들 곁을 떠나갔습니다.

보리밭에 보리씨를 뿌려놓고
마늘밭에 마늘쪽을 심어놓고
이제 이 나라에는
외롭고 긴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헛간의 콩깍지며 시래기를 되새김질하는 염소와
눈을 집어먹고 껍질 없는 알을 낳는 암탉과
어른들 몰래 꿩약을 놓는 아이들의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눈 속에 갇혀 외롭게 우는 산새 소리를 들을 것이며
눈에 덮여서 더욱 싱싱하게 자라나는 보리밭의 보리싹들을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시인은 겨울이 외롭고 길다고 했다. 뉴스에 올해 겨울 기온은 따뜻하다지만 경기 체감 온도는 아주 낮다는것이다. '겨울 농부'라는 이 시를 보고 느끼는 소회가 있다. 오래 전에 주택사업협회 대의원으로 조찬회에 수 차례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강연자는 차관이나 차관보 정도가 주류를 이뤘다. 여러 강연자 중 차관급인 통계청장의 강연이 인상 깊었다. 통계는 단순한 수학이 아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종합과학이며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이 생기고, 주택사업에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것이라며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사업해야 한다는데 공감으로 가득찬 박수를 많이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인구감소에 대한 보도가 자주 나와 그때 생각이 떠올라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니 요즘의 방송에 자주 나오는 것과 같이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한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4인 가족이 줄어들고 1~2인 가족이 급속하게 늘어난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사업에 관해서는 원룸형 준주택이나 다중주택,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구상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사 준비를 한다며 집을 떠나는 딸들을 이 기회에 독립시키고 유지비가 많이 들고 불필요하게 큰 집을 줄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형차인 '에쿠스 소유자의 95%는 폼 잡기 위한 사기꾼'이라는 풍자적인 우스개 말도 있다. 사람들은 유지비가 많이 드는 큰 차나 수요가 줄어드는 큰 집을 선호하지 않는다. 결혼한 자식들이 친정에 오면 여러 개의 방이 딸린 큰 집이 필요하다는 마나님의 생각도 자기 친구들의 경우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자식들이 와도 집에서 자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 초에는 사위도 장인이 술 한 잔 마시고 자고 가라는 말에 응대를 해주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음 날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서 술도 마시지 않고 불편하다며 집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해보면 이제 큰 집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 분양하는 전용면적 18평과 25.7평의 구조가 좋으니 잘 고르면 횡재를 할 수도 있다. 두 사람만의 전용공간으로는 18평도 크다. 나이가 들어가니 폼 잡을 일도 없다. 해외골프를 치며 골프회원권에 큰 차에 큰 집을 가지고 폼을 잡던 사람들은 이제 주위에 어디론가 가고 없다.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이란 말도 있으니 결혼해 떠나가면 그만이고 그동안 속을 썼혔던 마나님이나 잘 건사하며 사는 것이 그나마 노후가 편할 것이라는 데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174회 호룡곡산 산행일지

◎ 산행지: 인천 중구 무의도(舞依島) 호룡곡산(246M)

◎ 산행일: 2011. 12. 11(일) 흐림

◎ 집결지: 정부과천청사역 9번출구 (10시)

◎ 산행소요시간: 약 3시간 (11:30~14:30)

◎ 코스: 하나개 유원지-호룡곡산-자연생태 관찰로-하나개 해수욕장

◎ 참석자: 13인(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남기인, 박형채, 이경식, 이원무,

전작, 조문형, 최광일, 최근호, 한양기)

◎ 동반시: 사평역에서/곽재구

◎ 뒤풀이: 인천항‘ 활어회(을왕리 해변)-김종화군 시혜

쌀쌀할 것이란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산행하기 적당한 포근한 날이다.

집결지인 과천에 도착하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선착한 착실과장들이 있기 마련인데 오늘따라 ‘법대로’ 회원만 참석하는 건가?

때맞춰 ‘다솜유치원’의 노란색차가 멈춰 선다.

오늘 산행이 호사스런 유람이 되게끔 자원봉사 하겠다는 남기인 군의 도착이다.

여러모로 부담이 많을 텐데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점 고맙고 부럽다.

집결시각 5분전이 되자 모두들 차에 오른다.

포근한 날씨임에도 지하에서 담론에 열중했나보다.

오늘 참석인원 13명. 등록회원 26명의 50% 참석, 근래의 모임으로서는 양호한 실적이란다. 봉사차량 승차인원을 감안하여 나창수 군과 이경식 군은 카페리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인천대교에 들어서자 시원스런 바다풍경이 전개된다.

항만의 커다란 외항선은 각각 섬처럼 보인다. 움직이는 섬은 상념의 나래를 넓게 펼치게 한다. 외형만 보면서 지나칠까 내면의 구성인자도 관조해 볼까나.

인천대교는 한국 최장 다리란다. 송도쪽의 기점에 따라 12Km 또는 18.4Km 거리로 표기된단다. 세계적 순위는 6위의 다리다.

세계 최장 다리는 중국 청도에 있는데 36Km 정도 다리로 교각이 높지 않아 시화방조제 같은 길이다. 내 기억으로는 흔들림 없는 고속도로였다.

영종도와 맞닿아있는 용유도는 오래전부터 별개의 섬인 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본인이 처음 방문했던 25년 전에도 영종도의 끝자락인줄로 알았다.

용유도와 무의도 사이의 잠진도는 오래전부터 제방 같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무의도행 선착장까지는 버스시간 간격이 길어서 산책삼아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카페리로 10여분 거리인 무의도에서의 마지막 배편은 6시 30분이면 끊긴다.

(시간당 2회 왕복)

여객선 터미널에서 조우키로 한 두 친구를 기다리는 30분의 여유로움을 공허하게 보낼 시산회원이 있겠는가. 텅 빈 대합실, 우리들만의 공간, 조문형 군이 알싸한 홍어회 찬합을 열어놓자 막걸리가 따라온다. 그 맛! 우리들의 맛.....

이번의 홍어는 지난주 부친제사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 하니 망부의 명복과 더불어 조군의 정신건강을 빌어주자. 지난번까지의 根건강용 홍어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맛을 기억하자.

섬의 형태가 장군이나 여인네가 춤추는 모양 같다고 하여 무의도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 섬은 남쪽 봉우리를 호룡곡산이라 하고 실미도와 가까운 북쪽 봉우리를 국사봉이라고 한다. 두 봉우리 모두 해발 240m 정도인데 들머리를 따로 하면 각기 독립된 산세같이 보인다.

오늘 산행지는 호룡곡산(246m)만 오르기로 했다.

하나개 유원지 주차장에서 등산로가 바로 시작된다. 제법 산세를 갖추었다.

건천이지만 계곡도 있어 바위 같은 돌로 차 있다. 산중턱에 있는 호랑바위가 제법 크다. 이름그대로 호랑이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의 해설판도 있다.

이곳부터 산등성이다.

섬지방 산등성이는 가슴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든다. 사방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산, 바다, 갯벌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광경을 관망할 수 있다.

등산은 독서와 같다. 遊山如讀書.

17세기 어유봉 선생이 남긴 글에 있단다. 조용헌 살롱에 소개된 글이다.

바위에 오르고, 노을을 감상하고, 소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독서라는 뜻이란다. 섬에 오면 툭 터진 바다경관이 보너스로 추가된다.

이런 지점에서 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상에 오른다. 서울 근교의 비슷한 등산로를 비교하자면 옛골에서 출발하는 청계산 이수봉 같은 거리이고 느낌이다. 나의 느낌이 그랬다는 얘기다.

선정된 시를 낭송한다.

시인의 감정을 느껴보려고 애써보지만 이해되는 않은 무지함이 매번 부끄럽다.

공감 상실의 시간을 맛본다.

동반시 선정은 회원모두의 윤회 선정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선집으로 간행해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선정경위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인가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가 성역 침해라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지만.

선정시 낭송과 더불어 정상주 음미시간을 즐긴다. 먹산회원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아내가 사랑과 정성으로 챙겨주는 새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미들의 자상함이 변한 것 같다. 늙음 때문일까?

하산로는 둘레길이다.

자연생태 관찰로라 하여 잘 정비되어 있다. 갯가를 끼고 조성된 산책로다.

낮은 절벽형의 바닷가. 갯바위에 부딪치는 하얀 파도. 섬 산행의 정취를 만끽한다.

이어진 하나개 해수욕장.

‘천국의 계단’ 드라마에 나온 별장지 세트장이 남아 있다.

모래계곡을 지나 산책로까지 연결시킨 나무다리가 멋스럽다. 회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친다. 예전 같지 않다.

이것도 늙음 때문일까? 나창수 군이었나? 누군가 한사람은 구경하더군.

도선장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짙어진다. 무의도의 전송인사-멋진 보너스다.

김종화 군의 안내로 을왕리 횟집 ‘인천항’으로 이동한다.

군이 은퇴직전에 복무했던 연구소 소재지 근처다.

예정대로 김종화 군이 뒤풀이를 쏘았다.

을왕리 해수욕장. 써치라이트에 밝은 모래사장. 몰려오는 하얀 파도.

이런 풍광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바쁘기만 하다. 식후 산책 생략. 곧바로 승차.

뭔가 변한 것 같다.

기분파 회원의 개인부담은 15만원으로 한정해온 전통도 잊혀진 것 같다.

경조사 답례 행사 때도 지켜왔던 관례인데.

좋은 관습은 지키는 게 좋은데 참석 못한 동안에 변했나보다.

각설하고 김종화 군 복받을 거네. 감사의 예를 표하네.

귀로의 교통편. 승차초과인원 조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른다.

전원 하차. 고마운 남기인 군의 귀로 부담을 덜어주는 예의바른 회원들.

리무진 이용자 3인. 공항철도 이용자 9인. 조금은 불편해도 귀로시간은 같다.

시간이 돈이라는데, 노년시간의 확실한 돈은 BMW.

 

2011. 12. 15 한 양 기

 

3.산행지

송년 산행이다. 올해도 무탈하게 잘 지나갔다. 그동안 이경식 회장님과 박형채 총장이 수고했다. 이 회장님은 평회원으로 물러나고 박 총장이 회장님으로 취임하여 1년을 봉사하게 된다. 후임 총장은 전작 산우가 맡기로 했으니 아직 직을 맡지 않은 산우는 마음을 놓으시라. 시산회가 발족한지 벌써 8년째다. 천지신명과 산우들의 도움으로 무탈하게 지나갔으니 송년 모임은 모두 참석하여 청계산 원터골 근처의 오리집에서 보신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자.

 

 

4.동반시

동반시를 고르는데 눈에 띄는 시를 봤을 때는 뇌가 활성화되는 것 같다. 연말과 겨울 분위기에 맞는 시다. 중앙일보에 '시가 있는 아침'이라는 연재물이 있다. 시와 더불어 시평도 실어본다.

 

지난 봄, 가지마다 버들강아지가 은빛으로 빛나던 버드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졌다.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 위로 스며든 겨울 햇살이 다시 은빛으로 빛난다. 봄의 은빛은 포근하고, 겨울의 은빛은 삽상하다. 은빛 햇살 어루만지며 파란 하늘에 닿은 굵고 가는 나뭇가지들이 모두 투명해졌다. 가지가 배배 꼬여 용버들이라고도 부르는 나무의 흐트러진 가지 위에도 은빛 햇살이 반짝인다. 지었다가 흩어지기를 수없이 되풀이했던 버드나무 그림자가 얼어붙었다. 나무 줄기를 스쳐간 수천의 시간들이 눈부시게 흩어지고 겨울이 깊어간다. 나뭇가지 아래로 우리가 사랑하였던 시간들이 물처럼 반짝이며 흘러간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 최하림(1939~ )

하늘 가득 내리는 햇빛을 어루만지며

우리가 사랑하였던 시간들이 이상한 낙차를

보이면서 갈색으로 물들어간다 금강물도 점점

엷어지고 점점 투명해져간다 여름새들이

가고 겨울새들이 온다 이제는 돌 틈으로

잦아들어가는 물이여 가을물이여

강이 마르고 마르고 나면 들녘에는

서릿발이 돋아 오르고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빛난다 우리는 턱을 쓰다듬으며

비좁아져가는 세상 문을 밀고 들어간다

겨울과 우리 사이에는 적절한지 모르는

거리가 언제나 그만쯤 있고 그 거리에서는

그림자도 없이 시간들이 소리를 내며

물과 같은 하늘로 저렇듯

눈부시게 흘러간다

 

 

2011년 12월 16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定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