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시산제(詩山會 제176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도봉산역-시인의 마을-길지 명당터-마당바위-제6휴식처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2년 1월 8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제수음식, 카메라, 아이젠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산을 위한 시론
겨울산을 바라보며 /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를 만난 적 있나요. 세상의 모든 자기계발서들이 세뇌하듯 한 목소리로 ‘긍정의 힘’을 말하는 시절입니다만, ‘습관적 긍정’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요. 거짓 긍정은 우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되지 못하고 진짜 긍정은 오히려, 벌거벗은 가장 낮은 마음의 참회로부터 비롯하는 것일 테니까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벗어버린 겨울나무들. 그 정결한 무욕함으로부터 더불어 아름다워지는 생명의 세상이 출현하지요. 모든 치장을 다 버린 겨울숲 앞에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가진 것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하는 인간이 눈 내리는 겨울 숲 앞에서 ‘한 벌의 죄’를 껴입고 무릎 꿇습니다. 바닥에서 넘어진 자 바닥을 짚고 일어서라.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리의 바닥은 진심을 다한 참회로부터…….
<문학집배원. 시인>김선우
시인은 5년 전 폐혈증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에 4줄의 절명시를 제자의 손바닥에 쓰고 영면하였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시인은 그의 말대로 강화도 전등사 경내 사고지(史庫址) 옆 소나무 밑에 묻혀 그곳에서 자고 있다.
얼마 전에 지인의 부고에 믿고 싶지 않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죽음을 앞둔 그가 남긴 말은 '나무 밑에 묻어달라'와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즐겁게 떠나니 절대 울지 마라'였다고 했다. 병상에 누워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그는 나를 만나자 했고 마지막으로 내 손을 잡으면서 '내게 빚을 진 것을 자신의 노자돈으로 달라'했고 나는 흔쾌히 그러마고 했으니 그와 나 사이에 남은 빚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생각했으나 아무 것이 이루지 못한 그대, 아름다운 이여 그대 잘 가라'. 세상에 죄 없는 자 어디 있으며, 빚 없는 자 어디 있을까. 길고 추운 겨울에 옷깃을 여미며 세상과 삶을 다시 생각해본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175회 청계산 송년 산행기 (12월18일 10시/맑음)
만남장소 : 신분당선 청계산역 2번 출구
참석자 :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박형채, 신원우,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조문형, 최광일, 위윤환, 한양기
(납회 장소에 동참 산우 : 기세환, 김용우, 염재홍, 전작, 정해황, 최근호)이상 20인의 산사람들
무인 시스템인 신분당선이 개통되어 접근성이 좋아진 탓에 청계산역은 분주하다. 꽉 찬 대합실에 부지런한 산우들이 와 있었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 산행(납회)일이니 많이 참석하리라 짐작되었는데 무려 13명이 10시20분경 출발했다. 총무직을 오늘로 끝내는 날이라 나로서는 마무리에 신경이 써진다. 납회 장소에 2시 반 예약을 했는데 3시경에 도착해주면 좋겠다는 애마부인(음식점 사장)의 부탁 때문에 걱정이 좀 생겼다. 천천히 진행해야할 형편이다. 그러려면 옥녀봉을 거쳐 매봉으로 등산을 하면 길어질 듯해서 제안을 했으나 무릎들이 시원찮은 형편들이라 매봉을 거쳐 하산하잔다. 어찌 하겠나 중지를 모아 다 오케이다.
좀 쌀쌀하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겨울등산하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신원우 산우가 앞장서서 천천히 이끌고 전진한다. 아니, 빨리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한다. 모두 공감했지만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료로 올 수 있으니 등산객이 몇 배 늘어나서 정체현상이 심하다. 특히 계단에서는 더 심하다. 위윤환 산우는 늙어서 자주 오르려 했는데 이런 정체현상이 발생하면 오지 않게 될 것 같고 김정남 전 회장은 청계산이 심심하다면서 오지 않으려 하는데 앞으로 더 오기 힘들 것 같다는 등등의 얘기를 하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변잡기를 늘어놓는 게 산행길에 자연스런 일이다. 최근에 귀촌현상 - 인구가 감소하여 15만 명이었던 어린 시절의 영광군 인구가 지금은 3만 5천 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데 서울 수도권에 사는 고향사람들이 귀촌하기엔 너무 멀다는 얘기하며, 종합병원,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의 부재가 귀촌을 어렵게 하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영암군, 해남군에서는 한옥단지를 만들어 귀촌을 유인하는 군도 있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진달래능선을 따라 오르다 전망대에서 양재동쪽 전경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즐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발길을 옮겼다. 계단을 피하기로 했으나 번호가 붙은 계단을 부지런히 올랐다. 매바위에 다다르니 전망이 탁 트여 시원하고 좋아 사진 한 컷 찍었다. 때마침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데 한양기 산우이다. 늦게 출발해 부지런히 뒤따라온 모양이다. 어떻게 찾아 왔던지 우리 등산코스를 따라와 만났으니 이 아니 기쁘겠는가. 그래서 14명이 매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582.5미터 매봉 정상은 만원이다. 혼잡해서 인증샷도 못하고 12시가 넘었으니 배꼽시계에 태엽을 감아줘야 하니 잠시 간식을 먹을 자리를 찾아 하산한다. 위윤환 산우가 찾은 쉼터에서 자리를 폈는데 오늘 부식은 조촐했다. 납회일이라 먹산회의 전통이 무색하지만 막걸리 10병에 정남표 생굴 안주가 전부이다. 난 부지런히 고구마 몇 개를 깎아서 돌렸다. 원우표 가래떡을 잘라서 먹고 내려가서 잘 먹을 테니 그렁저렁 끝냈다. 오늘 산행 작가를 임용복 산우께 부탁했는데 어렵단다. 다른 때 같으면 가위 바위 보를 하든 어떻게 밀어 붙였을 텐데 마지막 산행은 총무가 반성문을 쓰는 날이니 슬며시 산행시를 읽는 걸로 일단락 지웠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선정한 최하림 시인의 ‘버들가지들이 얼어붙어 은빛으로’이다.
1시 반쯤 뒷정리를 하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가벼운 마음으로 납회장소인 애마오리집을 향해 옛골로 가는 길을 따라 내려왔다. 하산하면서 늙어가는 동안 관절과 척추협착증으로 고생하는 부모들의 얘기가 있었다. 내 아버지도 척추가 협착되어 90의 나이에 수술을 못하시고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는데 조문형 산우도 어머님께서 고생하신단다. 의사의 말을 믿고 수술하셨는데 신통하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란다. 양심적인 의사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의사가 실적 올리려 수술을 강행하여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 지탄의 대상이다. 아무튼 우리 산우들은 근육을 키워서 약한 척추나 무릎연골을 보호하며 건강하게 지내도록 노력하세나.
청룡골을 따라 내려와 관현사 입구를 지나고 경부고속도로 옆길을 따라서 원터마을로 왔다. 2시30분에 도착했으니 내 마음은 불안했고 3시까지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산우들에게 미안하여 애마부인을 다그쳤으나 방을 빼지 못했다.
납회 겸 망년회를 하는 추세라 한번 들어앉은 방이니 쉽게 빼려 하겠는가. 겨우 3시10분을 넘어 자리를 하고 오리훈제로 애마부인의 음식을 부지런히 먹었다. 허기를 어느 정도 채우고 회무를 진행하였다. 이경식 회장의 1년간 무사히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납회를 함에 따른 감사의 말로 인사말을 하였고 신원우 동창회장께서 지난번 모친상을 치르면서 시산회원들의 문상에 감사의 의미로 식사대접을 제안했으며 산우들은 답례의 박수로 환영했다. 동창회에서 일금 30만원을 격려금으로 지원해 주었다. 또한 기세환 전임회장이 겨울을 따뜻하게 잘 보내라고 양말세트를 선물로 돌렸고, 그동안 수고하고 고마운 김정남 산우(참가상), 남기인 산우(차량지원과 운전공로상), 임용복 산우(1박2일 공로상)을 이경식 회장이 수여하니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다른 산우들의 공로도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니 섭섭해 하지 마시라. 내년 시산제는 1월 두 번째 일요일 첫 산행 때 도봉산에서 시행하고 나 원장의 건의에 따라 1.3주 일요일로 전환하는 방향에서 검토하기로 하였으나 차기 회장직을 수행하는 본인의 형편을 2월 이후에 살펴보고 결정하기로 회무를 끝냈다.
지난 1년간 모든 산우들이 협조해줘서 무탈하게 산행을 마친 것을 매우 감사히 생각한다.
또한 산행기 작가도 솔선하여 돌아가며 동참해주고, 적은 액수의 연회비이지만 더 내지 않고 끝낼 수 있었던 점은 총무로서 퍽 다행스런 일이었다. 짜다(?)는 극히 일부 여론도 있었지만 알뜰하다는 것이 더 적합하고 좋은 표현이고, 연초 적자 재정을 물려받고 황당했던 것에 비해 차기 전작 총장께 30만원을 이월하니 든든한 마음이다. 그리고 가끔 내(총무)가 불참하다보니 결산처리에 미숙하여 장부에 오류가 있어 정정한 점을 반성하며 전반기 지출하지 못한 애경사건에 관한 지출을 연말에 처리한 점에 대해 관련 산우들께 사과드린다. 아쉬운 것은 애경사에 관한 찬조금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뒤풀이와 찬조금이 병행되고 있으니 총무인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김정남 전 회장이 방침을 메일로 보냈으나 읽지 않거나 착오로 인해 미처 정리가 안 된 회원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회칙을 만들어 정확하게 정리하고 싶은 것이 신임 회장으로서 새 임기를 맞이하여 가져보는 강한 의지다. 회원 간에 불화가 있어 시산회의 취지에 어긋나는 불미스러운 행동이 있는 경우에는 축구의 주심처럼 경고나 퇴장 등을 통하여 강력한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화 3대 회장이 추진하다 발기 때의 취지인 무회비, 무회칙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김정남 초대 회장이 반대해 하지 못했으나 이번 기회에 내가 추진할 테니 반대하지 않으면 좋겠다. 썩고 병든 가지들은 잘 다듬어 좋은 가지로 만들고 안될 때는 먼 미래를 위해 바로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남 초대 회장이 씨를 뿌리고 기세환 2대 회장이 뿌리를 튼튼하게 잘 내려 김종화 3대 회장이 줄기를 굳게 세웠다. 이재웅 4대 회장이 고군분투하면서 가지를 곧게 뻗고 이경식 5대 회장이 잎을 풍성하게 키웠다. 6대 회장인 나는 꽃을 예쁘게 피우겠다. 다음은 단풍을 붉고 노란빛으로 곱게 물들이고 열매를 맺을 회장들이 나올 것이다.
오는 2012년 흑룡의 해에도 모든 산우들의 가정에 항상 평온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시산회원 모두 파이팅!!
납회를 마치고 2011년 총무 박 형 채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도봉산이다. 시산제를 할 때마다 장소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좋은 기가 흐르고 명당의 기운도 있으며 도봉의 정상을 바라보는 곳이므로 주변의 산꾼들이 무탈한 산행을 바라는 시산제를 올리기 좋다면서 추천한 곳이어서 3년째 시산제를 올리기로 하고 정한 곳이다. 위윤환 산우가 송년회 모임에서 너무 추운 정초여서 약간은 따뜻한 춘삼월로 옮기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정한 대로 하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부결됐다. 나는 시산회의 산행이 아직 무탈했고 따뜻한 춘삼월에는 산행하는 회원의 수가 줄고 장소를 차지하는 데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서 이의를 제기했다. 위 산우의 의견도 일리가 있으니 우리가 나이 들어 추운 것이 매우 싫어지면 그때 가서 다시 정하면 된다. 다만 새해 첫 산행 때 신임 집행부가 주관하여 새롭고 경건한 마음으로 올리는 것이 추운 것에 비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4년 10월 1일 도봉산 산행을 시작하여 175회를 무탈하게 마쳤고 횟수로는 벌써 9년째다. 1년의 행사 중 무엇보다 의미가 큰 시산제에는 모두 나와 올 한 해의 무탈한 산행을 천지신명과 도봉산신령께 빌어보자.
4.동반시
시산제를 올리는 첫 산행에 맞는 희망의 시를 골라보는데 시산회의 수준에 맞고 의미에도 적합한 시가 보이지 않아 전부터 봐둔 시를 올린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명이 짧아 회갑이 넘어 사는 것은 덤으로 산다는 의미로 했던 말이다. 지금은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이 더 적합한 시대다.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 한 살을 먹는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무거워진 마음을 비우고 미워하는 마음도 버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지지 않겠는가. 이제 한 갑자를 돌아 다시 한 갑자의 시작에 선 우리들은 이제 한 살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이 풍진 세상에 지천명을 지나 이순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기원전 4~6세기에 인류의 정신세계가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차축(車軸)의 시대를 살았던 석가모니 부처, 공자, 노자, 장자, 소크라테스 등의 성현들은 인간이 왜 살며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답을 주었다. 그 사상들이 그들의 창의적인 생각이 아니며 그 전의 인류가 계속 고민하며 갈등하며 살아온 세계에 묻어왔다가 그들의 시대에 비로소 꽃을 피웠다는 것이 후세 사상가들의 주장이다. 하여 더 이상의 사상의 발전은 없다. 종교라는 것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사기극'이라는 스피노자류의 주장을 논외로 치더라도 그것에 동의와 경의를 나타내는 후대의 사상가가 의외로 많다. 그러므로 인생과 인격의 완성을 위해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다. 불경이나 성경, 코란, 도덕경, 논어 등의 책은 한 종류만으로도 우리에 훌륭한 스승이 된다. 흑룡의 해에 즈음하여 태어난 우리들은 거듭 났거나 한 살부터 다시 먹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이후의 생이 보람있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추운 겨울에 찬바람이 분다. 나부터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아래는 동반시에 대한 시평이다.
<도봉별곡>
대숲 바람소리가 삽상한 것은 대나무 줄기 안쪽이 텅 비어서다. 세월 흐르고 나이 들면서 차츰 제 안에 든 욕망을 덜어내는 까닭에 대나무는 늙어서도 청춘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 가벼워진 대나무 줄기는 굽지도 뒤틀리지도 않는다. 비운 만큼 가벼워진 몸으로 곧게 선 대나무는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세월의 흔적이 쌓여 나이테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연하고 부드럽게 피어나는 희망을 담은 까닭이다. 세월에 대한 반역이고 삶을 향한 푸른 꿈이다. 울창한 댓잎 타고 흐르는 바람의 노래가 향긋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이 시인의 다른 노래를 어떤 가수처럼 목울대를 한껏 세우고 불러야 할 칼바람의 계절이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대숲에 서면 - 정지원(1970~ )
사는 일이
꿈을 찢기고 지우는 길이었다면
서슴없이 겨울 대숲으로 오라
시퍼런 댓잎 사이로
불어오는 짱짱한 칼바람이
꽛꽛하게 언 몸뚱이를 후려치거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라
연하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희망으로
제 속의 더러운 욕망을 모두 비워야
단단한 정신으로 울울창창 하늘을 찌르리니
굽고 뒤틀린 삶이 맨 처음
푸르게 꿈꾸며 찾던 길이 아니었다면
그대, 폭설이 세상을 뒤덮는 날
주저 말고 대숲으로 오라
2012년 1월 3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
*시산제 축문
2012年 詩山會 도봉산 시산제
檀紀 4345年 西紀 2012年 壬辰年 1月8日 바야흐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詩山會 會員 一同은 壬辰년 도봉산 始山祭를 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도봉산 山神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 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우리 시산회 일동은 산행을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미의 극치 속에서 자연을 흠모하며 자연과 동화되며 175회의 산행을 통하여 인내와 협동으로 화목과 단결을 배웠으며 소박하고 준엄한 교훈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여 왔습니다.
거듭 비옵건대 임진년 한해도 우리 회원 모두를 굽어 살피시어 화합 속에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우리가 정성을 다해 올리는 이 술들을 흔쾌히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4345年 西紀 2012年 1月8日
시산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