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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92회 산행)

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92회 산행)

 

산 : 예빈산

 

코스 : 팔당역-율리고개-철쭉군락지-정상(직녀봉)-견우봉-승원봉-천주교공동묘원-능내리(봉안마을)

 

소요시간 : 3시간 10분

 

일시 : 2012년 8월 18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 중앙선 팔당역

 

준비물 : 막걸리, 간단한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보리밥상 집에서 뒤풀이 예정)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놋쇠요령-아내의 방 - 서상만(1941~ )

 

망미동 골동품 가게에서

놋쇠요령 하나를 샀다

젊은 날, 아내의 곱던 목소리같이

살짝 흔들어도 청아한 울림

파랗게 녹이 슬어

백년은 더 되었다고

가게주인이 세월에 덤을 달았다

이 요령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말문을 닫고

검불로 누운 그녀 침상에

호출용으로 놔 둔 놋쇠요령,

그녀 손에서 요령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얼른,

그 녹슨 소리를 받아먹었다

이제 놋쇠요령은 울지 않는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던 밤들


몸져누운 그녀와 백 년 된 요령의 만남이 애잔하다. 요령소리는 청아한데,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추억 속에서만 곱다. 사람 것인 줄만 알았던 것들을 무언가가 가차없이 회수해 간다. 그녀는 말을 잃었기에 한낱 놋쇠요령이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목마른 그는 쇠를 통해야만 전해오는 그녀의 신음을, 부름을 정신없이 받아먹을 수밖에 없다. 받아먹는다, 라니. 이 가냘픈 소리가 울리고 가는 둘의 인간 고독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짐작조차 어렵다. 갓난아이가 자라 청년이 될 세월 동안 그는 그녀를 수발했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일은 없어졌다고, 시 쓰다 그녀에게로 떠날 일이 남았다고, 연거푸 술잔을 비우면서 말했다.

<이영광·시인>

 

회갑은 한 사람의 생애에 분수령이 된다. 옛 시절에는 넘기기 힘든 나이였지만 지금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장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니 주변에서 회갑잔치란 없다. 지난 아차산행의 뒤풀이에서 마침 그날이 내 60번째 맞는 음력 생일이어서 고맙게도 박 회장님이 피곤하고 더운 날씨에도 마다 하지 않고 나가서 케잌을 사와 1살의 촛불을 밝힌 적이 있으니 내가 행복했음과 친우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이 시를 읽으며 새벽에 들려오는 마나님의 한숨과 신음소리에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병명을 찾을 수 없으니 더 악화되면 확실한 병명을 알아 조치하자는데 본인은 어깨의 고통이 점점 심해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이 들어 좋은 것도 있지만 병마는 점점 친해지려 하니 답답하고 특별한 대책도 없다. 다만 오래 아프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자. 요즈음, 산우들이 있어 든든하고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은 내가 늙어간다는 증거인가!

<도봉별곡>

 

 

2.산행기

제191회 아차산 산행기/박 형 채

참석자 :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남기인, 나양주, 박형채, 이경식, 이재웅,

염재홍, 위윤환, 전작(이상 12명의 시산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에 산행하기는 쉽지 않다. 아차산역 1번 출구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종화가 예배를 마치고 오느라 조금 늦게 출발을 했다. 광장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오르막이다. 이 학교는 홍명보 모교란다. 우리나라를 축구 4강으로 이끈 명감독의 모교라 한 번 더 쳐다보고 지나갔다. 날씨가 뜨거우니 그늘이 좋았다. 조금 오르니 땀으로 범벅이다. 추어탕집 사장님이 복날 자기집을 찾아달라고 얼음 물티슈를 제공했다. 여러 장 받아서 목, 가슴에도 넣고 얼굴에도 시원함을 제공했다. 고마운 마음으로 언젠가는 한번 이용해 드려야겠다.

 

그늘 속 사거리에 앉아 내가 밭에서 따온 노각을 한쪽씩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물놀이 계절이라 전총장 아들이 중학교 시절 인명구조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남자가 물에 빠지면 땅쪽으로 엎드린 자세로 죽고, 여자는 하늘을 보고 죽는다는 것이다. 그도 자연의 이치인 것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는 정신이 빠진 상태까지 기다렸다가 뒤쪽으로 접근하여 얼굴이 하늘을 보게 뒷목을 잡고 나와야 안전하단다. 중국산 사이다와 콜라 얼음물을 나눠 마시고 일어났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날이지만 꾀 많은 사람이 등산을 했다. 아차산은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햇빛이 없는 그늘진 우측으로 오르니 고구려정자는 가지 못했다. 그늘진 바위에 앉아서 전 총장이 중국 대추정과를 나눠 주었고 종화표 자두를 맛있게 먹었다. 중국여행 버스기사 장따거를 도와줄 샘으로 대추정과를 4봉지 정도를 모두 샀다. 왕망령을 오르면서 물이 동나 조문형 산우가 고생한 이야기며, 이종진 친구의 산행 중에 시각을 맞춰 초코파이와 담배로 회갑연을 갖은 이야기 등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니 앉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중국 산행을 위해 무척 애를 많이 쓴 전 총장께 감사의 말을 올리려 한다. 위동 페리 특실 이용과 배 안에서 선장실서 인천항 갑문 통과과정 참관, 축구경기 구경하게 회식자리 마련, 이종진 친구 회갑연 자리 참치회 무한리필 등 자네가 아니었으면 그런 프로그램이 진행 되었겠는가 말일세. 2-3년 후에는 우리 시산회원 모두가 3백회 기념 해외 산행을 동행할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어차피 더운 날이니 쉬면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차산 285미터는 정복해야 한다. 대성암 범굴사 옆을 지나 가파른 절벽을 오르니 전망이 좋은 해돋이 구경하는 곳에 이르렀는데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주저앉았다. 산자락 아래에 워커힐이 보이고 건너편에는 천호대교에서 미사리까지 확 트인 전망이다.

 

나는 1천7백고지 왕망령에서 사온 다섯 가지 건과일과 용우표 복숭아를 맛있게 먹었다. 건너편 암사대교 건설현장 남쪽 끝부분에 암사 정수장이 있다. 그곳에서 내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표주박과 수세미, 고구마, 옥수수, 채소, 야콘, 토란, 호박 등을 재배하고 있다. 힘이 들지만 가족과 형제간 그리고 이웃에게 나눔의 정을 갖고자 함이다. 내 입에 넣은 것은 많지 않다. 식구가 많다보니 늘 챙겨 놓으면 누군가 몫이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에 습관이 되었다.

 

정상을 향해 일어섰다. 20미터쯤 갔을까 시간이 점심 먹을 때가 되어 아차산 정상엔 그늘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리를 잡고 주저앉게 되었다.

내가 오늘의 작가라 자리를 잡고 산행 동반시 박인환의 ‘얼굴’을 읊었다. 6병의 막걸리에다 김밥, 여러 가지 떡과 오리훈제, 빵, 약과 등으로 배를 채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약간 눕고 싶었다.

 

하지만 다들 털고 일어나니 그런 희망이 사라졌다. 더위 탓이다. 아차산 정상을 향해 가는데 갈림길에서 선두가 멈춰 섰다. 수상하다 했더니 하산을 하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운 게지. 모두 동의하여 긴고랑길로 내려섰다. 고랑은 긴데도 계곡에 물이 없다. 중간쯤 쉬고 긴고랑을 내려오니 중곡동 시장골목으로 나왔다. 시원한 냉콩물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먹고자한 콩물국수는 동나고 냉묵사발과 명태찜으로 상을 차렸다. 오늘이 우리 김정남 왕회장 생일이라니 그냥 지날 수 없어 회갑잔치용 케익을 사러 동네를 뒤졌다. 마침 두레쥬루 제과점이 있어 적당한 크기의 생과일 케익을 샀다. 해피버스데이 투유 디어 마이 프렌드 정남!! 해피버스데이 투유!! 정남이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많길 기원하네. 두 딸 잘 도와주고 전 여사와 즐겁게 살아보소.

 

배부르게 먹고 나니 종화가 한턱 쏜다는 것이다. 종화 오늘 맛있게 잘 먹었네. 늘 건강 챙기고 행복 씨를 더욱 행복하게 해드리소 잉. 올해 우리 시산회원들이 거의 회갑을 맞이하는 해이니 우리 모두 해피하길 바라면서 시산회 화이팅!! 건강하세요.

 

 

3.산행지

시내에 있는 산을 자주 갔으니 교통편을 이용한 근교로 가자는 의견이 나와 올해 봄 183회 산행 때 오르자 했으나 하늘이 비를 잔뜩 뿌려 입구의 빈대떡 집에서 심산(心山)만 하고 왔던 예빈산을 추천했더니 싫다는 산우가 없다. 이제 우리들도 자기의 주장을 심하게 적극적으로 펴는 산우가 없으니 모두가 더 성숙해지는 것임에 틀림없다. 위윤환 산우가 좋아하는 예봉산의 봉우리에 불과하나 높지 앉고 그늘이 많아 더운 여름에 오르기가 쉽다. 아래 글은 183회에 올렸던 글이니 참고바란다.

 

김종화 산우의 병환으로 백운산행이 연기되어 집행부에서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중턱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의 모습을 담아 추천했다. 집행부의 재가가 떨어져 다시 가게 되서 설렌다.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비구름과 어우러진 두물머리의 풍경이 가슴에 담겨 있다. 하산길에 본 구절초가 고왔고 한천옥 산우가 베푼 보리밥과 막걸리가 맛났다. 그때 내린 비에 발이 흠뻑 젖은 나는 릿지용 등산화를 방수화로 바꿨다. 산의 곳곳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졌을 것이니 모두 모여 두물머리와 함께 가슴에 담아오자. 162회 산행 때 7명이 다녀온 산이다. 높고 험한 산은 아니지만, 3시간 10분의 산행이 짧지만 알찼고 산정에서의 막걸리가 맛났다. 그때 동반시 심보선 시인의 '좋은 일들'도 좋았다.

 

아차산 산행 때 나온 얘기다. 동반시를 낭송하려고 자리를 펴고 음식을 꺼내는데 막걸리 6병에 안주는 거의 떡이다. 하니 회장님의 말씀이 "우리가 나이 들어 소화도 안 되고 하산하면 뒤풀이를 빼놓지 않으니 배부른 떡보다는 가벼운 안주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준비가 번거롭거나 귀찮으면 빈손으로 와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감안하기 바란다. 우리가 나이 들어 이렇게 편한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일 아니겠는가, 반가운 얼굴들은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겁지 아니한가!

 

 

4.동반시

박형채 회장님께서 여러 개의 동반시를 추천했는데 검색해보니 부분만 있는 경우도 있고 동반했던 시도 있어 아래 시를 동반한다. 다만 윤후명 시인의 '눈망울'이란 시가 시산회의 정서에도 맞고 내용이 마음에 들던데 검색을 해봐도 시집이 발간된 지 오래지 않아 아쉽게 부분만 있어 다음으로 미루고 이 시를 올린다. 시간이 나면 교보문고에 들러볼 '눈망울'이란 시가 실린 시집을 사볼 생각도 있다. 시인은 소설도 쓰고 시도 쓴다. 테니스를 하다 탁구를 하게 되면 볼이 맞지 않듯이 접근법이 틀려 양쪽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고 하니 대단한 문인이다. 본명은 윤상규고 윤후명은 필명이다.

 

시인은 실크로드에 관한 시를 많이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곳은 불교 유적이 많은 곳이니 그것에 관한 말을 하고 싶었을까? 불교(佛敎 : Buddhism)라는 용어가 서구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여 년 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의 깨달음은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주창한 '축의 시대'에 탄생하여 약 2,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각성에 그치지 않고 제자들에 의해 종교의 모습으로 구체화되었다. 거의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부처가 본래 가르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내가 말한 적이 있다. 종교의 조건 중에 구원과 초월적인 신의 존재, 내세 등을 꼽는 학자들의 주장은 현재는 보편화된 흐름이지만 이 점에 있어 부처는 신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존하는 일체의 사상을 배격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깨달음이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고유한 체험 속에서 증득되었음을 분명히 하였다. 하여 생전에 자신의 신격화 및 개인 숭배를 엄하게 금지하였다. 그는 '스스로 깨어난 자'라 하였다. 나는 불교를 종교로 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무지를 밝히는 철학적, 자신의 심성을 곱게 닦는 윤리 도덕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동창인 이인의 선불교와 유식론 강의를 들으면서 그런 마음을 더욱 굳혔다. 분명하게 말한다. 부처는 윤회를 확실하게 있다고 말 한 적이 없다. 인도 고유의 사상인 윤회와 업, 해탈 등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점이 없지는 않으나 따르던 무리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부처의 말씀인 것처럼 집어넣어 훗날 부처의 생각인 것으로 굳혀진 것이다. 시인은 불교 성지를 순례하지 않고서는 이런 류의 시를 쓸 수 없는데 그 덥고 황량한 곳을 가면 뭐하나! 모두가 허상인 것을.

<도봉별곡>

 

나인지도 모른다-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2/윤후명

 

낙타가시풀 듬성듬성한 초원으로

양 떼를 몰고 가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천산 아래 양고기 꼬치를

굽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허리춤에 단도를 꽂고

먼 사막 해 지는 걸 좇아

어디론가 가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옛날 바다였다는

돌소금 깔린 황량한 광야

한 마리 들짐승처럼

나는 헤매었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2012년 8월 16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