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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3회 산행)

청계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3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청계산역-원터골-정상(하산은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2년 9월 2일(일) 10시

만나는 곳 : 신분당선 청계산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연락 : 전작(010-9858-2858)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민지의 꽃 - 정희성(1945~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말없이 손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정희성 시인은 시를 지으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허물없는 사람을 만나면, 모가 맞게 잘 접은 메모지를 꺼내 읽어준다. 톤은 겸허하지만, 자랑이 은근하다. 어떠냐고, 조심스레 표정을 살핀다. 그렇게 막 지은 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배가 부르다고. 시인이 이 시를 지을 무렵 가까이 뵈었기 때문에 두어 번 귀동냥을 했다. 시가 되는 건 참 묘하다고, 될 듯 될 듯 안 되다가 꽃무릇이 흙바닥에서 대궁을 쑤욱 밀고 올라오듯 올라온다고. 이 시가 꼭 그랬을 것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큰딸은 독립한 지 오래 됐지만 요즘에는 작은딸도 독립하겠다고 한다. 요즘 세상이 불안하여 반대 중이나 두 딸이 출가를 하던 독립을 하던 나도 시인의 제자처럼 전철이 연결 된 곳의 산에 들어가 자연을 벗삼아 흙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면서, 시를 쓰며 살고 싶다. 춘천 근처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시산회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을 것이므로 현재는 구상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춘천에서 속초까지 전철이 연결된다니 설악산에 오르고 내려와 속초에서 회를 먹고 오면 좋을 것이다. 현재 6년째 살고 있는 방학동은 산들과 중랑천이 지척에 있어 나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곳이다. 애들이 4년 후면 독립할 것이고 그때는 구상을 실천에 옮길 생각이지만 마나님은 혼자 가라고 하니 난감하나 계속 설득할 생각이다. 자신의 구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임 수석이 부럽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192회 예빈산 산행기(2012. 8. 18/이재웅)

참석자 :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신원우, 이재웅, 임삼환, 전 작, 조문형, 한양기 [계 9명]

예빈산(禮賓山, 직녀봉, 683m)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과 조안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서 북쪽으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팔당호(팔당댐, 1973년 준공)의 넓은 호수가 있으며, 그 호수를 건너 하남시의 검단산이 자리한다. 남쪽으로는 크게 휘어진 한강이 서울로 파고들고 서쪽으로는 적갑산과 백봉이 이웃하고 있다. -예빈산에 관해 조사한 인터넷자료 요약-

 

전철 7호선 상봉역에서 중앙선 팔당역(집결지)행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중앙선 플랫폼에서 썬글라스를 낀 멋진 친구 김용우와 조우하여 용우 친구의 보석보다 더 소중한 과거 인생 체험담을 듣다보니 상봉역에서 팔당역까지 체감 이동 시간이 순식간이었다. 필자는 집결지인 팔당역(중앙선)에 정확히 오전 10시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 친구들이 도착해 있었고 10시가 조금 넘은 때에 오늘 산행 참석할 사람 9명 중 8명이 모였는데 한 친구가 팔당역을 (잠깐 졸다가)지나쳐서 그 다음 역인 운길산역에서 하차했는데 (중앙선 전철 시간간격이 길고, 버스정류장도 멀리 있어서) 택시로(비싼 택시비 들여서) 10시 25분경에 그 친구가 허겁지겁 합류하여 총원 9명으로 10시 30분에 팔당역에서 산행 출발을 하였다.(팔당역을 졸다가 지나친 그 친구를 탓하고 싶지 않은 취지에서 그 친구의 이름을 이 산행기에서 거명하지 않으니 이해 바랍니다. 왜 탓하고 싶지 않느냐고? 우리 나이에 우리들 누구나 그런 착오를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 친구의 그 실수를 탓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비싼 택시비 들여서 허겁지겁 되돌아 와서 합류하는 수고하는 모습이 필자는 고맙기도 해서 내 실수처럼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산행한 코스) : 팔당역(집결,오전10시) → 남양주역사박물관 → 상팔당마을 → 팔당리 → 예빈산(직녀봉,683m, 12시 50분도착, 오후 1시 30분 하산시작) → 견우봉 → 승원봉 → 능내리 봉안마을(오후 3시 30분) → (버스)→ 덕소역앞(뒤풀이 후 해산, 오후4시30분)

날씨가 후덥지근해서인지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아서인지 오늘 산행 인원이 두 자리 숫자가 안 되고 9명뿐이다. 차라리 조촐해서 좋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팔당역에서 남양주 역사박물관, 상팔당마을을 지나 팔당리까지 약 20분간의 도로를 걷는 몸풀기 보행이 끝나고 숲이 우거진 가파른 산행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흐리면서 덥고 습도가 높아서 모두가 온 몸에 땀범벅이 되었다. 땀을 많이 흐르는 체질이라는 조문형 산우는 땀이 너무 많이 흘러서 바지가 흠뻑 젖는 불편함을 호소(?)한다(등산할 때 땀 많이 나는 건 흠은 아니지 않는가?). 필자는 안 그래도 산 오르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오늘처럼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무더위 악조건 인지라 있는 힘을 다 해서 쫓아가도 맨 뒤다. 휴식장소에서 선두친구들에게 “무슨 음식을 먹길래 그리 빨리 산을 오르느냐?”고 물어도 모두들 극비(?)인지 안 가르쳐 준다. 산을 느리게 오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라고 치부를 당했다(필자가 섭섭했다는 뜻은 전혀 아니고 문맥상 그냥 웃자고 쓴 문장이니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정상에 오르니 습도가 낮고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정상에 오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갈라지는 두물머리와 서울로 휘어져 도도히 흐르는 강물하며 산허리에 걸린 새하얀 뭉게구름 등의 장관은 오늘 산행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

 

출발 후 2시간 20분 만에 정상(예빈산, 직녀봉 683m)에 도착하기 까지 무더위 때문에 세 차례나 쉬었고 쉬는 때 마다 맛 좋은 먹을거리를 다투다시피 경쟁적으로 꺼내서 나누어 준다. 정상에서 가진 점심식사에서도 진수성찬의 식탁이 되어서 하산 후 뒤풀이도 배부르게 먹는 메뉴를 피해서 콩국수 정도로 할 정도로 정상에서의 점심이 푸짐했다. 친구들을 위해서 맛 좋은 먹을거리를 많이들 가져온 친구들과 그 먹을거리를 준비해 주신 마나님들이나 다른 가족들께 이 산행기를 통해서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 조문형의 홍어무침 - 진도출신 며느리와 그 언니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늘 산행

먹을거리 중 압권이었습니다, 며느님과 사돈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 임삼환의 불타는 닭발과 양배추 - 막걸리 안주로 적격이었습니다.

- 신원우의 다양한 떡(모시떡, 찹쌀떡 등)-맛있었고 배불렀습니다.

- 김정남표 한과 - 등산 때마다 매번 가져오시는 성의에 늘 감사드립니다.

- 각자 준비해 온 막걸리를 각자의 주량에 맞게 마셨을 때쯤에 임삼환 친구가 불쑥

꺼낸 오가피주의 농도 진한 오가피 술맛으로 분위기가 활발해졌고 마신 후 알딸딸한 기

분이 들어서 한 번 더 죽여주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히 맛나게 잘 마셨습니다. 뒤풀

이 때의 반주로도 일품이었습니다.

- 전작 총장님의 양갱과 중국 대추정과 - 하나씩 나눠준 양갱도 고마웠고, 7월말 중

국여행 다녀 온지도 벌써 여러 날 전인데 중국에서 사 온 대추정과를 지금까지 아껴두었다

가 산행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총장님의 성의와 깊은 사려에 감사드립니다.

- 그 외 막걸리, 얼음물, 양념김 등을 제공한 산우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정상에서 점심을 마치고 오후 1시 30분에 하산을 시작하여 오후 3시 30분에 능내리 봉안마을 버스정류장까지의 약 2시간은 오늘의 산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상(직녀봉)에서 하산을 시작하여 견우봉을 지나 승원봉을 거쳐서 천주교공원묘지(천주교소화묘원)로 하산하는 것이 정해진 코스인데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가끔씩 천둥소리까지 겹쳐서 모두들 준비한 우산을 받고 질퍽거리는 산길을 따라 하산을 하다 보니 천주교공원묘지방향으로 하산하지 못하고 능내리 봉안마을 방향으로 하산길이 빗나가서 등산인들이 잘 다니지 않는 정비되지 않은 진흙탕 급경사길을 따라서 한 시간 가량을 하산행군을 하여 능내리봉안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까지 총 2시간의 하산이 끝이 났다. 전작 총장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팔꿈치에 (가벼운?)찰과상(피부가 벗겨지고 출혈까지 있었음)에 엉덩이에 묻은 진흙을 씻어내려고 개울물에 덥석 앉아서 엉덩이에 묻은 진흙을 씻어내기도 했다.

 

우리 시산회의 산행을 강행하는 투지는 대단하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 번 느꼈다. 오늘같이 습도가 높고 무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릴 것 같은 날씨여서인지 우리가 택한 산행을 하는 다른 등산객들은 불과 몇 사람(산행 중에 필자가 본 다른 등산객은 두 쌍의 부부와 한 명의 젊은이로 기억됨)에 불과할 정도였다.

 

천주교 공원묘지 쪽으로 하산했더라면 근처에 보리밥집 등 맛집에 들러 곧 바로 뒤풀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곳 능내리에는 고급 전원 저택들이 많이 보이는 마을로써 음식점이 보이질 않았다. 버스로 덕소역 부근까지 이동하여 덕소역 맞은편 28년 전통이라고 자랑하는 『동촌우동』집에서 뒤풀이를 맛깔나고 시원하게 하였다.

 

‘동촌우동’의 콩물국수는 필자가 지금까지 먹어 본 콩물 중 가장 맛이 좋았고 국수 또한 입에 씹히는 질감이나 촉감이 가장 좋았다. 다른 친구들도 다들 맛이 좋다고 찬사를 한다. 특색 있게 옥수수 수염차를 직접 끓여서 냉장통에 두고 손님들이 맘껏 국자로 떠서 먹도록 배려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몇 몇 친구들은 가져 온 물병에 그 옥수수 수염차를 담아가기도 할 정도로 맛이 시원하고 좋았다. 오늘 뒤풀이의 절정은 맛있는 콩물국수에 반주로 먹는 임삼환표 (집에서 직접 빚은)오가피주였다.

 

‘동촌우동’집은 덕소역 맞은편에 위치한 소박하고 약간 좁은 듯한데 연세가 약간은 들어보이는 어머니와 그분의 아들인 듯한 청년(실제는 모자간이 아닐 수도 있음, 모자간이냐고 물어본 것은 아님)이 손님인 우리에게 대하는 모습이 너무 친절했으며, 음식도 맛있었고 많은 정성이 느껴졌기에 필자는 이 지면에 그 ‘동촌우동’ 식당의 전화번호(031-510-7036)와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462-22, 덕소역 맞은편)를 광고하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덕소역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신원우 친구는 서울에서 급한 약속이 있어서 불가피 뒤풀이도 못하고 먼저 전철로 떠났고, 한양기 친구는 연유는 모르겠는데 신원우 친구를 따라서 가버렸다. 뒤풀이를 하는 동안 뒤풀이를 함께 하지 못한 신원우, 한양기 두 친구 생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오후 4시 20분경 뒤풀이가 끝나고 일곱 명의 친구들은 일부는 덕소 전철역으로 일부는 서울 잠실행 버스로 일부는 서울 강변역행 버스로 제 갈 길로 향했다.

 

우리가 폭우 때문에 하산길을 약간 잘 못 들어서 능내리방향으로 하산을 하면서 다소 힘이 더 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능내리(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는 그 유명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고향으로써 다산 선생의 생가인 여유당과 그 뒤 언덕위에 선생의 묘가 있고 여유당 앞에는 다산 기념관과 다산 문화관이 있다고 한다(사적 제197호).-인터넷검색-

 

오늘 산행에서는 시간도 없었고 다산 기념관이 그 곳에 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지를 못해서 들르지를 못했지만 언제 능내리를 다시 가면 다산 선생의 기념관을 꼭 들러보고 싶다.

 

오늘 정상에서 산중 점심식사 직전에 필자가 낭송한 시를 끝에 싣는다. 오랜만에 시를 읊어서 그런지 시를 읊는 즐거움을 크게 느꼈다.

이 좋은 시를 여러 친구들 앞에서, 더욱이 예빈산 정상에서 예빈산 산신령님이 들으시는 가운데 낭송을 했으니 필자는 오늘 하루를 값지게 보낸 겁니다.

 

<나 인지도 모른다, 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 ․ 2>

 

낙타가시풀 듬성듬성한 초원으로

양 떼를 몰고 가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천산 아래 양고기 꼬치를

굽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허리춤에 단도를 꽂고

먼 사막 해 지는 걸 좇아

어디론가 가는 사내

나인지도 모른다.

 

옛날 바다였다는

돌소금 깔린 황량한 광야

한 마리 들짐승처럼

나는 헤매었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재웅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청계산이다.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이 매력적인 산이고 최근에 전철이 연결돼 접근하기가 쉬워졌으니 산객이 많아져 먼지가 많이 일어 불편했으나 반가운 산우들이 모이니 즐겁지 아니한가. 3월에 정기적인 치료를 했을 때는 나쁜 증상이 없고 치아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잇몸과 이가 나빠져 치과의사는 절대 안정과 금주를 당부한다. 안정이 필요하고 막걸리를 마시지 못해 내게는 팔자에 없는 고문이 되겠지만 청계산에는 가야겠다. 그날은 태풍이 지나간 후가 될 테니 모두 청계산에서 보자. 비가 온들 빠질 수 있나.

 

 

4.동반시

김용우 산우가 시산회 카톡에 올린 천양희의 시 ‘마음의 지진’을 읽고 이재웅 산우가 추천하기에 그 뜻을 전했더니 다음의 시를 올리면서 ‘마음의 지진’은 조금 무겁고 우리 마음에 도끼질을 하는 상념도 있다하여 ‘같은 시인의 시 ’웃는 울음‘을 올려 이재웅 산우가 결정해서 동반한다.

 

시인처럼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으니 세상이 하도 수선하고 복잡한 탓이다. 동창 이인 덕분에 불교학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전에 말한 대로 나는 불교를 종교라고 분류하지 않고 철학이나 윤리, 도덕의 측면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선 석가모니 부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윤회와 내세가 있다면’이라고 가정했을 뿐이니 종교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업과 윤회는 당시 인도에서 널리 퍼진 사상 중의 하나고 부처는 그것들을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했다. 부처의 말씀 중에 금과옥조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구절이 있다.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공포나 쓸데없는 탐욕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탐욕이 희미해지고 갈망이 사라지면, 마음의 해방을 경험하게 된다.’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에서는 포교 과정에서 많은 폭력을 경험하게 되지만 불교는 그런 것이 없으며 불교는 평화적인 철학인 점에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으니 나이를 가릴 것이 없다. 슬픔은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순수하다고 한다. 내가 당해서 나오는 울음이나 남의 불행에 마음이 아파 나오는 울음에 가학적인 점이 없다는 점에서 슬픔은 가장 순수한 감정이다. 이 시를 두 번째 정독을 하니 어디서, 무슨 이유로 시작됐는지 모를 답답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청계산에 올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맞으며 이 시를 낭송하면 먹먹한 가슴이 서늘하게 뚫릴까! 자! 바람이 분다, 시를 쓰자.

 

시를 쓴다고 잡아놓은 초고를 다음날에 보면 부끄러운 마음에 허허로운 웃음이 절로 난다. 젊은 날 연애편지를 쓰고 난 다음 날 아침의 감정이 이러했을까?

 

 

웃는 울음/천양희(김용우 산우가 카톡에 올리고 이재웅 산우가 적극 추천)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없이 우는 것 말고

몸에 들어왔다 나가지 않는 울음 말고

웃는 듯 우는 울음 말고

 

저녁 어스름 같은 긴 울음

폭포처럼 쏟아지는 울음

울음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울음

집 구석 어디에서든

울 곳이 있어야 한다

 

-시집『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에 수록

 

2012년 8월 30일 오후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