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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시산제(詩山會 제201회 산행)

도봉산 시산제(詩山會 제201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도봉산역-시인의 마을-길지 명당터(시산제)-마당바위-제6휴식처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2년 1월 13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제수음식, 카메라, 아이젠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방문객 -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일찍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섬’)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처럼 외따로이 고립되고 단절돼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그 섬에 가닿음으로써 소통하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바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다시금 사람의 의미를 말한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담은 한 사람의 일생이 통째로 오는 것이라고. 이것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는 만남의 연속인 세상살이에 무뎌지고 무감각해진 오늘의 삶 속에서 그 마음은 부서지기 쉽고 또 쉽게 부서지기도 했을 것이다. 시인은 그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헤아리는 바람의 마음을 흉내 내고 닮을 것을 권하고 있다. 삶 속에서 타자는 나에게, 나는 타자에게 늘 방문객이다. 예부터 방문객을 ‘손님’이라 칭하고 극진히 대접한 오랜 전통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 나/우리 자신을 향한 것인 동시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염두에 둔 것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나는 혹은 그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존재일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없고 허튼 인연은 어디에도 없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하늘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먼저 힘들게 한다.'는 뜻이다. 하릴없이 도서관에서 칩거하는 요즈음의 내 가방에는 노트북, 책 서너권이 들어 있다. 그런데 수 차례는 읽었을 '축의 시대'라는 책이 꼭 끼어있는데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등의 성인이 2,500년 전에 쓰고 한 말이 오늘에도 들어 맞으니 그동안 인류의 통찰은 별로 발전한 것이 없나보다. 성인들이 태어난 그 무렵을 '축(軸)의 시대'라고 하는데 저자 '카렌 암스트롱'도 '우리는 아직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 선 적이 없다'고 한다. 살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친구들끼리는 돈거래가 없으니 마음을 상할 일이 별로 없으나 나처럼 오랜 세월을 사업이라고 해본 사람들은 안다. 돈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들의 이기심이 무서운 거다. 특히 새로운 사람은 그 마음 속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시인도 방문객의 속내를 대하는 것이 어려웠나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00회 남산 산행(2012. 12. 15. 토. 맑음)

참석 : 최광일, 전작, 이원무, 위윤환, 김종화, 신원우, 박형채, 이경식, 김정남, 최근호, 한양기, 조문형, 임용복, 나창수, 기세환 이상 15인의 산사나이들. 이계신, 이재웅, 이승렬, 나양주, 임삼환, 고갑무, 정해황 7인은 뒤풀이 참석. 합계 22인의 시산인들)

산행코스: 충무로역-남산한옥마을-구름다리-남측순환산책로-남산(서울타워)-남산도서관-백범광장-남산공원-회현역 <약 3시간>

뒤풀이 : 종로 3가 홍도참치집

동반시 : 오광수 시인 <12월의 독백> 기세환 읊음

송년시 : 김춘수 시인 <꽃> 전작 읊음. 이형기 시인 <낙화> 박형채 읊음

새벽에 일어나니 2012년을 아쉽게 보내는 송년 산행의 아침이 밝아온다. 시산회 200회 산행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산행지는 남산 순환도로를 돌고, 정상에서 동반시를 읽는 날이다. 마나님은 저녁에 일찍 와서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하지만 산행을 끝내고 이인의 불교학교를 가야 하니 바쁜 토요일이다. 일요일에 회현역에 있는 '언더더씨'라는 해물 부페에 가자고 달래고 나오는데 배웅하는 눈빛이 맑지 않고 힘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니 추위에 약해지고 항상 혼자 집에 있으니 외롭고 쓸쓸한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갑상선암은 다행히 커지지 않고 전이가 거의 없는 암이라지만 어쨌든 암의 일종이니 걱정은 된다.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도와주지만 좋아하던 골프와 에어로빅, 한국무용을 그만 두고 가사에도 힘겨워한다. 나도 나이 들어 병과 약을 끼고 살지만 마나님과 함께 정이 가는 약들이다. 이틀 전에 사놓은 생굴이 있다고 가져가라 했으나 오늘 산행은 펼치고 먹을 곳이 없으니 한과만 싸달라고 했다. 작년에 생굴 덕분에 받은 상품권에 대한 마나님의 굴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핏기 없는 얼굴로 웃기도 한다. 에효! 내 병은 내가 알고 주변의 번잡한 걱정거리도 마음을 비우면서 아픔도 덜어져 가지만 마나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쉽게 걷히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50살이 되면 배운 것의 많고 적음에 대해, 60대엔 마나님의 유무에 대해, 70대엔 재산에 다소에 대해, 80대엔 생사의 관계에 대한 우스갯말이 있을 법하다. 그런 것들을 다 채워도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고, 마나님의 건강과 운명이나 얼굴에 대한 책임의 80%는 남편에게 있음을 알고 살아있을 때 잘 하자.

 

4호선 창동역에서 출발하여 시간에 맞춰 가는데, 동대문을 지나면서 나 원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반갑게 받으니 약 15분쯤 늦겠다고 한다. 1시 반에 병원이 끝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혼자 늦으면 겸연쩍을까봐 역에서 기다릴 테니 같이 가자고 해놓고, 박 회장에게 늦겠다고 전화를 한다. 남산한옥마을에 약간 늦게 도착하니 14명의 산우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이다. 겨울이라 한옥마을에는 별다른 공연도 없으니 구경거리가 없어 그냥 통과한다. 역사 캡슐이 묻힌 곳을 지나 뒷문으로 빠져나가니 옛날 박정희 정권의 똥개역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중앙정보부의 남산 분실이 나온다. 건물을 없애자는 논란이 있었지만 역사적 유물이니 살리자고 해 다른 국가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고통을 겪었을까! 빨갱이 원조는 박정희 아닌가! 그런 것을 자신의 좌익 성향을 덮기 위해 더 우익인 것처럼 행세하는 좌익 컴플렉스라 한다. 아버지가 경북도당위원장이었다는 이문열도 다름 아니다. 이근안 같은 놈들이 저지른 만행을 어떻게 용서하나.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고문하고 어쨌든 나쁜 놈과 놈들이다. 18년을 그렇게 강압통치를 하면서 경제를 조금 발전시킨 것을 가지고 지금도 우려먹고 있으며 그것에 넘어가는 노인들도 한심한 사람들이다. 박정희의 세뇌교육은 가히 천재적이다. 당시 경제의 발전은 우리나라에 필연적이고 그것은 국민이 교육을 잘 받았고 열심히 일 한 덕분이지 혼자서 경제대통령이라는 칭송을 들을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보며,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했으면 우리는 더욱 빠르게 발전했을 나라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일이다. 특히 지금의 60대 이상의 덕분이라 하며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말하는 노인들이 있으나 말도 안 되는, 어림없는, 어린애들이 떼쓰는 것과 같은 수작이다. 나이가 들면 느는 게 주름과 아집, 잔소리가 많아진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자로 세금이라고는 평생 한푼도 내보지 않은 무능한 자들이 더 심하다는 말이 있다. 60살이 넘은 노인들은 판단이 흐리니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큰딸의 울분이 가슴 속까지 닿는다. 박근혜가 전두환에게 받았다는 6억 원의 돈은 지금에 환산하면 엄청난 액수이다. 당시 학교 앞의 방 6개의 하숙집의 집값을 300만 원으로 추산하면 1,000억은 된다. 그것도 통치자금이라니 엄청난 축재에 속한다. 그만큼 상속을 받았으면 아버지의 추태도 상속해야지 애비의 나쁜 것은 상속받지 않고 좋은 후광만 상속받겠다는 것은 무뇌아이거나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주변의 인물들이 축재한 것은 박정희보다 더 하다. 그렇지만 책임의 끝은 박정희에게 닿아 았다. 육영수 여사가 죽은 것도 지아비인 박정희의 책임이고 박지만이 추하게 자란 것도 그의 더러운 행실에 대한 댓가다. 대통령을 지낸 자가 세상에 죽을 곳이 없어 딸 나이의 여자 무릎에서 죽은 것은 어떻고, 폭군 연산처럼 간신들이 채홍사 노릇을 해서 바친 어린 처녀들이 200명이 넘는다는 김재규 의사의 부하 박선호의 진술에는 아예 두손을 들어 귀를 막고 싶다. 에이, 더러운 놈! 내 손이 더러워지니 그만 쓰겠다.

어쨌든 그곳을 지나니 갈림길에서 임 수석이 전과 반대코스로 가자고 권한다. 모두 수긍하고 산중한담을 나누고 가니 차도 없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맑다. 춥다가 푸근해진 토요일 오후에 정겨운 산우들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항상 말이 없고 점잖은 임 수석은 자주 왔다는데 봄의 화사한 벚꽃과 가을의 화려한 단풍이 설악산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의 산야에 자라는 왕벚나무는 원산지가 일본산이 아니고 한국이라는데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나는 단풍이 보고 싶으면 도봉산에서는 망월사 갈림길에서 민초샘으로 올라가 망월사로 내려오고, 북한산은 아카데미하우스 쪽으로 올라 소귀천계곡으로 내려온다. 가을에 설악산에 가는 것은 마나님이 동해안 복어회를 먹으러 가고 싶은 핑계를 댈 때다. 별로 오르막도 없는 길의 주변에는 벚나무 군락이 있고 단풍나무 군락도 있다. 우리의 소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애국가 2절의 처음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세월이 흘러 참나무가 소나무를 쫓아낸 결과다. 그것도 자연의 한 조각이고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적자생존의 이치다. 너른 전망대에서 툭 터진 북쪽을 보니 멀리 족두리봉에서 시작하여 향로봉, 비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멀리 구름에 싸인 망경대, 백운대, 인수봉도 보인다. 더 멀리는 도봉산도 보인다. 인왕산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보면서 악명 높은 청와대도 국민의 손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더러운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가 국민에게 완전하게 개방될 날이 빨리 오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이 되어야 한다는데 뜻이 같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끝자락이 좋지 않은 이유는 청와대가 풍수지리상 좋지 않은 곳이라 한다. 특히 우맥은 좋은데 좌맥이 중간에 끊겨 자식 중 아들들의 운이 좋지 않다고 한다. 남쪽의 전망대에서 보니 한강이 아름답게 흐르고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 대모-구룡산도 보인다. 서쪽의 전망대에서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용산을 보니 길지명당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이 진주한 곳이다. 그곳도 국민의 휴식공원이 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중간에 이르러 조문형 산우가 아침에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먹은 것이 없다며, 조용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자고 해서 한가한 샛길로 오르는데 군사보호구역이라 쓰인 곳을 지나자 군인들이 저지한다. 조금 내려와 오랜만에 나온 기세환 전 회장이 가져온, 특이한 향기를 품은 오디주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신원우 산우의 떡과 과일들, 내가 가져온 한과가 좋은 안주가 된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거의 없고 순탄하다. 정상에 올라 서울의 중앙석을 보니 위도 37도 33분이고 경도는 120도 59분이다. 마침 16인이 앉을 수 있는 정자가 비워있어 나양주 산우가 추천한 동반시 오광수 시인의 ‘12월의 독백’을 낭송했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오랜만에 참석한 기세환 산우에게 낭송을 권하자 맑은 목소리로 엄숙하게 읽는다. 송년회에 딱 맞는 시와 목소리다.

 

하신길에 어린이 도서관 앞을 지나 천 년을 받들어도 짫지 않은 백범의 광장에 이르자 의사 안중근의 이토오 히로부미 죄악 15개조를 쓴 돌비가 나온다. 그 앞에서 모두 옷깃을 여민다. 이런 분이 있는가 하면 박정희 같은 빨갱이 친일파를 이용해 미국에 빌붙고 정권을 연장한 이승만 같은 자도 있다. 그가 '건국의 아버지'라고? 지나가는 참새도 웃을 일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프란체스카 같은 웨이트리스나 꼬시면서 무위도식한 인물이 '반공의 수호자'라고? 도올 김용옥 교수는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라는 책에서 그녀를 창녀라고 했다.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이나 언론의 편파성에 놀아나는 수준 낮은 국민이 있어 박정희 같은, 이승만 같은 자들이 놀아나는 것이다. 만약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개 속 한모퉁이 같은 암흑의 5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산으로 가자.

 

산행을 마치고 송년회 장소인 종로 3가까지 걸어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의 오랜 관행인 차를 타자는 의견이 더 많다. 나 원장은 의사들 모임이 있어 먼저 가는데 마침 회장의 순번이 자신의 차례라 빠질 수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어쩌랴. 우리는 시간에 맞춰 홍도참치집에 도착했다.

 

뒤풀이에는 나양주 산우와 이재웅, 이승렬, 임삼환, 이계신, 고갑무, 정해황 산우가 함께 참석했다. 음식은 1인당 24,000원으로 무한 리필이 된다며 미리 답사도 했다니 이경식 산우를 비롯한 집행부의 노고가 컸다. 여담으로 이재웅 산우의 동생이 수 년 전에 운영했던 음식점이란다. 금요일에 박 회장님께서 지난 동반시 중에 추천하고 싶은 시 두 편의 선정과 인쇄를 부탁해오는데 감히 대명을 거역할 수가 없다. 전작 총장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낭송하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시의 밑에, 뱀의 다리 : 한국의 시인 100인이 추천하는 애송시의 첫손이라고 썼더니 뜬금없이 무슨 뜻이냐고 묻길래 사족이라고 했더니 아하! 한다. 아니 한글을 모르고 한자어로 말하니 알아 듣는다. 아이러니하다. 그가 낭송하는 시처럼 그의 총장직 수행은 마치 시산회의 꽃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피운 것과 같다. 이어서 전작 총장의 회계에 대한 깔끔한 결산보고가 있었다. 거금 180만 원을 남겼으니 본인은 짜게 운영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알뜰하게 잘 운영했다고 덕담을 건넨다. 항상 적자이거나 수지를 딱 맞췄는데 참으로 그의 인물이나 인품 같이 훌륭하게 총장직을 수행했다는 데에 모두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어 회장직은 전작 총장에게 당연하게 이어지고 차기 총장직에 대한 선출이 있었다.처음에는 위윤환 산우에게 봉사의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산행 때부터 4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완곡히 거절한다. 결국 박 회장님의 추천에 조문형 산우가 순순히 맡겼다고 한다. 그러면 차차기 총장은 위윤환 산우의 몫이 된다. 임삼환 산우도 유력하다. 이어진 박형채 회장님의 고별사가 있었다. 모두의 협조가 있어 무사하게 보낸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은 차기 총장을 맡은 조문형 산우의 고마움에 대한, 전작 총장에 대한 수고의 표시고 나는 산행기를 정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선물은 neck warmer이다. 올 겨울도 박 회장님 덕분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고맙다. 그는 회장직을 후임에게 물려주는 것이 홀가분한 표정이다. 시쳇말로 ‘어차피 맞을 매를 미리 맞았다’는 뜻과 다름없다. 200회 기념문집은 김종화 산우가 정리를 미리 해줘 쉽게 간다는 노고의 말씀이 있었지만 편집이 어디 쉬운 일인가? 다행히 내가 미리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정정과 가필을 했다고 하나 새롭게 하면 그만큼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 한 편의 교정에만 평균 60분이 걸리니 100편이면 6,000분의 시간이 필요하고 편집에는 3배의 시간과 5배의 노고가 든다는 것을 알고 있네. 교정은 보고 또 봐도 생기는 것이니 나도 가벼운 경추골절이 와서 고생한 적이 있다네. 법정 스님은 3쇄는 해야 비교적 완벽한 책이 탄생한다고 했네. 추운 교실에서 작업을 했다니 선생님들의 노고를 어찌 갚나! 기름종이에 싸놓으소. 언젠가는 갚을 날이 올 것이네. 끝으로 박 회장님이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낭송하는데 마치 미리 알고 선정한 것 같이 내용은 그의 고별사와 심경을 같이 하는 시다. 그래서 등산 도중의 그의 뒷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웠다는 따뜻한 덕담이 나왔다.

 

박형채 회장님! 총장직 포함하여 2년간 수고했소. 초등학교 동창회의 집행부도 맡았으면서도 훌륭하게 수행했으니 쉽지 않았겠소. 그 노고를 어디에 비기겠소. 내년에도 순단 여사의 맛난 장아찌 맛도 준비해주고 농사 지은 농작물도 맛나게 먹을 테니 열심히 참석해주소. 지난 산행 때 주신 야콘은 가족 모두가 맛나게 먹었네. 내 생굴찜에 진한 막걸리 한잔 사리라.

 

전작 총장! 올해는 태항산도 자네 덕분에 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갔다 왔고, 무엇보다 알뜰하게 살림을 해줘서 200회 기념 문집을 내는데 별 어려움이 없게 되었으니 감사하고 내년에도 회장직이라는 무겁지만 보람있는 봉사의 직이 남았으니 1년만 더 고생해주면서 그 직을 즐기소. 내년의 산행에는 백두산이 포함되어 있고 8월에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신원우 산우가 우리가 백두산은 꼭 가야 한다고 점잖게 한 마디 거든다. 백두산행도 자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테니 미리 부탁하네. 나도 별일이 없다면 내년의 백두산행은 꼭 참석하겠네. 내년의 산행은 2일4토로 정했다. 2번째 일요일과 4번째 토요일에 간다는 결정이다. 항상 그랬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켜지기 바란다. 내년의 시산제도 도봉산의 그 자리가 좋다는 의견에 변경이 없다. 나는 김종화 산우가 건강을 회복해 가는 것이 도봉산신의 인자한 보살핌이 있어서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송년회와 시산제는 모두 참석해주기 바란다. 기념문집의 예산 500만 원은 동창회 후원 100만 원, 전 총장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모은 290만 원의 회비, 내년부터 연회비를 15만 원으로 인상하고 미리 당겨쓰는 것으로 결정했다. 오히려 회비에 여유가 생겨 내년에는 편하게 먼거리 산행을 즐길 수 있을것으로 생각하니 이 또한 신나는 일이다.

 

조문형 차기 총장! 내년에는 자네의 노고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네. 나도 자네의 요청이 있다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고 거둘 테니 걱정 마소. 우선 한해의 산행계획의 초안을 잡아줄 테니 회장님과 상의하여 결정하게. 자네의 열정이나 책임감으로 봐서 매우 훌륭하게 수행할 것을 믿네. 자네가 맛난 홍어회무침을 싸오듯이 나도 싱싱한 생굴을 열심히 챙기겠네.

 

산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산은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를 포함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산은 누구나 오를 수 있으나 산행의 체험은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누구의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산은 나를 여러모로 시험해서 자신과 나의 힘을 알려고 하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욕구를 내 경우에는 산이 채워주었다'가 나의 메모장에 담겨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특히 흑룡의 해를 보내면서 회갑을 맞았던 산우들아! 소망은 환상 속에서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충족될 수 없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아쉽지만 내년에는 내년의 해가 떠오르고 또 바람은 내년에도 여전히 불어온다. 인간은 불행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긍정을 인정하고 산다면 우리의 생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추신

대선이 끝났다. 한의사 이인은 1주일간 공황상태가 왔다고 했다. 두 딸도 한 일주일을 말을 않고 지냈다. 정치적으로 무색인 마나님도 7시에 방송을 끄고 거의 마시지 않던 맥주를 마시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언제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삼성전자와 LG그룹의 매출을 합치면 한국의 예산과 같다고 한다. 나라가 더 이상 국민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에 다름 없다. 맞다. 정권이 바뀌어도 신원우 전 회장, 박승주, 박기종 같은 최고위직 공무원들의 삶에나 영향을 끼쳤지 우리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우리 대부분에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고 바람도 같은 바람이다. 우리 시산회도 10년째 변함없이 잘 흘러가고, 나는 8년째 방학동의 한 켠에서 한 집에 그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산과 시가 영원하듯이 시산회여 영원하라!

 

2012년 12월 30일 신당도서관에서 김정남이 올린다.

 

 

3.산행지

시산제의 산행이다. 모임의 시작인 2004년부터 햇수로 10년이흘렀고 시산제는 9회째다. 이제 시산제를 도봉산 선인봉과 만장봉이 올려다보이는 석굴암의 바로 밑 길지에서 성스러운 제를 올리는 것을 모두 찬성한다. 천지신명과 도봉산신이 살펴주셔서 지난해도 무탈하게 산행을 했음을 감사하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무탈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산신께 빌어보자. 좋은 날에 끝나고 도봉산 들머리에서 오리고기라도 맛나게 먹게 모두 모여 한마당의 즐거운 축제를 펼치자.

 

형채! 나는 현직 회장에게만 '님'자를 붙이니 이해하게. 순단 여사도 참석하여 함께 시산제를 지낸다면 좋을 일이니 별일 없으시면 모셔 오게.

 

시산회 200회 기념 문집 2호가 나왔다. 약간의 착오로 목록이 빠져 있어 수정본을 3권씩 준다니 시산제 때, 책을 미리 받은 산우들은 가져 오고 새것을 가져가자.

 

요즘 하바드대를 나와 프린스턴대에서 비교종교학 박사를 받고 햄프셔대 교수로 재직 중인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패러디한 '비우면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작은 그릇이지만 비웠더니, 특히 재물을 비웠더니 조그마한 지각과 바른 인식, 올바른 인지, 재물과 바꾸기 싫은 지혜가 채워지는 것을 희미하게 느낀다. 산우들아! 재물은 끝이 있지만 지혜 등은 끝이 없단다. 부디 지혜롭게 살자!

<도봉별곡>

 

 

4.동반시

'해'는 새로운 탄생과 창조의 근원, 발전의 원동력, 새로운 변화 등의 상징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해'는 장차 펼쳐질 밝은 미래와 사랑과 평화의 대화합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시산회원들끼리 갈등이 있었거나 불화가 있었더라도 올해는 모두 털고 함께 나가자. 원래 이 시는 8.15 광 복이라는 역사적 계기와 그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벅차고 원대한 민족적 이상과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광복이라는 그 무한한 자유와 기쁨 속에서는 모든 생명들이 갈등을 빚거나 두려워할 것 없이, 평화롭게 화해하며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하여 모두의 화합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산제에 이 시를 바친다.

 

해/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2013년 1월 7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

 

*시산제 축문

2013年 詩山會 도봉산 시산제

檀紀 4346年 西紀 2013年 癸巳年 1月13日 바야흐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詩山會 會員 一同은 癸巳년 도봉산 始山祭를 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도봉산 山神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 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우리 시산회 일동은 산행을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미의 극치 속에서 자연을 흠모하며 자연과 동화되며 200회의 산행을 통하여 인내와 협동으로 화목과 단결을 배웠으며 소박하고 준엄한 교훈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여 왔습니다.

 

거듭 비옵건대 癸巳년 한해도 우리 회원 모두를 굽어 살피시어 화합 속에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우리가 정성을 다해 올리는 이 술들을 흔쾌히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4346年 西紀 2013年 1月13日

시산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