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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詩山會 제 210회 산행)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詩山會 제 210회 산행)

 

산 : 바래봉(1,165 미터)

 

코스 : 운봉-바래봉-팔랑치(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반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13년 5월 26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사당역 1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1955~ )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것은 왜 도달하지 못하거나 버려지는가

나와 상관없이 잘도 돌아가는 너라는 행성

그 머나먼 불빛

하드록 그룹 스콜피온스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사도 모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는데, ‘Always somewhere’ 같은 곡은 감미롭기도 해서 사전을 뒤적여 우리말로 해석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가? 절반의 실망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거리는 대목은 “당신 없는 삶은 잃어버린 꿈과 같다고,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어요”와 같은 구절이었다. 제목을 눈여겨본 것은 정작 몇 년이 지나서였다. ‘언제고 어디서나’라니, 어머나. 깜짝이야. 이 세상에 소멸되지 않는 사랑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던 무렵이었던가. 좀처럼 물리치기 어려운 사랑, 거부하고 부정해도 꾸역꾸역 찾아오는 사랑도 있다. 스토커는 아니다. 어떤 존재나 사물이 나에게 영원히 간직된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의 머릿속을 오롯이 장악하고 입속에서 항상 웅얼거린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스토커는 나다. 스토킹의 대상은 세계와 우주, 우리의 삶과 일상이다. 매우 원초적인 사랑과 다가갈 수 없는 존재를 기록하고자 노력하는 사람, 이 세계에서 우리가 미처 쓰지 못한 말을 기필코 적어내려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말일까?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우주천문학자들이 주장하는 우주의 기원을 빅뱅 이후 137억 년이라 할 때 우주팽창이론에 따라 우주의 끝까지 빛의 속도로 갈 때 km로 환산하는 거리는 1.3셉틸리언이다. 셉틸리언은 10의 24제곱을 의미한다. 우리가 아는 조, 경, 해의 해는 10의 19제곱이니 거기서부터는 인간의 능력과 상상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거기부터는 신의 영역도 아니다. 그냥 텅빈 공간이며 시공을 초월한 거리에 불과하다.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 하나에는 1000억 개의 행성이 존재한다. 이것도 추론이고 인간의 영역은 물론 이쯤 되면 신의 영역도 벗어난다. 하여 좁아터진 지구에 살면서 우주의 기원, 신과 영혼의 존재, 악의 유래 및 권선징악적 귀결 등을 따져봐야 영원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미워하지말고, 서로 불쌍히 여기며 정의롭게 살자. 오늘 중구구립도서관에서 2주에 걸쳐 읽을 책 5권- 당신의 종교는 옳은가, 신은 위대하지 않다, 종교전쟁(부제 :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신의 역사 1,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을 빌리면서 잠시 잠겼던 생각의 한 부분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09회 (2013. 5. 12) 삼성산-관악산 산행기/신원우

참가자 : 전작, 이경식, 조문형, 신원우, 이원무, 김정남, 고갑무, 김용우, 나양주, 최광일, 정한, 임용복, 위윤환, 한양기(14명)

 

지난 번 산행 때 못 와서 미안한 마음으로 오늘에야 참석하기로 했다. 늦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약속시간 정시에 도착하였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김정남 산우가 조금 늦어서 약30여분을 가다렸다. 깜박 시계의 시침을 잘못 보고 여유를 부리다가 오늘의 날씨를 보려고 컴퓨터를 켰다가 컴퓨터의 시간을 보고 놀래 허둥지둥 출발했나보다. 본인은 문어를 사오려 했다가 늦어 그냥 왔다니 그 성의를 봐서라도 웃고 넘기자. 나이가 들면 모두가 나타나는 현상이니 조심하자.

 

만나기로 한 장소가 석수역이기에 우리 집에서는 지하철을 50분간 타고 나오는 시간 등을 감안하여 한 시간 십분 전에 출발해서 시간을 맞추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며 많은 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을 보았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르는 동안 함께 나누는 정감 있는 대화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깨우치기도 한다. 중간에 나양주 산우와 한양기 산우, 임용복 산우는 결혼식, 약속 등으로 중간에서 헤어졌다. 어제 저녁에 집사람이 쪄준 쑥개떡을 꺼낼 시간을 기다리다가 쉬는 사이에 기회를 잡아서 꺼내놓았더니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넉넉하게 가져와서 산우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뿐이다

 

영일암에 도착하여 한우물가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흐드러진 철쭉꽃이 만개하여 아름다운 경관이다. 김정남 산우가 다음 산행지인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꽃 색과 같은 진분홍 색이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은 곳에 핀 철쭉꽃의 색을 보니 희미한 분홍 색을 보고 김정남 산우가 소백산의 철쭉꽃 색과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 철쭉꽃 산행은 바래봉으로 가야 한다고 모두 마음을 정한다. 한우물가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어 절경을 이룬다. 서울시 안양시를 경계로 하는 삼성산은 관악산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팔봉능선을 타고 무너미고개로 내려 않다가 다시 솟구쳐 오른 산으로 삼성산 아래 국기봉과 삼막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관악산 유원지로 들어서면 왼쪽이 관악산 오른쪽능선이 삼성산 능선이다. 원효대사가 의상, 윤필과 함께 삼막사를 짓고 수도하였다고 하여 삼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에서 발생하는 잦은 화재를 막기 위하여 정도전이 착안하여 이 상을 세운 후 화재가 멈추었으니 영일암 한우물이 석구상과 관련하여 화재 예방에 영향이 있었다 한다. 주변에는 삼막사, 호압사, 반월암, 상불암, 안양사, 망월암, 영일암 등 많은 절과 암자와 천주교성지가 있다.

 

시 낭송의 시간에 오늘의 기자인 내가 조용히 읊은 김광균 시인의 시는

 

김광균/설야(雪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자췬양 흰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슬픔 그위에 고이 서리다.

 

오늘 뒤풀이는 시원한 맥주에 도토리묵, 해물파전, 골뱅이소면이었다. 모두 화창한 날씨에 출출하던 차에 기분이 좋았다. 평소 술을 즐기던 위윤환 산우가 심장병과 고혈압 때문에 절주하여 마음이 아프다. 몇몇 산우들은 당구장에 가는 모양이다 오늘 걷는 시간이 4시간 30분가량 되어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좀 무리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 좋은 친구들, 진분홍 철쭉꽃, 멋드러지게 가지를 드리운 노송이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시산회 만세!

신원우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지리산 바래봉이다. 철쭉꽃이 피는 시기가 오니 황매산, 일암산, 소백산 등을 오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제일로 꼽는 지리산 바래봉으로 정했다. 바래봉은 양들을 키웠는데 철쭉은 독성이 있어 양들이 철쭉만 놔두고 다른 풀과 나뭇잎들을 먹어 치워 철쭉만 남겨되어 군락을 이루고 지금은 전국에서 첫 손을 꼽는 철쭉꽃 산행지가 되었다. 나머지 산들은 훗날을 기약하자. 이경식 산우가 바래봉과 고도가 비슷한 정령치로 올라 종주를 권했으나 우리는 60살 장년이라 7시간이 걸리므로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므로 힘을 키운 후에 가고, 나 원장은 전라북도 학생 교육원으로 오르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그 코스도 만만치 않고 바래봉 정상과 팔랑치 부근이 군락지로 더 이상의 산행은 철쭉꽃 산행의 취지와 멀다는 이유로 다음으로 미룬다. 우리 눈에 좋으면 남의 눈도 다를 바가 없다. 어렵지 않은 코스이므로 꽃 피는 춘삼월은 지나갔지만 모두 가자. 특히 허리가 시원찮은 기세환 산우도 꼭 동참하기 바란다. 209회 삼성산-관악산 산행 때 영일암 한우물 옆의 철쭉꽃과 같은 진분홍 색의 철쭉꽃이 바래봉 팔랑치에 만발했으니 그 꽃을 본 산우들은 물론, 사진으로 본 산우들도 올해는 마지막 철쭉을 볼 기회이므로 빠지지 말고 모두 모이자.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4.동반시

시를 쓰고 싶은 소망을 내내 감추어 오다가 마침 끄적거려 둔 시가 있어 정정과 가필 등 많은 수정을 거쳐 동반시로 내놓는다. 보름을 두고 수정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고 부끄러운 것을 느끼면서 나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시 낭송을 할 때 주변의 산객들이 이 중에 시인이 있느냐, 혹은 모두가 시인이어서 돌아가며 시 한 편을 들고와 읊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하여 부끄럽지만 감히 용기를 내어 본다. 우정어린 질책과 동시에 따뜻한 격려도 부탁한다. 우리의 이름과 실제가 시산회가 되는 순간이다. 내가 첫 걸음을 디뎠으니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되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에서 '시를 짓는 산사람들의 모임'으로 넘어가는, 쑥스럽지만 역사적인 순간이다.

 

시의 세계를 지나치다가 '바람의 그늘'이라는 시구를 보고 문득 떠올라 메모를 해두었다가 풀어본 것이니 완벽한 창작은 아니지만, 그 시의 주제까지 따온 것은 아니다. 이제 시의 세계를 나침반도 없이 떠돌다가 나침반을 장착한 모임이 되었으니 바래봉을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친애하는 나 원장이 철쭉꽃이 만발한 팔랑치에서 툭 트인 하늘을 향해 시인보다 더 시인답게 읊어주면 고맙겠다. 그러면 시원한 꽃바람이 불어줄 것이고 꽃바람은 꽃 그림자가 되어 우리를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가려줄 것이다.

 

바람의 그림자/김정남

 

누가 바람을 안다고 했는가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꽃바람에 송홧가루 날리는 춘삼월

바람에 빛깔이 있다면 솔잎보다 더 푸르거나

송화보다 더 샛노래야 한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춘삼월 바람몰이에

뫼와 들에 물 오르고

물오른 가지마다 잎새 돋는데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지는 꽃잎 찻잔에 띄워

한두 잎 머금으면 그만인 것을

 

오늘은 어떤 바람이 불어 내 가슴에 그림자로 드리우는가

 

사랑은 사랑으로 답하고

바람은 그림자로 답하되

그림자는 사랑의 잔영이면 좋겠다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선자령 눈꽃을 밟고 왔다면

순백의 그리움으로 좋다

바래봉 철쭉과 노닐다 왔다면

진분홍의 설레임으로 좋다

 

천축사에 가면

사철 바람을 품으며 자라는 오백 나한이 있다

오늘도 그곳에 바람이 분다

 

손 내밀어 잡고 흔들리며 살아봐야겠다

천축사의 노송처럼

사랑처럼

바람처럼

 

2013년 5월 22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