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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대모산에 오릅시다(詩山會 제211회 산행)

대모산에 오릅시다(詩山會 제211회 산행)

산 : 대모산

코스 : 대모산역-정상-수서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3년 6월 9일(일) 10시

만나는 곳 :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준비물 : 살얼음 낀 막걸리는 꼭, 물 많이, 먹을거리 조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1952~ )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지켜봐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


오늘은 기쁜 날, 오늘 하루 찻값 공짜. 기왕에 맥주도 무료. 신문가판대가 텅 비었지만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늘에서는 빵과 담배가 빗줄기처럼 쏟아졌고 와이셔츠를 입은 사내들은 환희의 눈빛만으로 응원을 보내왔다.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앉아 내일을 생각하면 그뿐 사실 더 필요한 것이 없었다. 다만 6월 이후, 각자 어디서건 리허설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선거인단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꿈은 이루어진다고, 그 꿈을 펼칠 날 얼마 남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을 뿐이다. 커브나 슬라이더보다는 ‘직접’을 신뢰했기에 묵직한 직구에 기대를 걸었다. 공을 놓친 것인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것인지, 당최 특기라고는 없었던, 그래서인지 ‘보통’임을 강조했고 그랬기에 삼진 아웃이 예상되었던 그 싱거운 대타는 미소를 지으며 1루로 걸어 나갔다. 게임은 이렇게 끝났지만 결과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6월을 누리달이라 하니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이다. 단지의 맨 앞 동인 우리집에서 길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중랑천에 팔뚝보다 더 큰 잉어들이 산란을 위해 물길을 오르고, 중랑천 둑 옆으로 키 큰 나무들이 우거져 그늘을 짙게 드리운 흙길을 따라 걷다가 장미꽃을 보았다. 활짝 핀 장미꽃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을 처음 알았다. 하늘색, 연분홍, 선분홍, 노랑, 진빨강. 진빨강을 흑장미라 하던가. 이팝나무 비슷한 나무에 피는 화려한 흰색의 꽃들. 내가 아는 흰색보다 더 짙다. 나는 이곳에 7년을 사는데 겨울에는 세찬 강바람이 불어 싫지만 그 바람이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다. 세상사 모든 일에 좋고 나쁜 것이 공존해 셈을 끝내면 제로가 된다해서 제로섬 게임이라 하던가. 삶을 한 바퀴 돌았더니 그 뜻을 이제 알 것 같으니 오래 살아봐야 안다. 하여 육십을 넘기지 못하고 가는 사람은 억울하다. 세상의 모든 깨달음 중에 으뜸은 새옹지마다.

<도봉별곡>

 

2.산행기

지리산 바래봉/나창수

참석자 : 18명 (기세환, 고갑무, 김정남, 김용우, 나양주, 나창수, 남기인, 신원우, 이경식, 이재웅, 염재홍, 조영훈, 전작, 정한, 조문형, 최광일, 최근호, 한양기)

동반시 : 바람의 그림자 / 김정남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꽃 산행이다.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일찍 잠을 청해 당일 새벽 4시에 깨었다.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5시가 다 되어서 곤히 자고 있는 마나님을 깨워 점심 도시락을 준비시키니 많이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준비물을 챙겨 조금 빨리 출발하여 6시40분 사당역에 도착하였다. 사당전철역 출구 옆에는 대형관광버스가 도로변을 줄지어 차지하고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자연을 함께 즐기는 아웃도어 시절이 왔다는 느낌을 실감하였다.

 

우리의 애마 노란색 미니버스(다솜유치원)는 시산회 원거리 산행을 돕기 위해 남기인 이사장이 앞좌석에 타고 사거리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산우들 보다 일찍 도착, 로얄석을 잡고 있었는데 7시가 다 되었을 땐 함께 산행할 친구들이 가득 찼다.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이 있어 7시15분에 사당역을 출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일요일답게 차량들이 가득하나 우리의 애마는 노련한 기사의 운전으로 씽씽 잘 달린다. 세환과 정한 산우를 죽전정류장에서 만나 합승하니 통로에 설치된 미니좌석을 펼쳐야만 앉을 수 있었다. 장거리 여행이라 편안한 로얄석에 앉은 친구들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가 보다. 나 역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정안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화장실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깨끗이 단장한 컨테이너 박스에 차려진 우동집 ‘Time’에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갑자기 20여명이 달려드니 금방 물에 담가놓은 우동이 바닥이 나서 나처럼 늦게 줄을 선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사이 재웅 산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달콤한 군고구마를 가져와서 나누어 준다. 정말 맛있게 먹고 있는데 재웅이가 군고구마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아침부터 너무나 맛있는 고구마를 팔아서 없는 돈을 쓰게 한다고 나무랐다고 한다. 칭찬도 유머스럽게 하는, 정이 많은 존경스러운 친구다.

 

모두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전주 쪽으로 달리는데 고속도로 길가에 연초록 잎을 눈송이가 덮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잎보다 하얀 꽃들이 만발한 이팝나무가 이채롭다. 차창 밖에 보이는 산과 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요즈음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인간들의 탐욕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고기를 얻기 위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밀림을 불태워 경작지를 조성하여 가축사료인 대두콩을 재배하고, 양들의 숫자가 증가하여 중앙아시아의 초지가 황폐화 되어 가는 곳도 있다고 한다. Kg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제일 높은 것이 육류라고 하니 고기를 좋아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화 되면서 소비가 중심축이 되는 세계경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불황에 빠지게 되어 고용률이 떨어져 소비가 감소하게 되면 억지로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 시켜 소비자의 구매능력을 높여 과소비를 유도한다.

 

소비가 늘면 개발도상국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상품을 대량 생산하게 되므로 산업 원자재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자연환경을 무시한 채 자원개발이 가속화되어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함으로써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개발의 후유증에 손상 받은 자연이 자정능력에 의해 회복 될 시간이 없기에 지구의 온난화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므로, 자연재해는 갈수록 그 규모도 커지고 발생빈도도 많아지며 각종 오염이 확산되어 지구의 파괴는 가속화된다고 한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낭비하지 않고 조금씩 덜 쓰며, 소비가 미덕이 아닌 절제된 생활을 하여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지구를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현실을 무시하는 한 조각의 생각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빨리 순천-완주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오수IC’에서 국도로 빠져나와 남원시 운봉면을 향해 가는데 유치교차로 좌측 편에 서남대학교 정문이 보이자 전작 회장님이 정문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고교 3학년7반의 담임선생님으로 은사님인 이홍하 선생님이 서남대학교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교육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신문기사에 날 때마다 재물이 사람을 후안무치하게 만든다는 것을 실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연치 않게 시산회는 3학년 7반이 대세다.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 철쭉 관광단지에 도착하였다. 잘 정비된 주차장을 지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좌측 편에 간이 토속음식점과 판매점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고 각 집마다 흥겨운 노래가락으로 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래봉은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하고 높이는 1,165 m로, 지리산 세석평전과 함께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본래 발산(鉢山)이라 하였으며, 바래란 나무로 만든 승려의 밥그릇인 바리란 뜻으로 봉우리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하였다. 지리산 줄기가 이어져 고리봉(1,304m ), 세걸산(1,198m ), 바래봉 (1,165m )등이 소등처럼 편편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바래봉 정상 주변에는 나무가 없는 초지이며 산세가 둥글어 가파르지 않고, 팔랑치, 부윤치, 세등치, 세걸산, 정령치까지 능선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철쭉은 해발 약 500m에서 피기 시작해서 점점 정상으로 번져나가 5월 중순이 되면 정상 부근까지 철쭉꽃이 만개해 온 산을 뒤덮는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이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상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팔랑치까지 1.5 km에 걸쳐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꽃이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세걸산까지 3.5 km에 걸쳐 만개한 철쭉을 감상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길 옆에 조성된 작은 공원에는 이미 꽃이 떨어진 철쭉이 녹색 잎만 보여서 바래봉에 있는 철쭉꽃도 시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11시 30분부터 들머리를 지나 흙길로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많은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지리산 허브밸리를 지나 북쪽을 돌아보니 남원시가지가 보이고 가까이는 국립축산과학원의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의 목장이 있다. 지리산 쪽으로는 오월 초순에 만개했다던 철쭉 군락지가 등산로까지 이어지는데 꽃은 다 지고 연초록의 숲이 눈에 들어온다.

 

운지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이제부터 경사가 있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바래봉과 팔랑치 능선에 진분홍 철쭉군락지가 그려진 국립공원(바래봉) 안내판을 지나니 흙길은 단단한 콘크리트 포장길로 바뀐다. 바람이 불지 않고 날씨가 더워 땀이 쏟아지고 목이 마르다. 바래봉까지 2.6 Km 라는 지점에서 물과 과일을 먹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산행길이 돌길에서 부드러운 흙길로 바뀌는 지점에서 기대했던 철쭉꽃들이 등산로 주변에 가끔 보이기 시작한다. 바래봉이 멀리 보이고 시야가 확 트인 능선길에 접어들면서 시원한 골바람도 불고 진분홍색보다는 더 순수하고 부드러운 연분홍의 철쭉꽃을 보고 들뜬 산우들이 꽃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잡고 삼삼오오 사진을 촬영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바래봉 0.8 Km 라는 지점에 철쭉꽃에 둘러싸인 평탄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시산회가 아닌 먹산회로 이름을 바꾸자고 한다. 배낭을 풀고 바래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준비해 온 음식들을 펼쳐내니 진수성찬에 다름 아니다.

 

조 총장 며느리표 홍어무침, 정남이표 문어와 한과, 족발, 세환표 3층 김밥, 새우튀김, 배추쌈, 과일 등을 안주로 식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니 배가 부르다. 판이 끝날 무렵, 재웅 산우는 광주에서 가져온 홍어를 꺼낸다. 남광주시장에서 택배로 부친 토막 낸 홍어를 서울집에서 잘 삭이고, 오늘 새벽에 마나님이 직접 손수 회를 썰어서 준비했다고 한다. 친구들을 생각하는 재웅이의 깊은 우정과 마나님의 헌신적인 노고에 더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동반시 낭송 순서에, 오늘의 최고 이벤트로 왕회장 정남이가 자작시를 세상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자작시 ‘바람의 그림자’를 허스키 톤의 육성이 진분홍으로 단장된 능선을 타고 바래봉 정상까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이번 자작시 발표로 시산회의 문학적 단계가 한 단계 상승한 계기가 되었고 재능이 있는 우리 시산회 산우들 중에서 자작시를 연이어 발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에는 김용우 산우가 준비한다고 했으니 그의 글솜씨로 미루어 큰 기대를 해도 될 것이다.

 

바람의 그림자 / 김정남

 

누가 바람을 안다고 했는가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꽃바람에 송홧가루 날리는 춘삼월

바람에 빛깔이 있다면 솔잎보다 더 푸르거나

송화보다 더 샛노래야 한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춘삼월 바람몰이에

뫼와 들에 물 오르고

물오른 가지마다 잎새 돋는데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지는 꽃잎 찻잔에 띄워

한두 잎 머금으면 그만인 것을

 

오늘은 어떤 바람이 불어 내 가슴에 그림자로 드리우는가

 

사랑은 사랑으로 답하고

바람은 그림자로 답하되

그림자는 사랑의 잔영이면 좋겠다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선자령 눈꽃을 밟고 왔다면

순백의 그리움으로 좋다

바래봉 철쭉과 노닐다 왔다면

진분홍의 설레임으로 좋다

 

천축사에 가면

사철 바람을 품으며 자라는 오백 나한이 있다

오늘도 그곳에 바람이 분다

 

손 내밀어 잡고 흔들리며 살아봐야 겠다

천축사의 노송처럼

사랑처럼

바람처럼

 

시에 대한 촌평을 말하자면, 이성보다 감성이 더 순수하고 한다. 글을 읽거나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영상, 후각, 청각 등을 통해서 느끼는 다양한 감성을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고 간직해서 아름답고 행복한 마음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것이 이 시의 주제로 받아들여진다.

 

본격적인 바래봉 철쭉꽃 축제를 즐기는 산행을 시작하여 바래봉 삼거리로 올라가는 등산로 양쪽에 진하고 연한 분홍 철쭉꽃이 만개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여있는 꽃 속에 몸을 담고 꽃과 나비인양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개인사진과 4-5명의 단체사진을 많이 찍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살려 많이 촬영하여 동시에 카톡을 통해서 영상을 주고 받으니 참 좋은 디지털 세상이다. 사진 중에 진분홍 꽃 속에서 재웅이가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하면서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일품이었다.

 

해발 1,000 m 쯤 되는 곳에 바래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팔랑치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오르니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북동쪽으로 진분홍 옷을 입은 바래봉이 바로 보이고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파랑치의 철쭉 군락지 능선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진하고 연한 분홍색으로 채색된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철쭉꽃의 화려함과 군락의 아름다운 자연미를 만끽하였으니 일단 하산하기로 하였다. 나와 정남이는 아쉬움이 남아서 정령치 쪽으로 이어지는 군락지를 따라 걸으면서 꽃의 향연을 즐기고 하얀 철쭉꽃도 발견했다. 진분홍의 철쭉꽃과 함께 자생하는 구상나무의 신선한 연초록 잎을 보면서 자연의 미묘한 색깔의 조화에 다시금 감탄하였다. 내친 김에 팔랑치까지 가고 싶었으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므로 삼거리를 다시 지나 점심을 먹었던 곳에서 산우들과 합류하여 천천히 운봉 축제단지로 내려왔다.

 

뒤풀이 식당은 원우가 추천한 토종백숙 한식당으로 정하고 남원 시내를 나와서 10분쯤 달려와 조경이 잘 가꾸어진 심원첫집이라는 음식점에 도착했다. 음식이 나오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푸른 나물이 10종류, 절인 나물이 10 종류나 되고 토종백숙은 부드러워서 먹기에 좋았다. 모처럼 참석한 2대 회장 세환이가 시산회의 의미있는 가치에 대하여 인사말을 하고 저녁을 사기로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뒤풀이를 끝내고 다를 기분 좋게 한가한 농촌 마을에서 노을을 즐기다가 7시 30분에 애마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예상외로 도로소통이 원활해서 10시 30분에 사당역에 도착했다. 원거리 산행에 아무런 사고나 불편한 점이 없게 수고하신 회장님, 총장님, 남기인 산우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3. 5.3. 나창수 씀

 

3.산행지

자주 가는 산으로 편한 산이다. 강남에 사는 산우들은 가까우므로 그쪽 산우들의 참석률이 높다. 이 산은 임용복, 위윤환 산우가 특히 잘 아니 꼭 참석하여 길을 이끌어주면 좋겠다. 6월은 누리달이라 하여 온 세상의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친다. 자주 보내오는 산우들의 카톡에는 늙으면 친구가 가장 중요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봄이 지나갔다고 한탄하지 말자. 여름이 봄을 뛰어 넘어 왔다고 해도 선선한 새벽이라면 봄이고 별빛이 빛나는 저녁도 봄이다. 가랑비 내리는 아침도 봄이다. 하여 봄이 지나갔다고 한탄하지 말자. 우리들 가슴 속에는 항상 봄이 있다는 것을 잃지 말자.

 

4.동반시

시는 희망, 사랑, 위안, 화해, 용서, 정의, 깨달음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행 등을 간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시는 아름다워야 한다. 시는 순간 지나가버리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작업이며 공부이므로 쉬워야 한다고 한다. 마음을 비워가는 작업이므로 무욕해야 하고 청정해야 한다고 한다. 시를 혼자 판단하지 마라고 한다. 내가 좋지 않아도 남에게 좋을 수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하여 길잡이가 되어 줄 스승이 필요하다고 하나 스승에 빠지지 말고 스승을 뛰어 넘으려는 욕심도 갖지 말며, 자기의 세계를 만들라 한다. 꽃은 혼자 힘으로 피지 않는다. 뿌리, 줄기, 잎, 가지가 제몫을 다하기 때문에 핀다.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비, 바람, 안개, 천둥 번개, 햇빛이 필요하다. 벌과 나비도 필요하다. 어느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다.

 

누구나 각자의 재주가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생각이 많으나 손이 게을러 손이 많이 가는 소설이나 수필보다 시가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내가 산우들에게 쓰는 산행 메일은 2주에 한 번이니 한 번의 새벽이면 충분하다. 남은 시간을 시 쓰기에 몰두하려 한다. 벌어봤으니 돈의 속성을 알아 더 이상 헛된 돈벌이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싫다. 하나의 동반시를 쓰기 위하여 보름간을 뒹굴고 씨름했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다. 다듬고 고치는 것을 수십 번 해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는 감성과 순수가 춤을 추어야 나온다고 한다. 나는 이성과 논리가 머릿속에 꽉 찬 사람이다. 그러나 저지르지 않으면 이룰 수 없으며 세상은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하여 나는 시 쓰기를 계속하련다. 김용우 산우가 약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자기도 시를 써서 동반하겠다니 안개 속 한 모퉁이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쁨에 비하랴. 부디 우정 어린 질책과 따뜻한 박수를 부탁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이미 저버린 바래봉 철쭉꽃을 다시 피게 하지 않았는가.

 

동반시는 동양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슬로시티 청산도를 그려본 것이다. 물에서 남편 잃고 자식을 잃고 척박한 땅과 세찬 바람과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청산도 섬사람들을 그린 시다. 그들도 뭍으로 가고 싶지만 왜 떠나지 못할까를 주제로 쓴 시다. 초안을 잡은 것이 2주 전이니 보름간을 함께 뒹굴고 놀았다. 시간이 없고 나의 한계이지만 다시 고쳐 세상에 내놓을 테니 우선 맛을 보고 쓴 말이라도 해주면 내게 산삼보다 더 귀한 약이 될 터이다. 시가 예술이라면 예술은 다른 것을 맛보는 것이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백남준

 

시가 있고 산이 있고 산우들이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가난한 시지만 완도인 한양기 산우가 맑고 높은 목소리를 바람에 실어 청계산의 정상에서 하늘을 향해 읊어주면 고맙겠다. 그가 불참하면 진도 사람 이재웅 산우도 좋다.

 

청산도(靑山島)/김정남

 

내 마음속에 느린 섬 하나 있다

봄 한철 청보리는 대지의 파도런가
유채 꽃물결 바람의 미소런가
계절 흘러 쪽동백이 머리에
윤기로 앉고

먼 하늘 아래
버선코처럼 흐르는 황톳길엔
서편제의 두 사내와 송화의 진도아리랑이
시간을 되돌려 구성지게
어깨로 와 덩실댄다

쪽빛 바닷가 물어미들 숨찬 숨비소리는
갓 올린 해삼, 멍게, 전복에
눈물을 감추고

철 지난 된바람에
아들 잃은 어미의 젖가슴같이 흐트러진
초분(草墳) 옆 바닷솔 가지 불여귀(不如歸) 울음소리
포구 끝 눈 먼 등대는 어둠 끝까지 보낸다

햇빛 같은 바람
바람 같은 햇빛
달 같은 별
별 같은 달을 품어야 사는 섬사람들은
짚으로 엮은 배를 바다에 띄울지라도
자식이고 어미인 섬을 떠날 수 없다

섬 끝 포구 막걸릿집 주모의
목 쉰 육자배기 타령에
귀 먼 바닷새가 씻김굿으로 화답하는
그 섬은
시간이 늦게 흐른다

결코 멈추지 않으면서
멈추게 하는 섬
청산도

 

 

2013년 6월 7일 신당도서관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