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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괴산 산막이 옛길에 오릅시다(詩山會 제212회 산행)

괴산 산막이 옛길에 오릅시다(詩山會 제212회 산행)

산 : 천장봉과 등잔봉(477미터, 450미터)

코스 : 산막이 옛길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3년 6월 22일(토) 8시

만나는 곳 : 2호선 잠실역 1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 낀 막걸리는 꼭, 물 많이, 점심 간단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時論

 

시집/김언(1973~)

 

작곡하듯이 쓸 것.

 

3차원의 문제도 4차원의 문제도 아닐 것.

처음과 끝이 반드시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을 것.

끝까지 듣게 할 것.

시간이 아닐 것.

어떻게 잡아챌 것인가. 그 종이의 다른 차원을.

그 노래를 처음 들어본 사람처럼 음악을 대할 것.

소리 나는 대로 작곡하는 버릇을 버릴 것.

어느 좌표에도 찍히지 않는 점이 불가능할 것.

반드시 찍힌다는 신념을 의심하지 말 것.

차원의 문제는 신념의 문제에서 비롯될 것.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어느 공간에서도 외롭지 않을 문장일 것.

어느 시간대를 횡단하더라도 비명은 아닐 것.

고함도 아닐 것. 그것은 확실히 음악일 것.

작곡하듯이 되풀이할 것.

음표를 지울 것.

그리고 쓸 것.

그것의 일부를 묶어 모조리 실패할 것.

한 푼의 세금도 생각하지 말 것.

오로지 쓸 것.

한 명의 과학자를 움직일 것.

백 명의 민중을 포기할 것.

그 이상도 가능할 것.

다른 문장일 것.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공의 무게 141.7~148.8g, 여기에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 130km의 곱절을 곱하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줄여서 날아오는 야구공의 에너지는 공의 질량과 그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말해 보자. 다시 한번 더 줄이면 E=mc2이 아닌가. 단출해 보이는 공식 뒤에는 항상 무한한 뜻이 숨어 있다. 핵분열이나 융합을 설명하는 데 위의 공식이 필요한 것처럼, 시인들도 시라는 실존의 핵폭탄을 세상에 투척하기 전에, 고려할 조건과 갖추어야 할 강령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시라는 것을 처음 써보는 나로써는 시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여겨 시작 노트에 담아둔 시다. 시를 쓰는 강령이랄까, 요령이랄까, 작법이라는 것 등이 무척 복잡하다. 그런 것들을 모두 시 속에 녹여가며 작업하는 일은 힘들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다. 돈이 안 되는 작업을 계속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버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나는 돈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세상에 알리는 것은 돈의 유해함과 유익함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돈이란 유익함보다 유해함이 더 많다고, 많을수록 근심과 걱정이 더 많다고 강변하는 것은 돈이 안 되는 시에 매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치열하고 풍진 세상을 살아낸 이 나이에 돈과 행복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하여 시를 쓴다. 시간에 맞춰 제 시간에 일어나는 자명종처럼 새벽에 깨어 새로운 책을 읽고 시를 접하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11회 대모산 산행기(2011. 6. 9) (이경식)

참석자 : 전작, 조문형, 김종화, 김용우, 나창수, 김정남, 남기인, 임삼환, 이원무, 이경식

(무순 10명)

산행코스 : 대모산입구역-대모산정상-수서역

 

봄은 가고 벌써 여름인가.

기온은 어제부터 30도를 오르내린다.

담장에 핀 장미는 아직 6월인데 햇볕은 땡볕 7, 8월 한여름이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반팔 상의를 입고 산뜻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담장에 길게 늘어선 장미가 아침부터 몹시 화려함을 뽐낸다. 그래 어디 개나리꽃이나 벚꽃이 장미꽃의 향기와 그 화려함을 어찌 당하랴! 새벽공기를 타고 전해 오는 장미향이 코끝을 스친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개나리꽃, 철쭉꽃, 벚꽃, 진달래꽃, 아카시꽃, 그리고 장미꽃 그대......

그리고 앞으로 해바라기꽃, 국화, 나팔꽃, 코스모스꽃, 동백꽃이 피고지면 한해가 다 가는가.

새싹과 단풍 그리고 낙엽이 피고지고 나면 한해가 다 가는가.

 

어느덧 금년의 반이 지나고 있는 셈이다. 생명은 신이 준 최대의 선물이라고 한다.

어느덧 60이 넘고 보니 언제부턴가 아스라하게 삶의 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은 마음으로 느끼지만 조금 더 있으면 실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 같다.

 

서둘러서 전철을 타긴 했는데 강남터미날역에서 생각하니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는 빈손이다.

떡은 많이 사오는 것 같아 참석인원을 감안하여 만쥬를 30개짜리 봉지로 샀다.

복 받은 친구들 몇몇은 등산용 간식거리를 꼬박꼬박 마누라가 챙겨 주더구먼! 이것 또한 그들의 타고난 복이다.

 

대모산입구역에 도착하니 벌써 8명이나 도착해 있다.

사실 대모산(290M)은 뒷동산급 산이다.

운동화 신고 가볍게 트레킹 정도 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여서 등산장비나 간식도 굳이 필요하지는 않는 산이다.

전에는 보지 못한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비단 여기 대모산 뿐만이 아니고 웬만한 트레킹코스는 행정관청에서 꽤 신경을 쓰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래 주민의 건강과 복지를 챙겨야지. 최근에는 교통사정이나 이런 편의시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아직 좀 더 오르고 싶은데 그늘 밑 편편한 자리를 본 친구들이 자리를 잡자고 한다.

좀 더 오르자고 했으나 내 의견에 동조자가 별로 없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편한 걸 택하니 별수 없었다.

너와 나, 쉬어가자, 먹고 가자, 취해가자.

 

우리가 매번 먹는 먹거리는 영양학적으로나 체력이 요구하는 게 아니고 우리들의 우정을 위한 가교로서 필수적이다.

시원한 그늘에 모여 않아 시원한 막걸리를 시원하게 한잔하는 그 기분만큼 우리들의 정도 끈끈해 짐을 느낀다. 사실 이 맛이 아니면 무슨 재미로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을 향하여 걷고 걷겠는가. 먹기 위하여 먹는 게 아니고 우정을 나누기 위하여 먹고 또 마신다.

 

사실 먹거리 얘기를 하면 친구들에게 늘 미안하다.

사람의 정성이 필요하지 않고 푼돈 몇 푼이면 되는 빵조각이나 두부, 떡이나 들고 가곤 하는데 비하여 몇몇 친구들은 와이프의 정성이 가득담긴 사랑의 먹거리를 가져온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 가정의 화기애애함을 느낄 수 있어 보기도 좋다. 먹는 우리는 더 좋다.

 

이번에도 단연 조 총장 며느리표 홍어무침, 남기인 이사장의 화성족발, 임삼환 심마니의 당귀술과 지초술, 죽순 나물과 정남표 칼라 방울토마토 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죽순을 자신의 고향인 담양에서 매년 보내와 마나님이 새벽에 만들어줬다니 참 고맙다. 다른 먹거리도 많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게 내 기억의 한계다.

 

사실 이번 산행의 압권은 김정남 산우의 자작시 ‘청산도’ 였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시인보다 더 시인답게 낭송하고 싶었으나 좋은 시의 그 깊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다.

지난번 바래봉에서 직접 낭송했던 ‘바람의 그림자’도 참 좋았다.

(누가 바람을 안다고 했는가,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솔잎보다 더 푸르거나 송홧가루 보다 더 샛노란 춘삼월 꽃바람을...... )

그 시를 들으면서 정남 친구의 창작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이번 ‘청산도’를 보니 이제 시인의 길로 접어들어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시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청산도 하면 청보리밭 돌담길 사이로 난 황톳길을 더덩실 춤추는 송화와 두 사내다.

영화의 한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머리에 박혀있다.

언젠가 청산도를 가 보아야 할 텐데, 어렵지도 않는데 아직도 못 갔다.

그의 시는 신당도서관에서 몇 년을 인내하며 갈고 닦은 그의 지적 결정체다.

아무튼 창작의 길에 들어선 그의 앞날이 몹시 기대된다.

 

편편한 그늘에서 술안주도 술도 바닥이 났다. 우리들의 못 다한 얘기는 뒤풀이 장소로 미룬 채 주섬주섬 배낭을 챙겼다. 수서로 내려가 마실 뒤풀이 술은 자주 나오지 못해 미안해 하는 나 원장의 몫이다.

뒷자리를 정리하고 누군가가 쓰레기를 챙겨서 하산을 시작했다.

산행은 이것이 끝이고 뒤풀이는 지금이 시작이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인 셈이다.

산우들의 우정은 더욱 다져지고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오늘과 같지 않아도 바람은 불어온다.

 

2012.6. 17. 이경식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재경 광주고 총동문회에서 주최하는 원거리 산행이다. 우리는 근거리 산행으로 계획했지만 내년에 우리가 맡아야 하는 산악회이므로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그런 책임을 맡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순서가 돌아오고 집행부에서 간절히 원하므로 맡게 됐으니 1년인데 그것을 못하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맡았다. 하여 번거로운 생각도 들지만 우리 시산회가 최대한 협조해야겠다.

 

산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싸여 있다고 하여 산막이라고 하며 예전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오고가던 옛길을 이른다. 하늘 아래 펼쳐진 자연경관이 노송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풍광이 수려하여 잊지 못하고 다시 오고 싶어 하는 곳이라 한다. 노송이 우거진 괴산호와 같이 흐르는 능선을 따라가면 얼음바람골과 호수전망대, 앉은뱅이 약수, 옷 벗은 미녀 참나무, 스핑크스 바위, 여우비 바위굴, 매바위, 호랑이굴, 연화담, 정사목(情事木) 등 볼거리들이 많다고 하니 멀리 나가 시원한 호수 바람을 쐬고 오자. 하루가 보람스러울 게다.

 

4.동반시

장 콕토는 "시인은 항상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며 1인칭 대화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기도이며 신이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정신분열증이라 했다. 인간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선(禪)이며 명상이고 시다. 나는 요즘 나에게 꾸준히 말을 걸고 있지만 쉽게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 이유는 내가 내 안의 나와 아직 말을 나눌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해본다. 불가에서는 내 안의 나를 진면목이라 한다. 이번에도 지나친 욕심을 부려 <장자의 나비>라는 제목으로 동반시를 쓰려했으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초고는 작성했으나 주제가 너무 무겁고 고쳐도 마음에 차지 않고 많이 부족해서 다음으로 미룬다. 20줄 내외의 시를 쓰는 일은 산문보다 짧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너무 자주 등장하면 식상해 한다는 것을 안다.

 

이번 동반시는 2013년 21회 공초 오상순 시인 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은 72세의 고령인데도 아직 현역으로 시를 쓰는 여인이다. 이 시는 결코 어려운 시가 아니다. 자기성찰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얘기하고 싶어서, 자신 안의 자기와 얘기하고 싶어서, 나는 누구이며 내 안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품으며 쓴 시다.

 

파스칼은 그의 <팡세>에서 ‘시는 불타는 기하학’이라했다. 시가 언어라고 하는 몸을 지녀야하기 때문에 시인은 파스칼의 말을 차용한 것 같다. 시인처럼 참말을 거짓말같이, 거짓말을 참말같이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참말은 참말이고 거짓말은 거짓말 아닌 다만 상상과 환유다. 그래서 장 곡토는 ‘시인이란 거짓말로 참말 하는 사람’이라 했다.

시인은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낯설게 하며, 허구를 통해 진실을 말하고,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자 한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의 세 얼굴이며, 이들의 명제는 모두 자아에 대한 회의와 성찰의 방법론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시인은 삶이 끝날 때까지 알면서도 다시 묻고 또 묻는다. 보이는 사물의 이름을 다시 묻고, 생각한 생각을 다시 생각한다. 그것이 시인의 자기성찰의 길이다. 불타고 난 다음 마지막 남는 재와 뼈의 사리처럼.

불타는 말의 기하학/유안진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보다가

문득 문득 묻게 된다

 

유리 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엔 생각하고 삼단에는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나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인데.

 

2013. 6. 1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