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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관악산의 서쪽 자락) 깃대봉(詩山會 제 209회 산행)

삼성산(관악산의 서쪽 자락) 깃대봉(詩山會 제 209회 산행)

산 : 삼성산(479 미터)

코스 : 석수역-깃대봉(하산 방향은 그곳에서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13년 5월 12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 석수역 1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겸 점심)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時論

 

대학 시절 - 기형도(1960~89)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지금의 대학이라면 어떨까? 도서관에는 토플, 토익Speaking, 토익Bridge, 토플TESTS, 경제학 원서, 경영학 원론, 회계학 개론 책들이 가득하였다. 대기업의 로고가 붙은 빌딩 숲은 화려하고 편의를 제공해 주었지만 그곳에서는 인문학 강의조차 먹고사는 데 필요한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실용적인 빌딩 앞을 학생들은 혹여 엎지를까, 커피를 들고 조심스레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 대신 마이클 샌델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아니라 팝송이 흘러나왔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고시원과 군대로, 더러는 어학연수를 위해 외국으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입사 면접을 보고 왔다고 털어놓았다. 문학에 재능이 있었던 친구가 많았지만 그들은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원체 바빴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비정규직이 되었다. 두 차례 휴학해야 했고, 누구나 그런 것 같아 나는 외톨이는 아니었다. 나쁜 학점 때문에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29세에 삼류 심야극장에서 요절한 시인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니 전두환 철권정치의 희생물이었으며, 우리는 71학번이니 박정희의 폭압정치의 희생물이었다. 이때가 되면 목련으로부터 라일락-수수꽃다리-에 이르기까지 캠퍼스는 꽃으로 장식한다. 그러나 우리의 봄은 결코 봄이 아니었으며 봄은 부끄러운 듯, 오기 싫은 듯 큰 길로 오지 않고 항상 샛길로 왔다. 목련은 멍들며 지고, 라일락은 자기도 모르게 슬그머니 졌다. 우리의 학창시절이 그렇게 흘러갔다. 가난하기도 해서 학교도서관에 다니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대학 4년 동안 휴교령이 내려지지 않은 학년이 없을 정도로 데모가 극성이었던 학교를 다니다 보니 위수군과 계엄군이 전차를 앞세우고 교문을 꼭 잠그는 판에 도서관을 드나들 수 없었으니 낭만이니 공부니 할 시간이 없었고 오직 불만과 자조만이 세상을 덮었던 시절이었다. 하여 좋은 기억이 없으므로 현재 만나는 친구도 없다. 서로를 믿지 못하였으므로 외톨이 아닌 외톨이가 되었다. 하루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싶었다. 71학번이야 말로 가장 불행한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몸과 마음이 푸러진다는 5월이 오면 내 마음은 멍든 목련처럼 더욱 어두워지고 지는지도 모르고 지는 라일락처럼 스러진다. 그나마 산이라도 다녔으니 천만다행이다.

 

사위가 되기를 원하는 사윗감에게 보내는 질문서

2013. 3. 9. 설악산으로 가는 차에서 무심코 꺼낸 말에 내용을 알고자 하는 산우들이 있어 보내주기로 한 약속대로 질문서를 보내니, 딸을 가진 부모들은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성실하게 적은 답을 보고 숙고하여 결혼을 승락하였다. 그후 둘은 전광석화처럼 신혼집을 마련하고 예식장까지 예약했다. 2013. 9. 7. 오후 5시. 강남역 더 휴 예식장. 예단과 혼수, 예물, 주례 생략.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을 수 없지만 그 나이가 되니 말린다고 말을 들을 나이도 아니니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기로 했다. 하여 여식의 결혼이 내가 백두산을 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도영, 김유진에게

나의 회갑에 즈음하여 유진과 결혼하고 싶다는 도영의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심사숙고하여 다음과 같이 두 사람에게 질문을 한다. 두 사람이 상의해서 작성해도 좋으니 충분히 생각하고 서면이나 메일로 답을 주기 바란다. 답은 두 사람과 우리 부부 사이에 한 약속이 되니 꼭 지켜야 하므로 신중하기 바란다. 두 사람의 답을 듣게 되면, 결혼 승낙에 대하여 엄마와 충분하고 신중하게 상의한 후, 승낙 여부를 답하겠다. 승낙을 한다면 도영은 우리 예비가족이 되지만 결혼에 관한 남녀 사이의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므로 결혼 할 때까지 성실한 마음으로 건전하게 교제를 해야 한다. 우리집의 방문은 결혼 승락 후에 가능하다.

1.결혼한다면 시기

2.결혼에 임하는 각오

3.도영의 건강검진표 제출(반드시 제출)

4.도영의 가족관계증명서

5.도영의 최종학교 성적증명서(선택사항)

6.도영의 직장

7.도영의 근무부서, 직급, 직위

8.도영의 연봉

9.도영 부모의 직업

10.결혼을 전제로 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가.현재 저축액(각자 저축액)

나.신혼집 준비 방법

다.재산증식의 방법과 수입의 관리(양가 부모에게 줄 용돈의 금액을 포함하여)

라.결혼식의 규모나 방식(예단과 혼수는 허례허식이니 신부측에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마.2세 계획-자녀의 수와 양육방법

바.자동차 구매 계획

사.시가와 처가에 대한 각오

아.직장에 대한 계획

자.가사분담에 대한 계획

아.각자의 취미와 특기

자.예단과 혼수, 예물에 대한 의견

11.우리 집안의 가훈은

가.남이 도모하는 일에 절대로 보증을 서주지 마라

나.장성하여 일가를 이루고 싶으면 부모의 도움을 받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하라

다.주식이나, 펀드, 선물 등 주식과 관련하여 재물을 쌓지 않는다

인데 만약 도영이가 유진과 결혼하면 위 세 가지 가훈을 지킬 의사가 있는지

 

2013년 2월 일

김정남, 전혜선이 질문함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08회 (2013. 4. 27) 청계산 산행기/남기인

참가자 : 전작, 박형채, 이경식, 조문형, 이재웅, 염재홍, 이원무, 정해황, 남기인(9명)

 

아마 6개월은 족히 흘렀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10월 시산회 친구들과 만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참석하기로 했다. 늦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여유가 있었다. 언젠가 재경 광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용우 친구가 자기는 항상 약속 시간보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하여 여유 있게 차 한 잔 마시려 한다고 했다. 용우 친구의 넉넉한 성품이 드러나는 한 마디 같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청계산역이기에 미리 조 총장에게 전화하여 굴다리 밑에서 기다리겠노라 하고, 등산에 임하는 많은 남녀노소 등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이 드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어색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용히 뒤켠에 서게 된다. 사람이 나이값을 한다는 것이 때로는 어렵고 힘든 일이란 것을 전에는 느끼지 못하였으나 요즘 점점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전임 회장 박형채 산우가 학교에서 친목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상가에 문상을 마치고 오느라 약간 늦어진 것 같다. 이 역시 나이와 경륜 때문에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힘든 경우도 많으리라 생각해 본다. 역시 나이값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을 기다리며 많은 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을 보았다. 서초지구자유총연맹, 방통대학 서울지구모임, 양재고등학교 동창 모임 등등 인산인해를 이룬다. 신분당선 청계산역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옛골이 청계산 등산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였는데 지금은 옛골은 한산하고 청계산역은 혼잡하니 지하철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모든 상권이 지하철역 하나로 이렇게 극명하게 바뀌다니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사자성어로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 밭이 한순간에 푸른 바다로 변한다)가 딱 들어맞는 경우다. 좁은 산길에 수많은 인파가 모이면 교통체증은 불가피하다. 차라리 조금 경치가 덜하더라도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산은 오르는 즐거움 보다 오른 후에 맛보는 즐거움이 더 크기는 하겠지만 오르는 동안 땀과 함께 나누는 정감 있는 대화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웅 산우가 한 달 만에 당뇨와 혈압을 극복한 체험이야기를 했다. 항상 느끼고 있지만 의지력이 아주 강한 친구라고 여겨진다.

 

오늘 산행은 오늘의 기자인 나의 제안에 따라 등산인파가 많은 진달래 능선을 피하여 알려지지 않은 기도능선(새롭게 작명함)을 따라 오르기로 하였다. 이 곳 기도능선은 얼핏 보아 정식 등산로가 아닌 옛날 시골 산길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이곳 기도 능선은 흐드러진 진달래가 허기진(?) 이재웅 산우의 배를 마음껏 채워주었고 모든 우리 시산 회원들의 카메라 메모리를 채우기에 손색이 없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곳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하지 말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청계산이 알려진 흙산이기는 하지만 진달래 능선은 많은 인조 계단이 있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곳 기도 능선은 전혀 인조 계간이 없어서 내내 푹신푹신한 흙을 밟고 오를 수 있었다. 오르는 길 중간에 군데군데 기도하는 사람들의 움막 같은 시설이 많아서 기도 능선이라고 이름 지었다. 가파르긴 해도 흙길을 오르기에 그리 힘든지 모르고 오를 수 있었다. 힘들 때 쉬면서 나누는 담소는 따스한 봄 햇살만큼 우리의 마음과 우정을 살찌게 하는 것 같다. 남자들의 이야기 단골 메뉴 특히 나이든 남자들이라면 빠지지 않는 화제는 역시 허리 아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조 총장이 ‘천생연분’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린다. 천생연분 부부는 자주 서로 바라보아도 성욕을 느끼는 사이라고 한다. 부인하기 어려운 정의 아닐까? 우리 친구들 사이에도 천생연분 부부로 소문난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주면서 살아간다면 아내와 남편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누군가 많은 정치인들이 우리나라 성범죄 예방을 위해 공창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였다. 공감하는 주장인 것 같은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통하여 보다 현실에 접근하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산의 점심은 풍요롭다. 특히 정상에서 맛보는 막걸리의 맛은 어느 산해진미와도 비교되지 않는다. 특히 정성을 다해 준비해준 조 총장 며느리의 진도 홍어무침과 해황이가 직접 요리 솜씨를 발휘한 부각, 무엇보다 오늘의 별미는 재웅이가 직접 쑤어온 도토리묵이 아닌가 싶다.

 

시낭송 시간, 오늘의 기자인 본인이 낭송했지만 얼른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은 난해한 시란 생각을 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시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왕회장에게 살짝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매번 시를 고르느라 수많은 시를 읽고 또 읽었을 김정남 산우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기회에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래 기다린 하루 / 황동규

오래 참고 견딘 자의 참음이 끝날 때

친구 세상에서 홀린 듯 사라지고
대낮에 불현듯 촛불 켜놓고 싶을 때
나는 듣는다
꽃 피는 소리, 꽃나무들 뜰을 헤매이는 소리를.

남몰래 방황했다.
머리 사발의 물 사라져
창 위에 황홀한 성에를 그리고
그 성에 몇 차례 지워져
짧고 소란한 잠 올 때
나는 방황했다, 떠남도 없이.

오래 기다린 자는
보리라, 오래 기다린 하루를,
헤매이는 나무 줄기에
한없이 헤매이는 작은 벌레를.
그의 등에 과녁처럼 박혀 윤나는 무늬
그 무늬 위에 잠시 떠도는 광망(光芒)을
바흐의 무반주 첼로 사라방드를
제가(祭歌)의 속속들이를
정신이 끌고 다닌 모든 수레를.

 

항동규 시인이 누구인지 김정남 산우의 시 소개를 읽어본 사람은 안다. 바로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교수의 아들로 아버지와 다르게 그는 시인이 되었다. 시인 박동규는 박목월 시인의 아들이다. 두 사람의 이름이 같은 연유는 김정남 산우가 여러분에게 보낸 메일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원래는 매봉까지 가려고 했으나 워낙 등산 인파가 많아서 시간을 절약하고 혼잡을 피하기 위하여 청계골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오늘 참가한 산우가 모두 9명에 불과하여 우리도 오늘 산행 코스만큼이나 한적하고 조촐한 느낌이 들었다.

 

하산길은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어서 마치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온 느낌이다. 비록 정상을 밟지 않았어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절정이고 얻어가는 만족감은 최고이기에 우리의 산행은 더욱 의미가 깊다하겠다.

 

하산길에 많은 사람이 주말 농장에서 취미농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얻고자하는 것은 경제적 소출이 아닌 정신적 풍요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본인도 올해는 망중한을 즐길 생각으로 화성시가 주관하는 도시농부학교에 입교하여 주말농장도 분양받고 준비를 하였는데 바쁜 일로 인하여 수업에 참여를 못하여 아마 퇴학처분 받기 직전임이 안타깝다. 현대인들은 농업을 통하여 정신을 치유 받을 수 있다고 많은 상담사들이 농업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 시산 회원들도 바쁜 일상 속에서 베란다 농업이라도 해보길 권유하고 싶다.

 

뒤풀이를 생략할 수는 없고 점심을 배불리 먹었으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봉평막국수집을 선택하였다. 막국수 맛이 강원도 현지보다 낫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음식점은 역시 맛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행복한 하루 즐거운 하루가 되었기에 오늘이 행복하다.

 

5월 12일이 원래는 원거리 산행이었으나 철쭉꽃철과 맞지 않아서 5월 26일 지리산 바래봉 산행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5월 12일은 안양 석수에서 삼성산에 올라 서울대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기로 결정하였다. 다음 산행도 기대해본다.

 

남기인 씀

 

3.산행지

5월은 푸른달이라 하여 산이 푸르게 변하고 나무에 물이 오르는 달이다. 이번 산행은 관악산 옆 삼성산이다. 올해의 봄이 이렇게 더디 오는 것은 신작로를 놔두고 샛길로 오기 때문이다. 더디게 온 봄이 갈 때는 신작로는 달리는 차처럼 쏜살같이 가버린다. 친구들아, 항상 즐거운 산우들아! 부디 가는 봄을 잡으려 하지 말고 하루라도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 푸른 마음을 더 푸르게 가꾸자. 다음 산행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 산행이다. 다시 보기 어려운 경험이 될 터이니 5월 26일은 하루를 비워두고 함께 꽃맞이 가자. 더구나 지리산 바래봉이다.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 5월에는 모두 모이자.

 

4.동반시

시는 소설이나 수필과 달리 싫증나지 않는다. 가슴에 담겨지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면 마음도 부풀어 올라 며칠은 풍요롭다. 남기인 산우가 동반시로 네 편을 보내왔다. '안도현/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김광균/설야, 고은/그 꽃, 정호승/슬픔이 기쁨에게'를 보내오면서 후배 국어 선생이 연애편지를 쓰려냐고 물어오기에 그렇다고 했다네. 사랑이야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부러움울 샀을 거라 생각한다. 추천 동반시 중 세 편은 우리가 이미 동반했기에 동반하지 않은 한 편인 설야를 동반시로 결정한다. 학창시절에 김광균 시인의 시를 접한 적이 있으며, 이 시는 어렵지 않아 설명을 필요하지 않다. 더운 철에 산에 올라 눈 내리는 겨울밤을 연상하며 이 시를 읊는다면 오뉴월의 눈 부시고 따가운 햇빛이 눈처럼 시원하고 차갑게 느껴지리라. 다음은 나 원장이 기자를 할 순서이니 나 원장은 필히 참석하여 이 시를 읊어야 한다. 햇빛이 부실수록 그림자는 짙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모르지 않는다.

 

김광균/설야(雪夜)-남기인 추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자췬양 흰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슬픔 그위에 고이 서리다.

 

2013년 5월 9일 신당동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