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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송추계곡(詩山會 제214회 산행)

도봉산 송추계곡(詩山會 제214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회룡역-회룡계곡-송추폭포-송추계곡-송추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3년 7월 14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호선 회룡역 3번 출구(서쪽 광장)

준비물 : 살얼음 낀 막걸리는 꼭, 물 많이, 간식 간단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삼십대/심보선(1970~ )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눈부신 공적이나 솔선수범을 강요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모범적인 삶의 꼭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곧게 뻗은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 그들은 방황하는 자들을 현혹하며 엄숙을 가장한 거짓말을 태연히 늘어놓는다. 늦게 당도한 사람들, 성숙하지 못한 자들, 유약한 심성의 소유자들을 바라보는 삼십대의 시인은 조로(早老)했다고 자청하지만 그가 쥐고 있는 것은 무기력과 낙담이 아니라 한없는 연민과 지치지 않는 사랑이다.

-시평<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우리의 삼십대는 5. 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처절했다. 33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상처는 치유되지도 아물지도 않았다. 120년 전에 고창, 부안, 영광에서 들불처럼 일어났 모두를 불태웠던 동학농민운동도 그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다. 하물며 33년밖에 지나지 않은 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상처는 아직도 치료 중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뉴 라이트'들은 오히려 운동을 혁명으로 격상시켜, 전라도공화국을 만들려는 흉계였다고 주장하며 북한군이 참여했고 무기고 탈취를 북한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행태를 보면사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아름다운 선행을 경험하면 아주 깊은 정신적 변화를 겪어 초라하고 비윤리적 방식으로는 더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닭게 되는데 이 인간들은 그런 황홀한 경험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불쌍한 인간들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선행의 이미지가 아닌 진정한 선을 또 낳게 된다.

 

부처, 공자, 노자, 장자,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활동했던 '축의 시대'에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이 깊은 시대였는데 인간의 삶은 탐욕에 가득찬 전쟁으로 인간이 시달렸기에 그런 성인들이 많이 나와 신(神)이나 도(道)에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축의 시대를 지나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생활은 나아졌지만 위대한 인간 예수의 시대를 지나갔어도 인간의 품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극악해졌다. 해결책으로 종교통합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언제나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고 개인의 성찰에 있어서도 깊이가 없다. 아직까지 그만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도 그 사실은 명백하게 옳다.

 

시를 쓰면서 많은 선배 시인들이 산문시와 사랑시를 백안시하는데 이 시는 그런 백안시를 보기 좋게 넘어선다. 봐라, 얼마나 좋은 시인가를.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13회 관악산 산행기/한양기

산행지 : 관악산 연주봉(629미터)

만난 장소, 시간 : 2013. 7. 7. (일) 10시 서울대 입구역 3번 출구

참석자 : 김종화, 나양주, 나창수, 남기인, 신원우, 염재홍, 이경식, 이재웅, 임용복, 전작, 정한, 조문형, 조문형, 한양기(14인)

음송시 : 염재홍 산우 추천시 류시화/모란의 연

 

금번의 산행 코스는 임용복 군이 향도한, 시산회로서는 처녀 코스라는 특색이 있다. 서울대 입구역 3번 출구에서 집결 후 5511버스로 서울대 공학관 옆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여 곧바로 입산하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버스 이용 등산객이 많아 도착 순위를 감안하여 선후발대를 분산하여 이동하기로 현장에서 결정하였다. 선발대가 출발한 후 모임 시각인 10시를 전후하여 참석인원이 전원 도착해 지각한 산우가 없었다. 5511버스에 후발대로 탑승해보니 다른 등산팀에서는 지각한 동료로 인해 환승시간이 30분이 지나 추가교통비가 부과됐다는 원망이 있었으나 어찌하랴. 우리 시산회의 시간 준수 체질화와 비교되어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이 솟았다.

 

서울대 공학관 앞 등산로에서 기다리는 선발대와 합류하니 2번에 걸친 해후의 감격을 맛보았다. 서울대 공학관 앞 등산로 입구 하차 방법은 건물 숫자만 볼 수 있으니 초답자는 주의하여야 한다. 이번 등산로는 연주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로로 인공이 없는 자연적인 등산로다. 숲길이 적은 관악산의 특성에서 벗어나 수목이 울창해 관악산 여름 산행 코스로는 가장 적합한 코스라는 임용복 산우의 설명이 있었다. 100미터를 가니 작지만 폭포가 나타난다. 중간에 그늘막을 치고 피서를 즐기는 행락객이 다수 보인다. 학바위능선길은 바윗길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게 약간의 재미가 있다. 노약자를 위한 우회길도 있어 위험부담이 전혀 없다. 능선 밑 긴 골짜기의 건너편은 범관악산 서봉인 삼성산이 세로로 질러 흐르며 심산유곡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학바위능선 끝의 마당바위는 운치있는 쉼터로 입산주를 음미하는 데 기막힌 장소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기게양대가 옆 마당바위에 터를 잡고 간식을 먹었다. 허기진 산우는 떡을 먹고 갈증난 산우는 오이를 먹는다. 조영훈 산우의 어부인표 유기농오이 한 포대에 내가 준비한 시장 오이는 고개를 숙이고 뒤로 숨었다. 14인의 막걸리 음복이지만 2병으로도 남았는데 무더운 날씨 탓이다. 그래도 막걸리 한 잔에 흥취가 돌아 머리를 들고 견산을 즐긴다. 저 멀리 관악구의 시가지는 모두 관악산 산자락을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관악산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미로 고을 이름을 관악으로 정하고 관악은 55만의 사람들을 품고 있다. 옛날 판자촌 밀집지역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말끔한 시가지로 변한, 애환 많은 성장사를 관악산만큼 알고 있는 자가 있을까? 착잡한 견세의 감회를 접는다.

 

속세를 잊어보려는 산속에 묻힌 학바위능선 끝자락은 연주대로 가는 보편적인 능선길과 만나게 된다. 연주암 300미터 전방의 세갈래길에 도착하여 등정이냐 하산이냐를 의논한다. 길 옆 돌밭 사이에 가녀린 풀포기 하나가 애처럽다. 아카시아나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40년을 뛰어넘는 고교시절을 회상하니 또래보다 강하고 조숙했을 아카시아족과 등대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아카시아족은 주로 동중 출신으로 끈끈한 단결력으로 지금도 모임을 갖는단다. 등대족은 북중 출신들이 모였지만 우리 20회를 끝으로 해체되어 지금은 소멸하고 없단다.

 

빗방울이 떨어지니 하산으로 의견의 중심이 이동한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의 틈을 이용하여 연주암 옆 공터에 자리를 잡으니 떡피자, 홍어무침, 찹쌀떡, 쑥개떡, 배추김치, 유기농오이 등의 먹을거리들이 나온다. 조영훈 산우의 어부인이 직접 구웠다는 떡피자의 맛이 일품으로 한 조각씩 절단해와 먹기 좋았으니 다음에도 가져오면 고맙겠다. 조문형 며느리표 홍어무침의 맛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그날의 기자에게 주어지는 시 낭송의 영광! 전 회의 기자인 염재홍 군이 추천한 류시화 작 '모란의 연'을 꼼꼼히 낭송했다. 이어 터지는 박수소리. 내가 시 낭송은 조금 할 줄 안다. 목소리가 시 낭송에 적합하다는 칭찬에 영훈의 유기농오이 때문에 움츠렸던 목이 다시 나온다. 칭찬은 관악산 장맛비도 멈추게 한다. 조그만 일에도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산우들이 고맙다. 오늘의 기자로써 다음 산행의 동반시로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추천한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웃음전도사로 자처하던 고 황수관 박사의 저서에 수록된 시인데 감성을 자극하는 넋두리로 생각되어 추천한다. 오늘 큰딸의 신접살림이 들어오는 날이라 오지 못한 김정남 산우의 머리에는 무슨 시가 들어있는지 몰라도 언젠가는 꼭 동반해주기 바란다.

 

모란의 연/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시 낭송의 장이 끝나도 남아있는 막걸리병은 세 술꾼 임삼환, 위윤환, 김정남이 오지 않아 외롭게 서 있다. 오늘은 총 4병만으로 족하다. 그것으로 미루어 산행 시의 건전한 음주문화를 선도하는 시산회다. 시 낭송을 끝내니 바람을 잠재운 장마철 보슬비는 뜨거운 해를 가려 우리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신다. 하산길은 지난 총동문회 시산제 때 나양주 산우가 향도했던 길로 과천 구세군본부와 연주암의 연결로로 과천을 바라보는 능선길이다. 그러나 운해에 갇혀 그 수려한 원경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보슬비에 젖어도 길은 미끄럽지 않아 오히려 릿지화처럼 바위에 쩍쩍 달라붙는다. 그러나 신원우 산우는 힘들어 한다. 과천의 그레이스호텔 사우나가 주말에는 50% 할인이라는 정보가 있어 갔더니 폐쇄된 지 수 년이 흘렀다는 잘못된 정보였다. 그래도 사우나 매니아 나 원장은 기어코 사우나를 찾아낸다. 물이 좋고 시설이 최신식이라 호텔 사우나 못지 않다. 24시간을 운영한다는 사우나의 비용은 동창 김동주의 후원으로 시원하게 해결했다. 비회원이면서 내려와서 목이나 축이라고 준 금일봉을 기쁘게 썼으니 복 받을 거다. 뒤풀이는 나양주 산우의 후원으로 마무리했으니 그 시원한 한 잔의 생맥주와 두부김치, 김치찌개는 정갈하고 일품이었다. '맥주는 이 맛이야'가 이구동성으로 터진다. 공휴일은 접대비도 못 쓴다는데 정말 고맙다. 만복을 기원한다. 다음 산행을 약속하고 모두 집으로 향한다. 즐겁고 불타는 하루였다.

2013. 7. 10. 한양기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지난 관악산행 때 양평 청계산으로 정했는데 그 산은 높지 않지만 산행 거리가 길고 계곡이 없다. 겨울이면 몰라도 여름에 6시간의 산행은 결코 짧지 않다. 더구나 국수역까지의 거리는 강남에서 오는 산우들에게는 너무 멀다. 중간에 약수터가 한 곳 있어 겨우 물맛을 볼 수 있어 재고해달라고 하면서 전에 나 원장이 추천했던 송추게곡을 제안했다. 그런 조건을 감안하여 송추계곡으로 변경하였다. 이 코스는 3시간 코스로 회룡계곡으로 올라 350미터 정도의 능선에서 송추폭포를 지나 송추계곡으로 내려온다. 송추계곡 주변의 음식점이 계곡의 좋은 곳을 모두 점령하여 발을 담그려면 자리값을 해야 했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280억 원을 들여 모두 아래 입구 쪽으로 옮겼다. 쉽지 않았겠지만 잘 한 일이다. 수량의 풍부함은 모두 알고 있으며 탁족을 즐기기에는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 으뜸이다. 내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을 패러디하여 한 번 흉내를 내 볼 생각이다. 이름은 내 별호와 같은 '도봉별곡'이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계곡에서 30번은 고치고 또 고친 자작시 '장자의 나비'를 가지고 간다. 맑고 시원한 계곡에서 시 한 수 읊고 내려와 가마골에서 갈비탕 한 그릇이면 최고의 피서가 될 것이다. 장맛비가 내릴 확률이 크지만 그게 대수랴. 비를 맞고라도 오르고 내려오자. 결코 후회하지 않을 하루가 될 것이다.

 

4.동반시

한양기 산우가 산행기를 늦게 보내오면서 동반시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추천했으나 이미 시평과 해설을 올려놓은 후라 미안하지만 다음 산행시로 동반할 것을 약속한다. 48살의 동서가 뇌출혈로 사망했다니 조의를 보낸다. 모두 건강하자. 경황이 없는 중에도 훌륭한 산행기를 보내줘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나의 세 번째 자작시다. 선배 시인들의 시작기법이나 시 창작법 등의 책을 읽으면서 아직은 나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그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시를 만들어봤다. 초고를 잡고 30번 이상 고쳤을 것이다. 그래도 어설프다. 표현이 어색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따뜻한 질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정 어린 칭찬은 산행 때 장마철 장맛비도 멈추게 할 것이다. 온갖 비유, 상징, 함축, 생략 등 기교를 부려봤더니 어려워졌다. 하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장자의 본 이름은 장주다. 그러나 나고 죽은 시점은 분명하지 않아 기원전 4세기에 활동한 것으로 본다. 장자라는 이름의 저서는 그가 전체를 썼다고 보지 않는다. 문체와 표현의 깊이 등이 달라 후학들이 썼거나 동 시대의 사람들이 함께 썼다는 설이 분명하다고 한다. 장자의 도(道) 안에서는 좋은 것, 나쁜 것, 선하고 악한 것이 따로 없다. 우주만물은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를 참되게 따르는 사람은 집착, 인습, 욕망에서 벗어나 절대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이 노자의 도를 이어 받아 더욱 발전시킨 장자의 무위(無爲)자연 사상이다. 나는 노자의 사상 중에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으뜸으로 치고 장자의 우화 중에 '나비의 꿈'을 제일로 친다. 노자와 장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라 한다. 그리고 천천히 가라한다.

 

오늘에 이르러 돈을 버리니 도와 예에 가까워졌다는 선인들이 있다. 공자는 결코 물질을 넘어서지 못했다. 많은 제자들과 다니면서 벼슬에 연연한 적이 있었고 배고픔의 걱정을 결코 털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자와 장자를 공자보다 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비의 꿈에 관한 우화를 우리는 안다. 3연의 '기파랑'은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의 주인공으로 자칭 국보 고 양주동 박사는 첫 부분의 '열치매'를 달밤에 먹구름이 달을 가리니 손을 뻗어 구름을 열어제쳐 밤을 밝힌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런 그의 기개를 칭찬했다. 물론 지나친 확대해석의 가능성이 있으나 그만큼 향가와 고려가요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가 법이고 답이다. 연구를 하려면 양주동 박사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독보적으로 해야 한다. 대학 2학년의 봄에 박정희의 폭정과 독재는 극으로 치닫고 있어 대학가의 시위로 채루탄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도서관 쪽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양주동 박사의 강연이 있어 강연장으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그때 들은 '찬기파랑가'를 위시한 향가와 고려가요에 대한 해석을 재미있게 들으면서 나는 법학보다 문학 쪽에 더 소질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흙소'는 불가의 조사들이 게송에 자주 쓰는 은유법이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을 건널 수 있겠는가.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는 판치생모(板齒生毛)라는 불가의 화두다. 120년을 살았다는 조주 선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앞 이빨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한 제자가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을 묻자 '앞 이빨에 털이 났다'는 표현을 썼다. 논리를 뛰어 넘는 촌철살인의 표현이다. 불가의 화두는 이처럼 엉뚱하나 그들끼리는 이런 표현으로 법을 전수하거나 깨달음을 얻었다고 판단한다. '즈문'은 천(千)의 고어이다. 노자와 장자는 우리로부터 이천오백 년이 떨어져 있었으나 그들의 통찰에 감탄을 멈출 수 었다. 하여 '축의 시대'라는 명저를 쓴 카렌 암스트롱은 부처와 노자, 장자, 공자, 소크라테스 등의 사상에 대해 기원전 4~9세기에 활동한 그들의 통찰을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점점 극악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장자의 나비

 

당신도 꿈속에서 꿈을 꾼 적이 있습니까

 

봄날 꿈속의 나비처럼

등에 두 개 반의 날개가 돋고

배에는 천 개의 주름이 무늬 지니

천 년이면 꿈속에서나 흐를 시간인데

 

천축사 졸참나무에

곤줄박이와 동고비 둥지를 틀고

서산에 보름달 뜰 때

 

가린 먹구름 손을 뻗어 열어제치는

기파랑의 기개는 어디로 가고

한 마리 나비만 월계수에 앉아

흔들리며 날갯짓하네

즈믄 해를 살았다고

 

달에 비친 나비를 보며

나비가 나인가

내가 나비런가

진흙소가 물을 건너듯

봄밤의 꿈을 떠돌다 깨어보니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꿈과 꿈 사이 이천오백 년이 흘렀는가

 

2013. 7. 1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