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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 연주대(詩山會 제 213회 산행)

관악산 연주대(詩山會 제 213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서울대-연주대(하산 방향은 그곳에서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13년 7월 7일 10시

모이는 곳 :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꼭, 물 많이, 과일과 간식 약간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나는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정호승

 

나는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

낙산사에 버리고 온 나를 찾아가지 못한다

의상대 붉은 기둥에 기대 울다가

비틀비틀 푸른 수평선 위로 걸어가던 나를

슬그머니 담배공초처럼 버리고 온 뒤

아직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이제는 봄이 와도 내 손에 풀들이 자라지 않아

머리에 새들도 집을 짓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온전한 기쁨을 드리지 못하고

나를 기다리는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을 이미 잊은 지 오래

동해에서는 물고기들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는데

나는 나를 만나기만 하면 서로 부딪쳐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

낙산사 종소리도 듣지 못한다

 

10년이 넘게 남의 시만 보다가 내가 직접 시를 쓴다고 몇 번 적어 봤더니 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어떤 시에 대해 감상해보면 이런 표현은 감히 누가 생각하지도 못할 부분인데 저런 부분은 조금 거슬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대시의 선구자라고 부를 수 있는 공초 오상순을 우리 세대는 안다. 이 시는 2011년 제19회 공초 오상순 문학상 작품으로 정호승 시인의 시는 산행에 자주 동반했다. 다만 1회부터 21회까지 시상을 했는데 긍적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 시는 곤란하다 싶은 경우도 있는데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을 감출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현재의 세태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 중에 세상은 부처, 공자, 노자, 장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성인의 반열에 드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태어난 기원전 400-600년의 시대보다 인간의 품성은 나아진 것이 없고 더 악랄해졌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과학이 발달하여 수명은 길어지고 물질은 풍요로워졌으며, 자기가 잘 났다는 종교는 온 세상을 다 덮고도 남는데 우리는 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이유를 한 가지만 들자면 욕심을 억제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원인은 결코 세 가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자와 식량과 종교다. 세 가지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없어질 것도 아니다. 답답한 마음에 시 한 수 올리니 어쨌든 잘 감상하기 바란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12회 괴산 산막이 옛길 산행기(2013. 6.22.토)/염재홍

참석자 :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박형채, 염재홍, 이경식, 이재웅, 전작, 조 영훈(10명)

산행코스 : 주차장-소나무동산-노루샘-등잔봉-한반도전망대-천장봉-진달래능선- 다래숲동굴-괴산바위-앉음뱅이약수-호랑이굴-노루샘-주차장<4시간10분 (11:20~15:30)소요>

 

오랜만에 산행기를 쓰게 되었다. 원래 지난번 대모산 산행 때 써야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참가하지 못하고 경식 친구가 대신 수고해주었다. 그러나 오늘도 몸이 매우 안 좋지만 그래도 이번엔 또 미루고 싶지 않아 억지로 참가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역류성 알레르기성 인후염에 성대가 붙지 않아 목소리가 안 나오는데 주의할 것도 많고 먹어야 할 약도 많아 챙겨 가기로 했다. 우리 친구들도 나이 탓 하지 말고 열심히 운동해서 이 세상 떠날 때까지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속 바람이다.

 

시산회 제212회 산행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산막이 옛길로 가기로 하였다. 원래 예정은 불곡산이었으나 광주고등학교 총동창회 산악회와 같이 하기로 하여 목적지를 수정하여 산행하기로 했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군에서 조성한 걷기 운동을 위한 오솔길로 칠성면의 괴산호를 끼고 산막이 마을까지 약 4Km의 거리로, 도로를 단장하여 데크 설치, 전망대 조성, 유람선 운행 등 방문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산 전체를 정비하였으며, 또한 좀 가파르기는 하지만 등잔봉 천장봉 등 산도 끼고 있어 등산도 가능하다.

 

기침이 많이 나와 잠을 설치고 새벽녘에 잠이 들었는데 딸그락거리는 소리에 깨어 보니 감자와 쑥떡을 준비해놓았다. 감자는 보성 회천에서 셋째 누나가 농사지어 보내준 것이고 쑥떡은 작년에 우리가 쑥을 캐서 떡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다. 목에 좋다는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물 세병을 넣어 배낭을 꾸려 고맙다는 뜻으로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 애들의 배웅을 받으며 일찍 집을 나섰다. 잠실역에 도착하니 20회는 3호차에 배치돼 있어 차에 오르니 아무도 없다. 시간이 빨라 아직 안 온 것 같아 다른 차를 기웃거리다 보니 그 사이에 정다운 친구들이 도착하고 조문형 총장은 오늘사정이 있어 산행에 참가하지 못하면서도 모두 다 오는 것을 확인하고 차가 떠날 때가지 임무를 다한다. 참 책임감이 투철하고 본 받을 만한 친구이다.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우리를 태운 차는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를 이용하여 괴산으로 달린다. 창 밖에는 유명한 감곡의 복숭아밭이 펼쳐지고 야릇한 향기를 발산하는 밤나무꽃 숲이 줄줄이 지나가는데 버스의 모니터에서는 우리 전통가요를 대금으로 연주하는 구슬프고 애절한 가락이 흘러 나온다. 화면은 가을 풍경이고 밖은 짙푸른 6월인데 번갈아 보니 상반된 두 장면이 어쩐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요 21곡을 들으니 어느새 산막이 옛길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가운데에 인삼밭이 있고 가게도 다양하지 못하다.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다시 탑승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되는 연리지, 고인돌 쉼터, 소나무 밭에 만들어 놓은 출렁다리, 이름은 그럴 듯하나 두 나무가 같이 나서 겹쳐진 정사목을 지나 노루샘에서 트레킹 코스를 버리고 등잔봉을 항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길 옆에 자생하는 온갖 들꽃은 화창하고 향기로우나 길은 너무나 가파르고 힘이 들어 몇 번을 쉬다가다를 반복한다. 연신 흐르는 땀에 수건이 적셔지고 걸음을 멈추어 원기를 보충할 겸 먹거리를 나누며 경치를 감상하니 시간이 지체된다. 사계절이 아름답다고는 하나 위에서 보니 물길은 좁고 산이 막혀 있어 답답한 감도 있다. 올라가는 길은 짧기는 하나 경사가 심하여 보기 보다는 어렵고 힘이 많이 든다. 드디어 해발 450m 등잔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노루샘에서 여기까지 900m라고는 하나 경사가 급하여 천천히 오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제 배에 주유를 해야 할 시간, 천장봉 쪽으로 좀더 내려와 등산로 옆에 적당한 곳을 잡아 자리를 펴고 산악회에서 나누어 준 막걸리, 조촐하나 맛있는 식사와 더불어 오늘의 동반시를 박형채 전회장이 낭독하였다. 동반시는 전과 다름없이 김정남 전회장이 심사숙고하여 선정한 유안진 시인의 '불타는 말의 기하학'이다. 언제나 수고를 아끼지 않는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우리가 제일 후미인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접고 길을 제촉하여 산등성이를 넘으니 한반도 전망대에 도착. 괴산호에 나와 있는 한반도를 내려다 보니 좀 인위적인 감이 든다.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라고는 하나 많이 닮은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 자연적으로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있는 곳은 많다. 영월, 정선, 옥천, 성주, 무안, 해남 등 많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내가 보기엔 영월의 선암마을이 가장 닮은 꼴인 것 같다.

 

천장봉을 앞에 두고 진달래능선으로 하산을 시작. 괴산호의 선착장에서 나오는 확성기의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심하여 위험하고 힘들어 땀이 등골을 적신다. 쉬엄쉬엄 내려와 산막이 옛길에서 산막이 마을을 뒤로 하고 잘 만들어진 옛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산이 작아 물이 없는 것도 아쉬웠으나 도중에 앉은뱅이 약수가 있어 한모금씩 마시고 손도 씻을 수 있었다. 옛날에 앉은뱅이가 이 물을 먹고 일어서서 걸었다 하니 한모금씩 마신 우리 친구들도 모두 건강하게 지내리라 믿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올 때와는 달리 잠실역과 사당역으로 목적지에 따라 탑승이 변경되어 시산회는 각각의 방향에 따라 헤어져 귀경하고 말았다.

 

총동창회 산악회와 같이 산행하니 연령층이 다양하여, 선배들을 배려하다 보니 트레킹과 등산이 가능한 코스를 선택하여 이곳으로 온 것 같다. 어렵지만 짧은 등산 코스, 데크 등 잘 다듬어진 트레킹 코스, 유람선 코스등 선택 사양이 있어 좋았으나 기대보다는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오늘의 우리들의 대화 소재는 단연 건강이었다. 담배 피우는 친구는 몇 안되지만 건강에 해로우므로 이재웅 전회장이 나름대로 터득한 담배 끊는 방법을 전파하였다. 그 내용은 1. 본인이 담배 끊는 것에 대하여 전매공사 외에는 아무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2.끊을려고 생각했을 때는 바로 끊어라. 시간, 때를 정하지 마라. 3.담배를 보면 연상된 나쁜 환상을 만들어서, 담배를 보면 겁이 나게 하는 등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나 실천이 문제이다. 확고한 의지를 바랄 뿐이다. 또한 조영훈 친구의 건강 지식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여러 가지 유익한 강의가 많았으나 그 중에서도 좋은 먹거리 중 민어 예찬론. 그의 말에 의하면 민어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부레, 껍질, 살 순이란다.

 

오늘 참가한 동창회 기수로는 5회 선배가 10분 참석하시고 10회 22분 11회 9분 등 우리의 선배가 많이 참석하셨다. 나이 70살이 넘은 분들이다. 우리도 60살이 넘었지만 아직 나이 탓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꾸준히 운동하고 마음가짐을 항상 즐겁게, 긍정적인 생활을 하고 , 산행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또한 부부 동반도 19쌍이었다고 한다. 가정 생활이 화목하면 부부동반 활동이 많고 부부가 같이 해로하면 평균 수명도 외톨이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우리 친구들도 모두 다 가정에 충실하고 부부 관계가 모범적이다. 9988 하리라고 믿는다.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낙엽이 떨어져서 바람이 부는 줄 알았는데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세월은 나도 모르게 지나 간다. 건강한 오늘 하루가 바로 세월이다.

 

동반시가 좋아 다시 올린다. 음미하기바란다.

 

불타는 말의 기하학/유안진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보다가

문득 문득 묻게 된다

 

유리 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엔 생각하고 삼단에는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나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인데.

 

염 재 홍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나 원장이 도봉산 송추계곡을 강하게 추천했는데 국립공원에서 송추계곡을 깨끗하게 정비하여 음식점은 물러가고 맑고 넓어졌으니 추천한다고 한다. 송추계곡은 수량이 풍부하여 웬만한 계곡보다 발을 담그고 노닐다 오기 좋은데 최근에 도봉산을 다녀 왔고 관악산은 간 지가 오래 되어 강남 쪽에 사는 산우들은 이동거리가 짧아 좋아하는 산이다. 물이 없다고 알고 있지만 임 수석이 자주 다니는 곳으로 적극 추천한다니 함께 모이자. 나는 임 수석과 겨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계곡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4.동반시

초고에는 이 시를 프롤로그 시로 올렸는데 마음을 바꿔 동반시로 돌리고 대신 정호승 시인의 '나는 아직 낙산에 가지 못한다'를 프롤로그 시로 올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시 배달을 해준다. 매주 좋은 글도 한 편씩 보내온다. 시를 읽어보니 거슬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초보자인 내가 속으로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류시화 시인의 시는 주로 잠언적인 시가 많아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혹평을 하는 시인도 있으나 시가 비정형이고 시인의 의도도 비정형이므로 공식도 없으니 누가 누구를 비평하랴. 싫으면 안 읽으면 된다. 오히려 대시인인 척하는 모양새가 거슬린다. 내가 읽어보는 류 시인의 시에는 깊은 명상으로 다져진 시가 나오는데 경구나 잠언류의 시면 어떻고 종교적이어서 안 된다는 법칙도 없다. 사랑시는 너무 통속적이어서 피해야 한다는 시인도 있다. 이런 사랑시면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내가 교보문고에 자주 가는데 시 코너에 수 천 권의 시집이 있어 펼쳐보면 한 권에 약 80편 내외의 시가 실려있는데 동반시로 가져가고 싶은 시가 한 편도 없는 시집도 있다. 동반시로 써둔 시가 있는데 이번 산행은 그날 큰딸의 신행살림을 옮겨야 하므로 부득이 못 가게 되어 그 시의 동반도 뒤로 미룬다. 덥겠지만 즐거운 하루가 되기 바란다.

<도봉별곡>

 

시_ 류시화 – 한국일보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도 사상에 심취한 그는 여행과 명상을 통한 자기 탐구의 길을 걸으며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등을 발표했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엮었으며, 명상서적을 소개해 오고 있다.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를 썼다.

어느 봄날 비운 지 오래인 집을 찾았는데 빈 집 마당에 작약이 찬란하였습니다. 나는 그만 울컥 치미는 꽃을 겨우겨우 내리 눌렀습니다. 아무 보는 이도 없는데 이토록 찬란하게 피었느냐! 그때 나는 사랑이라는 저승을 다녀오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그 꽃들과 오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작약 철이면 앓아눕는 병이 생겼습니다.

 

여기 사랑하는 사람 대신 모란꽃만 자주 보고 온 사람이 있습니다. 모란이란 꽃은 오래 바라보면 그대로 그 꽃빛이 눈가에 번지는 꽃입니다. 봄날 갑자기 눈가가 붉어진 사람이 있다면 붉은 모란을 오래 바라본 사람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 사랑은 떨어져 흩어지기 일쑵니다.
시에서도 이런 순정한 사랑시가 맥을 못 추는, 자극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어디에선가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무는’ 모란을 가꾸며 저승 소식도 배우면서 살아가는 이가 있을 겁니다. 그를 만나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시인>

 

모란의 연(緣) /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2013년 7월 3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