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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 삼천사계곡(詩山會 제216회 산행)

 

북한산 삼천사계곡(詩山會 제216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삼천사-삼천사계곡-사모바위-진관사계곡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3년 8월 24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 3, 6호선 연신내역 3번 출구 하나은행 앞

준비물 : 살얼음 낀 막걸리는 꼭, 물 많이, 간식 간단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①꽃바람/꽃바람의 눈/바람꽃 중 어떤 제목을 붙여야 할까로 시작해서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새벽안개 자욱한데

둥근 바람이 느릿하게 걸어서 온다

 

외딴 섬만 바람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천축사 굴참나무가 골 깊은 속살을 드러내고

은밀하게 유혹해 오면

사철 둥근 마파람은 걸어서 오고

가을 한철 하늬바람은 광대같이 널뛰며 달려온다

 

욕심 많은 공자가 속 비운 장자를 넘지 못하듯이

비구름은 산을 넘지 못하고

새는 높하늬바람을 타지 못하면 하늘에 닿지 못한다

 

바람에 눈이 있다면

메아리는 자유롭지 못하고

선인봉에서 자운봉 넘어 신선대까지 가지 못한다

 

천축사 대웅전 처마 밑 풍경에 물고기가 춤추며 매달리고

범종각 운판은 바람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데

목 쉰 목어소리는 물속에서 맴돈다

 

바람이 꽃을 만나면 무엇이 될까

 

먼 길을 돌아와 제자리에 앉은 도봉사 철불은 살며시

익살스런 웃음을 바람에게 보낸다

 

물속에서도 바람은 불어 물고기는 물속에서 자유롭고

새는 하늘에서 자유로운데

꽃은 바람을 만나 자유롭다

 

바람이 산을 만나면 웃음이 되고

웃음을 꽃에게 보내면 사랑이 된다

 

*도봉사 철불은 지방문화재인데 주지가 팔아먹었다가 찾아옴

 

②바람꽃(큰딸과 도영에게)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바람이 꽃을 찾아와

꽃잎이 바람의 꽃이 되었다

 

짙푸른 새벽안개 뚫고 다가온

둥근 바람이

수줍게 다가와

꽃잎을 안고 떠났다

 

이제 꽃잎은 바람을 떠날 수 없고

바람은 꽃에서 꽃잎으로 자유를 준

책임으로 웃음을 줘야한다

 

나와 아내처럼

자유와 책임처럼

바람과 꽃은 그렇게

하나 되어 바람꽃이 되었다

 

바람과 꽃잎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바람과 꽃이

망설이다 다가서며

유혹하며 흔들리며

 

또 하나의 바람꽃이 되어

내 앞 뜰을 떠난다

새 희망이란 이름으로

 

위의 ①번 시가 처음 쓴 것인데 수십 번을 보듬고 뒹굴며 고치다가 ②번 시가 됐는데 늦여름에 짝을 맺는 큰딸의 결혼식에 바치는 시가 되어버렸다. 주례 없이 치르는 잔치에 딸의 아비가 기쁨의 말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계속 다듬으면 이것으로 가름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주제가 흐트러져 앞뒤가 맞지 않고 제멋대로 간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흐름이다. 눈이 없는 시가 이렇게도 흘러가네. 시의 초안은 주제의 이미지를 많이 끌어다 놓고 뜨거운 불에 넣었다가 수없이 다듬는 담금질을 거친다 하지만 흘러도 너무 많이 흘러 바다까지 가버린 꼴이 되었다. 그래도 바다는 강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도 차지 않아 부끄럽지만 산우들에게 먼저 내놓는다. 무서운 칭찬을 바란다. 무서운 칭찬이 늦가을 도봉산에 진달래꽃을 피운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족들이 축하시보다는 평범하고 짧은 답사를 해 줄 것을 요구하니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겠다. 더 다듬어 산행 때 동반할까 한다.

 

9월 7일에 올리는 큰딸의 결혼식의 축의금에 대하여, 처음에는 혼수와 예단을 생략하기로 한 만큼 가족끼리 단촐하게 조그마한 홀을 빌려 축의금과 화환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가족의 축제로 치루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돈댁의 사정으로 의견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반대했다. 마나님과 작은딸도 반발했다. 상호부조의 미풍에도 어긋나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여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으로 결론이 나서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결국 동창회와 광건회에 알리지 않고 시산회원들과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예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 축의금을 주고받으면 식사하러 가버리니, 축의금과 화환을 생략하고 축하하는 마음으로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축의금을 주고받는 게 옛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품앗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청첩장이 고지서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랜 관습이라 한순간에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세대에는 쉽게 바꿔질 수 없는 풍속임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15회 도봉산 송추계곡 산행기/최근호

산 : 도봉산

코스 : 회룡역-회룡계곡-송추폭포-송추계곡-송추

일시 : 2013년 8월 11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호선 회룡역 3번 출구(서쪽 광장)

참석자 :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나창수, 신원우, 염재홍,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전작, 정한, 조문형, 최광일, 최근호, 한양기(18인의 다정한 산사람들)

 

오늘 아침은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발코니 화분에 심어놓은 야채에 물을 주었다. 상추는 쑥쑥 자라 그런대로 뜯어 먹을 만한데 방울토마토와 청양 고추는 꽃만 피고 도대체 열매를 맺지 않아 무슨 원인인가? 궁리 중이나 해답은 떠오르지 않지만 어쨌든 물을 주면서 식물이 쑥쑥 자라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은 조금이나마 흐뭇하고 재미도 느끼면서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마누라가 싸준 오징어 튀김(막걸리 안주로는 최고라나)을 들고 곧장 집을 나섰다. 회룡역에 15분 전에 도착해 보니 몇 산우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반갑고 다정한 산우들 아닌가. 오늘은 기자 완장(?)도 찼겠다, 군기를 한번 잡아 볼까했는데, 만나는 장소에서부터 시간 엄수가 되지 않아 영(令)이 서지 않는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은 이해하고 늦은 사유를 따질 군번도 아니니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운 산우들은 모두 이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룡역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80년대 말 철도건설본부 근무 시절 성북-의정부 간 복선사업 건축분야 책임자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회룡역 주변은 군사보호지역이어서 허허 벌판이고 이런 곳에 역사가 들어서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더구나 준공이 임박하여 청와대에서 복선사업 테이프를 커팅하겠다는 날짜가 정해져 있었는데 회룡역사 공사를 담당했던 시공사가 부도가 나서, 나는 물론 청장까지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에 대한 긴급 방안으로 건설본부 전 직원을 동원하고 전문기술자를 고용하여 준공을 시키고 행사를 마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그 당시 직원들에게 무척 미안했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 아닌가. 그 당시는 어설펐던 역사가 현재는 새롭게 현대식으로 개축하여 내부와 외부가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며졌으니 최신시설 역사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흐뭇했다.

 

산행은 날씨도 무척 더운데 18명의 많은 인원이 대성황을 이루어 신바람이 절로 나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신바람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이미 저버린 지리산 다래봉 철쭉꽃도 피게 하지 않았던가. 우리 민족은 신바람의 민족이라 했다. 교회를 갔다 늦게 오는 김종화 산우를 제외한 17명의 대부대는 보무도 당당히 송추폭포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 역사를 나오자마자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차가 가려면 연료가 필요한데 우리의 연료는 당연히 시원한 서울 장수막걸리다. 몇 병을 보충하려고 산우들을 둘러보니 세 명의 호주가 임삼환, 염재홍, 김정남 산우가 보인다. 그들은 도봉구 등 북쪽에 살면서 자기들끼리 한잔씩 하는 모양인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셋이 어울리면 한 자리에서 소주 10병은 쉽게 시체처럼 뒹군다고 한다. 그러면 막걸리는 얼마나 마실까고 물어보니, 도봉산 밑 추어탕집에서 마셨는데 그 집의 막걸리를 초토화시키고 끝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8척 장신의 삼환이, 아무리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재홍이, 노가다 출신 정남이가 만났으니 그럴 법도 하다. 친구들! 이제 몸 생각도 하지, 간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자네들 내장은 쇠로 만들었는가.

 

본격적으로 대오를 정리하고 들머리로 들어서니 기상청의 일기예보대로 무척 덥다. 그러나 이런 더위쯤이야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회룡계곡 쪽으로 산행은 시작되었다. 대로변을 걸어 회룡계곡 쪽으로 돌아설 무렵 못 보던 석판이 하나 보인다. 석판에는 '태조 태종의 상봉지'란 제목으로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선의 건국 초 태조 이성계는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 때문에 아들들을 잃고 이방원에게 환멸을 느끼고 권력의 암투에 회의를 품은 태조는 왕위를 넘겨준 후 함흥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였다. 자신은 역성혁명을 일으켜 고려의 충신들과 왕족을 얼마나 많이 죽였던가. 역사는 이와같이 돌고 돈다는 교훈을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형식적으로 큰아들 정종에게 왕위를 넘겨주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왕권을 빼앗다시피 물려받고 조선 3대 왕에 오른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에게 사과하기 위해 사신을 보내지만 태종에 대한 원망과 분이 풀리지 않은 이성계는 태종이 보낸 사신을 죽이기도 하고 잡아 가두기도 하면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 고사에서 함흥차사라는 말의 유래가 시작됐다. 이에 무학대사는 함흥에 은거하고 있는 태조 이성계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환궁하게 되었는데, 태종은 부왕이 환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까지 친히 나와 맞이했던 곳이다. 이 상봉지를 전좌마을이라 했고, 이곳에서 대신들과 정사를 논했다 하여 의정부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회룡계곡은 완만하여 산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으나 너무도 더워 조금 애를 먹었다. 계곡 초입에서 전작 회장님은 산우들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달래볼까 싶어 가게에서 옛날 향수가 깃들인 팥빵을 사서 산우들에게 돌렸으며, 사려깊은 팥빵인지 참 맛이 있었다. 계속해서 계곡산행을 하면서 회룡사를 지나 어느 정도 오르니 조금 지치긴 했으나 시원한 약수가 여러 곳에 있어 목을 축이고 간다. 마지막으로 가파른 코스를 앞 둔 지점에서 항상 짐을 무겁게 지고 오는 신원우 산우의 배낭에서 바나나를 꺼내니 나 원장도 바나나를 꺼낸다. 무거운 것들을 싸오니 고맙다. 말의 앞 부분은 못 들었지만 정한 산우의 “우동 빼는 놈이 짜장면 못 빼겠느냐”하는 짙은 농담 한마디에 왁자지껄 웃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계속 산행하여 계곡 정상에 도착하였다. 처음엔는 완만하다가 마지막 10분이 된비알이었는데 어렵지 않은 코스다. 정남이의 고도계를 보니 403미터다.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은 사패산, 왼쪽은 자운봉 코스다. 여기서 한 판 벌릴까 했는데 너무 더워 대다수 의견이 송추계곡의 시원한 곳에서 판을 벌리자는 다수의 뜻에 따라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계곡물은 그런대로 흐르고 조금 더 내려오니 계곡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 그곳을 보니 남여 동창생 등산객들이 쉬고 떠나려는 분위기였는데 용감하고 입담 좋은 이재웅 산우가 “방 좀 빼 주세요” 하는 말에 혼쾌히 자리를 비워 준다. 흔쾌히 비워준 자리는 큰 마당바위도 있고 계곡물도 흐르며 은폐되어 휴식공간으로 안성마춤이었다. 앉자마자 옆 산우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웃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누구라고 실명까지는 거론하진 않겠지만 팬티까지 벗고 물속에 뛰어든 산우가 있었으니 지상 낙원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 친구는 팬티는 갈아입었는데 경식 산우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찍어 카톡에 올려 우리는 한참 입방아를 찍었다.

 

푸짐하게 차려온 음식물에 둘러앉아 먹기 전에 제215회 동반시는 오늘 임명된 기자인 내가 씩씩하게 낭송하게 되었다. 낭송하면서 뜻을 헤아려 봤다. 우리 시산회의 나이가 10년인데 시인의 의도가 조금 보인다. 감수성이 굉장하게 발달한 여류 시인이다. 만만하게 지은 시가 아니고 오래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낭송이 끝나고 모두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씩 들이켜니 등산 중에 시 낭송과 함께 이 맛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환상의 빛2 - 강성은-

 

긴 잠에서 깨어난 외할머니가

조용히 매실을 담그고 있다

긴 잠을 자고 있는 내가 깨어날 때까지

 

나는 차를 너무 많이 마셨나

눈물에 휩쓸려 바다까지 떠내려갔나

 

하루는 거대해지고

하루는 입자처럼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아픈 내 배를 천천히 문질러주듯

외할머니가 햇볕에 나를 가지런히 말린다

 

슬퍼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본 적 없는 신을 사랑해본 적도 있다

본 적 없는 신을 그리워해본 적도 있다

 

그저 외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긴 겨울을 여행하고 싶었을 뿐인데

긴 잠에서 깨어난 내가 눈물을 참는 사이

밤하늘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이 내려오고 있다

 

저 눈이 녹으면 흰 빛은 어디로 가는가

 

시를 읊은 후 이 시를 추천한 초대 회장 김정남 산우가 눈에 띠어 얼굴을 보니 나는 시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 해설을 하기 어렵지만 90년대 초 건설업에 뛰어들어 함께 일할 때가 생각났다. 나는 비록 초라했지만 정남 산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일을 했다.

 

서울과 의정부, 포천 송우리, 양주 덕계리, 남양주 퇴계원, 제천, 영월, 안양 등에 많은 아파트를 건설하여 자신의 업적을 남겼고 한때는 국내에서 가장 큰 온천을 건축하여 경영했으니 동창 중에서 가장 알차게 사업을 했으며 업계의 발전에 기여도도 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때 20회 동창생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했으니 더 이상 재물을 쌓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돈이란 필요한 사람이 벌어야지 별 필요도 없는 사람이 악착같이 벌면 일종의 죄악(?)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이경식, 신원우 산우가 보내준 좋은 글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인생의 행로를 바꿨으며, 이젠 마음을 비워 모든 일을 내려놓고 한의원 원장인 이인이 강의하는 불교모임에 착실히 나가 마음 공부와 명상도 하고 시도 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준비하고 있으니 노년에 가장 행복한 생활이 아닌가. 나도 이 힘든 노가다를 언제쯤이면 청산하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김 회장처럼 소질도 살리고 취미생활도 하며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하는, 작고 조촐한 소망과 함께 나름의 생각에 젖어 보았다. 나이 들어 60살이 되니 아래와 같은 소회가 든다.

 

세상에 나와 한 바퀴 돌아보니(한 甲子)

혹자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순(耳順)이라 하니

학문(志學)에 네 번의 뜻을 두었다는 것이고

어른(弱冠)이 세 번 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 홀로 섰으며(立)

불혹(不惑)이 된 후 어른(弱冠)이 한 번 더 되었다는 뜻이더라

 

뒤풀이는 가마골에 내려가서 갈비탕을 먹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경식 산우는 초계탕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지만, 송추계곡을 따라 내려와 유원지에 이르니 많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차들이 도로를 꽉 메워 교통이 어찌나 복잡한지 차 사이를 곡예 하듯 내려왔다.

 

가마골에 도착하니 손님들로 넘쳐나고 20분의 기다림 끝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 전작 회장님과 조 총장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손수 입에 넣어주니 더위는 가시고 무더위에 뜨거운 갈비탕은 맛이 참 좋았다. 이열치열이라!

 

거기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켜니 무더위 속 산행의 땀과 피로는 멀리 사라져 버렸다. 오늘의 크라이맥스다.

 

식사 중에 다음 산행지를 총장님이 산우들과 상의했으나 의견이 분분하여 일단 집행부에서 북한산 삼천사계곡으로 정했다. 오늘의 뒤풀이는 20회 동창회장인 최광일 산우가 맛나게 쏘았다. 그를 위하여 감사의 건배를 하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헤어지면서 어떤 친구들은 아쉽다며 당구 게임을 하자 하고, 어떤 친구들은 술이 부족했는지 한 방향으로 간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한마디 하겠다. 구한말, 국론이 불열되고 지도자가 무능해서 세계의 흐름을 보지 못해 일본놈들에게 36년을 고생한 후, 국토는 둘로 쪼개지고 3년의 호된 전쟁을 치뤘는데 아직도 정신을 차라지 못한 위정자들이 전시작전권을 둘러싸고 병신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나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으로 고구려의 옛 영광을 지키지 못하고 영토가 줄어들어 한반도에서도 둘로 갈린 채 싸우고 있음을 늘 통탄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봐도 중국이 외침을 막을 목적으로 축성한 만리장성의 동쪽은 분명 고구려 땅이다. 요녕성과, 길림성, 흑룡강성과 러시아의 일부까지 우리의 옛 땅이었는데 신라와 당나라의 야합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우리의 옛 땅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역사는 돌고 돈다'는 석학 토인비의 말을 빌어보면 언젠가는 찾고 말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비교해서 경제력은 70배에 달하고 국방비는 33배가 넘으며 군사력은 8위, 북한은 29위이고 세계 제2위의 무기수입국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미국이라는 외세에 의존하여 국토방위를 하려는가? 미국이 쥐고 있는 전시작전권을 회수해서 남북전쟁이 일어나면 과감하게 밀고 올라가 통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압도적인 국력과 군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주도권을 외세의 하나인 미국이 쥐고 있으면 안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면 좋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면 북한도 쉽게 도발하지 못한다. 도발하거나 기회가 오면 전광석화처럼 밀고 올라가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데 우리가 전작권 인수 연기를 사정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배를 내밀고 배짱을 부리고 있으니 국가 간의 협상에 공짜가 없으므로 또 무엇인가를 양보를 해야 한다. 장사정포가 최대의 위협이라지만 실제 전쟁을 해보면 포 한 발에 한 사람쯤 죽으니 겁을 먹을 것도 아니고 장사정포의 명중률이라는 것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 우리는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초전에 박살내고 제공권을 가지면 전쟁은 이미 끝난 것과 다름 없다. 배고픈 북한 병사들은 투항해 올 것이 분명하다. 국제정세를 봐도 북한과 중국은 이미 혈맹이 아니다. 중국은 민생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 북한에 도움을 쉽게 주지 못한다. 핵 개발 문제로 양국은 밀월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오고 차세대 전투기 사업도 시간을 갖고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면 경제효과도 크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통일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 북한이 도발해오면 휴전선 넘어로 진격할 때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줄 아는가. 미군은 우리가 나가라해도 나가지 않을 것이므로 걱정할 것도 없고 설령 나간다해도 세계에서 국력 15위의 강국이니 무서울 것이 없다. 이번 기회에 전시작전권을 가져와 군사강국으로 발돋음해야 한다는 게 나의 강력한 주장이다.

 

산우들아!

며칠 전 군 생활을 함께 하면서 하숙도 같이하고 오랫동안 공병으로 같은 분야에서 친밀하게 지냈던 동기가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네. 본인이 2개월간 입원해 있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분하고 억울하여 가족들에게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친구들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에 갔는데 너무도 허망하고 가족은 물론 나도 갑자기 세상을 뜬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나 자신도 언젠가는 뒤를 따라 가겠지 하는 허무한 생각도 들었네. 삶이란 주어진 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 소풍'이라 했고 예일대 17년 연속의 명강의 교수 셸리 케이건이라는 석학은 '죽음 이후의 삶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은 육체가 소멸하면 정신도 소멸한다는 확신 속에서 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집필하는데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영혼과 육체는 분리된 존재가 아닌 하나임을 주장하는 일원론자다. 스티븐 호킹도 인간은 컴퓨터와 같아 죽음은 검퓨터가 꺼진 것과 같다고 했다. 치매에 걸려 살다가 죽으면 영혼이 말짱해지는가?

 

인생 60이 넘으면 인생 3막인데 덤으로 산다하니, 덤으로 사는 동안 9988 즐겁고 건강하게, 보람차게 지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적어보았네. 다들 아프지 말고 죽을 때까지 건강하소.

 

2013. 8. 19. 최근호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송추계곡이 좋았던지 집행부는 다시 계곡으로 정했다. 삼천사계곡으로 올라가 진관사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입구까지 가는 버스는 혼잡하여 버스로 갈아타는 게 쉽지 않아 조문형 총장의 노력으로 뒤풀이 할 집의 승합차로 삼천사계곡 입구까지 실어주고 내려와서 그 집에서 뒤풀이를 하는 조건이다. 더운 날에 집에 있지 말고 시원한 계곡에서 발 담그고 하루를 놀아보자.

 

4.동반시

김용우 산우가 K-20 카페에 올린 좋은 시 중에서 골랐으니 그가 추천한 시다. 세태가 바뀌어 휴가 여행을 꼭 여름에만 떠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송추계곡 산행 때는 약간 어려웠으니 이번에는 쉬운 시로 골랐으니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라. 智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기다릴 줄 안다. 그렇다면 셋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행 떠나기 /목필균(김용우 추천)

파도처럼
무지한 갯바위도 부서지며 껴안을 수 있고
세월이 아프면 목청껏 울 수도 있게
바다로 가볼까

소나무처럼
숨찬 바람 소리도 다듬어 읽을 줄 알고
마르지 않은 추억 속에 서성거릴 수 있게
산으로 가볼까

들꽃처럼
질긴 그리움에도 무던히 기다릴 줄 알고
아픈 사랑도 삭여서 피어날 줄 알게
들로 가볼까

아무도 날
부르지 않은 곳에서 파도도 되고,
소나무도 되고, 들꽃도 되었다가
겁없이 누워버릴까

 

2013. 8. 21.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