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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백두산과 천지(詩山會 제215회 산행)

백두산과 천지(詩山會 제215회 산행)

 

[대인훼리-관광] 대련/여순 안중근/단동 압록강/집안 고구려/백두산 서파/심양 5박6일

상품코드

CD123

이용교통

대인훼리

출발일자

2013.07.25 (목요일)

출발인원

최소출발인원 : 22명

올포함 상품요금

성인 658000/소인 0/ 개인 0

 

 

 

 

 

 

 

1.詩를 통한 時論

 

백두산 천지에 올라/김윤호

하늘의 영봉
하늘과 만나는 영봉에 올라
조국통일 기원제를 올리니
생명의 기원
살아 숨쉬는 검푸른 물위에
살포시 떠도는 안개

눈보라 치는 광활한 만주벌판
말 달리던 용맹한 선인들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 실어오는 바람
아직도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에서
조선족의 말과 피와 숨결을
간직해 온 강인한 민족

모든 강과 산의 뿌리-천지
장백폭포로 떨어져
두만강 압록강 송화강으로 흐르고
장백산맥 태백산맥으로 뻗어 내려
민족의 골격 핏줄로 생동하고 있구나

눈물겹구나
하늘이 점지한 배달겨레
반만년 역사 속에
상처받고 분열된 우리 마음
구름 걷히듯 사라지고
어깨동무 덩실 춤
마침내 찾아올
남북통일 대동평화
참 자유와 해방의 새 세상이여

그대, 어서 오라
우리 민족의 영원한 어머니
천지에 잔잔히 이는
바람과 안개, 그 영기를 머금고
진취적 발걸음 웅혼한 기상으로
생기있게 찾아 오시라

* 1990년 8월 11일 오후 7시 19분, 백두산 천지에 올라 조국통일 기원제를 올릴 때 낭송했던 시입니다.

백두산을 오르는 산우들의 등정을 축하하려고 백두산과 천지에 대한 시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게 별로 없어 올린다. 천지에서 낭송하면 좋을 시를 찾아봐도 없을 리가 없는데 찾을 수 없으니 동반시 다섯 개 중 하나를 빼고 이 시를 읊어도 좋을 수 있다. 부디 즐겁게 잘 다녀오시라. 민족의 발상지에 가서 천지물 한잔하고 온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사람들의 심정은 여전히 내 가슴까지 설레게 하지만 가지 못하는 마음을 헤아려 우리 몫까지 충분히 즐기고 오시라. 그토록 산을 좋아하는 나를 못 가게 하는 가족들의 심사를 헤아려서 가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대들과 함께 간다.

<도봉별곡>

 

 

2.동반시

 

장자의 나비/김정남

 

당신도 꿈속에서 꿈을 꾼 적이 있습니까

 

봄날 꿈속의 나비처럼

등에 투명한 날개가 돋고

배에는 천 개의 주름이 무겁게 무늬 지니

천 년이면 꿈속에서 흐를 시간인데

 

천축사 졸참나무에

곤줄박이와 동고비 둥지를 틀고

서산에 보름달 뜰 때

 

가린 먹구름 손을 뻗어 열어제치는

기파랑의 기개는 어디로 가고

한 마리 나비만 월계수에 앉아

흔들리며 날갯짓하네

즈믄 해를 살았다고

 

달에 비친 나비를 보며

나비가 나인가

내가 나비런가

진흙소가 물을 건너듯

봄밤의 꿈을 떠돌다 깨어보니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꿈과 꿈 사이 이천삼백 년이 흘렀는가

 

*해설

장자의 나비는 장자가 지은 '장자'에 나오는 우화. 무위자연과 느리고 비우며 살으라고 주장한 장자는 기원전 4세기 경에 활동. 정확한 생몰년대는 모름

기파랑-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 나오는 화랑의 이름

즈문-천(千)의 고어

진흙소-불가에서는 깨달음의 의미로 자주 인용함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판치생모(板齒生毛)의 풀이로서 120살까지 살아 이가 다 빠진 조주 선사(778~897)께 한 제자가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고 묻자 대답한 말로 불가에서는 유명한 화두

 

 

햇빛사냥/장석주

 

애인은 겨울벌판을 헤매이고
지쳐서 바다보다 깊은 잠을 허락했다.
어두운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리고
하늘은 비극적으로 기울어 졌다.
다시 일어나다오,뿌리 깊은 눈썹의
어지러운 꿈을 버리고,폭설에 덮여
오, 전신을 하얗게 지우며 사라지는 길 위로
돌아와다오, 밤눈 내리는 세상은
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무너질 것 같다.
우리가 어둠 속에 집을 세우고
심장으로 그 집을 밝힌다 해도
무섭게 우는 피는 달랠 수 없다.
가자 애인이여,햇빛사냥을
일어나 보이지 않는 덫들을 찢으며
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서 가자.
모든 싸움의 끝인 벌판으로.

 

 

농무(農舞)/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이 순간/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머지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도종환(한양기 추천)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2013. 7. 23.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