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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18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18회 산행)

산 : 남한산성

코스 : 마천역-남한산성 일원(하산은 그때 결정)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3년 9월 21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 낀 막걸리는 꼭, 물 많이, 간식 간단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경이로운 나날 - 김종길(1926~ )

 

경이로울 것이라곤 없는 시대에



나는 요즈음 아침마다

경이와 마주치고 있다.

이른 아침 뜰에 나서면

창밖 화단의 장미포기엔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영글고,

산책길 길가 소나무엔

새 순이 손에 잡힐 듯

쑥쑥 자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항다반으로 보는

이런 것들에 왜 나의 눈길은 새삼 쏠리는가.

세상에 신기할 것이라곤 별로 없는 나이인데도.

아침에 화단에 나갔다가 보랏빛 부레옥잠 꽃 위에 사마귀가 앉아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저 사마귀는 어디서 나서 어떻게 예까지 왔을까, 아슬아슬 매달려 뭔가 제 살 궁리로 바쁜 사마귀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누가 물으면 꼭 경이라고 답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점심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샐러드 김밥을 한 줄 시켰는데 잘린 김밥의 단면이 화려하게 핀 꽃처럼 색색이었습니다. 재료 하나하나가 어찌나 서로를 꼭 껴안고 있던지 솜씨의 매무새를 누가 물으면 꼭 경이라고 답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저녁에 산책을 한답시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이 집 저 집 아이들이 타고 놀았을 네발자전거들이 한데 모여 있었습니다. 어떤 자전거는 곰돌이 푸가, 어떤 자전거는 뽀롱뽀롱 뽀로로가, 어떤 자전거는 헬로 코코몽이 캐릭터를 뽐내며 주인 행세였는데요, 이처럼 다채로운 아이들의 취향에 대해서 누가 물으면 꼭 경이라고 답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놀랍고 신기한 마음을 일컬어 경이라고 할진대, 요 근래 우린 어떤 일에 놀라고 또 어떤 일에 신기함을 느꼈던가요. 내 집 네 집 경이 없는 집은 없답니다. 불러들 보고 찾아들 보세요, 그 경이!
-시평<김민정·시인>

 

 

시인의 말대로 이제 우리 나이에는 겪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포함해 겪을 것은 거의 겪어 경이롭거나 신기할 것도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많은 산우들이 아직 겪지 못한 자식의 결혼식을 치루는 경험을 했다. 먼저 결혼식에 참석해 준, 몸은 오지 못했어도 따뜻한 마음의 표시를 해 준 산우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린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고마운 산우들이 없었다면 결혼식이 그렇게 빛날 수 없었다. 기회가 오면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 고마움이다. 앞으로 산우들에게 다가 올 애경사에 꼭 참석하여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 산에 오를 때 좋은 시 한 편을 가지고 오르면 기쁨은 배가 되고 힘듦은 반이 된다고 했다. 아래 산행기에 윤환 산우가 쓴 대로 늙을 때까지 함께 가자.

 

비우고 느리게 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눈은 아직 밝고 귀는 멀지 않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가에서 이미 오래 전에 돌아다니는 말대로 정권의 실세는 따로 있고 박 통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말에 이제는 수긍이 간다. 최근에 나타난 소위 7인위원회의 정체가 실권자그룹인 것이 틀림없다. 역사책의 행간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왕은 예나 지금이나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고 실세는 신하들이었다. 사료가 충실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봐도 왕권의 시대가 아닌 신권(臣權)의 시대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고 머리가 보통인에 불과한 박 통은 노회한 그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 대통령 선거에 내세워 이길 후보자로써 적합할 뿐이었다. 초원복집의 당사자이며 정권의 생리와 권력의 맛을 너무나도 깊게 봐버린 김기춘이 비서실장이 되어 화려하게 컴백한 것을 명백한 증거라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우리가 남이가'의 원조적 창시자다. 지역 분열을 결정적으로 심화 시킨 당사자다. 더 말하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생겨서도 안 될 유신의 특혜를 받고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그러니 3자 회담은 일회적인 면피용이다. 그의 생각대로 정국은 불통으로 일관되고 답답하게 흘러갈 것이다. 자고로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그림자 같으므로 훌륭한 사람을 두어야 하는데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박 통이 안쓰럽다. 불통의 대통령이란 말과 가장 무능했던 대통령으로 인식될 것 같은 예감은 나만의 생각일까.

 

총동문회 차원에서 만들어진 종합건설의 오너들의 모임인 광건회의 활동이 활발했을 때다. 이명박이 후보로 나왔던 대통령 선거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당시 모임에서 회장이란 자가 갑자기 이명박을 지지하고 나선 거다. 갑론을박을 하다가 그의 말이 거세지고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기세등등했다. 그의 주장은 건설업게를 살릴 후보는 이명박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분위기가 그쪽으로 흘러가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다. 어색해진 자리를 총무가 수습하고 모임이 끝나갈 무렵에는 서로가 건너가지 못할 큰 강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후로 배알이 틀어져버린 총무와 나를 포함한 많은 회원들이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유명무실한 모임이 되어 버렸다. 한 사람의 불통에 빠진 주장이 20년이 넘은 모임을 망가지게 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문턱을 낮춰 차장급 이상으로 개방하여 많은 회원을 영입하면서 제2의 창설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상당한 금액의 회비를 그들에게 넘기고 흘러간 물이 되었다.

 

임 수석이 즐겨 보는 노자의 '도덕경' 17장 태상(太上)편에 '가장 뛰어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게 하고, 그 다음 가는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를 가까이 하며 칭송하게 하고, 그 다음 가는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하게 하고, 최하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기게 하는 자다'고 하였다. 오늘의 박 통이 그런 사람이 안 되기 바란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불쌍하니까.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17회 청계산 산행기/위윤환

 

집결지 : 전철 4호선 과천 대공원역 2번 출구

산행코스 : 대공원역 - 리프트 타는곳 - 약수터 - 의왕대간 - 대공원

참석자(18명) : 고갑무,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김진오, 나양주,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조문형, 전작, 정한, 정해황, 조영훈,

최광일, 최근호, 한양기

동반시 : 저울에 앉은 생각/김용우 산우 자작시

 

백로가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니 올 여름 지긋지긋하게 습했던 더위도 점차 소리 없이 물러가고 조석으로는 약간 싸늘한 기운이 감도니 산행하기 좋은 계절로 접어들었다. 시간을 맞추어 전철을 타고 가는데 환승역인 교대역을 지나버려 다음 역인 고속터미널역에서 갈아타고 되돌아가는 실수를 하면서 서둘러 가다가 환승역 사당역에서 정한, 세환, 진오 등을 만나 목적지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가니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환 산우는 오랜만에 산행에 참석 하였으니 더욱 반갑다. 거의가 어제 김정남 산우의 장녀 결혼식장에서 본 얼굴들이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던 정남이도 도착했다. 큰 대사를 치룬 후인데 남자는 별 할 일이 없나 보구만? 우리 시산회 창립 회장으로서 큰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봉사하는 자네가 늘 고맙기만 하다네.

 

정남이 큰딸의 결혼식을 보면서 느낀 감회는 남다르다. 결혼식을 지루하게 하는 주례도 없고 시아버지의 성혼선언문 낭독과 장인의 축사는 색다르고 좋았다. 신랑신부가 함께 천천히 입장하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나는 아들만 둘인데 걱정이 태산같이 높다. 폐백도 없앴다니 과연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우리와 다르다. 그래, 우리는 흘러간 강물이고 그들이 거대한 장강의 물처럼 우리를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고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더구나 정남이 용우와 함께 시를 쓰기 시작하여 간혹 다른 시인의 시를 동반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개인적으로 정남이 시는 좀 어렵고, 내 정서와는 잘 맞지 않으나 용우 시는 쉽고 내 정서와도 잘 맞으니 반가운 마음을 실어 이번에는 용우의 시를 동반할 것을 권한다. 누가 잘 쓰고 못 쓴다는 의미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정남이가 항상 말한 대로 산은 우월비교의 대상이 아니듯이 시도 우월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 취향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다. 이제 우리 시산회는 시인이 두 명이나 탄생하였으니 명실상부한 시산회임에 틀림 없으렸다.

 

10시 20분경, 오늘 참석하기로 한 18명의 산우가 다 모여 지난 산행 때 다 전달하지 못해 준비해간 10여개의 전자렌지용 계란반숙기를 마저 전달하고 리프트 타는 곳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은 인원이 평상시보다 많아 조금 어수선하였지만 서로 몇 명씩 무리를 이루어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동네 뒷산 산책하듯이 오늘 산행의 안내자 양주의 뒤를 따라 올라 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청계산은 쉽고 편하니 산객이 많다.

 

30여분을 올라 1차 휴식을 하면서 영훈이가 내놓은 밤과자로 입맛을 다시고 다시 출발. 조금 더 올라가 2차 휴식을 하는데 이번에는 전작 회장이 찹쌀 팥떡을, 재웅 산우는 바나나를 내놓는다. 그리고 세환 산우가 먹고 남은 바나나 껍질과 떡 봉지를 자신이 가져온 비닐봉지에 수거를 하고 있으니 모두 “웬일이야” 하면서 칭찬을 하니까 모처럼 나와서 미안하기도 하여 속죄 차원이라나...... 자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네 그려. 위 세 산우를 보면 순서에 관계없이 인격종결자 1, 2, 3임에 틀림없다. 훌륭한 인격의 결정체다.

 

올라가는 도중 약수터를 만나 가볍게 목을 축이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오르니 고단한 것도 골치 아픈 일상생활사도 모두 잊혀진다. 초가을의 하늘은 적당히 구름이 끼어 있어 덥지 않았고 매미들은 가는 여름이 너무나 아쉽다고 시끄럽게 발악을 하듯 울어대며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구애의 표시를 하는 것 같아 동병상련의 마음인지 시끄럽게 들리지 않고 애잔한 마음이 든다. 내 마음이 그럴까! 참으로 사랑했던 집사람을 갑자기 잃고 살아온 수 년의 세월은 지옥은 아니었다 해도 무엇이었을까. 너무나 금슬이 좋았기에 하늘이 시샘을 하였을까. 운명이려니 해도 가을이 되면 가슴은 더 스산해진다.

 

어떤 아줌마가 애완견을 데리고 공원에 나와 여러 사람이 보는 데서 자기 개를 보고 “내 새끼야, 내 아가“ 하면서 쪽쪽 빨고 귀여워하니까 이를 보던 한 사람이 “어쩌다 개 새끼를 낳았어요?” 하면서 걱정(?)해 주는 걸 보고 저 아줌마는 과연 집에서도 자기 남편과 부모님에게도 저렇게 잘하고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져 보았다는 신입 회원 진오의 이야기에 한바탕 웃으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씁쓰레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오경, 의왕 청계사와 매봉(의왕)을 있는 의왕대간길 삼거리에 도착하여 좌측길로 조금 더 올라가다 넓은 길가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두 개의 의자를 식탁 삼아 자리를 잡았는데 거의 자리 펴고 신발 벗고 앉아서 먹을 때와 달리 인원수가 많은 오늘 산행에서는 다른 느낌의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운동은 쬐끔(?)하고 먹는 것을 밝히는 것은 모두 선수급이니 우리 시산회의 전통에 빛나는 자랑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으며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착한 며느리를 둔 문형 총장의 언제나 빠지지 않는 홍어회무침, 근호 어부인의 전설인 튀김, 오랜 친구인 해황이가 직접 만들어온 김부각, 각종의 떡, 찐 계란, 각종 과일, 과자, 두부김치, 김밥, 오이, 한과, 고들빼기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막걸리 등등 푸짐하게도 가져왔다. 누군가 산중뷔페라 했으니 딱 맞는 표현이다. 역시 공부를 잘했던 우등생들의 모임답게 정확한 표현이다. 옮겨가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 있으니 앞으로 이런 방식의 산중식탁도 괜찮겠다. 고맙게 잘 먹었네. 그리고 안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꼭 전해 주시게나. 세 환 중 심마니 초보 삼환이가 오지 않았어도 막걸리가 조금 부족했음을 재홍이와 정남이의 아쉬운 표정에서 볼 수 있었다. 세 사람은 간혹 북쪽에서 술로 입을 맞춘다며...... 남쪽의 우리는 당구로 손을 맞춘다네.

 

김용우 산우의 자작시 ‘저울에 앉은 생각’을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시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충분한 이해는 어려웠지만 훌륭한 시를 제공해줘서 고맙네. 일에 충실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별 취미가 없는 나는 올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당구에 몰입하여 일취월장하고 있다지만 짬을 내서 창작 작업을 하는 두 시인들의 열정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네.

 

 

저울에 앉은 생각/김용우(2013. 7. 10.)

 

배가 고프다

허기진 생각을 몸 안의 여기저기 꾸역꾸역 다 채워넣고

이젠 닫힌 귀 열어 물주전자로 넘치듯 가득 부어 넣어

부족할 눈금을 걱정하며 살그머니 저울에 앉아 본다

저울의 눈금이 풀죽은 듯 천천하다

 

보고 싶다

날마다 눈앞의 가슴으로 만나야 하는 그리움과의 목마름

멀어도 멀지 않게 손 내밀지 않아도 손잡는 소리 들린다고

나무를 닮자는 생각포대 가득한 듯하여 저울에 앉혀 본다

저울의 눈금이 성난 듯 통통 요동친다

 

비워 본다

가늘고 긴 호흡으로 드디어 내준 하얀 속살의 항아리 같은 바닥

아픈 내 마음의 깁스도 풀고 칼칼하게 씻어 풀나무 가지에 걸고

초록의 바람이 부니 심장을 열어 내 마음 저울에 올려본다

저울의 눈금이 깃털처럼 고요하다

 

계단에 앉아본다

윗 계단은 아랫 계단을 탓하지 아니하고

아랫 계단 또한 윗 계단의 무게를 말하지 않는다

아래의 윗 계단도 위의 아랫 계단임을 알기 때문이다

계단과 계단사이의 공간은 비움이고 채움이다

서로의 인정이 계단의 버팀이고 존재의 틀이다

계단을 저울에 세워본다

아!

눈금이 꿈적도 않는다

절대균형은 질량이 없는가 보다

 

회장단의 10월 둘 째 산행으로 울릉도와 독도 2박3일 여행을 가자는 제안에 대다수가 찬성하여 결정이 되고 즐거운 식사 시간도 마무리. 가져온 술과 음식도 충분하여 모두 뱃속도 흡족하였으리라 생각하네.

 

배를 채웠으니 이젠 하산하는 일만 남았고 오늘 산행은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으니 선두 그룹이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니 길 따라 둘러 처 있는 철조망을 따라가다 개구멍(참고로 개만 통과하는 곳이 아니고 주로 사람이 이용함)을 통과하여 대공원 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이쪽 지리에 익숙한 양주의 안내이리라.

 

청계산막에 도착하여 약수도 마시고, 등산객들을 위해 세워진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등 몇 편의 시도 감상하고 하산 뒤 뒤풀이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할까라는 행복한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냈지만 결론이 쉽사리 나질 않는다. 일단 가락시장으로 가서 전어회로 끝을 보자는 잠정적인 결정을 내리고 대공원으로 내려 왔다.

 

우리 애들을 데리고 여기에 와 본지도 20여년이 된 것 같다. 그때와 다르게 요즘은 가족 단위로 와서 동물들도 구경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간 배치가 많이 변화 된 것 같았다. 곰과 원숭이 등 몇 종류의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대공원역으로 이동하는데 가락시장은 교통편이 너무 불편하므로 대공원역 주변에서 뒤풀이를 간단히 하자는 경식의 제안에 따라 역 주변의 간이식당에서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언제나 다정다감한 국제신사 전작 회장의 김진오 신입회원 환영 인사말과 시산회 무궁한 번창을 위한 힘찬 건배사로 파전을 안주 삼아 한잔 쭉 들이키며 오늘 산행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흥겨운 뒤풀이 후에 한 패는 당구로 손을 맞추자 했고 한 패는 기어이 가을의 전어맛을 본다고 노량진으로 향한다 했으니 몇 시간의 산행으로는 헤어지기 섭섭한 우정과 더불어 산행 끝의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모든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요즘 나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글귀는 ‘과유불급’이라는 넉 자이네. 돌이켜보니 성질이 급하고 수양이 덜 된 나로서는 명심하여 넘치지 않게 살아보자고 오늘도 다짐하여 보네.

 

정말 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잘한 것은 시산회에 들어와 너무나 좋은 친구들을 만나 보람된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황혼이 외롭지 않게 서로 의지하며 건강을 더 챙기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산우들이 있어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엔 수확의 결실을 감사하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게나. 시산회 파이팅!

 

2013. 9. 16. 위윤환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지난 청계산 뒤풀이 때 정한 대로 남한산성으로 오른다. 윤환 산우가 예봉산, 내가 예빈산을 말했으나 지역적으로 고르게 오르자는 탕평책에 따라 잠실과 성남, 분당 쪽에서는 가까워 자주 오르는 코스이므로 그쪽 산우들을 위해 정했다. 하여 그쪽에 사는 산우들은 꼭 참석하기 바란다. 추석 명절 후라 참석 인원이 적을 우려가 있으나 1년에 25회를 채우자는 이유로 정했다. 나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멀리 떨어진 영광까지 성묘를 가기 어렵고 양평공원에 모신 장모님 성묘만 가므로 별일 없으면 참석하겠지만 추석에 광주라도 내려가는 산우들은 빨리 귀경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가급적이면 빨리 귀경하여 추석 뒤에 남은 음식들을 싸와 나눠 먹으면서 용우의 새로운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4.동반시

청계산의 기자였던 위윤환 산우가 추천한 용우 산우의 새로운 시다. 여행 중 봤던 낙타를 생각하여 쓴 시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평범한 소재인 낙타를 주제로 하여 쓴 시로 그의 남다른 감성이 돋보인다. 세련된 맛도 보여지고 세심한 관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시다. 시적 소양이 대단하여 앞날을 기대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보다 정진하여 다작을 하면 좋은 시가 나올 것이다. 건투를 빈다. 쉬운 시이므로 해석은 군더더기가 된다. 남한산성의 높은 성곽에서 멀리 한강을 굽어보며 읊으면 참으로 좋을 시이므로 그의 시를 빛내주고 축하해 줄 산우들이 많을 수록 좋겠다.

 

 

달릴 줄 알지만 달리지 않는다 / 김용우 2013.9.10.(위윤환 추천)

 

바람은 거꾸로 송곳의 날이 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얀 하늘은 불덩이 되니

모두가 살기 위해 머나먼 길로 서둘러야 했지만

너는 이곳을 지켜야 한다며 그곳에 남기로 했다

 

뜨거운 태양과 물 한 모금 없는 메마른 나라에서

사나운 바람과 긴 밤의 거친 추위를 맞아야 하여

두 겹의 속눈썹, 귓속의 털, 콧구멍은 닫을 수 있다

오랜 걸음도 마다 않을 발가락은 두 가닥이 되었다

 

풀 한포기 없는 머나먼 모래언덕을 올라야 하고

고프고 허기진 갈증을 이겨내야 너를 지킬 수 있어

마른 풀뿌리, 억센 가시나무도 그저 고마운 밥상이고

단봉이든 쌍봉이든 저장된 기름은 생명의 탯줄이다

 

너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너도나도 떠난 자리, 그곳을 지킨 이유는 뭘까

죽음이 새로운 삶이라는 걸 너만 알았단 말인가

변화에 맞서는 도전의 용기가 고뇌의 길이었던가

 

땡볕에 얼굴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그늘 우산은 세운 얼굴의 희생이 주는 댓가이다

고요한 인내의 자세가 너를 지키는 선택임을 안다

오랜만의 물만으로 부족한 체중을 단숨에 회복한다

 

늘 젖은 너의 눈은 아픔을 숨기는 흔적인가

너의 눈물은 지킴의 힘이고 창조의 확인이다

채찍이 아니라면 너는 본디 느긋한 걸음이다

달릴줄 알지만 달리지 않는다.

 

너의 아버지는 낙타!

 

2013. 9. 17.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