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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호명산과 호명호수(詩山會 제220회 산행)

호명산과 호명호수(詩山會 제220회 산행)

 

산 : 호명산

 

코스 : 청평역-호명산-호명호수-버스로 청평역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3년 10월 13일(일) 9시 45분

 

만나는 곳 : 전철 7호선 상봉역 춘천행 승강장(프랫트 홈)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하산 후 종화가 제공하는 연어회로 뒤풀이 예정)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1983~ )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시평

슬픔도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시인의 표현은 행복에 관한 얘기를 에둘러 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익어가니 행복을 걷어야 긴 겨울이 춥지 않을 게다. 이원무 산우가 행복에 관하여 언급했기에 나도 도서관 서고에서 행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았다.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 더 이상은 없다.”일찍이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했다는,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이 좋은 가을에 없다면 찾아서라도 사랑을 할 일이다. 소득과 관련한 행복에 관한 글이니 길더라도 일독을 권한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3년 동안 행복을 붙들고 씨름했다. 전문가 17명을 선발해 국민의 행복 수준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연구하도록 했다. 첫 결과가 올 6월 공개됐다.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성과를 재는 척도로선 문제가 많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른바 ‘메르켈 행복 독트린’이다.

 

메르켈 행복 독트린은 “‘돈=행복’이란 등식이 꼭 성립하는 것만은 아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레이어드 가설’이다. 이는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석좌교수인 리처드 레이어드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레이어드 교수는 ‘행복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물질적 욕망엔 이른바 ‘만족점(satiation point)’이 있다는 얘기다.

 

그 만족점은 전문가에 따라 제각각이다. 레이어드 교수는 한때 1인당 국민소득 기준 1만5000달러(약 1650만원)를 만족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조금 상향 조정해 2만 달러라고 했다.

 

레이어드의 주장은 가설 단계를 넘어 어느덧 정설로 자리 잡았다. 메르켈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은 “GDP 대신 행복지수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반론이 제시됐다. “실제 조사해보니 만족점은 존재하지 않더라”는 얘기다. 이는 행복경제학과 메르켈 독트린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저스틴 울퍼스와 베시 스티븐슨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다. 두 사람은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감은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근거가 무엇인가.

 

“세계 여러 나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우리는 150여 개 나라 데이터를 계량경제학 기법을 동원해 엄격하게 조사했다. 조사 대상엔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도 들어 있다.”

 

 -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한 나라 안에서 소득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들보다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감이 소득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 국가 간 비교에서도 같았는가.

 

“일치했다.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보다 전반적으로 더 행복했다.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 있기는 했다.”

 

 - 부탄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히말라야 자락에 있는 이 나라 국민의 행복 수준은 상당했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여가를 즐기는 게 제도화된 까닭으로 보인다. 다른 의미에선 한국도 예외적인 나라다.”

 

 - 무슨 말인가.

 

“한국 소득 수준이 1인당 2만 달러 정도인데, 행복 수준은 중국만 못했다. 먼저 연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말하고 나중에 한국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 영국 LSE 레이어드 교수도 데이터를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레이어드 교수의 유명한 저서인 『행복:새로운 과학에서 얻는 교훈(Happiness:Lessons from A New Science)』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분석을 시작했다. 그는 약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을 뿐이다.”

 

 - 데이터 분석이 엉성했다는 얘기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나라와 나라를 제대로 비교하지 않았다. 몇몇 나라만을 선별해 살펴봤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나라를 분석했다. 주요한 25개 나라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봤다. 우리의 데이터 양이 방대하고 분석 기법이 더 엄격했다는 얘기다.”

 

울퍼스 교수는 시장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펴내는 경제활동 보고서(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의 편집을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교수와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 울퍼스 교수는 경제학이 소홀히 해온 여가와 시장에서 가족의 역할 등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 만족점이 없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레이어드 교수가 제시한 1만5000달러나 2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서도 삶의 만족감이 소득에 비례해서 늘어났다.”

 

 - ‘돈이 더 많아져야 행복해진다’는 말인가.

 

“조금은 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아니란 말이다.”

 

 -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행복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다만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주관적인 만족감이 커지는 패턴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 좀 더 쉽게 설명해줬으면 한다.

 

“예를 들면 소득이 늘어나면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 낮은 소득에선 돈 많은 직업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반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가족과 같이 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 돈이 여러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인가.

 

“비슷한 얘기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의 원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높은 소득이다. 소득이 많아지면 일을 줄여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스트레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좀 더 건강해지고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진 게 행복의 요인이다. 돈은 그 요인들을 얼마나 갖출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일 뿐이다.”

 

레이어드 교수는 최근 보고서와 인터뷰를 통해 “울퍼스 교수의 분석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울퍼스 교수가 소득의 의미를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소득이 늘어나면 행복도 커진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학계의 일상적인 논쟁과 검증 과정이다. 울퍼스 교수는 “우리는 행복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며 “우리 분석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행복경제의 의미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런데 아까 말한 ‘코리안 퍼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

 

“한국의 소득은 최근 60여 년 사이에 아주 빠르게 늘어났다.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그 성취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런데 삶의 만족도는 터키나 중국만도 못하다. 이는 풀기 어려운 숙제(퍼즐) 같아 보인다.”

 

 - 한국 문제를 따로 살펴보진 않았는가.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 등이 세계 행복 보고서를 펴낸 적이 있다. 한국의 낮은 만족도는 여기서도 이슈였다. (코리안 퍼즐은) 좀 더 철저하게 살펴봐야 할 과제다. 다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동 시간이 아주 긴 편이다. 노동 강도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경쟁도 치열해 자살 사례가 매우 많다. 이 모든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울퍼스 교수가 한국 정책담당자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은 여전히 소득을 높일 여지가 많은 나라다. 계속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쓸 것이다. 소득 증가 정책을 현 단계에서 멈추면 절대적인 행복 수준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서다.”

 

 - 소득 정책과 함께 쓸 전략은 무엇인가.

 

“노동 시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늘어난 소득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벌어 쥐고만 있는 구두쇠가 행복해지기는 어려운 법이다.”

 

결론은 가족과 함께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즐기며,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선택할 능력이 있을 만큼의 소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적·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행복'이 일반적으로 행복감을 준다고 알려진 욕구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욕구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불가나 도가의 입장에서는 '거짓된 행복'-사물에 대한 집착-을 거부하고 선(善)〓행복이라는 입장과 명상을 통해 지혜를 얻음으로써 버림과 비움을 실천하는 것이 '완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時論

참으로 답답한 시기다. 나는 본성이 양비론이나 양시론 같은 중간의 입장을 펴는 사람을 회색적이며 박쥐 같다고 생각하여 지극히 싫어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비판적 지식인이라고 착각하는데 명확한 판단을 유보하거나 멍청하므로 판단할 능력이나 식견이 부족해서 시류에 힙쓸리지 않겠다는 비겁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그런 것은 부처가 말한 중도, 공자가 말한 중용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주변에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음을 한탄한다. 남에 대한 비판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다. 자신이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때 손가락 세 개는 나를, 하나는 자신이 섬기는 하늘 같은 부모를 가리킨다는 것을 모를까. 시론에 관한 부분을 쓰기 시작했으니 계속 쓰겠다. 여당 기관지라는 평을 받는 신문에 실린 것을 요약해서 올려보니 관심을 갖고 읽어보라.<도봉별곡>

 

 

도대체 MB는 왜 집권했는가?/중앙일보 2013. 9. 26.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 후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 출범 초기의 각종 공약 철회 시도는 ‘약속·신뢰·원칙의 정치’를 중시해 온 대통령의 언행에 정면 배치된다.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이행을 누차 강조한 ‘준비된 여성대통령’ 구호도 무화시키고 있다.

 

만약 공약 실천이 불가능한 상황을 알고도 공약 제시와 이행을 약속했다면 허위의 계약이 되며, 불가능한 상황을 모른 채 공약 실천을 반복 다짐했다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이중 모순에 직면하고 만다.

이명박(MB)정부의 핵심공약을 사례로 중립적 성찰의 계기를 삼아보자. 감사원에 의해 ‘총체적 부실’로 평가받은 4대 강 사업은 아예 논외로 한다. 물론 인권, 공공성, 민주발전 부문 역시 언급 불능이다.

먼저, 앞선 정부의 경제 실패를 비판하며 제시한 ‘경제대통령’ ‘CEO대통령’ ‘747공약’(연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7대 경제강국 진입)을 보자. 우선 평균 경제성장률은 MB정부가 2.90%로 7%는커녕 노무현정부의 4.34%보다도 크게 낮았다(한국은행). 수출증가율은 9.14%로 노무현 시기 18.16%의 절반에 불과했다(무역협회). 외환보유액은 2002년 1214억 달러, 2007년 2622억 달러, 2012년 3270억 달러로 노무현 시기는 총액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나 MB 시기는 증가액이 총액의 4분의 1에 불과했다(한국은행).

 

취업자 증가율은 5년 평균 1.0%(MB) 대 1.1%(노),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34%(MB) 대 2.92%(노)로 모두 노무현정부가 더 낫다(통계청). 1인당 GDP는 MB 5년간 2007년 2만1590달러에서 2012년 2만2590달러로 정체된 반면, 노무현 시기는 1만2094달러(2002년)에서 2만1590달러(2007년)로 9500달러 급증했다(세계은행). GDP 순위는 7위로 상승하는 대신 13위(2007년)에서 15위(2012년)로 하락했다. 복지·노동·평등·서민경제는 제외하더라도 국민경제에 관한 한 MB정부의 공약은 완전 실패였으며, 모든 주요 지표에서 그토록 비판한 노무현정부보다도 낮았다.

 

정부의 남북교역 및 경협 현황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일반교역, 위탁가공, 경제협력(개성공단, 금강산관광 포함), 비상업적 거래(정부 민간지원 사회문화협력 포함)를 합해 총계가 노무현 시기는 반입 21억7000만 달러, 반출 34억5000만 달러로 총 56억2000만 달러였다. 이명박 시기는 반입 49억 달러, 반출 42억 달러, 총 91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통일부).

 

물론 대북송금 역시 크게 증가했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정부의 대북송금액은 총 13억4500만 달러(금강산관광 대금 4억2000만 달러 및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대가 4억5000만 달러 포함), 노무현정부는 총 14억1000만 달러였다. 반면 이명박정부는 2010년 6월 현재 이미 7억6500만 달러를 송금해 두 정부의 임기 절반 시점의 규모를 초월했다.

 

문제는 이렇게 더 많이 퍼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최악이었고, 북핵 실험도 국민 살상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함정이 폭침 당해 군인 46명이 한꺼번에 죽고, 정전협정 이래 최초로 대한민국 영토가 포격을 당했다.

 

국가의 근본 존재 이유인 국민 생명 보호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반격은 고사하고, 표면적 정책과는 반대로, 대북교역·경협·송금은 계속 증가했다. 실제로 금강산관광 중단과 5·24 대북 교류협력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10년·12년의 대북교역 및 경협 총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19억 달러를 넘었다(통일부). 반면 5·24조치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124억 달러에 달했다(국회). 정반대의 놀라운 정책귀결이었다.

 

우리는 거듭 무겁게 묻게 된다. 아무런 공약도 지키지 못한 MB는 도대체 왜 집권했는가? 박근혜정부는 MB정부와는 반대의 길을 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2.산행기

시산회 제219회 예빈산 산행기 / 이 원 무

일시 : 2013년 9월 28일 10시

참석자 : 13인의 산사나이들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재웅, 재홍, 경식, 원무, 전작, 정한, 문형, 영훈, 양기)

집결지 : 중앙선 팔당역 광장

산행코스 : 팔당역-예봉산장-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승원봉-천주교묘지-능내리

소요시간 : 4시간 30분

동반시 : 심장이 아프다 / 김 남 조

뒤풀이 : 삼치회, 전어구이, 전어회와 매운탕에 소주와 맥주 / 가락시장 내 식당(최영수 친구 삼치회 운송 제공)

 

시산회 산행을 바쁜 일로 몇 번 빠져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시산회 기자의 의무를 몇 번 연기하다보니 은근히 부담되었다. 오늘은 꼭 참석해서 멋지게 기자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기대감으로 일찍 집을 나섰지만, 상봉역 플랫트홈에 간신히 정시 도착. 정남, 경식 산우를 만나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는 전철에 몸을 싣고 약속장소인 팔당으로 출발하였다. 중앙선 전철은 더욱더 복잡해가고 있으나 서비스개선은 뒤따르지 못해 아침부터 진땀을 빼야했다. 팔당역 광장에 도착하니 전작 회장님, 조문형 총장님 외 7명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오늘의 등산 코스를 의논하고 있었다. 산우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1~6코스 중 4코스를 선택하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사정에 따라 늦은 종화 친구는 예빈산 중턱에서 만나기로하고 12명의 산우는 개천이 흐르는 한적한 소로를 따라 갔다. 팔당댐이 있어 그런지는 알 수 없어도 늘 예빈산 산행은 날씨가 화창한 적이 없고 비가 오거나 내릴 기세다.

 

조금 올라가니 밤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뒤엉켜 밤송이와 도토리가 널려있다. 등산객 일부는 밤을 줍기도 하면서 산에 오른다. 요즈음, 국립공원에서는 열매나 산채나물 등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산짐승의 먹이를 보호하겠다는 차원도 있겠으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가을에 버섯을 채취하여 먹음으로써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가. 요즘은 인심이 각박해져 사유지의 산에서 나물 등을 캐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절도죄에 해당되어 처벌을 받거나 국유지인 경우는 과태료를 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빈산 코스는 예봉산 코스에 비해 호젓한 시골길을 가는 느낌이 좋은 조용한 코스였다. 조금 가다보니 초로의 두 여인이 있어 마침 우리도 쉴 시간이 되어 앉았는데, 서정주 시인의 국민시‘국화 옆에서’에 등장하는 먼 길 돌아와 우리 옆에 앉은 누나처럼 아련한 마음을 갖게 하면서, 가을의 향기를 은근하게 내뿜는 두 양평 여인과 즐산의 안부와 함께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다. 그녀들이 따라준 커피 맛은 아직도 향기가 그윽하다. 자연은 이렇게 서로 모르는 사람도 동화하게 하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단풍이 들기 전의 활엽수와 사철 푸른 침엽수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거진 숲을 따라 능선을 향해 난 길을 쭉 올라가니 말안장처럼 부드럽게 내려 앉은 능선의 너른 터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밥시 직전인 11시 30분이다. 마침 종화가 팔당역에 도착했다며 반갑게 전화를 걸어왔다. 늦더라도 기어이 따라오는 종화를 생각했음인지 주위에 목소리 큰 산우가 더 올라가도 정상 부근의 너른 공터를 빼고는 한적하고 너른 공터가 없다며 종화를 기다리면서 여기서 식사하자고 고집을 피운다. 내 생각에는 옳은 의견인데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결국에는 항상 현명하게 판단하는 전작 회장님이 결정하여 그곳에서 식사하기로 하여 깔판을 정리하고 오손도손 둘러앉았다. 주변보다 낮은 능선에는 바람이 통과하는 길목이므로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으스스 춥다. 모두 벗었던 겉옷을 껴입으니 한편으로는 선선해서 좋다. 피자처럼 생긴 조영훈표 영양떡이 별미 중 별미로 손꼽는데 떡 크기며 갯수도 정확히 맞게 가져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영훈 친구! 항상 모시잎떡을 가져오는 해황 산우의 대타 만루홈런이네. 오늘의 기자로서 산행의 등반시 김남조 시인의 ‘심장이 아프다’를 나즈막한 목소리로 낭송하게 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 기자는 다음 산행의 동반시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하니 어떤 시를 동반할까 생각해보련다.

 

심장이 아프다/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애물로

비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사랑의 마음은 심장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고 한다는 게 정설이다. ‘사랑’하면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늙었다고 사랑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래 살다보니 사랑의 그리움도 생기고 혹은 사랑으로 인한 아픔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회한과 고통이 없는 삶도 없으니 항상 먼저 알아차리는 심장은 고달픈 장기다.

 

문형이가 가져온 복분자즙에 섞은 본분자막걸리와 내가 가져온 포도주를 마시며 즐거운 식사 시간의 도중에 나온 정남 부부의 잠자리 얘기에 모두 배를 잡고 웃는다. 비교적 진지한 편인 그가 언제부터인지 왜 그렇게 자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나 자기 부부는 아무리 싸워도 각방에서 자본 적도 없고 코를 골아도 한 사람이 침대 밑에서 자지도 않는단다. 덩달아 산우들 입에서 나오는 그런 류의 상스럽지도 외설스럽지도 않은 은근한 얘기에 서른 번은 웃었을 것이다. 모두 인격적으로 완성된 친구들이라 나이 들어 나오는 부부 관계의 얘기는 식사 시간의 소화제 역할을 뛰어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일방적인 얘기거나 한 쪽으로 치우친 화제는 우리 사이에도 고개를 돌리게 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우리들은 참으로 곱게 늙어가는 산우들이다. 카톡을 통해 보내주는 문자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주제는 늙을수록 마음이 동화되어 가는 친구들의 중요성에 관한 것들이다.

 

요즘 아침에 미디어 매체를 통해 나오는 소식 중에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외롭게 죽었다는 것인데, 최근에 5년이 지나서야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노여인의 뉴스는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한다. 대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1인 가정의 수는 급속하게 늘어가고 2050년이 되면 가정의 반이 넘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는 우리를 끔찍하게 한다. 최근에 행운의 절반-친구(스탠 톨러 지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1부. 나는 누구의 친구입니까 2부. 나는 친구와 진심으로 대화합니까 3부. 나는 친구가 잘되기를 바랍니까의 3부로 이루어진 책인데 전체를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역시 친구가 최고다’이다. 친구 사이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친구 때문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결국은 같은 눈높이에서 살고 미움의 사슬도 풀어가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지키면 어울림의 미학으로 완성된다는 결론을 조용히 감동적으로 내린다. 도서관에 가면 행복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이 수 백 권을 넘는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많아야 열 가지를 넘지 않는다. 그것들을 다 가지고, 이루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중에 하나와 둘, 셋은 우리들 가까이 있으니 시산회 산우들과 즐겁게 산행하고 맛난 음식으로 뒤풀이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의 행복을 가진 사람들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나의 장인상 때 조문을 와 준 친구들과 최근에 정남의 큰딸 결혼식 때를 봐도 우리는 서로가 외롭지 않게 친구가 되어주므로 외롭지 않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능선 중에서 말안장처럼 푹 꺼진 곳에 해당하는 곳은 쌀쌀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화기애애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종화가 숨차게 올라온다. 모두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를 내준다. 그를 위해 남겨둔 음식을 꺼내 그때까지 남은 막걸리를 처리하던 정남, 재홍 산우가 종화와 함께 어울리며 남아 있는 마지막 음식까지 먹어치우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다 그친다. 식사하고 나니 몸이 으스스 추워온다. 주위를 간단히 정리하고 “먹었으니 내려가자”는 소수의 먹산회 원칙론자들의 반대를 전작 회장님이 단호하게 물리치고 예빈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식사 후 바로 오른다는 게 생각보다 무척 고통스러웠다. 앞으로는 가급적 서로 양보해서 하산코스를 잡아 놓고 정상에서 식사했으면 어떨까? 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즈음에 시산회 초창기 때 무박으로 설악산을 산행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무리한 산행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산행을 즐겁게 음미하면서 여유 있게 자연과 동화하자는 것이 우리에게 맞는 수준의 산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빈산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견우봉을 지나 전망이 좋은 승원봉에서 북한강, 남한강, 경안천, 두물머리를 멀리서 한눈에 바라보니 한 폭의 산수화보다 아름답다. 산수화를 배경으로 단체사진 인증 샷. 현대나 조선시대 화가들은 이곳이나 운길산 수종사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며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리라! 양수리 주위 유명 음식점과 카페를 내 집처럼 열심히 다녔던 과거가 사랑의 감정과 함께 찬란한 주마등처럼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여전히 강변 주위 드라이브코스가 멋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뒤로 하고 계속 내려오니 멀리 다산 정약용 묘역과 박물관과 팔당댐이 보인다. 이런 절경을 앞에 두고 내려오니 힘들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산우들이 무미건조한 예봉산보다 예빈산을 자주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천주교 묘원에 도착하니 수많은 묘소가 산 정상까지 가득하다. 장례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선하고 발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지금 우리 나이에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건강하게 99세 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으면 자식들에게 최고로 좋겠지만 마음뿐이다. 20년 이상은 넉넉하게 남아 있을 제2의 인생을 위해 건강을 위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영훈 산우와 나로도에 있는 동창 최영수가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작당 모의하였다며 가락시장으로 이동하자고 한다. 삼치회가 준비된 가락시장에서 가을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기름기끼 가득한 전어구이와 전어회, 조영훈 산우의 부탁으로 최영수 친구가 나로도에서 보내준 삼치회로 산행 쫑파티! 넘버 원!!! 그날 건배는 몇 번이나 했던가. “즐기세, 그라세”를 몇 번이나 외쳤던가! 참석하지 못한 산우들에게 미안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특히 가까운 곳에 있는 기세환 산우를 부르지 않은 것은 더욱 미안한 일이다. 친구여 다음에는 잊지 않고 부를게. 우리에게 그 귀한 삼치회를 맛보게 해주겠다는 간절한 일념으로 집에서 가락시장까지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가져온 조영훈 산우에게 산행기를 통해 무한한 우정의 감사를 올린다. 산우들이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최영수 친구에게 매우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2013. 10. 6. 이원무 씀

 

 

3. 산행지

이번 산행은 금수산으로 정했다가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너무 일러 포천 명성산 억새와 설악산 산행 후 기사문항에서 마름회 먹기, 수리산 등의 의견이 나왔으나 종화가 양양 남대천으로 올라오기 직전의 연어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서 호명산으로 정한다. 회귀종인 연어는 산란하기 위해 수 만km를 돌아와 남대천으로 올라오는데 산란 전에 잡은 연어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단풍 구경은 각자 개인적으로 가족과 함께 가고 그날을 비워두었다가 모두 종화의 즐거운 성의를 받아주자. 그날은 분명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있고 바람은 시원하고 산의 단풍은 붉기 직전이니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탁 트인 호명산의 정상에서 시 한 수 읊고 내려와 함께 즐겁게 마시고 떠들며 종화의 마음을 빛내주자.

 

 

4.동반시

기자였던 이원무 산우의 위임을 받고 동반시를 찾다가 내가 추천한 시는 어렵다고 해 동창회 카페에 용우 산우가 올린 강경화 시인의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한다’는 시를 보고 지난 날 우리가 읊었던 그녀의 시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시인의 ‘새’와 ‘살아있는 힘’이 있었다. 이번에는 아래 시를 동반한다. 도봉산 자운봉과 함께 낮게 붙어 솟은 봉우리의 이름이 배추흰나비 바위다. 지도에는 표시가 되지 않았으니 도봉산 산꾼들이나 아는 이름이다, 도봉산 뜀바위 남쪽의 에던바위처럼. 배추흰나비가 되기 전에 배추벌레는 겨울을 번데기로 나기 위해 부지런히 배추잎으로 배를 채울 것이다, 배추는 제 몸을 아낌 없이 내주고. 배추흰나비처럼 유난히 여리고 순하게 생긴 시인은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로 근무하다 유방암과 투병하여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08년에 재발하고 급격히 악화되어 다음 해에 가신 이미 고인이 된 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얼마나 먼저 가기 싫었을까. 늦가을이 멀지 않다. 가을과 봄은 온 것 같은데 잡으려면 이미 저만치 가있다. 이제 오늘의 가을만큼 와버린 우리의 삶을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하루라도 헛되지 않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루라도 고맙게 살자. 지금은 무서리가 내렸을 호명산의 정상에서 이 슬픈 시를 읊고 이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즐겁게 마시고 떠들다 오자. 인생 뭐 별 거 있냐! 최근호 산우가 무시무처로 쓰는 말이다. 종화가 가져온 연어가 우리를 기다린다, 자기 몸을 내어주기 위하여.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강경화

 

 

서리 내린 저 밭의 배추잎 끝에서

 

이제 나는 가을 하늘을 볼테다

 

추위가 몰려오면 흙벽에

 

제 눈만한 창문을 내고

 

울며 울리는 사람들.

 

날 부르는 뜨거운 눈물이 안 보일지라도

 

이제 나는 꿈을 꿀 테다.

 

삽날이 밀려와

 

내 집 밑둥을 자르고

 

밤마다 흙더미 사이로 별이 보이면

 

내 사랑은 흐르는 한줄기 강물

 

가을빛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잘 있거라 누런 들판아, 탱자나무야

 

속삭이는 낙엽 소리와 연기 내음도 두고

 

캄캄한 땅 속에서

 

이제 나는 꿈을 꿀 테다.

 

 

2013. 10. 8.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