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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울릉도 성인봉과 독도(詩山會 제221회 산행)

울릉도 성인봉과 독도(詩山會 제221회 산행)

 

산 : 성인봉

 

코스 : 전체 일정은 조 총장이 보내준 일정표 참조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3년 10월 25(금)~29(일) 출발 시간을 꼭 지켜주기 바람

 

만나는 곳 : 일정표 참조

 

준비물 : 각자 편한 대로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반성 / 금기웅

낡은 아파트 담장 장미 가득 핀 옆으로
어린아이 하나 울며 지나간다
두 눈에서 질금질금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느라
꽃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끝내 가까이 다가가서
왜 슬피 우는지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길가에 가만히 서 있는 내 옆을 그애가 지나간다
시인의 똥은 메마르고 다 썩어서 개도 안 먹는다는데
저 어린 작은 슬픔도 달래주지 못하는 주제에
시를 써서 도대체 무얼 어쩌자는 것인가
그저 남의 슬픔을 구경만 하고 다니며
아픈 현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이
고작 시를 쓴다는 자의 할 일인지
시정잡배만도 못한 자신이 슬퍼 운다
나도 그 나이 때쯤 무척이도 울었던가
배고파서 울었고
중학교 정문 게시판에 철 따라 등록금 미납자로 올려진
이름 석 자를 보면서 울음을 삼킨 적이 있다
자세히 보면 장미처럼 화사한 꽃들도
하나같이 검은 벌레들로 깊은 병이 들어 있다
오늘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못하고
허상들을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있는 나를 반성한다

 

반성하는 나를 반성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눈물, 절로 납니다. 실은 내 눈물을 믿지 못해 눈물을 반성할 때도 있습니다. 참 이게 모순이다 싶은 것이 그럼 모두가 착해빠져야 하는데 모두가 못돼 처먹은 장면이 무한 반복이라는 사실입지요. 일단은 저기 저 우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볼 일입니다. 눈물을 훔쳐내느라 제대로 못 본 꽃들, 그러나 울음 때문에 물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의 생명력 하나는 끝내줄 거라고요. 그리하여 훗날 꽃 본 듯이 웃을 수 있다면 그 환함이야말로 제 속에 드리운 숲의 광합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들여다보십시오. 벌써부터 우거지는 나도 있답니다. <김민정·시인>

 

-시평

중앙일보에 매일 연재되는 시로 여는 아침에 실린 시와 시인의 시평이다. 눈물은 슬플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극한적으로 감정이 격해졌을 때도 나온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자기 설움에도 운다지 않는가. 약국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다 접고 하릴없이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카톡질(?)을 해대는 누님이 결혼을 앞두고 집안의 기둥이던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암담했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흘리던 눈물을 기억한다. 참 재산은 많은데 물려줄 자식이 없다. 자식이 없어 쓸 데가 없었기에 많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는 누님은 내게는 미당의 국화꽃 같은 사람이다. 이제는 즐기며 아름답게 베풀고 산다.

 

나도 시를 쓰는데 시인과 같은 심정이 자주 일어난다. 써놓은 것은 열 편이지만 발표는 세 편만 했다. 시는 써서 무엇하냐는 자괴감도 들고 부족함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그래도 자꾸 일어나는 시상을 감당하지 못해 새벽에 메모를 해둔 게 많으니 언젠가는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도봉별곡>

 

-時論

토요일 7시에 모이는 불교 모임이 있다. 이인 원장과 함께 공부한다. 처음에는 여러 동창들이 참석했지만 지금은 나 혼자고 고정적으로 나오는 멤버는 12명이다. 그 중에 80살이 넘었지만 소주 두 병은 음료수에 지나지 않다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서울법대 출신의 노장이 있는데 아직도 그 나이에 시청 앞이나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다소 진보적인 민주당은 DJ와 노무현 같은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있어 자신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훌륭하게 역할을 다하는데 반대로 새누리당 같은 보수집단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욕이 강해 개인적인 능력은 필요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역대 가장 무능하고 거짓말을 많이 하여 현재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YS보다 한 단계 높은 사람이라 한다. 미국의 경우도 거의 같고 세계적으로 그런 추세라 한다. 요즘의 정치권 세태를 보면서 박근혜에 생각이 미치면 한심한 생각이 들어 과연 경제규모, 군사력, 교역규모 등을 보면 선진국 수준에 와있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써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특별한 정치철학도 없으면서 고집만 세서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말도 들리고, 군대도 모르지, 경제는 더욱 수첩의 수준이고 여성으로써 장점인 가정을 꾸려본 적도 사업을 해본 적도 법률지식도 부족하여 모든 점에서 경륜도 부족한 사람을 내세운 그들의 행태도 한심하고 앞으로 4년 8개월을 가슴저리며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 안쓰럽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그분의 생각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모두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상도인은 반대의 의견을 내기도 한다. 나는 소식 나열식의 KBS, MBC 저녁 뉴스를 보지 않고 jTBC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만 본다. 제대로 하는 심층보도는 볼 만하다. 시청을 권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호명산 산행기(시산회 제220회 산행) 2013. 10. 12/임용복

참석 : 갑무, 종화, 정남, 용복, 광일, 근호, 전작, 윤환, 양주, 원우, 재홍, 문형, 정한, 경식, 영훈(이상 15인의 시산인들)

동반시 :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강경화

뒤풀이 : 연어와 연어알, 가평잣막걸리/김종화 제공

 

오늘은 청평에 있는 호명산 가는 날, 창문을 열고 앞산 하늘을 바라보니 완연한 가을하늘에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숙달된 조교처럼 주섬주섬 행랑을 꾸리고 조금은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며 잠시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 내가 이런 저런 사유로 시산회 산행에 많이 불참해서 산우들에게 매우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봉천동 샛길을 따라 걸으며 문형 총장이 보낸 오늘 참석 인원 명단을 확인한 후 문형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떡 보시를 자주하는 해황 산우 명단이 없어 그러는데 소생이 대신 간식으로 모시떡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자, 총장님께서 흔쾌히 결재를 해주셨다. 하여 떡 맛이 예술인 봉천동 모시떡을 기쁜 마음으로 사들고 오늘 산행 모임장소인 경춘선 상봉역으로 출발!

 

7호선에 몸을 싣고 잠시 상념에 빠져 들었다. 나는 왜 자연을 찾아 떠날 때마다 조금씩 흥분되고 설렐까? 내가 혈기 왕성했던 청년기에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삶에 부대끼면서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 가던 중년기에는 ‘다스리고 내려놓는 마음’으로, 그리고 인생 장년기에는 ‘비우는 마음’으로 산과 들과 바다를 찾아 갔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정답도 따로 없겠지만 나는 자연(사전적 의미로 ‘스스로 존재함’)을 찾아 나서는 경이로움과 에너지 충전소인 자연을 찾아가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중학교 때 나의 닉네임이 오뚝이였다. 누가 작명을 해주었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도 광고 20회 친구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땐 왜 하필이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힘없이 뒹굴고 넘어지는 오뚝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을까 몹시 못 마땅했다. 나도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철 기둥처럼 단단하고 꿋꿋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나 그것은 하수의 생각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세월이 흐르고 산행에 쏟은 땀방울이 고여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부터, 그리고 넘어진 오뚝이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복원력과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의 복원력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에게 오뚝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 친구가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힘들고 지쳐 넘어져 있을 때 분연히 털고 일어 날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 것은 오뚝이 닉네임과 산행에서 얻은 내공이기 때문이다. 오뚝이 작명가 친구! 고마우이!

 

덜컹거리는 지하철 속에서 어린아이의 “와 멋있다“는 외침 소리가 들린다. 이런 저런 상념을 접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쳐다보니 지하철이 한강 다리 위를 달리고 있다. 창밖에 비친 한강과 서울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한때 네이버 검색 1위를 기록한 건축가이자 여행 작가인 오기사는 두루 세상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내용을 담아 많은 책 들을 출판하였는데 그가 여행을 마치고 나서 마지막 편으로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책을 출판하였다. 아마도 오기사 또한 지금과 같은 서울의 풍광과 멋에 매료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비록 행주대교 수중보에 갇혀 한강물이 많아 보인다 할지라도 한강과 어우러진 강변 풍광이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도다! 참고로 필명 오기사는 본명 오영욱이고, 배우 엄지원의 남자친구이자 광고20회 친구의 조카이다.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인 7호선 상봉역 경춘선 플랫폼에 약속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도착했다. 약속 장소에 항상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본다는 동창회 사무총장 용우 산우처럼 나도 경춘선 주변도 둘러보고 특히 오늘 산행의 기자로서 산행을 함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일찍 도착했다. 플랫폼에 모여 기차를 기다리는 등산객과 사이클 동호회 회원들 모습이 모두 밝고 행복해 보인다. 가을 하늘 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제일 먼저 갑무 산우가 늠름한 모습으로, 다음은 문형 산우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그 다음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닉네임 ‘임 수석’을 붙여준 정남 산우가 강단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영훈 산우가 정겨운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모여 함께 덕담을 나누는 사이 15명의 건각들이 모두 모였다.

 

잠시 후 9시 59분 경춘선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번개처럼 우르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재빠르게 자리를 잡은 산우들 앞에 한 여인이 자기가 자리를 다 잡았는데 남자들 힘에 밀려 자리를 뺏겼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정 많은 경식 산우가 자리를 양보해 주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말문은 열리고, 재미있는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산회 모임이 화제로 떠오른다. 그러자 순발력 있는 산우들이 여인들에게 시산회 블로그도 보여 주며 시산회 자랑을 한껏 했다. 이에 여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산우들에게 흠모의 눈길로 화답한다. 안동에서 올라와 굴봉산을 간다니 그 많은 산들을 놔두고 하필 이름 없는 그 산을 오를까? 의문은 순간이고 헤어짐은 영원이다.

 

어느덧 열차는 목적지 청평역에 도착했다. 등산로로 이동하는 청평역 옆길은 코스모스, 칸나, 들국화가 아름답게 피어 있고, 길가 밭에서 콩 수확을 하는 할머니 모습이 매우 정겹게 느껴진다. 막걸리 욕심이 유난하게 많은 친구의 주장에 따라 가게에서 몇 병을 더 충전하고, 맑고 한가로운 10월의 시골길을 따라가다 한참 후에 마주친 청평댐 상류 조종천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둑길 가에 피어 있는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들꽃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원우는 친구가 물어보는 들꽃의 이름을 구절초라 불러준다. 구절초면 들국화의 일종이다. 원우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수석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니 많은 공부를 한 결과다. 조종천에는 그물을, 혹은 어항을 가지고 천렵하는 고기 사냥꾼들이 보이는데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철 계단과 추억의 징검다리를 넘어 이 산을 적극 추천한 종화 산우 덕분에 결코 낯설지 않은 호명산 들머리에 진입한 후, 산행이 시작 된다. 산행 지도 앞에서 전작 회장님의 코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우리는 그의 훌륭한 인품에 감동하여 산우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그의 명쾌하고 정확한 결정에 군말 없이 따른다.

 

들머리는 가파르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고도 120미터다. 들어서자마자 누군가의 입에서 한산의 소곡주, 일명 앉은뱅이술 타령이 나온다. 아! 지난 번 시산제 산행 때 종화 산우가 됫병으로 가져온 적이 있었지. 그리도 맛나서 자기도 모르게 취하는 술!!!! 오늘도 종화 산우가 양양 남대천에 오르기 전에 양양 앞바다에서 잡은 연어를 이미 연구소에 간직해 두었으니 오늘 산행은 어찌 힘들겠는가. 막걸리 애호가들은 그것은 그것이고 산의 정상에서 한 잔의 막걸리를 앞에 놓고 시를 읊는 즐거움은 별 거라 한다. 하여간 재홍, 삼환, 윤환, 정남 산우의 막걸리 타령과 사랑은 언제나 끝이 날 것인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이므로 나쁠 것은 없다.

 

울창하게 우거진 잣나무들을 구불구불 피하며 가파르게 난 길은 항균성 방향제인 피톤치드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산인들이라 피톤치드 특유의 냄새를 안다. 그 맑은 향기로 가득 찬 길은 오르기 쉽다. 첫 능선에 오르니 청평과 가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우들이 꺼내는 밤과 바나나로 힘을 돋우고 거북이 약수에서 졸졸 흐르는 약수 한 모금이 달다. 어렵지 않은 능선길은 잎 넓은 활엽수 사이로 오솔길을 내면서 가을의 한복판에 왔음을 알린다. 내 고향의 시인 시성 미당이 그랬던가. 초록이 지치면 단풍이 든다고. 이 산의 단풍도 내 고향 고창의 단풍보다 못하지 않으리. 시산회가 함께 맛보고 맡았던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의 향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산우들이 있어 그 코스를 추천했던 나의 가슴도 항상 흡족하다. 친구들아! 그때 맛나게 먹은 날아다니는 촌닭들은 멸종했음을 알리네. 머지않아 단풍이 들고 다음엔 이 산에는 눈의 향기가 가득하리라.

 

가다 힘들면 잠시 멈추고, 모시떡도 먹고 과자도 먹으면서 꺼내는 산중한담(山中閑談)의 즐거움은 우리 시산회의 즐거움 중 하나다. 우리 수준의 고담준론은 다른 곳에서 듣기 힘들다. 가다가 쉬고 청평댐을 막아 생긴 청평호에 삼각돛을 단 요트는 현대판 산수화에 다름 아니다. 전망대에서 이쪽 지리에 밝은 산우의 설명에 따르면 청평호와 이 산이 닿은 길을 20~30분 정도 드라이브하면 호반 옆으로 고급 모텔이 많고 이윽고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고 한다. 남이섬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아직도 많다고 하니 배용준과 최지우가 출연한 가을연가의 메타세퀘이어길을 꼭 가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으니 굳이 따지지 말자면서. 청평호반의 건너길을 따라가면 설악산이 아닌 설악면이 나오고 군데군데 제트스키를 타기 좋은 곳과 고급 팬션이 많다고 한다.

 

정상이 가깝다. 인원이 많으니 조금 늦는 팀과 힘이 남아도는 팀으로 나누어지나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실제는 많아야 3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상에서 등정사진 한 컷 하고 너른 자리를 잡고 편하게 앉는다. 뒤풀이 때 알 밴 연어가 기다리니 싸온 음식이 적을 줄 알았으나 주섬주섬 꺼내고 보니 꽤 많이 쌓인다. 어떤 산우가 뒤풀이는 뒤풀이고 일단 본품은 이거란다. 복분자즙을 싸온 산우가 있어 막걸리에 섞으니 복분자 막걸리가 탄생하니 너도나도 한 잔씩 따르고, 오늘의 기자인 내 앞에 동반시 강경화 시인의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가 놓인다. 이 좋은 가을에 좋은 산과 하늘, 산우들 앞에서 목청을 가다듬고 조용히 읊는데 미리 복습을 해왔지만 읊다보니 감정이 다르다. 아하, 이 시는 죽음을 앞두고 지은 시였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울컥 슬픈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낭송이 끝나자 내 감정은 산우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묻힌다. 그래, 그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말하고 갈 수 있으니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 의연한 사람이었다. 시인의 가을 하늘처럼 순수하고 선하게 생긴 얼굴이 떠오른다. 슬픔은 순간이고 즐거움은 길다.

 

간단한 식사가 시작되고 약간 야한 얘기가 나오지만 개의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품격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니. 즐겁게 떠들고 웃고 떠들지만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몇 점의 구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아, 우리의 삶도 저렇게 흘러가겠지.

 

식사를 마치고 하산에 대해 잠시 토론. 호명호수로 내려가 버스로 내려오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호명호수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되고 버스 시간이 불규칙하니 다음으로 미루거나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우리 시산회의 모토인 ‘먹었으니 내려가자‘ 에 밀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더구나 멀리 알라스카해를 지나 양양까지 우리를 위해 머나먼 여행을 마다하지 않은 우리의 연어가 기다리지 않는가. 하산은 순조롭다. 다만 최근호 산우가 삐걱했는지 약간 늦지만 그래도 3분이다. 그동안 조종천에서 천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혹은 먼 하늘에 무심하게 떠서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우리의 삶도 저렇게 무심하게 흐르는 것을 사람들은 느끼면서 살까?

 

연구소에 가니 종화의 옛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직원들의 안내로 연구소를 구경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이나 언제 와도 새롭다. 설명을 하자면 길다. 다만 산우들이 올린 사진으로 가름한다. 연회장소로 자리를 옮기고 음식이 차려지는 동안 연못의 비단잉어와 희롱한다. 곱고 우아하게 춤을 추는 고운 여인네와 같다. 순간 와신상담과 오월동주라는 고사가 생각난다. 중국 4대 미인 중에 하나인 서시는 복수를 다짐한 오왕 부차가 월왕 구천에게 보낸 경국지색으로 서시가 연못가를 거니는데 물고기들이 서시의 자태를 보고 넋이 빠져 헤엄을 치지 않고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전설 같은 얘기인데 중국인들의 과장은 확실히 지나치지만 과장도 그 정도면 애교로 봐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마침 자리를 잡은 곳이 종화의 앞인데 직원들과 합석한 모양이 된다. 연어알과 얼린 연어를 곁들인 가평막걸리 잔치가 성대하게 벌어진다. 그곳에서 벌어진 뒤풀이는 여기서 생략해야 한다. 참석하지 못한 산우들의 원망을 감당한 능력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다시 뜨거운 고마움을 전한다. 항상 베푸는 친구임을 우리는 잘 안다.

 

상봉역에서 산우들과 작별한 후 7호선에 몸을 싣고 또 한 번 생각의 여행을 시작한다. 내 나이 벌써 환갑을 넘겼는데 내가 살아오면서 드리운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금년 초에 자식들이 조촐한 애비 환갑 행사를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서 앞으로 애비가 자식들에게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줄까하는 화두를 들고 몇 날을 고민했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해답이 나오겠는가. 에라! 나이가 들면 화를 자주 내게 된다는데 화를 덜 내자는 의미를 담아 ‘SMILE’로 정했다. 그후 자식들에게 SMILE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나는 알 수가 없다.

 

이 시대의 대종사 성철 스님의 말씀을 인용해 본다

“몸을 바르게 세우면 그림자도 바르게 서고, 몸을 구부리면 그림자도 따라 구부러진다”

과연 나는 어떤 그림자를 가지고 있을까?

 

임용복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동창 박찬재가 제안한 울릉도와 독도 패키지 여행이다. 그는 묵호와 울릉도를 오가는 페리호를 운행하는 회사의 사장이다. 해양대학교를 나와 마도로스를 오래 해서 그 경륜을 인정받아 사장의 지위까지 오른 친구다. 울릉도와 독도에 관하여는 산우들이 접한 정보가 나보다 많을 테니 생략한다.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두 개의 태풍이 일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니 일단 안심하지만 바다는 언제 변할지 모르니 예의 주시해야 한다. 만약 파도 때문에 가지 못한다면 집행부에서 연락이 갈 테니 폰을 끄지 않아야 함을 명심하자. 마나님도 오고초려를 해서 겨우 모시고 간다. 단, 여행 중에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무정하게 대하면 다시는 동반하지 않겠다는 서슬이 파란 협박과 함께.

 

 

4.동반시

동반시에 울릉도나 독도를 묘사한 시를 빼놓을 수 없어 검색을 했더니 여러 개가 있어 그중 맘에 드는 시를 골랐다. 시산회에서 오세영 시인은 익숙한 시인이다. 그 시인의 절명시를 두고 나무속에서 잠자는 것처럼 참으로 곱고 편하게 가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소개한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본다'.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나 복도에 써 있는 시 중에 일본의 하이쿠를 흉내 낸 시들이 눈에 띈다. 하이쿠(俳句)는 일본시의 한 장르로 17자 내외로 이루어진다. 내키지 않지만 고은 시인의 것을 소개한다. 그 양반은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어 몸이 달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을 노욕이라 나무랄 것은 없다. 각자 알아서 살 일이니까. 그꽃/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꽃'.

 

양채영 시인과 오세영 시인 모두 작고하신 분들이다. 선물 받은 시집 '한림으로 가는 길'에 실린 시로 그 시집에서 눈길을 끈 다섯 편을 동반시로 염두에 두고 있다. 가을에 부르기 좋은 시다. 경식이는 이 좋은 가을날 산에 오르고 도서관에서 산행 메일을 정리하는 중인데 이도 나쁘지 않네. 종화와 영훈이도 산에 오르고 있을까. 울릉도와 독도를 갔다 오면 가을이 간다. 우리 시월의 마지막 밤은 술과 시로 아쉬운 마음을 적셔볼까나! 누가 번개팅 소집하게나.

 

놀랍고 반가운 소식 하나! 시인이 한 분 동승하고 시인의 자작시를 낭송할 예정입니다. 그 시는 꼭꼭 숨겨뒀다 그날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기대하소서.

 

 

울릉도(鬱陵島)/오세영

밝음을 지향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빛을 좇아 이렇듯 멀리 동으로 동으로
내달았을까.
밝음을 사랑하는 마음이 또
얼마나 애틋했으면
청정한 해류 따라 이렇듯 먼 대양에
이르렀을까.
그 순정한 사념(思念)
변함없이 받들기 위해서
뜻은 한가지로 높은 데 둘지니
너를 만나기 위함이라면
동해 거친 격랑에 몸을 맡겨
세상의 그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모두 비워야 비로소
가능하구나.
신(神)이 이 지상에 떨어뜨린 한 알의 진주처럼
국토의 순결한 막냇누이여..
울릉도여.

 

 

가을 호수(湖水)/양채영

가을 해거름
호수를 바라보는 일은
눈부셔서 더욱 좋다
어둠에 숨었던 빛이란 빛은
모두 이 湖水에 몰려와
깔깔거리는 웃음이거나
곱게 가라앉았던
저 一生의 영광들이
모두 이 湖水 위로 솟아 올라
餘恨없이 반짝이는 걸까
햇빛도 아니고 물빛도 아닌
그 한가운데서 더욱 불붙는 게
남은 것과 사라진 것들의
靈魂이란 말인가
서러운 듯 잔잔히 출렁이며
물과 하늘이 만나는 곳에
가장 빛나는 날개를 달고
湖水 가득히 날아오르는 새
갈대는 바람에 스러지며 불탄다

 

2013. 10. 23.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