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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인왕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93회 산행)

인왕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93회 산행)

산 : 인왕산

일시 : 2020. 9. 12. 10 : 30

모이는 곳 : 전철 3호선 독립문역 2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구월이 오면 / 이성진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알록달록 사랑스런 코스모스가

바람에 나풀거려 길가에 수를 놓았습니다

 

멀리서 기차가 칙칙폭폭

펼쳐놓은 논과 밭 사이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힘차게 지나가면

고요히 흐르는 저녁강가에서

빠알간 금물결이 춤을 춥니다

 

구월이 오면

나뭇잎이 물들어 세상을 야릇한 운치에 빠지게 하고

은은하고 고운 색으로 풍성한 저녁을 만들어

어느새 내 마음에도 애잔한 사랑이 꽃처럼 망울져

행복한 사랑을 마음에 그립니다

 

 

2.시산회 제 392회 비봉산 산행 / 위윤환

 

o 일시 : 2020년 8월23일(일) 10시30분

o 모임장소 : 안양역 2번츨구

o 코스 : 안양역-대림대학교-만장사-안양 항공무선표지소-비봉산정상(전망대)

-비산사거리(뒤풀이;주먹보리밥 식당)

o 참석 : 7명 (나양주 위윤환 이경식 정한 조문형 한양기 홍황표)

o 동반시 : 노을 / 한승원

o 뒤풀이 : 주막보리밥 식당(주꾸미볶음 제육볶음 녹두전 보리밥등)

 

오늘은 더위가 가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24절기 중 14번째인 처서이다. 어제는 소나기가 많이 내렸는데 오늘은 오랜 장마 후의 모처럼 맑고 청명한 하늘이어서 집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모임 약속시간이 되기도 전에 참석자 7명 전원이 안양역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지 비봉산을 강력하게 추천한 양주 산우의 안내를 받아 출발하였다.

 

비봉산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대림대학교의 뒤편에 위치한 295m 높이의

낮은 산으로서 산의 크기와 규모가 봉황이 날개를 펴고 훨훨 나는 형상의 산이라기에는 이름이 너무 거창한 것 같다. 관악산과 삼성산의 그늘에 가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산인 것 같다.

 

세심천을 건너 대림대학교 우측 아파트 단지를 돌아 만장사를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에 들었다. 양주가 매일 거르지 않고 오른다는 한적한 코스로 오르다 보니 어제 내린 많은 비로 조그마한 계곡(?)에 물이 넘쳐흐르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주고 성충으로서 수명이 한 달이 채 안 된다는 매미들의 짧은 수명 기간 내에 짝짓기를 하려고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우렁찬 울음소리가 귀청이 따갑다.

 

올라가는 등산로 군데군데 양주가 자주 쉬면서 조망을 한다는 아담하고 넓은

바위가 있어 앉아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면서 정면을 보니 광교산 모락산 수리산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에 올라 좌측 망해봉 정상에 위치한 안양 항공무선표지소가 가까이 있다고 하여 가보니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고 표지소 시설물은 가려서 보이지 않아 비봉산 정상 가는 길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참고로 안양 항공무선표지소는 대한민국 비행정보구역에 구성되어 있는 국제선 항로 12개와 국내선 항로 39개를 안내하는 “하늘 길 등대”이다.

 

능선따라 가는 길에 편편한 그늘진 곳에서 조촐하게 준비해온 떡, 빵, 과일, 막걸리, 홍 총장의 담금주로 배를 채우면서 동반시는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노을 / 한승원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포장도로 위에 던져진

그대의 뜨거운 피 속에서 내가 타고

내속에서 그대가 타고 있다

재가 된 나와

그대는 잎사귀에 스며들고 스며들어

비가 되어 쏟아지고 꽃이 된다.

 

적당하게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운 뒤 가까운 건너편에 있는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니 주위가 확 트인 전망대가 있다. 설치된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아까 가려서 보지 못한 안양 항공무선표지소가 마치 흰 등대 같이 멀리 보인다.

또한 좌측으로 바라산, 그 옆 광교산, 모락산, 수리산등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단체 인증사진도 찍고 개개인 주위 멋진 배경에 멋진 포즈로 한 컷씩......

 

이제는 하산코스로 마실길로 내려선다. 하산 도중에 쉼터에서 쉬면서 칠순이 다된 우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 문형의 어젯밤 무용담(?)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양주가 미리 예약해 놓은 비산사거리에 위치한 “주막보리밥” 식당으로 가서 주꾸미볶음 제육볶음 녹두전 보리밥과 술로 기분 좋은 뒤풀이를 하였다.

 

연신 잔을 맞대면서 “위하여”를 외친다. ‘뭘 그리고 누구를 위하여’ 일까? 일일이 각자에게 들어보면 좋을 시간인데 각자의 사장이 모두 다를 테니 좋은 기회일 것이다. 뜻있는 산우가 시도하면 좋겠다. 막걸리 한 모금 목에 넘기고 나면 말 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단, 따뜻한 언어여야 한다. 요즘 발목이 안 좋아 내년에는 시산회에 정식으로 입회할 서정우 친구가 뒤풀이 때 함께 하였다.

 

멋진 비봉산 산행지와 뒤풀이식당을 추천하고 안내해 준 양주 산우에게 큰 감사를 드리네.

 

시산회 친구들이여! 요즘 극성인 코로나-19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다음 산행 때 반가운 얼굴들 보세나.

위윤환 드림

 

3.오르는 산

가까우면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산인데도 불구하고 자주 가지 못한 산이다. 청와대가 범접하기 곳이어서 가까운 곳도 도매금으로 함께 넘어간 아픈 추억의 산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어쩌다 손녀를 맡아 키우는 아비의 심정 모드를 만드는 중이다. 만2살이 되면 10시부터 4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긴다니 그때까지 참아달라고 한다. 더구나 3년 10개월 전의 사고로 약간의 장애가 있어 쉽지 않다. 요즘 애들은 영양상태가 좋아 오죽하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트리플 수퍼 에너자이너’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나는 오른팔, 마나님은 왼팔이 아파 힘들어도 그때까지 참아보자. 사실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4.동반시

박형채 산우가 동반시와 프롤로그 시를 추천해줘 무척 고마운 나날이다.

 

심응문 / 별을 캐는 밤

 

오늘 같은 밤에는 호미 하나 들고서

저 하늘의 별 밭으로 가

점점이 성근 별들을 캐어

불 꺼진 그대의 창 밝혀주고 싶어라.

초저녁 나의 별을 가운데 놓고

은하수 많은 별로 안개꽃다발을 만들어 만들어

 

내 그대의 창에 기대어 놓으리라

창이 훤해지거든

그대,

내가 온줄 아시라

 

2020. 9.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