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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 총동문회 산행(詩山會 제222회 산행)

삼성산 총동문회 산행(詩山會 제222회 산행)

 

산 : 삼성산

 

코스 : 서울대 정문-삼성산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3년 11월 9일(토) 9시 30분

 

만나는 곳 : 서울대 정문 옆 공터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내가 죽어보는 날/조오현(1932∼)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길,

뼛가루도 뿌려본다

 

-시평

남기인 산우가 좋아하는 스님 시인의 시를 동창회 카페에 카페지기 김용우 산우가 올렸고, 그 시를 읽고 이곳에 올렸다.

 

새벽에 일어나 중랑천으로 난 창문 밖을 보니 밤사이에 키 큰 은행나무 잎이 나의 백발처럼 샛노랗게 변했다. 그 옆의 고로쇠단풍나무는 아직 위쪽의 잎만 빨갛다. 80살까지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의 나이에 맞는 계절이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인간의 죽음은 자연에게 진 빛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라 했다. 단풍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면서 우리에게 황홀한 아름다움도 선사한다. 환장하게 밝은 가을날, 중랑천 가의 억새는 햇볕을 보고 눕고 둑의 단풍잎은 소슬바람 따라 흔들리다가 이내 겨울을 독촉하는 찬비가 내리면 땅으로 떨어져 거름이 되고 새봄의 잎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잠이 든다. 자! 우리에게는 여생이 20년이나 남았다. 가을은 슬픈 계절이라고 하지 마라. 편안한 삶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우리가 이만큼 살았으면 잘 살아온 것인데, 도대체 뭐가 그리도 슬프고 서러워 한이 많다고 하는가. 우리는 ‘서럽고 슬프다’는 표현을 너무 남발한다. 천지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데 무슨 불만과 슬픔이 그리 많은가. 난 죽이고 싶은 사람도 용서하고 아침에 먹는 한 입만큼의 떡과, 김밥 한 줄의 점심과 졸리지 않으려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독서삼매에 빠지거나 읽은 책의 독후감을 작성하는 것으로 하루가 충분히 행복하다. 하여 늘 어제를 비우고 일어나는 새벽이 반갑다. 도서관의 창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희망으로 일찍 나서면서 맡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고맙다.

<도봉별곡>

 

-時論

지인의 소개로 ‘자발적 복종/라 보에티 지음’을 읽고 현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과 비교해 소회가 남달라 조금만 소개한다.

 

라 보에티는 1530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1563년에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하여 참가한 전쟁터에서 걸린 이질로 죽었다. 그가 이 책을 16세 때에 썼다는 것이 믿어질까?

 

인간은 자연적 자유만 지닌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적 자유를 정치적 자유로 변모시킬 권리와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라 보에티 사상의 핵심적 사항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도처에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죽고, 종교적 갈등이 오래 지속되어 나라는 신교도와 구교도 사이의 갈등으로 내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두 종교 사이의 갈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로 치달았다.

 

이 책은 1572년, 여군주 카트린 드 메디치가 일으킨 ‘성 바르톨로메우스의 피의 학살의 밤 사건’ 이후에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불어넣는다. 후세 학자들은 죄 없는 천국, 즉 완전한 무정부주의를 창출해내려는 환상을 지녔고 수동적 봉기의 이념을 발생시켜 프랑스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한다.

 

사랑과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만 존재한다. 끔찍함이 있는 곳, 부정함이 판치는 곳, 불법이 존재하는 곳, 잔인한 행동이 광란하는 곳, 불신이 팽배한 곳에 그리고 부정이 널리 퍼져 있는 곳에 우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군주제 아래서 우리는 숱한 사람들이 단순히 복종할 뿐 아니라, 노예처럼 복종하는 것을 바라본다. 그들은 강압적으로 통치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억압을 자청하고 있다. 그들은 소수의 권력 주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다. 어떠한 소유물도 주어지지 않고 심지어는 생존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각 5만의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맞서 있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한쪽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의 자유를 강탈하려고 한다. 누구에게 승리할 가망이 있는가? 한쪽은 이제까지 누려 왔던 눈앞의 행복을 지지하며, 그 행복이 후세를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만일 그들이 패배하면, 전쟁의 고통은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항상 참고 견뎌야 할 고통에 비해 아주 작은 것이라고 느낀다. 반면에 다른 한쪽의 경우 탐욕만이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수단이다. 그들은 오로지 전리품의 배당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들의 희망은 보잘 것 없으며 약간의 불리에도 조만간 사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자유에의 의지는 승리를 보장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선을 행한다. 그러나 많은 선 가운데는 단 하나의 고결한 선이 있다. 그것은 자유이다. 그러므로 독재자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라. 너희에게는 자유에 대한 욕구와 의지만으로 충분하다. 너희들은 자유롭게 될 것이다. 독재자를 창으로 찌를 필요도 없고, 뒤엎을 필요도 없이 그를 지지하지 않으면 족하다. 그러면 너희는 조만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지지의 토대가 사라지면 독재자는 마치 제 무게에 못 이겨 저절로 붕괴되어 산산조각 나는 거대한 입상처럼 무너지고 말리라는 것을. 독재자로 인해 부자유에 대한 고통을 체험한 사람은 되찾은 자유에 대한 기쁨을 곱절로 느끼는 법이다.

 

자연은 좋은 어머니이다.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지상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게 하였으며 말을 통하여 항상 신뢰하고 언제나 형제같이 지내도록 이른바 ‘언어’라는 위대한 선물을 주었다. 그러므로 소통을 통하여 공동체로 모이게 하며, 자유의지의 결합을 통하여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자유로운 존재이다.

 

'위대한 술탄’이라는 자가 지배하는 이슬람권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의 수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노예로 봉사하려고 태어나서 술탄에게 권력을 안겨 주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자발적 복종’이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 숭배는 단 한번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 존재한 게 아니라, 오늘날 남한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독재자 박정희의 카리스마를 그리워하는 일부 국민들’을 생각해 보라. 독재자의 딸도 그 전철을 밟고 있지 않는지 잘 생각해보라. 역사는 돌고 돈다.

 

배우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배우자! 위를 향하여 응시하자! 우리의 명예를, 사랑을, 최고의 선인 자유를 위하여! 폭군이 조종하는 노예근성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판국은 삼국시대의 재현을 보는 느낌이다. 국론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양 극단으로 치솟고 잡은 자는 놓으려 하지 않고 놓친 자는 다음에는 꼭 잡으려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전라공화국과 경상공화국으로 분리하자는 말과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정치인과 공무원에게는 성현들의 양보와 중도, 소통의 사상을 회고하여 정권도 나눠 갖고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마음이 들기를 바란다. 지금의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시 인간의 장막에 가려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도봉별곡>

 

 

 

2.산행기

도봉산 산행기(시산회 제221회 산행) 2013. 10. 27()/정한

참석 : 김용우, 김정남, 김진오,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임용복, 전작, 정한, 조문형 (이상 11인의 시산인들)

동반시 : 노을 꽃/일홍 이행숙

뒤풀이 : 굴사냥 쌍문점과 이름 모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

 

당초 시산회 산행은 중국 태항산, 백두산의 해외 산행 이후 국내 산행으로는 특별히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그리고 3시간 30분간 배를 타고 가야하는 울릉도와 독도의 2박3일의 여정이었으나 일기불순으로 인하여 묵호항에서 회귀하였다. 그래서 이번 산행이 도봉산으로 정해 졌으니 이것이 오늘이라는 또 다른 숙명이다

 

서울로 되돌아온 덕분에 토요일의 이상용 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어김없이 용우, 해황, 윤환친구와 해황이가 개발했다는 집 근처의 당구장에서 실력을 점검한 후, 동네에 왔다고 해황이가 사준 갈매기살과 삼겹살로 든든히 포식하였다. 새벽1시까지 고교시절 아련한 추억의 회포를 풀고 택시로 용인의 집으로 갔으니 당연히 잠이 부족했으므로 오늘 아침 도봉산까지의 먼 길에 40분이나 지각하였다. 몸도 무겁지만 우선 기다리는 산우들에게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시산회 늦둥이 산우인 영훈이가 새벽 몸살로 불참소식을 전하였다 하니 은근히 걱정된다.

 

새벽에는 조금 쌀쌀하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18도의 청명한 가을하늘이다. 단풍의 끝자락이라서 산행의 분주한 발걸음이 전쟁이라도 난 듯 부산하여 인산인해의 물결이 일고, 사람들은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움직이는 인간단풍이 되어 우리는 축제의 오페라 무대에 서있는 느낌이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피하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정남 산우의 제안으로 탐방지원센터에서 광륜사를 지나 우측 길로 올라 청룡사지를 거쳐 다락능선으로 오르면 혼잡도 피하고 조망 또한 좋다하니 배낭끈을 당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도봉산을 수도 없이 다닌 정남 산우의 선도로 시끌벅적한 소음도 멀어지고 산우들과의 작은 소리도 정겹게 들리니 잘 선택한 코스임이 분명하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도봉서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道峰洞門'이란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서 있다. 이 글은 조선의 대표 골통 소중화주의자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한다.

 

광륜사와 북한산국립공원 도봉분소 사이길을 들어서 다락원 방향으로 향한다. 이 오름길은 물개바위에서 다락능선과 합류하고 다락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왼편을 바라보면 은석봉이 보인다.

 

20여 분 걸어 갓길로 접어드니 냉골 물레방아 약수터가 반갑다. 약수터 옆의 물길에 참나무인 듯한 나뭇가지에 물레방아를 여인의 허리처럼 매달았고 물을 받아 물레방아가 담담하게 돌아가고 있다. 너무도 속산의 분위기에 걸맞아 자연을 아는 사람의 작품인 듯하여 탄성이 절로 인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오히려 포근하고 따뜻한 냉골이라는 정남 산우의 말이다. 아마도 도봉산 어느 어미의 품안이 여기 냉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바위를 부지런히 타고 오른 후에 땀을 닦은 뒤 앞에 보이는 도봉산을 바라본다. 가운데가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이고 그 왼쪽으로 만장봉과 선인봉이 보인다. 자운봉 오른편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포대능선의 최고봉인 포대인데 오늘은 그대들 곁까지는 허락되지 않으니 손짓으로 만남을 대신하였다.

 

비탈길의 단풍에 탄성이 나온다. 옆길에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의 촬영 포즈에 “단풍보다 더 아름답네~!”하는 조문형 총장의 말에 모두가 웃는다. 늘 변함없이 치열한 열정으로 시산회에 헌신하는 조 총장에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즘 부동산 경기도 밑바닥이니 얼마나 고뇌와 생활의 부담이 많을 것인데도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리고 젊은 몸의 유지와 사용을 제대로 하는 조 총장의 노력과 해학을 존경한다.

 

알록달록 잘 어우러진 단풍 속의 산자락을 40여분 오르다 널찍한 바위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용복 산우의 모싯잎 떡. 원우 산우의 잘 익은 호박고구마와 말린 감을 배급받아 먹으니 가을을 다 먹은 듯 뱃속이 상큼하고 피곤이 말끔해진 휴식이었다.

 

바윗길을 올라 내리막길로 접어드는데 “원우~!! 이게 얼마만인가? 허허 자네도 많이 변했구먼, 사는 곳은 어디인가?” 하며 어느 부부가 같이 알아본다. 옛 직장의 선배인 듯하다. 그래 잠깐의 세월 같은데 시간의 숫자는 산처럼 크고 우리의 얼굴도 모양도 몸통도 변하였으니 우리 산우들 모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가고 새로운 종착역으로 가는 도중이 아니겠는가!

 

다락능선으로 가는 중간의 청룡사지에 다다르니 12:20분이 되었고 허기의 신호와 함께 슬슬 고파오는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여 널찍한 자리에 가져온 먹거리를 내놓고 삼환 산우의 산나물 장아찌와 더덕주, 외로운 윤환의 도토리묵, 정남 산우의 어김없는 생굴과 두부, 한과 다른 산우들의 떡과 김밥 그리고 과일을 차린다. 갑자기 “어!! 우리 친구들 눈썹이 다 빠졌네~"라 소리치는 진오의 말에 너도 나도 산우들의 눈썹을 보며 우리의 이곳저곳 털들도 세월의 아픔을 겪은 탓인지 적어지고 없어지고 있다니 참 덧없는 세월이다. 길거리표 보리건빵은 진짜 사나이의 전투식량이었던 군 생활을 회상하게 해주었다. 특히 초기 시산회 산행 때는 윤환의 마나님이 정성을 다해 꼭 낙지를 삶아 싸주어서 맛나게 먹었다는 산우들의 얘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윤환이 묵을 꺼내서 칼로 썰면서“앞으로 도토리묵은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에 가슴이 아프게 저려온다. 에효! 날도 추워오는데 동지섣달 긴긴밤을 어쩌려는가.

 

오늘의 동반시는 일홍 이행숙 시인의 ‘노을 꽃’이다. 잠깐 이행숙 시인이 누구던가? 우리 시산회의 든든한 버팀목인 조문형 총장의 부인이란다. 일찍이 문단에 등단하여 왕성한 시작활동과 유치원 원장으로 교육에 전념하는 우리 조문형 총장의 안사람이 시인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이런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지하철 2호선 지하철역 여러 곳에 그녀의 자작시가 붙어 있다하니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겠다.

 

모처럼 시간을 만들어 울릉도 산행에 부부동반하게 되어 조 총장이 부탁하여 성인봉에서 어부인의 자작시 낭송을 이벤트로 준비했었는데 그게 불발이 되었으나 이번에 알려진 것이다.우리 산우들 모두 시인 남편의 친구가 되었구나! 내가 낭송하고 용복 산우가 이행숙 시인의 프로필을 후렴으로 소개한다.

 

노을 꼿 / 일홍 이행숙

 

사랑을 몰라라

정녕 그대의 의미를 몰라라

황갈색 낙엽처럼

그렇게 또 한 세월이 가고

그대 한숨의 의미를 몰라라

 

장미 빛 향기로

사선을 내달리던 사랑아

온통 불두덩이로

눈길조차 마주치기 힘들던 사랑아

 

사뭇 여위어 가는 손길 보듬어

서녘 들판으로 사라져 가는 뒷모습

하늘 언저리

내 눈길 머무는 의미를 몰라라

 

인생이라는 수레바퀴에 빼 놓을 수 없는 그 사랑의 의미를 표현한 시인의 잔잔함과 온온함이 부드러우면서도 애절하고 조금은 아프면서도 깊이 숙성된 시인의 단아한 마음이 느껴진다.

 

평소 법정 스님의 좋은 말이라 가끔씩 꺼내 보는 글을 여기에 인용한다.

【모든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온다. 모든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에서 온다. 혼자 있을 때는 자기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여럿이 있을 때는 자기 입의 망을 살펴라. 분노와 미움을 가지고는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움과 살인을 한 것과 같다. 진정한 승리자는 자기 자신의 분노와, 미움을 이겨낸 사람이다. 자신을 예쁘게 만드는 사람은 세월이 가면 추해지지만 남을 예쁘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빛나게 된다. 그것은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 놓아 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베풂이자 사랑이다. 두려워할 일이 없는데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꽃 중에 꽃은 웃음꽃이고 미소의 에너지는 사랑의 물로 샤워를 할 것이다. 입속에는 말을 적게 마음속엔 일을 적게 위장에는 밥을 적게 밤에는 잠을 적게 이 네 가지만 적게 해도 그대는 곧 깨달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행 그리고 고통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도 나에게 달렸다. 번뇌와 죄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는 것 하나뿐이다. 부모 된 사람의 가장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 된 사람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수행이란 안으론 가난을 배우고 밖으론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거나하게 취한 산우들이 많으니 도토리가 많다는 만월암 위까지의 계획은 뒤로 물러나고, 더 이상의 오름은 부담되어 황톳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을 선택하여 하산한다. 휴식으로 인한 땀이 주는 체온의 냉기가 서늘하고 찌릿하다. 지나가는 중년 아저씨의 라디오 소리가 어색한 불협화음처럼 불편하게 들린다. 종소리와 지팡이 소리도 그 파장이 달라 자연 속에 사는 짐승, 새와 모든 생물들에게 칼 같은 스트레스를 준다하는데 삼가야 할 일이다. 거문도에 들쥐들의 횡포가 심하여 집 고양이를 천적으로 풀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들쥐가 사라진 후 고양이가 야생화되어 오히려 그 고양이들의 피해가 더 심하게 되었다는 것도 자연적 기능에 역행하는 무리수의 엇박자가 주는 후유증이고, 양떼들의 무리에 당나귀가 군데군데 섞여있는데 그 당나귀가 무서운 들개의 천적이라 양떼의 파수꾼이 되는 것은 생태계의 순환기능을 활용하는 지혜라고 전작 회장이 알려준다.

 

은석암을 지나 한참 내려오니 4년 전에 처녀가 목을 매달아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한 소나무를 정남 산우가 가르쳐 주고 그 앞 바위가 처녀자살바위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인생이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피눈물로도 버틸 수가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인간만의 자살은 의문이고 통곡의 몸짓이며 아픈 시이다.

 

누군가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고 비유했다. 적당하게 움직여야 균형이 잡히고 그 힘으로 넘어지지 않고 굴러간다. 삶의 간단한 비결은 움직여야 산다는 것이니 멈춤은 어두운 죽음일 뿐이라 생각한다. 나는 철부지일 때는 용암 같은 뜨거운 불덩이로 갓길로 주행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죽어야 산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몸을 망치기고 했다. 겸손을 잊어버리고 건방을 떨기도 했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다. 많은 걸 얻어도 보았지만 인연이 없었던지 지금은 빈손이다. 하지만 내가 빈손이니 그 빈손에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채우려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인생은 멀리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저 단순한 코미디일 수 있다. 시산회의 막내가 되어 올곧은 우리 산우들과의 만남이 새로운 즐거움이고 평소 몰랐던 시를 접하게 되어 우리 산우들에게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이 기회에 전하고 싶다.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 다시 내려온 산우들은 정남 산우가 큰딸의 결혼식에 대한 답례로 한턱내겠다며 ‘굴사냥 쌍문점’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자리 잡는다. 금년에는 유난히 풍년이라는 완도 통굴을 삶는 사이 생굴과 무침 그리고 노란 배추속으로 쌈을 하니 입맛이 얼얼하고 주섬주섬 분주한 젓가락질과 맥주,소주,막걸리가 섞여지며 술잔이 오고간다.

 

오랜만에 통굴찜, 생굴, 낙지탕, 칼국수, 굴떡국으로 포만감을 만끽한 만찬의 시간이었다. 울릉도와 독도의 재도전은 내년으로 넘기고 일단 보류하기로 하였다. 11월 2일은 임삼환 산우의 딸이 결혼하니 모두 참석하여야 하고 11월 9일은 재경 총동창회 산행이어서 금년에 남은 4차례의 산행은 집행부가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공식적인 행사는 전작 회장의 코멘트로 마무리하였다. 정남 산우 덕분에 잘 먹고 잘 마시고 행복한 시간되었으니 감사드리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소리 지르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면 화가 나지 않는거냐?

눈물 흘리지 않으면 슬픈 게 아니냐?

웃고 농담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거냐?

꼬리를 흔드는 개가 기분 좋다고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런거냐?

 

나에게 물어 본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거냐?

이제는 욕심을 줄이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냐?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며 살고 있어?

 

시산회 산우들에게 고맙다. 나는 시산회 산우들이 좋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산우들이 되도록 하세!

 

2013. 10. 30. 정한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11월 10일(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11월 9일(토)에 재경 총동문회에서 주관하는 가을 산행으로 내년 우리 동창회에서 회장직을 부득이 맡아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앞당기게 되었다. 개인적인 일로 나는 불참하니 산우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11월의 둘 째 산행은 장흥 천관산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다음으로 미룬다. 천관산은 오르지 못했지만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억새가 바위와 어울리고 남해의 다도해와 많은 섬들이 보이는, 낮지만 명산으로 불린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자. 내년은 우리가 회장직을 맡고 내후년에는 21회에 물려줄 생각이다.

 

4.동반시

동반시는 울릉도에서 읊으려고 가져갔지만 묵호항에서 풍랑으로 떠나자 못해 다시 올린다. 도봉산 동반시로 조문형 총장의 어부인 일홍 이행숙 시인의 시 ‘노을 꽃’을 정한 산우가 읊었으니 아래의 시를 다시 가져간다. 시인을 안고 사는 조 총장은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세 명의 시인이 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년 25회의 산행 중 10회는 우리들의 자작시로 산행을 장식하자. 나도 부지런히 시를 쓸 예정이다. 양채영 시인은 돌아가셨으나 그의 시집 ‘한림으로 가는 길’에 수록된 시다. 가을에 읊기 좋은 시이므로 그날의 기자 정해황 산우가 조용히 호수를 생각하며 읊으면 좋겠다.

 

가을 호수(湖水)/양채영

 

가을 해거름

호수를 바라보는 일은

눈부셔서 더욱 좋다

어둠에 숨었던 빛이란 빛은

모두 이 湖水에 몰려와

깔깔거리는 웃음이거나

곱게 가라앉았던

저 一生의 영광들이

모두 이 湖水 위로 솟아 올라

餘恨없이 반짝이는 걸까

햇빛도 아니고 물빛도 아닌

그 한가운데서 더욱 불붙는 게

남은 것과 사라진 것들의

靈魂이란 말인가

서러운 듯 잔잔히 출렁이며

물과 하늘이 만나는 곳에

가장 빛나는 날개를 달고

湖水 가득히 날아오르는 새

갈대는 바람에 스러지며 불탄다

 

2013. 11. 5.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