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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분당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23회 산행)

분당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23회 산행)

산 : 영장산(413.5 미터)

코스 : 김종화 산우 선도

소요시간 : 2시간 반

일시 : 2013. 11. 24(일) 10시

만나는 곳 : 분당선 이매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겨울나무 2/김필규

 

매마른 산등성이 빈혈로 서서

 

야윈 가슴 온통 들어내고 서서

 

칼날 흔드는 울음소리로 서서

 

떨군 눈물 서럽게 밟고 서서

 

나이테 하나 준비하는가 그대

 

누구에게 보여 줄 세월의 기록인가

 

 

내 알고 있거니

 

지난 계절 푸른 꿈으로 치장했다가

 

햇살 엷어지던 날

 

붉은 함성으로 서럽게 울던

 

저 불꽃의 추억을

 

 

지금 밟고 선 그 혈흔이야

 

그날의 서럽던 축제로 흘린 눈물

 

이별이야 늘상 있는 법

 

때론 그 이별이

 

새로운 만남의 약속도 되려니

 

또다시 눈물을 준비하는가 그대

 

-김필규 시집 <달빛 푸른 골짜기> 중에서

 

-시평

당신이 유독 가을을 탄다면, 그것은 당신의 미음 탓이 아니다. 햇빛 때문이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이 줄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멜라토닌은 천연 수면제다. 그래서 해가 짧아지면 몸의 에너지는 떨어지고 기분도 가라앉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이처럼 계절이나 몸 상태에 따라 쉽게 움직인다.

 

노년의 박완서 “겨울나무가 더 아름답다”

“겨울나무가 봄이나 여름 가을 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걸 안 것은 나이든 후였다. 어떤 나무든지 잎이나 꽃을 완전히 떨군 후에 오히려 더 조화롭고 힘차 보이는 게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 없었다. 벌거벗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늠름하고, 자체로서 더 보탤 것도 덜 것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롭다”

 

지난 주에 동해안을 다녀온 큰딸 내외의 얘기에 의하면 설악산의 중턱 이상은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집 옆 중랑천변의 단풍은 지지 않고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니 가을이 가버리는 아쉬움 중 다행이다. 첫눈이 내렸지만 집 뒤의 고로쇠단풍나무도 노란잎으로 가을을 버티고 있다. 텅 빈 너른 집에서 혼자 밥 먹고 지내는 마님이 안스러워지는 겨울에 그미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길고 추운 겨울이 외롭지 않을까하고 돌아온 탕아처럼 뒤늦은 후회와 함께 작은 고민을 해본다. 신당동 팥죽 한 그릇에도 이렇게 고마와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마님이 새삼 고맙다.

<도봉별곡>

 

-時論

요즘 돌아가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보면 ‘너 죽고 나 죽자’에 다름 아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답이 보이는데 그들의 눈에는 왜 보이지 않을까? 박 대통령과 여야 간의 다툼은 더러운 흙밭에서 뒹굴며 싸우는 것보다 더 더러운 행태들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다. SNS를 통한 욕지거리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글로 쓰기도 민망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쌍욕은 극에 달했다. 양 집단의 극에 달한 욕은 좌빨이나 보수꼴통은 차라리 애교 있는 농담에 가깝다. 그들을 보면 결코 만나지 못할 끝을 모르고 달리는 철도 레일과 같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16명의 총리를 갈아치운 일본 정치의 몰락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는데, 오히려 각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한국의 정치는 일본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듯이 경제의 성공 여부가 정치에 달려있다는 건 상식이다. 불교모임에서 매주 보는 80살 노인네가 지금도 토요일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며 서울 역사박물관 문화강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서 가져온 자료들을 내게 건네준다. 그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탓이 크다고 역설했다. 국가시스템을 개혁해야 했지만 이를 주도할 정치적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에 실린 한 경제단체장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일자리 창출 방안을 놓고 얘기하던 중 그는 갑자기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처방이라면 아무리 좋은 해법도 쓸모없다”고 말했다. 경제살리기에 꼭 필요한 법안 10개만 통과시켜 달라고 정당 대표를 만났지만 아무 성과도 못 얻었다면서.

며칠 전 KBS에서 교수들이 나와서 노인복지, 정부부채,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경제발전, 수출증가, 소득불균형해소, 지역갈등 등 산적해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와 해결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분석한 것들을 잘 살펴봐도 답이 거기에 있는데 정치인들은 심각한 척하는 표정으로 듣고 있지만 실제로는 귀를 기울여 듣고 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얘기는 측근에 있었던 사람의 말을 전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한때 정가에 조금 몸을 담갔던 그는 ‘박근혜는 이명박과 같이 선거용 얼굴마담에 불과하다’고 한다.

 

“바보들아, 해결책은 승자독식이 아닌 나눠먹기식의 연립정권이야.”독일, 스웨덴처럼 문제점을 잘 해결해가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연립정권을 통해 양쪽의 갈등을 풀어가는 것이다. 이명박을 제외한 기존의 대통령들은 정면돌파도 하고 양보도 하고 나눠먹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의 역량으로는 그런 것들을 풀어갈 수 없다, 아는 게 없고 선거용 얼굴마담이니까. 소위 숨은 실권자들의 모임인 7인회가 얼마 전에 매스컴에 등장했고 비서실장의‘기춘대원군’이라는 명칭은 쉽게 오르내린다. 야당에게도 장관자리를 나눠주고 함께 가면 쉬울 것을 욕심을 내서 독식하려드니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갈등을 부추겨야 할 야당의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그날 나온 교수들의 고언을 잘 새겨들으면 해결책이 보이는데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다보니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점점 더 어지러워질 정국은 어디로 갈지 모르고 중간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중산층 이하의 국민만 피곤할 수밖에 없다. 22년 전의 일본이 오늘의 우리와 똑같았다고 한다. 우리는 경제활동에서 물러났지만 앞길이 많이 남은 자식들이 걱정스러워서, 추워오는 겨울처럼 답답해서 해보는 얘기다.

<도봉별곡>

 

 

2.산행기

삼성산 산행기(시산회 제222회 산행) 2013. 11. 10(일)/정해황

참석 : 김용우, 김종화, 나양주, 남기인, 신원우, 이경식, 이재웅, 정해황, 정한, 조문형, 한양기 (이상 11인의 산우들)

동반시 : 가을 호수/양채영

뒤풀이 : 양기 친구 동네 홍어집

 

장모님의 건강 때문 아내가 광주를 가서 이번 산행의 먹거리는 출퇴근길에 매번 마주쳐 진즉부터 한번 맛을 보고 싶었던 노량진 학원가 주변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포장마차의 컵밥을 직접 사서 가져가기로 했다.

 

컵밥을 사가지고 서울대 정문 앞에 도착하니 원우 친구와 용우 친구가 도착해 있어 반갑게 수인사를 했고 뒤이어 여러 친구들이 도착했다. 내가 그간 산행에 많이 불참해서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무척 반가웠다.

 

서울대 앞에 있다 보니 20여 년 전 어떤 분이 “자신은 자신의 애들을 데리고 자주 이 학교에 와 교정을 거닐면서 이 학교는 장차 너희들이 다닐 학교라고 은근히 주입시킨 덕인지 두 자녀 모두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본인도 혹시나 해서 서울대 인근인 신림동에서 살 때 부성애를 발휘하여 주말에 애들을 데리고 가끔 이 학교에 가곤 했는데, 남 따라 한다 해서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얼마 후 광주고 총동창회 산악회 회장인 19회 조성갑 선배님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오늘 산행회비는 안 받는다 하시면서 막걸리와 등산양말을 받아가라 하신다. 내년엔 저 자리에서 우리의 동기인 김정남 산우가 의젓하게 한마디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나도 으쓱해진다.

 

말씀이 끝나자 곧 산행이 시작되었다.

 

삼성산이란 명칭은 이 산에서 677년 원효, 의상, 윤필(삼성)이 각기 조그만 암자(三幕寺)를 짓고 수도를 하였다는데서 유래 하였다 한다.

 

삼성산은 관악구, 금천구, 안양시에 걸친 해발 481m의 높지 않은 산으로 관악산과 같은 줄기를 이루고 있는 바 도림천(이곳에서 영등포구 도림동을 지나 안양천으로 흡수됨)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삼성산, 동쪽은 관악산이다.

 

도림천변의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하는 아름다운 단풍길 터널을 따라 7-8분 걷다보면 물레방아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는 길이 삼성산 초입이다.

 

나무에 단풍이 들면 우리의 감성도 가을을 닮아 간다는데 “가을아 오래 머물러라 네가 오래 머물러야 내 인생도 오래 머문단다.”

 

올해는 그런대로 단풍구경을 했다.

 

지난 주말엔 2박3일에 걸쳐 전북 임실과 정읍에 걸쳐 있는 옥정호 주변과 내장사 그리고 선운사 단풍을 감상했다. 단풍하면 내장사 단풍이 연상 되는데 내장사 단풍여행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붐비고 교통체증만 많아 결코 선운사 단풍여행보다 나은 게 없는 것 같다.

 

나이 먹은 사람은 시간만 허용되면 되도록 평일을 이용하여 여행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도 위하고 비용도 적게 들고 대접도 확실하게 받는다.

 

단풍든 아름다운 산을 감상하면서 20여 분을 오르니 서울대 전경과 연주대가 잘 보이는 ‘우수한 바위’라는 푯말이 붙은 곳이 나와 이곳에서 한 컷 하고 요즘 건강식으로 인기가 있는 양기 친구가 가져온 호박고구마를 한입 하니 입안에 고구마 향이 가득하고 씹는 식감이 좋다.

 

고구마 향을 느끼며 서울대 쪽을 보니 요즘의 몇 년 사이 너무 많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인지 툭 트인 주변과 비교할 때 답답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데, 여백의 미가 필요 한 것 같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한 갈래라 험산으로 알기 쉬운데 이 산은 바위가 별로 없는 청계산 못지않은 肉山이다. 낙엽이 떨어진 흙 산길은 푹신해 무릎에 부담이 없어 우리나이의 친구들에게 좋은 것 같다. 다른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청계산보다 낫다고 한마디씩 한다.

 

흙이 많은 산을 육산이라 하는 이유는 산의 돌은 사람 뼈에 비유하고, 흙은 사람 살에 비유하기 때문 이란다

 

그렇게 또 20여 분을 친구들과 세상사에 대해 환담도 하고 경치도 구경하며 걷다보니 큰 바위가 나타나 바위를 배경으로 전 산우들 한 컷 하고 바위 위에 올라가니 미림여고를 비롯하여 난곡 쪽이 내려다 보였다.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도 보인다.

 

또 얼마를 걸으니 제2야영장이란 푯말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산중임에도 불구하고 관악구 사회복지관에서 설치한 운동기구들이 있다. 우리국민 모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건강관리를 잘해 노인이 너무 많은 나라가 되었다. 나라가 부강해져서인지 요즈음 몇 년 사이에 복지문제가 사회 잇슈가 되었는데 나이든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출산율은 최하위국이 되었으니 걱정이다.

 

좀 더 올라가 능선위에 다다르니 안양 쪽에서 체육행사를 하기 위해 올라온 많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이 보였고 서울대 관악수목원 안내판도 보인다.

 

점심때가 되었다. 널찍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항상 하던 데로 오늘의 기자인 내가 산행시 ‘가을 호수’를 낭송했다. 가을 호수를 아름다운말로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내놓으니 풍성하다. 고구마가 제철이고 건강식품이라 소문이 나서인지 오늘은 고구마를 가져온 친구가 많다. 날로도 가져오고 쪄서도 가져오고 양주 친구는 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고구마라면서 내어 놓는다.

 

루틴성분이 있어 고혈압과 당뇨에 좋다는 오디술을 가져온 친구도 있어 오디술을 막걸리에 섞으니 막걸리가 진분홍색을 띠게 되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기인 친구는 이번에도 족발을 가져왔다. 누군가가 또 족발을 내어 놓으니 한마디 한다. “내가 산행에 참석할 땐 항상 족발을 가져 올 테니 다른 친구들은 족발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내가 가져온 노량진 컵밥은 별로 인기가 없다. 산에 가져 갈 것이라고 했더니 포장마차 아줌마 김치는 적게 넣겠다고 해 그렇게 하라 했더니 싱거워서인지 맛이 안 난다. 남은 컵밥에 김치국물을 부으니 이제야 제맛을 낸다. 역시 맛의 기본은 적당한 간이다.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고 해 우산을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서둘러 최단코스를 선택해 철수하자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가랑비를 맞으며 10여 분을 걷다보니 남방불교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의 불상을 모시고 있는 불영암이 나타나고 20여 분을 더 내려오니 경인교대 옆을 거쳐 시흥동으로 통하게 하는 호암2터널이 보이고 양기친구가 산다는 벽산아파트도 보인다.

 

이 동네에 사는 양기 친구가 자주 가는 홍어집이 있다면서 뒤풀이는 그리로 가잔다. 조그만 가게라 우리가 들어가니 꽉 찬다. 이것저것 달라하고 소량으로 주문해도 주인아줌마가 별다른 불평 없이 웃어주는 낯꽃이 좋다. 자기 집은 아르헨티나산이 아닌 칠레산 홍어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홍어는 흑산도산, 백령도 등 서해안산, 그리고 칠레산,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산 순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다하며 홍어와 가오리의 구분은 맛으로도 구별되지만 외형상으로 홍어는 코가 길쭉하게 나와 있지만 가오리는 그냥 코가 뾰족한 정도라 한다.

 

인생사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뒤풀이가 끝날 무렵 다음 산행지는 분당의 영장산이라는 총장님의 말씀도 있었고 기인 친구가 카드를 꺼내 오늘의 뒤풀이 비용을 계산한다. 친구들이 왜 자네가 계산 하냐니까 자신이 오랜만에 나와서 라나, 나도 오랜만에 나왔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대가 높아서인지 베란다에서 전방을 보니 오늘 다녀온 삼성산도 보이고 관악산 정상에 있는 연주대 철탑도 보인다. 예전엔 삼성산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 산이었는데 오늘 내가 다녀왔다 생각하니 늘 보던 산과 다른 느낌을 준다. 나이가 들다보니 나와 연을 맺은 사소한 것도 이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2013. 11. 18. 정해황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요일을 바꿔 분당 영장산에 오르기로 했으며 코스는 김종화 산우가 선도할 것이다. 동네이니 기세환 산우도 올 것이고, 413미터의 높이로 포근한 육산이라니 모두 모여 추워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는 지혜도 나누고 한잔의 막걸리를 마시며 고래사냥도 부르고, 어쨌든 반갑게 보자. 박형채 산우에게 서재에 걸어놓을 명칭의 휘호를 부탁한 적이 있는데 잊지 않고 써놨다니 고마운 일이다. 서각은 최근호 산우가 해주기로 약속했으니 완성되는 날에는 막걸리라도 한잔 사야겠다. 그 핑계로 한잔 마시자는 거다. 당연히 번개팅이다. 재동 헌법재판소 옆 허름한 식당의 해물찜이 일품이더라.

 

 

4.동반시

요즘은 시상이 잠시 쉬는지 시가 써지지 않는다. 중국의 시성 두보처럼 불행하고 슬퍼야 시가 잘 써진다는 시인이 있다. 무소유로 사는 그는 지리산행복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슬픔이 사라져 시가 써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라니 참, 걱정도 팔자다. 나는 비우고 내려놓는다고 해서인지 요즘의 나도 그렇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지만 은근히 걱정된다. 동반시는 써놓았다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큰딸의 결혼식에 바치는 시가 되었지만 애비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식장에 선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보면 나도 약간의 주책성 용기가 있으니 그것도 본래의 성격이라 나도 어쩌지 못하나 그나마 요즘은 조금은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김용우 시인도 요즘은 창작시를 올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서 이번 산행에는 만나서 시 얘기를 해보고 싶다.

 

바람꽃/김정남-결혼하는 큰딸에게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바람이 꽃을 찾아와

꽃잎이 바람의 꽃이 되었다

 

짙푸른 새벽안개 뚫고 다가온

둥근 바람이

수줍게 다가와

꽃잎을 안고 떠났다

 

이제 꽃잎은 바람을 떠날 수 없고

바람은 꽃에서 꽃잎으로 자유를 준

책임으로 웃음을 줘야한다

 

나와 아내처럼

자유와 책임처럼

바람과 꽃은 그렇게

하나 되어 바람꽃이 되었다

 

바람과 꽃잎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바람과 꽃이

망설이다 다가서며

유혹하며 흔들리며

 

또 하나의 바람꽃이 되어

내 앞 뜰을 떠난다

새 희망이란 이름으로

 

2013. 11. 21. 신새벽에 집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