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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불암산과 불암사(詩山會 제224회 산행)

불암산과 불암사(詩山會 제224회 산행)

산 : 불암산(510 미터)

코스 : 상계역-재현고-고개사거리-정상-불암사(하산 코스는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오름 1시간30분 내려옴 1시간 10분

일시 : 2013년 12월 8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아이젠은 겨울 산행의 필수품

연락 : 조문형(011-259-291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時論

 

겨울 자연(自然)/이근배

 

나의 자정(子正)에도 너는
깨어서 운다
산은 이제 들처럼 낮아지고
들은 끝없는 눈발 속을 헤맨다.
나의 풀과 나무는 어디 갔느냐.
해체(解體)되지 않는 영원
떠다니는 꿈은 어디에 살아서
나의 자정을 부르느냐.
따순 피가 돌던 사랑 하나가
광막(廣漠)한 자연이 되기까지는
자연이 되어 나를 부르기까지는
너는 무광(無光)의 죽음,
구름이거나 그 이전의 쓸쓸한 유폐(幽閉).
허나 세상을 깨우고 있는
꿈속에서도 들리는 저 소리는
산이 산이 아닌, 들이 들이 아닌
모두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 같은 울음이 달려드는 것이다.

 

-詩評

시를 선정할 때 한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어 일단 마음에 담아두면 다른 곳에서 아무리 골라도 눈에 차지 않아 결국 그 시를 선택하게 된다. 마침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니 계절과 시산회에 맞는 시다. '산은 들처럼 낮아지고'라는 구절에 마음이 가서 선택한다. 바람이 부는 날에 도봉산에 올라 선인봉 아래 석굴암에 들렀더니 키 크고 잎이 큰 떡갈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니 내 마음도 흔들린다. 마침 감회가 일어나 시 한 수 적고 내려왔다. 다듬고 갈아 언젠가는 동반할 것이다. 이인 원장이 가르치는 불교 모임인 선유림회(禪唯林會)에 시인이 있어 내 시를 보여줬더니 기가 세고 비유와 상징, 함축이 심해 일반인들이 알아보기가 힘들 것 같다고 평하기에 쉽게 쓰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더니 있는 그대로 쓰라고 한다. 먼 세월이 지나서 판단하고 바꿔도 늦지 않는다고 하니 시산회원들이 참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요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이 늘고 있다. 정신 질환은 영혼과 관련이 있다. 이 병은 현재의식과 잠재의식 사이에 있는 영혼이 빠져나가 버릴 때 일어난다. 현실 세계에서 아주 고통스럽거나 슬픈 일을 겪으면, 영혼이 육체에 머물지 못하고 나가 버린다.

우울증은 영혼의 온도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혼의 온도가 식어버리면 몸도 마음도 식어 매사 더 슬프고 더 우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곧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 위로의 손, 격려의 손. 그 손으로 몸을 녹이면 잠재의식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영혼의 온도도 올라갑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옛부터 문인들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많이 앓는다고 하니 시라는 것도 영혼의 깊은 아픔에서 나오기도 하는가 보다. 의학과 의술이 발달한 현대에서는 거의 모든 정신병은 고치기 쉬운 질환 수준이라니, 에이즈도 만성질환에 가깝다고 할 정도고, 췌장암 등을 제외한 암도 미리 알고 잘 다스리면 만성질환에 다름없다고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자신이 물려받은 농토의 대부분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었지만 정작 농노해방운동에는 불안증이 발동하여 발을 빼는 겁 많은 행동을 했다거나, 후세인들이 소설이 측면에서는 한 수 더 높게 인정해주는 토스토예프스키는 뇌전증(간질)을 앓았다고 하니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불후의 명작 같은 것들은 기대하기 힘든 것인가. 나처럼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시 쓰고 글이나 끄적거리는 사람에게는 절실한 소명의식이 없어 명작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근심과 버리고 비워버린 걱정을 만들어서 일부러 정신질환을 앓을 수도 없고.

<도봉별곡>

 

-時論

광화문 사거리 근처 경희궁의 옆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토요일 3~5시에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가 있다. 그곳에서 중앙일보 칼럼에도 자주 나오는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공공철학과 시대정신-미래발전을 위한 요건-강좌에서 느낀 점을 간추려 얘기하고 싶다. '한국의 이념충돌은 끝이 없다. 정치권은 과거 문제를 두고 격돌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도 좌우로 갈라져 다투고 있다. 미래에 대한 담론은 실종됐다. 그런데 이념충돌의 비용을 치루는 것은 바로 시민들 자신이며, 발목 잡힌 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것은 후세대다. 우리가 이념과 지역, 신구세대 등 집단 간 갈등상태에 내몰려 사회질서가 위태롭다고 인식할 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최초의 협약가치, 협약코드가 있는가? 권리 패러다임과 평등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사회정의 개념은 존재하는가?' 그에 대하여 그는 시민민주주의라는 공공철학의 양성과 함양을 주장한다. 그에 대한 실천으로 시민민주주의는 계급, 학력, 성별, 연령, 세대, 이념의 차이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시민단체와 시민활동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시민단체는 공공의식을 배양하는 사회적 사관학교다. 이것을 시민권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요즘의 큰 이슈인 복지담론에서 빠진 것이 책임의식인데 중산층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성인들이 복지를 권리로 의식하고 있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후세대의 가장 큰 불만이다. 복지=기업경쟁력강화=일자리지키기라는 등식을 믿고 노력해야 하는데 현정부에서는 과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한다. 진보정권은 소란했고 보수정권은 마이동풍이다. 그러므로 지겹도록 겪어온 이분법을 다분법으로, 진영논리의 끝없는 대결을 조화로 바꿀 공공철학이 절실한 시대'라고 끝을 낸다. 교수들은 이론가이지 '행동하는 양심'은아니다. 바보들아! 답은 합의체 민주주의야. 즉 승자독식의 원칙을 버린 연립정부가 답이다. 그런데 '우리가 남이가'라는 자가 청와대에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학과 법학을 포함한 교수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니 우이독경, 마이동풍의 시대다. 멀리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황소의 질풍노도시대다. 마음이 편하려면 나처럼 기대를 접고 기다려라.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살아보고 싶다던 시인이 있다, 불탑을 돌면서.

 

2.산행기

영장산 산행기(시산회 제223회)/최광일

산행일/ 집결장소: 2013. 11. 24(일) / 이매역 1번 출구 (10시)

참석자 : 15명 (갑무, 세환,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원우, 경식, 재웅, 전작, 정한, 문형, 영훈, 광일, 양기)

산행코스 : 이매역(1번)-매지봉-산불감시탑-솔밭쉼터-정상-<원점회귀>-이매역(4번출구)

동반시 : ‘바람꽃’ - 결혼하는 큰딸에게 / 김정남

뒤풀이 : 활어회 등 일식에 소주 및 맥주 / 일식 묵호 (기세환 산우 뒤풀이 찬조)

 

영혼이 영원히 사는 산,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하는 산, 영장산!

 

영장산은 ‘해발 413.5m로 성남시(분당구)와 광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매지봉, 맹산등으로 불리어 왔으나 1999년 성남시 지명위원회에서 조선시대 각종 고지도를 근거로 하여 ‘영장산(靈長山)’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의 높이가 413.5m로 설악산이나 북한산 보다는 높지 않은 산이지만 고개와 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중, 노년층의 산행으로는 적절한 듯 하고, 경치보다 체력관리 측면이라면 영장산도 가히 명산에 들 만한 산이라고 느껴진다.

 

만추를 지나 낙엽은 뒹굴고 비가 올 듯한 초겨울의 날씨에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길을 나섰지만 나이 탓인지, 닥치면 꼭 깜빡 잊는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지하철(분당선)을 탔는데 갑무 산우가 보인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다. 뭘 하고 있었는지 옆으로 가 노크를 하니 그때서야 깜짝 놀라며 반긴다. 내가 사정상 오늘 산행에 참석을 못할 뻔하였는데 다행히 참석을 하게 되었고, ‘납회 산행(12월말) 때의 기자인데, 그날 참석을 못할 것 같아서 조 총장과 협의 후 오늘 내가 산행기자 임무를 수행한다’는 등의 시산회 산행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매역에 도착했다.

 

집결장소인 이매역 1번 출구를 찾아가니 용우, 경식, 정한, 정남 등 여러 친구들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훈 산우가 도착, 오늘 함께 산행할 총 15명의 산우들이 모여 영장산 정상을 향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한다. 산행코스 안내는 성남에 사는 종화 산우가 예비답사를 하였다고 한다. 종화는 광주 갈현동(갈마치터널) 쪽으로 하산하여 ‘연리목’(사랑나무)도 구경하고 뒤풀이 음식으로 맛있는 팥죽이나 한방오리탕을 먹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산우들 대부분이 맛있는 회가 더욱 먹고 싶고 세환 산우가 힘을 실어준 덕분에 원점회귀로 결정한 것 같다.

 

산행 길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이 깊어서인지 만날수록 얘깃거리는 더욱 더 많아지나 보다. 조그만 봉우리(매지봉)의 간이휴게소에 운동기구들과 벤치가 보기 좋게 설치되어 있었다. 야탑역에서 올라오면 종지봉이 눈앞에 보이는데 그곳에도 솔밭 아래에 쉼터를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단풍나무의 낙엽이 쌓여 있는 넓은 산길을 오르내리며 그렇잖아도 쉬고 싶은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배낭을 벗고 먹을거리를 꺼낸다. 감, 귤 등 과일과 준비해 온 막걸리로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한다. 비교적 순탄한 산길을 뒤처진 낙오자도 없이 모두들 당당하고 신나게 잘 걷는다.

 

가는 길에 화재 감시를 위해 세워놓은 산불감시탑이 있어 기자라는 사명감으로 올라가 주변을 살피는데 안개인지, 미세한 먼지인지, 매우 탁하여 거의 전망을 볼 수 없었다. 간신히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어서 감시원에게 물어보니 할렐루야 교회란다. 잠깐 산불 감시원의 주변 설명을 청취하고 방명록에 기록을 남기고 내려와 보니 일행들의 모습이 안 보인다. 아! 이렇게 해서 낙오자가 생기는 구나. 저렇게 천천히 걷는 것 같아도 어릴 적의 이솝이야기 ‘토끼와 거북이’를 생각하면서 발길을 재촉하니 곧 일행을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영장산은 숲이 울창하여 등산로 대부분이 키 큰 나무의 그늘로 덮여 있어서 무더운 날씨엔 더위를 식혀 준다고 한다. 숲에는 키 큰 나무인 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주종인 것 같다. 참나무 군락도 많은 편이지만 참나무 에이즈라는 시들음병을 분당구에서 치료하느라 죽은 참나무를 벌목하여 쌓아놓은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정상을 약 800m 남겨놓고 부터는 오르막의 코스이다. 이곳에는 관리가 잘 된 리기다소나무 군락이 있었고, 솔밭 아래에 쉼터를 조성하여 놓았다. 쉼터에서 잠시 산우들과 휴식을 취하며 단감, 토마토, 고구마로 원기를 보충하였다.

 

마지막 가파른 코스를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영장산만의 생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사방으로 꽤 가파른 것 같다. 특히 북쪽과 동쪽으로 오르내리는 등산로는 목계단으로 설치된 것이 오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영장산은 숲이 울창하고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어 반딧불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단다. 매년 성남시와 성남환경연합 등 시민단체가 맹산 반딧불이자연학교와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정성껏 가지고 온 음식의 먹을 자리를 잡았다. 생굴, 도토리묵, 홍어무침, 오리훈제, 김치, 떡, 군고구마, 한과, 과일 등에 담양주조장의 재현 친구가 보내준 죽향이 배인 막걸리까지 함께 하니 특별 잔칫상에 다름없다. 먹기 전에 오늘은 기자역할을 하는 날이라 내가 시낭송을 해야만 했다. 김정남 산우가 자작한 시로 시집가는 큰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정이 넘치는 구구 절절한 사연으로 꾸민 걸작시 ‘바람꽃’을 낭송하니, 왠지 내게 더 감동이 다가온다. 큰딸의 결혼식에 인사말의 끝에 낭송하려 했는데 자기의 실력과 수준을 믿지 못하는 가족들의 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바람꽃-결혼하는 큰딸에게/김정남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바람이 꽃을 찾아와

꽃잎이 바람의 꽃이 되었다

 

짙푸른 새벽안개 뚫고 다가온

둥근 바람이

수줍게 다가와

꽃잎을 안고 떠났다

 

이제 꽃잎은 바람을 떠날 수 없고

바람은 꽃에서 꽃잎으로 자유를 준

책임으로 웃음을 줘야한다

 

나와 아내처럼

자유와 책임처럼

바람과 꽃은 그렇게

하나 되어 바람꽃이 되었다

 

바람과 꽃잎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바람과 꽃이

망설이다 다가서며

유혹하며 흔들리며

 

또 하나의 바람꽃이 되어

내 앞 뜰을 떠난다

새 희망이란 이름으로

 

맛나게 음식을 나눠 먹는 가운데 우리들의 따뜻한 정을 깊이 새기며 따뜻한 커피로 입을 즐겁게 한 후 하산한다. 이젠 기세환 산우의 정성이 듬뿍 담긴 분당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횟집으로 가자. 하지만, 모두들 배가 부른 상태라서 천천히 걸어 소화를 시키고 시간을 맞추자고 한다.

 

뒤풀이만 생각하고 한참을 내려오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보니 모 산객이 뽕짝을 신나게 틀어놓고서 산새들을 불러 모이를 주고 있다. 뽕짝 소리에도 다가오는 게 신기하거니와 야생의 산새들이 어찌 알고 사람의 손으로 올라와 먹이를 먹는지! 신기하기도 하여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니 영장산에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이 사람 곁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자기들의 적이 아니고 먹이를 주는 고마운 분들이란 걸 터득하고 손바닥에 날아와 앉아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이란다.

 

앞서가는 산우들부터 우리 일행의 대오가 정렬이 되고 모두가 잠시 쉼터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특별히 오늘은 지-스팟(G-spot)이 절대적인 화제이다. 모두들 이에 관한 한 유경험자들이라 일가견이 있어 나름대로 쌓아 둔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자기주장을 하는데 글쎄 어떤 것이 맞는지! 다시 시험해 봐야 알겠는데, 대략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용우 산우 주장은 8cm 깊이에 있다고 하고, 문형 총장님 주장은 손가락 매듭 2개 위치라 하는데, 갑론을박으로 정리가 안 되어 전작 회장님이 즉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의 사전적 의미로 해석을 하건데, 약 4~5cm 정도의 위치로 일단 궁금증을 정리하고 다음 모임에서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최종 정리코자 하오니 좋은 의견을 많이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사춘기의 소년들 같이 희희낙낙 즐겁기만 하다. 다음을 기대하면서 더욱더 기대되는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뒤풀이는 항상 즐겁다. 입이 즐겁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워주니 이 행복한 시간을 시산회 산우들이 아니면 누가 느낄 수 있겠는가! 뒤풀이 장소에 도착해보니 막횟집이 아니고 깔끔하고 화려한 정식일식집이다. 풀코스 정식요리가 나오고 즐겁게 마시며 떠들다보니 중간에 앉은 경식이와 양기의 목소리가 커진다. 파장의 신호다. 그들에게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과유불급의 교훈적 의미를 떠올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산행 후 시원한 소·맥에다 맛있는 회 안주로 즐겁게 뒤풀이를 쏜 기세환 산우의 사업 번창을 기원하나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일 텐데 능력 있으므로 살 만한 산우가 샀고 영장산에 오면 세환 산우가 베푸니 앞으로 자주 오자는 농담도 오고간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시산회의 참 맛을 음미해 본다. 얼마나 귀한 모임인가. 아무나 갈 수 없는 명문 광주고이며, 같은 시기에 동일한 복장으로 3년을 함께 공부했고, 객지의 타향에서는 부득이 괄시도 받았었던가. 산전수전을 다 겪고 환갑, 진갑을 지난 초로(初老)의 나이에 수도 서울에서 학창시절의 우의를 다시 다짐하는 이 자리가 감동을 주지 않는지! 우리 만남의 인연과 모임의 소중함을 서로 느끼고 모두가 상부상조하면서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행을 즐기며 삽시다.

 

우리 시산회원들은 각자는 조각난 그림처럼 일부이며 불확실한 존재이지만 함께 모이면 서로 짝을 맞춰가는 퍼즐게임처럼 부딪치다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이것이 우리 시산회다.

 

시산회 산우여! 감사합니다. 화이팅!!!

 

2013. 11. 28. 최광일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2009년 103회 산행 때 오른 코스로 다시 불암산을 오른다. 산이 높지 않고 흙산이라 여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 산이다. 2005년 12월 4일 제25회 산행 때 대불대총장 박기종의 부인 이 여사가 동참해서 넘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시산회의 나이가 벌써 10년을 채워간다. 10주년 기념일을 기억하여 조촐한 기념식이라도 하면 좋겠다. 내가 16년을 불암산 바로 밑에서 살았으나 방학동으로 옮긴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은행사거리에는 학원이 많아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이 좋아하는 곳이지만 딸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교통의 불편 등의 이유로 방학동으로 옮겼다. 큰딸은 떠났고 작은딸도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짝을 찾아 머지 않아 갈 것이다. 그러면 나는 자유인이다. 산으로 돌아다니면서 산에 관한 시를 쓰고 자유롭게 살아야겠다. 남편으로는 50점의 점수도 후하다는데 애비와 가장으로서는 90점이 넘는다니 아주 잘못 산 인생은 아닌기보다. 자유롭게 산에 오를 수 있는데 겨울이라도 산속의 추위가 두렵겠는가. 종화는 지리산을 권하는데 12월 8일은 산행일, 12월 11일은 총동창회 송년회니 내년을 맡아야 할 우리는 빠질 수 없다. 12월 15일까지는 산불예방 기간이라 지리산 대피소 연하천, 벽소령, 세석대피소 등 3곳이 문을 닫는다. 하여 지리산은 가지 못한다.

 

 

 

4.동반시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은 '성북동 비둘기'다. 나는 아래 김광섭의 시 '시인'을 즐겨 본다. 시인들의 배고픔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인들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게 살아간다. 어제 남 이사장이 경식이에게 글을 써보라 했지만 글은 들인 수고에 비해 나오는 과실은 너무 적다. 강화도에서 인삼장사를 하며 지내는 함민복 시인의 시에 시 한 편에 사만원이라는 모멸감을 묘사한 구절이 나오는데 그때가 십년 전이니 지금은 많이 올라도 십만원은 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니 출판기념회가 넘쳐난다. 기업인이 온강제로 후원자가 되어야 하니 그들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여러 권을 사주기도 하고 받아도 봤지만 내용은 참으로 빈약하다.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들은 적이 없다. 정치적으로 노는 인간들은 감사의 감정을 버려버리는지 손가락을 잘라버렸는지 그후 수 차례의 경우도 모두 같다. 결국은 휴지값도 받지 못하고 버리지만 시집은 남는다,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 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 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산/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 등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 개 들썽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봐

지구처럼 부도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데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은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이 양지 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神)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를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 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도 되고 명산이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2013. 12. 4.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