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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송년 산행 남산 둘레길(詩山會 제225회 산행)

송년 산행 남산 둘레길(詩山會 제225회 산행)

 

산 : 남산

 

산행코스 : 충무로역 - 남산한옥마을 - 국립극장 옆 둘레길 - 남산 서울타워(하산은 산우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함)

 

소요시간 : 2시간

 

일시 : 2013년 12월 28일(토) 2시

 

모이는 곳 : 전철 3,4호선 충무로역 3,4번 출구 한옥마을 앞

 

뒤풀이 : 종로 3가역 6,7번 출구 홍도참치(766-4242) 오후 4시

 

준비물 : 간식, 물

 

연락 : 조문형(010-5259-291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오래된 시장 골목/박명숙

 

누구는 호객하고 누구는 돈을 세는

양미간이 팽팽한 노점 앞을 지나는데

꽃집의 늙은 철쭉이 여벌옷처럼 펄럭인다

가끔씩 여벌처럼 세상에 내걸려서

붐비는 풍문에나 펄럭대는 내 삶도

마음이 지는 쪽으로 해가 지듯, 저물 것인가

퍼붓는 햇살까지 덤으로 얹어놓아도

재고로만 남아도는 오래된 간판들을

쓸쓸히 곁눈 거두며 지나는 정오 무렵

 

-詩評

나의 시평은 시인의 수상소감으로 가름한다. 어느 날 "왜 시를 쓰느냐"는 시인의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말로리의 말을 패러디했다. 시가 있기에 쓴다. 덧붙이면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켜서 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내게는 오래된 시장 골목처럼 따뜻하게 보인 시조다.

 

“난산 끝에 얻은 핏덩이 하나 안고 늦은 어스름 저녁, 20년 만에 친정을 찾은 기분입니다.”

올해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박명숙(58) 시인은 또 다른 감회에 젖은 듯했다. 대상 수상 소식은 20년 전인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낭보가 전해진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고 밝혔다.

“문학 활동을 지속하는 데 갈등이 컸어요. 작품을 쓸 때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스타일이거든요.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끝없이 흔들리며 중심을 잡아가듯 시를 쓰는 것도 그런 듯해요. 늘 멀미가 나죠. 시를 쓰지 않을 때가 가장 편한데,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고….”

시조는 그에게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 같다. “극단의 언어 절제와 유연한 형식적 가락을 바탕으로 하되, 시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는 정형 미학으로서의 시조를 쓰는 일은 정말 지난하고 힘든 사업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시조에 사로잡힌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하다.

“풀어지는 시상을 압축시키며 긴장하게 되는 쾌감이 있어요. 가치를 쳐내며 허사를 빼고, 몸집을 줄이면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정형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시상을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時論

요즘 세상은 양쪽으로 갈려 붙어서는 안 되는 철로 위를 제동장치가 없는 열차처럼 달린다. 점점 가속도가 붙어 보는 사람도 재미를 떠나 어디까지 갈 것인지, 불안과 함께 그래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이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극진한 말씀인 "있는 그대로 보아라"의 뜻을 풀면서 안타까운 심정도 생긴다. 쉽게 말하면 꼼수와 억지를 부리지 말라는 말씀이다. 진보진영에 대한 보수진영의 논리는 종북좌빨로 함축되고 보수진영에 대한 진보진영의 논리는 보수꼴통이니 이러다 나라가 쪼개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남한이 북한에 흡수되므로 절대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의 극한을 이룬다. 뭐가 아쉬워서 인구도 반밖에 안 되고 국력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북한에 나라를 통째로 넘기며,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해가자는 주장이 왜 종북일까? 더구나 인구도 많고 국력도 30배나 되는데 우리가 그쪽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은 반대보다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종북몰이는 편집증적이고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박정희처럼 빨갱이 컴플렛스가 강한 자일수록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북의존증'이 심해지고, 갈수록 '종북투여량'을 늘리려 하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탐닉한다. 종북몰이이에 빠져들면 들수록 종북카드의 수명이 빨리 닳는다는 점에서 자기파괴적이기도 하고 국민들은 종북놀이에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나는 편파적인 KBS나 MBC 뉴스를 보지 않고 JTBC의 손석희 뉴스를 본다. 여론조사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지만 손석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은 불안해 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종북몰이가 잘 계산되고 관리된 전략의 궤도를 이탈해, 정부여당에 불리할 수 있는 중독 단계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곳곳에 보인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진영에서는 '임진왜란의 왜수만복'이니 '흉노의 후손'이니 '너희들이 언제까지 해먹는지 두고 보자'느니 '개쌍도'라는 굴욕적인 용어를 붙이고, 그런 것들을 어디서든지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그것도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을 경상도에서 거의 독식하는데 돌아가면서 국민의 공복으로서 대통령짓을 하고, 부의 편중을 줄여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인사 문제를 지역간에도 균등하게 행사하여 승자독식을 피하여 모든 국민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다. 이런 주장을 펴는 나도 그들에게는 종북이 될까?

 

 

 

2.산행기

시산회 제224회 불암산 산행기

산 행 일 : 2013년 12월 8일 (일요일)

산행코스 : 상계역-공원관리소-체육시설-불암정-정상-깔딱고개-원점

참 석 자 : 16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진오, 나양주, 나창수, 박형채,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전작, 조문형, 조영훈, 최근호, 한양기

동 반 시 : 산/김광섭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늘 참석회원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최종 16명이 참석하기로 확정됐다는 문자를 산우들께 보낸 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여 상계역에 9시 50분 도착. 먼저 도착한 몇몇 산우들과 조우하고 미쳐 오지 않은 산우들을 기다리며 잡담을 하다가 10시 20분 경 마지막으로 이경식 산우가 와서 불암산 정산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이경식 산우가 늦은 이유가 시간 맞춰 나오려고 배낭을 메고 나오려고 하는데 어부인께서 자식들이 이제 머리가 굵어져서 엄마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푸념을 하기에 그냥 나와 버릴 수가 없어 아내의 넋두리를 들어 주다보니 늦었다고 변명을 하는데 어느 누구도 불평 없이 우리 나이가 나이인지라 다 같이 공감했다. 나 역시 마누라가 며느리에 대한 흠을 이야기 하면 그 말이 옳던 틀리던 간에 편을 들어주고 넋두리를 치룰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바탕 웃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세월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 듯. 되돌아 생각해보면 지난 젊은 시절엔 마누라가 무슨 말을 하면 큰소리치면서 가장으로서 체면을 세웠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으니 어찌 하오리까?

 

이번 불암산 산행기를 쓰기 위해 우리 시산회에서 발간한 산행기 책1권과 2권을 확인해보니 2005년 11월 20일 제25회, 2009년 2월 8일 제103회 두 번에 걸쳐 나온 걸 확인하였는데 모이는 곳은 매번 상계역이었고 들머리는 이번 산행과 똑같았으며 하산길만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산행기는 두 번 다 이경식 산우가 작성하였더구먼.

물론 참석자는 바뀌었지만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 이번 산행기도 이경식 산우한테 작성해서 불암산 전담기자로 우리 시산회의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남길 걸. 아무튼 웃자고 한 말이니까 오해 없으시길.

 

불암산 들머리 입구에서 등산 안내판을 보면서 등산 코스를 타협한 결과 9개 코스 중 4번 코스(상계역에서 불암산 정산 찍고 다시 원점으로 회기)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정했다. 산행 때마다 매번 치르는 행사인 막걸리 점검 결과 두 병 밖에 준비가 안 되다 보니 금일에 지난 번 딸 결혼식에 참석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뒤풀이를 하기로 한 임삼환 산우가 돌아가서 세 병을 사오는 수고를 하여 주었는데, 감기까지 와서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산우들을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아울러 총장직을 맡고 있는 내가 상계역에서 출발할 때 미리 확인 했더라면 자네가 되돌아갔다오는 고생은 덜했을 텐데 총무로서 소임을 다 하지 못해 자네한테 미안하이. 내가 막걸리 애주가가 아니다보니 그런 실수를 저질렀으니 너그러이 용서하기 바라네

 

매번 산행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등산로 입구에 잘 정비된 산행 안내표지판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등산 문화가 엄청 발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행 코스에 관한 내용은 제25회 산행 때나 제103회 산행 때와 똑같이 고도 507미터 정상에 꽂혀있는 태극기 등,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으니 복습하는 차원에서 지난 산행기를 읽어 봤으면 한다. 그때가 지금하고 바뀐 것은 그때는 등산로가 정비가 안 되어서 불편했는데, 최근에는 계단을 설치해서 등산하기 편해 졌다는 사실과 참석자가 많이 늘어났으며,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대화 주제가 바뀐 것하며 산행 끝나고 한 뒤풀이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산행 코스에 관한 내용은 생략하고 대화내용과 뒤풀이에 대한 기록으로 산행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우선 대화 내용은 4년 전 제103회 불암산 산행 때는 500고지 산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게 다녔는데 지금은 우리한테 딱 맞는 거 같다는 등, 그리고 과거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정상까지 정복하는 게 불문율이었는데 이번에는 중간쯤 올라가다 불암정에 도착해서 간식을 먹고 나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니까 산행을 그만하고 회군해서 뒤풀이나 하자는 등 우리 시산회원들도 가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서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이 들더구먼. 그래도 아직까지는 시산회의 근본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산우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먹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이번 산행기자로 지목된 본인이 김광섭 시인이 쓴 산이라는 시 낭송을 해 봤다. 뒤풀이 장소를 쌍문역 근처 굴찜집으로 하기로 하였기에 전철을 이용하기 쉽도록 올라왔던 코스로 다시 내려가서 상계역으로 가기로 하고 들머리였던 체육시설이 설치된 공원관리소 앞으로 회군하기로 하였는데, 오던 길 보다는 깔딱고개 쪽으로 가는 게 훨씬 쉽다는 육사 출신 최근호 산우의(약 40년 전 육사생도 시절 불암산에서 선착순 훈련을 받았으며 지금도 태릉선수촌 국가 대표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하는 곳) 의견에 따라 근호 산우 안내로 원점으로 하산하여 쌍문역 근처 굴찜집으로 뒤풀이하기 위해 상계역에서 전철을 타고 출발.

 

14시쯤 굴찜집에 도착해서 생굴 무침과 굴찜에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맛나게 먹고, 16시쯤 끝나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나서 벌서 집에 가기에는 뭐 조금 거시기 하다면서 2차로 노래방을 가서 1시간만 놀고 가자는 몇몇 산우들의 요청이 있어서 의견을 물어보니 16명 중 10명이 좋다고 해서 노래방으로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처음에는 1시간만 놀자고 해놓고 시간이 다 되자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1시간 더 연장하자는 바람에 산행시간 보다 1, 2차 뒤풀이 시간이 훨씬 더 길게 될 때쯤, 1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그것도 모자란 산우 중 당구를 좋아하는 몇몇 산우들은 근처 당구장에서 놀다 갔다. 정다운 산우들을 2주일에 한 번 보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하랴

 

동반시

산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뎃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 둥지l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 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봐

지구처럼 부동(不動)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神)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 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도 되고 명산도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2013년 12월 22일 조문형 씀

 

추신

시산회원께 총무로서 부탁을 드리고자합니다.

먼저 산행 참석 안내 문자를 받으시면 참석 여부를 가능한 빨리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납회 산행은 작년과 같이 오후 2시에 남산 한옥마을 입구에서(4호선 충무로역이용) 만난 후 남산 둘레길을 가볍게 산행 후 오후 4시에 종로 근처에 있는 홍도 참치집(종로3가역 7번 출구로 나와서 우회전하면 길 건너편 소재, 전화 02-766-4242)에서 납회를 하고자 하오니 꼭 참석 바랍니다.

부득이 산행은 참석을 못 하시더라도 납회 뒤풀이는 가능한 꼭 참석하셔서 내년 산행계획 등 시산회를 위해 많은 조언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3.산행지

긴 세월이다. 10년의 세월을 채워가면서 감회가 남다르다. 년말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세밑의 감상과는 다르다. 창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백두산 산행 때 후원해준 동창들, 김동주, 장선식과 해외산행 때마다 참석한 이종진을 초대했으니 모두 참석하여 새해 계획을 세우고 1년을 수고해준 전작 회장님과 조문형 총장에게 노고의 고마움을 한잔술로 표현하자. 임 수석이 단풍을 즐기려면 먼 곳으로 갈 게 아니라 가을의 남산이면 충분하다고 했으나 올해는 때를 놓치고 창덕궁 후원인 비원만 다녀왔다. 창밖에 함박눈이 내린다. 3일만 내려주면 눈 내린 남산길을 걸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10년 전 인사동 해인에서 가졌던 발기인 모임을 생각해본다.

 

4.동반시

강연호는 대전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중앙문예로>로 등단한 이후 공감의 시선으로 쓸쓸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를 써왔다. 시집으로<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등이 있으며 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교수로 재직 중이므로 시 쓰는 것으로 먹고 살지 않아 좋다. 시인은 나와 열 살의 차이가 있으나 생각은 나보다 깊고 알차다.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으니 기형도, 마종기, 류시화라고 대답했다. 29살에 가버린 기형도 시인은 천재적 소질이 너무 아까웠고, 마종기 시인은 나처럼 바람을 좋아해서 좋고, 류시화는 나와 같은 잠언류의 시를 쓰므로 좋다. 이 시인도 나와 배짱이 맞을 것 같으나 내가 이 시인이나 좋아하는 시인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이런 류의 시를 좋아하니 개성의 차이다.

 

비단길/강연호(1962~ )

 

잘못 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 할 어떤 약속이 지친 일생을 부둥켜안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치 서럽고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제대만 하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욕망의 신록이 지금 때절어 쓸쓸한데

 

길 잘못 들수록 오히려 무모하게 빛났던 들끓음도

 

그만 한풀 꺾였는가, 미쳐 다 건너지 못한

 

저기 또 한고비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구릉이여

 

이제는 눈앞의 고비보다 그 다음 줄줄이 늘어선

 

안 보이는 산맥도 가늠할 만큼의 나이 들었기에

 

내내 윗목이고 냉골인 마음 더욱 시려오누나

 

따숩게 덥혀야할 장작 하나 없이 어떻게

 

저 북풍 뚫고 지나려느냐, 길이 막히면 길을 버리라고

 

어차피 잘못 든 길 아니더냐고 세상의 賢者(현자)들이

 

혀를 빼물지만 나를 끌고가는 건 무슨 아집이 아니다

 

한때 명도와 채도 가장 높게 빛났던 잘못 든 길

 

더 이상 나를 철들게 하지 않겠지만

 

갈 데까지 가보려거든 잠시 눈물로 마음 덥혀도

 

누가 흉보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2013년 12월 26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

 

*시산회여 영원하라! / 김용우 (2013. 12. 28. 납회에서)

산이 있어 그 산이 거기 있어 우리가 산에 간다

 

산에 가는 길은 묻어둔 내 영혼을 캐러가는 걸음이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생의 물이 흐르는 시간과의 만남이다

지친 삶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큰 가슴 같은 산이 우리를 기다린다

산은 생명이 철마다 피고 계절마다 지는 영원한 안식처다

살아 있는 우리들이 겸허하게 고개 숙여야 하는 경전의 믿음이다

산도 외로워 하루 한번 긴 그림자 되어 사람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

산다는 건 큰 칼이 아니라 바늘 끝으로 쪼개어 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는 생각의 빛이 부딪쳐 내는 소리이고 마음의 고요가 빚은 젖줄이다

걱정, 조바심, 시기, 미움, 욕심, 아픔의 보따리 훌훌 털고 빈산 만나는 비움이다

시는 인생의 냇가에 번뇌의 꽃삽을 씻고 고단한 삶을 흘러 보내는 것이다

외로움도 뉘우침도 사랑도 저녁달 비치는 세월의 강에 띄우는 일이다

 

산우여!

우리는 뜨거운 태양도 세찬 비바람도 얼음 같은 추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로의 모자람을 채우고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진정한 친구였다

늘 아침의 대문을 여는 설레임과 떨리던 가슴 가진 동녘에 물든 우정이었다

하나 된 열정의 불덩이를 서로에게 수혈하는 푸르디푸른 한그루 나무였다

 

산우여!

바람이 불어도 찬비가 내려도 가슴이 뛰어도 산에 올라야 한다

발가벗고 발길 닿는 대로 능선 따라 걷는 일은 찬물 마시듯 후련해야 한다

몸과 마음 구석구석 때를 벗기고 봉우리가 주는 응원의 외침을 헹궈야 한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랑의 속살을 만지며 부지런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산우여!

원망하지 마라 , 슬퍼도 하지마라, 어긋난 인연, 아팠던 상처는 아물 것이다

하늘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진 바보의 가슴으로 구겨진 세상을 펴게 하자

지난해의 묵은 것은 다 버리고 숙명으로 씻은 고운 마음 뜨겁게 불 지피우자

2014년 파란 청마의 기상과 우렁찬 뻗어남으로 말발굽소리 듣는 아침을 맞자

 

산우여!

만지면 물소리 날 것 같은 생명의 산을 그날처럼 오늘도 오르자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산우들과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여행을 하자

오늘도 내일도 배낭 안에선 가슴시린 상념의 빈틈에 발칙해야 한다

 

새해 찬란한 태양의 불덩이가 용솟음친다. 시산회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