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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한탄강 트레킹(詩山會 제227회 산행)

한탄강 트레킹(詩山會 제227회 산행)

위치 : 한탄강

코스 : 직탕폭포-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

소요시간 : 4시간 반

일시 : 2014년 1월 25일(토) 6시반~7시

만나는 곳 : 6시 30분-사당역 2번 출구 및 7시-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옆

준비물 : 막걸리, 안주, 버너, 코펠, 보온물통, 라면이나 컵라면, 스틱과 아이젠 필수

연락 : 임삼환(010-3212-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울음이 타는 가을 강/박재삼(1933~97)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j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시평
제 나이 투명한 스무 살 때부터 가슴속에 놀빛 울음의 강 하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입니다. 이 세상을 떠도는 사랑 얘기들은 왜 그리 서럽고 아리기만 했던지요.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언제나 저는 그 강물의 놀빛 울음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특히 가난한 시절에는 사랑마저도 죄가 되지요. 세월이 흐를수록 천형 같은 상처만 깊어집니다.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하지만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은 아직도 제 가슴속에 놀빛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설입니다. 마침내 제 나이는 고희로 접어듭니다.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수첩에 적혀 있던 이름들은 거의가 삭제되었거나 소식이 두절되었습니다. 올해도 저는 음복 몇 잔에 혼곤하게 취해서 이 세상 서럽고 시리기만 한 사랑 얘기를 흥얼거리며, 허청허청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으로 걸어 들어가겠지요. 제 영혼 온통 놀빛으로 물들겠지요.
<이외수. 소설가>

 

 

중앙일보에 실린 '나를 흔든 시 한 줄'에 나오는 시다. 시를 쓰거나 시를 읽을 때, '서럽다, 슬프다, 슬픔'의 단어들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아쉽고, 안타깝다, 회한'의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낙관적인 성격 탓인가 보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그렇게 지나가더라'는 말은 쓰고 매운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기억처럼 아픔도 퇴색하거나 잃혀지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다. 혹은 종교의 힘으로, 혹은 자기 성찰을 통하여, 혹은 가족의 도움으로 잊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치유법이 나오고, 남을 미워하면 밉다고 얘기해야 증오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생기는 법이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라는 표현은 여간의 내공이 없으면 하기 힘든 표현이다. 강을 의인화하여 슬픔의대명사처럼 표현하는 가을을 대입하여 쓴 표현은 기막히게 좋은 표현이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써놓은 시가 많으나 그런 표현이 서툴러서 마음에 차지 않으니 내놓지 못한다. 쓰고 덮어두었으니 언젠가는 가슴에서 꺼내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다.

<도봉별곡>

 

-時論

같은 연배의 지인들은 거의 은퇴를 했으니 나도 준비 중이다. 일찌기 재물은 버리고 비운다고 표명을 한 터이니 그렇게 실천을 했다. 지고 있는 게 없으니 이리도 가벼워 몸과 마음이 도봉산 솔개처럼 훨훨 날 것 같다. 백세시대다. 중산층은 몰락해가고 하우스푸어, 웨딩푸어, 렌트푸어 등 젊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니 주변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산우들은 거의 연금도 받고 미리 준비를 해둔 터라 보기에 좋다. 다만 남은 생이 30년은 족히 된다니 그때까지 어떻게 지내야 하는 가에 신경이 쓰인다. 가계에 대한 부담이 없고, 달리 할 일이 없어 도서관을 자주 다니니 얼굴을 자주 마주치는 비슷한 연배와는 인사를 하고 지내는 처지다. 경식이처럼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고, 영훈이와 종화처럼 산에 오르는 취미가 최고라 생각하지만 회사 경영을 하면서 못다한 공부를 하고 있으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친구들은 눈이 아프거나 허리와 머리가 아파 책을 읽기가 거북하다니 그런 게 없으니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산은 바람과 비, 안개, 햇볕, 천둥번개, 물, 새, 곤충, 나무와 꽃, 그늘, 맑고 상쾌한 공기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품고 배설물까지 모든 것을 받아주니 전작 산우의 퇴임사에 나오는 산을 친구로 하는 우리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아침에 도서관에 나올 때 무슨 책을 읽고 메모하며, 무슨 주제의 시를 쓸 것인가를 생각하며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나오니 공기도 상쾌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특히 종교 서적을 많이 읽는데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편하게 사는 법과 죽는 법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지혜가 생기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백안시하던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도 깊이 들어가 보니 신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에 가깝게 생각하는 것은 거의 같다. 다만 일부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길들이며 사니 폭력화되어 다른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것이다. 한 세상의 삶을 주어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죽음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거의 같다. 요즘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과학과 종교의 사이도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지내는 것이 보인다. 남은 생은 소풍처럼 즐겁게 살다가 불필요한 재물을 비우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최근호 산우의 말을 더욱 공감하고 산다. 그는 "인생 뭐 별 거 있냐"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을 달관한 사람처럼 산다. 한 세상 잘 살아온 사람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산행일시 :2014. 1. 11(토요일)

산행장소 : 도봉산

산행 참석자 19명(무순) : 조문형, 임삼환, 전작, 김정남, 기세환, 김용우, 한양기, 이재웅, 위윤환, 임용복, 김진오, 염재홍, 고갑무, 이원무, 박형채, 조영훈, 정한, 신원우, 이경식

동반시 : 道伴 (이성선)

 

2014년 청마의 갑오년 새해가 밝아온 지 열하루 째 되는 오늘은 우리 시산회의 연중행사 중 가장 중요하고 또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시산제를 거행하는 날이다. 시간에 맞춰 약속한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대합실에는 도봉산 산행을 준비한 많은 등산팀들이 여기저기도 웅성거리며 서 있는 모습이 보이나 그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팀이 있었으니 바로 시산회 멤버들이라 항상 보아도 언제나 반가운 친구들이다. 우리 친구들 모두 새해 복 많이많이 받기를 진심으로 바라네.

 

낮 익은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보니 금년 들어 총장의 중책을 맡은 삼환친구는 출석부를 들고 도착한 회원들의 출결사항을 확인하느라 연신 바쁜 표정이다. 속속 도착한 친구들과 반갑게 신년인사를 하고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목적지인 도봉산으로 출발하려 하는데 하얀 눈이 갑자가 내리기 시작한다. 역시 광고 20회 시산회의 시산제는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하늘도 아시는지 축하의 눈꽃을 정성스럽게 뿌려주신다. 오늘 서울지역은 분명 눈 예보가 없었음에도 이렇게 하늘에서부터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니 금년 우리 시산회의 산행도 도봉산 산신령의 보호와 함께 산우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한 한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착한 산우들의 인원이 무려 19명이라

뜻 깊고 의미 있는 시산제를 정성스럽게 모시려는 회원들의 뜨거운 열망이 느껴지는 숫자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시산제의 영험한 기운을 느끼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라겠네.

 

하늘의 축복을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우리 시산회의 시산제 단골장소로 지정된 산악구조대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하얀 눈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겨울 도봉에 은색의 흔적을 여기저기 살짝 남긴 채 깨끗하게 그쳐있었다. 20여분을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산행을 하는데 벌써 등을 따라 흐르는 땀줄기가 느껴지며 두 겹으로 받쳐 입은 겨울 등산복이 점점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 성질 급한 몇몇 친구들은 겉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거의 셔츠바람으로 등산을 하는데 난 한 겨울에도 이렇게 가벼운 옷차림으로 행동하는 이런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뭐 친구 중에 진짜로 남의 부러움 수준을 넘어 거의 상대방의 기를 꽉 꺾어 주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도 있지만 차마 이름 석 자를 밝힐 수 없으니 알아서 생각들 하시기 바란다. 큰 눈이 온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향의 응달진 길에는 눈이 얼어 몹시 미끄러운 상태로 아침 일찍 산행을 마치고 벌써 하산하는 일부 등산객들은 내려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앞사람 뒷꽁무니를 좇아 앞만 보고 올라가는데 올라가는 산행길이 조금 이상하다 다수의 등산객이 올라가는 잘 다져진 등산로를 옆으로 하고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에 발이 푹푹 빠지는 외진 길을 택하여 올라가는데 이건 뭐 사람이 다닌 흔적도 희미하고 길목에 꺾어진 고사목이 앞길을 가로막고 누워있질 않나 철조망으로 둘러친 건물이 나타나질 않나 아무튼 들려오는 야그로는 새로운 집행부가 신년 시산제를 기화로 전 회원을 상대로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설이 있었지만 확인은 하질 못했다. 허나 험한 산행을 한 덕분에 평소보다는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진짜 군기잡기 차원인지 단순한 지름길 선택 차원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영원한 시산제 명당 말 그대로 만장봉을 중심으로 좌선인봉 우자운봉의 빼어난 자태가 과히 천하명산 도봉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 언제 보아도 영험한 기운과 신령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우리가 매년 신년 초면 항상 신령님께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 금년 일 년의 우리 산행을 보호하고 보살펴달라고 간절하게 비는 신성한 장소, 사실 난 조금 늦게 시산회에 입회하였기 때문에 이 장소를 선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친구의 혜안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짐작 가는 사람은 있음)

 

올라오기가 무섭게 쌓여있는 눈들을 대충 고르고 돗자리를 펴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들을 나름 격식에 맞춰 배열을 하니 그럴듯한 제수상이 마련되었다. 제사상을 차리다보면 제사용어가 항상 같이 하기 마련인데 우리라고 그냥 지나갈까. 홍동백서에 어동육서까지는 많이 들어본 소리이고 조율이시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데 누군가 좌삼우삼이라고 애기를 하는 바람에 처음엔 그런가하고 넘길려다 보니 그게 아니잖아! 여기서 좌삼우삼이 왜 나와요 참 내...

드디어 일필휘지로 선장한 형채 산우의 시산제 휘호가 걸리고 정남산우의 사회에 따라 문형 회장의 축문낭독이 이어지고 오늘의 기자인 내가 졸지에 제관이 되어 영험하신 산신령이 흠향할 제주를 올리고 참석한 19명 전원이 재배를 하고 내가 시산제 동반시 이성선 시인의 도반을 낭송함으로써 시산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내가 동반시를 낭송하면서 ‘배낭‘이란 단어를 ‘배냥‘으로 읽었다고 하는데 난 읽고 나서도 도무지 기억이 없다. 슬슬 치매증상이 도진 건가. 요사이 치매환자들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치매 쪽에 한발 더 근접해 있지 않나싶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도반(道伴) 이 성선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으로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 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열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아무튼 다시 한 번 오늘의 시산제를 위하여 좌우에서 힘써주신 친구여러분하고 특히 제수준비에 마나님 솜씨까지 동원한 삼환 총장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마나님에게 이런 우리의 뜻을 꼭 전해주세요.

 

산신제를 지내고 가져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니 갑자기 한기가 든다. 겨울날씨하고 어르신 건강은 누구도 모른다더니 오전에 조금 포근한 듯싶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세찬 바람과 함께 기온이 급강하하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하산 준비를 하였다. 아침에 올라올 적에 빙판길 때문에 고생한 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준비해온 아이젠을 장착하니 빙판길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행선지를 곰탕을 맛있게 한다는 무수옥으로 정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도중에 마당바위에 들려 인증사진을 두어 방 찍고 내려오는데, 이쪽 길은 양지바른 길이 되어 도대체 있으라는 눈은 없고 먼지만 푸석푸석 나는 메마른 길이다. 이러니 오히려 아이젠이 불편하여 벗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런 내 모습이 사냥감을 노리는 양기 친구의 레이더에 포착된 모양이다. 바로 공격이 시작된다. 맨땅에 아이젠신고 걷고 있는 사람은 일단 강남 쪽 사람이고 아이젠은 특수강으로 제작되었고 등등 나도 사실 오늘에야 내 아이젠이 특수강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양기친구 고맙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려줘서.

 

무수옥 수육과 곰탕은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식당에 들어온 순서대로 편하게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하였는데 웬일인지 주류와 비주류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구도로 자리가 정해져 비주류가 소주 1병을 비우는 사이 주류는 소주 2병 이상이 비어가는 식으로 회비는 똑같이 내고 술은 주류가 훨씬 더 많이 드시고.

드디어 원가의식이 투철한 우리의 비주류회원께서 주류는 회비를 두 배로 내시라고 점잖게 요구하였는데 우리의 듬직한 재웅 친구가 한방 날린다.

“진정한 친구라면 술을 두 배로 먹고 있는 친구를 위해 먼저 회비를 2배로 먼저 내고 맛있게 드시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이말 맞나요?

 

비주류는 시산회로 주류는 주산회로 개명해야 한다는 애기도 나왔고 담엔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질 말고 섞어찌개로 해야 한다는 애기도 있었는데 아무려면 어떤가? 오늘은 주류와 비주류가 구분되었지만 담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구분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네. 그렇다고 내 손가락 장을 지지려고 구분하여 앉지들은 말게.

아무튼 60대 중늙은이들이 얘기하고 노는 폼은 거의 20대 수준이니 이걸 젊게 산다고 해야 하나, 철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하나, 우리 친구들은 혼자 놀 때는 젊게 사는 것 같은데 꼭 떼로 모이면 철이 덜 든 상태로 가버리니 이것은 귀천할 때까지 고치지 못할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되네. 오늘 하루도 그대들과 같이하면서 행복했고 내일도 그대들과 같이 할 때를 생각하며 행복하게 지내겠네.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니 항상 건강에 유의들 하시고 다음 산행에 다시 만나 20대로 돌아가 재미있게 보내세. 다들 잘 계셔.

 

2014. 1. 13. 고갑무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김용우 산우가 추천한 한탄강 트레킹 코스다. 올해는 날씨가 춥지 않아 완전히 결빙 상태는 아니라는 철원군청 담당자의 전언이 있었다. 얼음이 없으면 강가의 탐방 코스도 있으니 걱정 말고 오시라고 한다. 남기인 이사장의 미니버스를 타고 가는데 현재 17명이 갈 예정이라니 편하게 모두 모여서 한겨울의 정취를 즐기자. 자연보호구역이지만 굳이 단속하지 않는다고 하니 강가나 얼음 위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이벤트가 있다. 올해는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춥지 않고 지나가니 나이 들어 좋은 일이다. 평생을 내의를 입지 않고 지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그러기도 싫으니 나이 듦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세시대라니 그것도 적지 않은 걱정거리가 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 살기 싫어도 남은 수명이 30년이나 남았다니 소일거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 부디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4.동반시

도봉산 시산제 때, 초보인 임 총장이 프롤로그 시를 동반시로 착각해 가져 왔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 시도 동반시 못지 않게 좋은 시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그렇게 지나가더라'는 말은 시인처럼 쓰고 매운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 팔순이 된 노시인은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라는 시에서 간난과 신고의 세월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말들을 쏟아낸다. 가난과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온 그의 시에는 퍼런 날이 서있지 않다. 따뜻한 노시인이다. 나도 살아보니 인간의 삶에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지도 않다. 천상병 시인의 말대로 인생은 즐거운 소풍처럼 나왔다 꿈처럼 바람처럼 슬며시 들어간다. 나이 들어 눈이 어두워지니 오히려 서울의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노시인의 말에는 달콤한 함축과 흉내내기 어려운 은은한 비유가 들어 있다. 우리의 어릴 적 골목에서 놀던 경험도 시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않다. 그때 컷던 골목이 마흔 살이 되어 작게 보이는 것은 우리 인생도 작아진 것은 아닐까, 육십이 되어 다시 커보이는 것은 우리의 삶도 시고 괴로움 경험을 많이 겪어 쓰고 단 맛의 주머니가 커진 것은 아닐까? 골목길의 양조장 하수수에서 나오는 술찌개미로 배를 채우고 살며, 컷던 친구들은 살아있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자, 이순의 나이에 이 좋은 시를 한탄강 가에서 누가 노래할 것인가.

<도봉별곡>

 

 

 

다시 느티나무가/ 신경림(시산회 제227회 한탄강 동반시)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 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2014. 1. 23.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