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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 불영암(詩山會 제233회 산행)

삼성산 불영암(詩山會 제233회 산행)

산 : 삼성산

코스 : 관악역-불영암-호압사-안씨묘역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4년 4월 26일(토) 10시

만나는 곳 : 전철 1호선 관악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오래된 기도 - 이문재(1959~ )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저절로 눈이 감겨집니다. 두 손이 맞잡아지고 그 손은 가슴 앞에 모아집니다. 뜨거운 눈시울에서 끊임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온 마음이 진도 그 바다에 가 있습니다. 그 바다에서 안고 쓰다듬고 보살펴야 할 천금같이 귀한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은 그만… 그 많은 생때같은 아이들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이들이 오지 않습니다. 가슴을 쳐 봅니다. 발을 구르고 통곡해 봅니다. 후회와 통한으로 가슴이 뜯겨 나갑니다. 오, 하늘이시여….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강현덕·시조시인>

 

-詩評

인간이 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기도라 한다. 여기서 신의 존재유무에 대하여, 전지전능함에 대하여 거론할 필요가 없다. 무슨 말을 더 하리오. 인간의 본성은 착하지만 착한 본성이 모이면 지옥이 된다는 사실을 수없이 겪어왔지만 쉽게 변할 일이 아님을 통탄한다. 하여 인류가 멸망하고 개인과 모두가 착하게 사는 새로운 종이 태어나기를 기도해본다.

 

-時論

현재의 사태에 대해 작심하고 긴 글을 작성했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으니 모두 지우고 다시 쓴다.

 

죽음을 예견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미리 방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과정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곧 우리에게 닥칠 시련을 길들이는 것이다. 죽음의 불가피성을 의식하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매우 소중한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삶을 향유하며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죽음으로 귀착된다. 나에게 닥칠 일이 통상적이며 나의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과 같은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슬퍼해야 한단 말인가?

-열자(列子)

 

선(禪) 수행 중인 제자와 스승 사이에 오고간 유명한 대화가 있다.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어떻게 하면 죽음을 이길 수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잘 사는 법을 배우면 된다.” 스승의 대답에 얼떨떨해진 제자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스승님, 그렇다면 잘 사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습니까?” 스승이 다시 알쏭달쏭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야 간단하지, 죽음을 이기면 되지.”

이 재미난 대화는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줄곧 시달려왔던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를 단 몇 줄로 요약하며 보여준다. 지상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는 존재가 지니는 타당성 혹은 부당성에 대해, 설혹 그것이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지라도,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으로부터 3-40억 년 전에 출현한 하나의 원시세포에서 시작된 존재임을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는 죽음이 실존을 마감하는 부정적이거나 부당한 종말이라기보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상에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에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을 해온 긍정적인 현상임을 자주 잊어버린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죽음을 이해하게 되면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영생 중의 한순간을 사는 특권을 한층 더 충실하게 맛볼 수 있다. 그 한순간이 아무리 덧없고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삶을 위한 오디세이/리샤드 벨리보 · 드니 쟁그라>

 

위 책에서 인용했지만 자주 인용할 책이니 가끔 소개하겠다.

 

“사람들은 삶을 처음에는 과대 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가 또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 치려 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요. 결국 선물받은 게 아니라 잠시 빌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빌린 거니까 잘 써야죠….”(오스카의 대사 중에서)

 

 “오스카가 물어요. 왜 신은 자기처럼 아픈 사람을 만들어내는 거냐고요. 그러면서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말하죠. 타고난 심술쟁이거나 아니면 병을 고칠 능력이 없거나….”

 

김혜자가 1인 11역을 맡은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오스카가 자신이 입양한 낡은 곰인형 ‘미샤’를 안고있는 장면에서 그 역시 배고픔과 전쟁에 희생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며 신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고 투정을 했다.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신에게 ‘왜’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신은 아무 대답이 없었죠. 그러다 어느 날 정해진 답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답을 찾는 대신 이 작품을 통해 세상 보는 법을 배웠어요. 매일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삶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순간순간이 새롭고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걸요.”

 

극중에서 오스카는 생의 마지막 12일을 하루가 10년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가상의 ‘90’살이 됐을 때, 햇빛과 색깔과 나무와 새와 동물을 ‘처음 본 느낌 그대로’ 바라보고 순수한 기쁨과 놀라움,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 보는 법을 엄마아빠한테도 가르쳐달라”는 말을 장미 할머니한테 남긴다.

 

그 대사를 반년 넘게 매일매일 되새기는 그는 ‘오스카’ 덕에 자신의 삶도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면 삶이 새롭게 보인다며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마다 예전에 얼마나 좋아한 일이고 사람이었는지 생각해요. 첫 마음으로 돌아가면 삶은 다른 색깔이 되죠.”

 

연극은 오스카의 죽음으로 끝난다. 하지만 장미 할머니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위로는 오스카가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삶과 이별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장미 할머니가 오늘 우리 사회로 와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난다면, 뭐라고 했을까. 6개월을 장미 할머니로 산 그에게 물었다.

 

“아무 말 없이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을 것 같아요.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에 누구의 어떤 말이 위로가 되겠어요. 내 자식이 그 배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아무 말 말아야 해요. 나불대지 말고요.”

 

대답을 하며 그는 또 눈물을 흘렸다.

 

 

2. 산행기

남한산성 (詩山會 제232회 산행) 산행기/김진오

일시 : 2014. 4. 13(일)

참석 산우들 : 고갑무.기세환.김용우.김정남.김진오.신원우.염재홍.위윤환.임삼환.전작,

정한.정해황.조문형.최광일.한양기.한천옥 (이상 16인의 산사나이들)

동반시 : 나목(裸木)/기세환

뒤풀이 : 성남 갯벌 낙지 수제비 집

완연한 봄이다!

 

세상이 온통 꽃밭이 되어 연푸른 실록과 생명을 가진 풀과 나무들도 하루가 다르게 계절의 군왕이 된 춘삼월을 노래하는 듯 생기발랄한 축제의 시기라고 하겠다.

 

일기예보를 보니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만 오전까지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은 한때 5mm의 강우가 예상된다하니 오늘의 산행은 걱정이 사라지고 산우들을 만나는 설렘이 고개를 든다.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에 나와 보니 벌써 김용우와 위윤환 산우가 담소하고 있다. 가까이 사는 산우들인데도 9:30에 도착하였다하니 모범 산우들이 분명하다. 우리 시산회의 세 번째 시인이 된 기세환 산우도 반갑고 중국 교환 학교의 교장직을 훌륭하게 마치고 전번 도봉산 산행 때 회포를 풀었던 한천옥 산우도 모두가 포옹하며 반가워하고 마지막으로 김정남 산우가 도착하니 16명의 산우들이 거여 중앙교회 맞은편에 모두 모였고 임삼환 총장의 산행코스 설명을 들은 후 출발했다. 다들 날씨도 좋고 산우들과의 만남으로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볍게 보인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 예전에도 다녔던 비탈길로 들어서니 봄 가뭄이 심한 상태라 흙먼지가 날리고 메마른 대지가 푸석하여 걸음이 포근하지 못한 느낌이 드는데 요즘 한창 들녘의 농사준비로 비가 와야 할 텐데 봄 가뭄이 심해 저수지 담수율이 60%수준이라는 어제 저녁뉴스가 생각나 내 고향을 비롯한 농촌의 어려움이 걱정된다.

 

길목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가만히 보니 물 반 올챙이 반인지라 움직이는 동작이 하나의 선율같이 보인다. 위윤환 산우가 개구리의 수명은 얼마나 되냐고 묻지만 정확하게 아는 산우는 없어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개구리는 물고기처럼 체외수정을 하는데 수컷이 암컷위로 올라 단단하게 밀착하여 암컷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뒷다리로 배를 자극해주면 암컷은 알을 낳으며, 그 알에 수컷은 정액을 뿌려 수정한다. 그렇게 된 알은 7일정도 후 부화하여 올챙이가 되는 것이고 수명은 5~7년이나 수명이 9년인 뱀에게 많이 잡아 먹이고 수달, 너구리, 거북이, 큰 물고기 등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고 한다. 참고로 붕어는 20년, 잉어는 30년이 평균수명이라 하니 만물의 영장이라 하며 재주부리고 별 묘안을 지지고 볶는 인간의 수명도 거기서 거기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싶다.

무릇 하늘은 맑아야 하고 바람은 둥실하면 더 좋고 대지는 촉촉한 듯해야 좋을 것이다.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하게 맺히고 더운 기운을 느끼는 몇몇 산우들은 겉옷을 벗고 정겨운 대화로 서너 무리를 만들어 오른다. 큰 바위에 둘러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세환 산우가 바나나 두 봉지를 꺼낸다. 바나나가 다칠까봐 비닐봉지로 나눠 조심하게 배낭에 담았던 정성으로 노란 바나나가 상처하나 없다. 16개를 준비하여 왔으나 배급을 도왔던 김용우 산우가 지나가며 달라하는 중년의 여인에게 하나를 건넸으니 하나가 부족한 사태가 되었으나 뒤늦은 정한. 한천옥. 신원우 산우에게 2개를 주며 나눠먹도록 하고 우리는 바나나 하나를 둘이서 나눠먹었다는 착한 거짓말을 하여 넘겼다.

 

11:30분, 한참을 더 오르다 막걸리 생각이 나는 산우들의 의견으로 남한산성을 뒷마당처럼 잘 아는 위윤환 산우가 전망 좋은 등성이로 안내하여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데 임삼환 산우가 강원도 영월에서 직접 채취하였다는 야생 머위와 산두릅, 아련한 돌싱 윤환이 묵을 내놓자 너도 나도 손이 가고 자연산이라 맛이 깊고 은은하여 혀끝이 달콤 쌉싸름하다. 최광일 산우와 신원우 산우도 사과를 내놓으니 시원한 산들바람에 모두가 행복해진다.

 

전작 산우가 일본 출장자에게 선물 받은 KENT 한 보루를 내놓으며 시산회 산우들 중 애연가가 5명이니 나눠 피어 보라하여 각각 2갑씩 지급받게 되었는데 전작 산우의 따끈한 산우들 사랑에 감동한다. ‘인격종결자’ 전작 산우!

 

다시 길을 따라 남한산성에 다다르니 낮12시 정오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소재하고 있으며 16만평의 면적, 성곽 둘레가 7,545M, 성곽의 높이가 3~7M이고 한양에서 가까운 왕궁의 피난처로서 물로는 강화도 그리고 뭍으로는 남한산성이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산성입구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점심을 펴놓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어 울긋불긋 다채로운 정경이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인간 꽃이 살아있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진정한 꽃이 아닐까?

 

우리는 16명의 대군단 인지라 우리가 잘 아는 수어장대 방향으로 내려가 자연 식물들의 서식처인 풀밭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연다. 오늘은 시산회원 중 세 번째로 자작시를 발표하는 기세환 산우의 첫 작품을 낭송하게 되어 있어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듣고 시인의 읊조림을 귀로 들으며 감상한다. 기세환 산우도 이제 산우들과의 공식적인 인증으로 시인이 된 것이지만 고교시절 고시(古詩)경연대회에서 장원한 적이 있어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글 꾼이 이제야 큰 기지개를 폈으니 타고난 재능과 갈고 닦은 정신을 자주 시로 표현해 줄 것을 믿는다.

참 정갈한 시여서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인생과 삶의 바람을 담는 가슴 벅찬 감동을 선물 받은 산우들 모두가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니 자랑스럽다. 이렇게 깊고 훌륭한 감성을 가진 시인을 가진 우리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 것인가?

 

다른 산우들도 기회가 되면 듣지만 말고 시를 직접 써보자!

 

시는 자신이 행복해지 위해 짓는 것이며 내가 읽고 마음에 담겨지며 느껴지는 것으로도 그 존재가치는 충분하고 특별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의 깊이도 필요 없는 것이어서 기쁘게 읽고 단 한마디의 시어에 털 끝 만큼의 감흥이 있다면 기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인데도 우리 모두 부담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내가 꿈꿀 수 있고 내가 무엇이든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이 시를 쓰는 것이라 하면 틀린 표현인가?

 

기세환 시인의 나목(裸木)이다.

 

나목(裸木)/기세환

 

계절의 빗자루가 어지럽던

마음의 끈을 쓸어주니

굶주린 이성이 하늘을 대고 입을 열었다

 

허리 휘지 않은 가여운 뿌리에 매달려

예쁜 잎새 주지 않아도 곧은 가지 주지 않아도

거친 세상 지켜온 내안의 마중물

한서리 세찬 비바람도

너털웃음 옷깃 털듯 품어내고

마디마디 별을 보며 두손모아 읊조리던

전설 같은 이야기도 낙엽 속 바람되어

느리게 느리게 내 곁을 지나간다

 

다시 나를 잊는 순간이 오고

나를 보지 못하는 때가 올지라도

패이고 휘어진 등허리 봇짐 삼아

무디고 무딘 조용함으로

무언의 고개를 들리라

 

계절의 빗자루/마음의 끈/굶주린 이성/거친 세상 지켜온 내안의 마중물/전설 같은 이야기도/나를 보지 못하는 때가 올지라도/무디고 무딘 조용함으로/무언의 고개를 들리라......

 

옳거니! 중년을 지나온 산우들의 인생 GPS같은 시어들이 너무 좋다. 울음이 터질 뻔 했다. 시심의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작가로부터 들으니 요동치던 마음이 평안해진다.

 

배꼽시계가 기준선을 넘어 후반기로 넘어 왔으니 배가 고프다. 어김없이 조문형 회장의 홍어무침, 두부, 파김치, 김밥, 찹살 떡, 한과, 내 고향 장성에서 가져온 유기농 사과 등이 차려지는데 임삼환 총장이 전번에도 산우들이 맛나게 먹었던 생각이 나서 돼지꼬리를 가져왔다하며 내놓는다. 둥글고 곡선형태의 돼지 꼬리를 보니 옛날 어렸을 때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시골마당에서 같이 놀았던 추억이 생각나고 그 추억은 기어이 식감을 강하게 자극한다.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최고의 건강식품이라는 정한 산우의 말에 젓가락이 분주하고 오가고 몇 산우는 아예 손으로 족발 잡듯 맛있게 먹는다. 고소하고 쫄깃하여 먹다보니 순식간에 바닥이 보인다. 임삼환 산우, 그리고 지극하신 마나님 덕분에 맛있고 질 좋은 음식 맛을 오랫동안 산우들이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가!

 

산우들과 같이하는 식사자리는 언제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마당이 되고 반주로 오가는 막걸리는 산행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다. 임삼환 산우가 더덕주를 내놓자 한천옥 산우가 고향 진도 홍주를 뒷술로 내놓는다.

 

박학다식하여 걸어 다니는 생활지식의 달인 정한 산우가 홍주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몽고군이 진도에 침입하여 전투하다가 부상당한 병사들이 상처에 바르는 구급약을 보고 주변에 자생하는 지초를 찾아 술에 빚어낸 것이 홍주라 한다. 몽고군은 지초를 소지하지 않으면 전쟁을 아예 하지 않았다 하니 그 만큼 효험이 큰 비상약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원래 지초는 뿌리를 씻으면 곧바로 붉은 수액이 빠져나와 버리므로 그대로 말렸다가 흙만 솔로 털어내어 술에 넣으면 검붉은 색상이 되는데 요즘 시판되는 홍주는 선홍빛이니 화학적 처리를 한지도 모른다. 지금 진도에는 지초가 멸종된 상태이고 양식으로는 본래의 지초 효능이 거의 없는 것이니 모든 사물은 자연이 만들어 낸 그대로가 최상의 상태라 생각한다.

 

지초에 대하여 알아보자

지초는 지초(芝草), 자초(紫草), 지혈(芝血), 자근(紫根), 자지(紫芝)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과 들판의 양지 바른 풀밭에 나는데, 예전에는 들에서도 흔했지만 요즘은 깊은 산 속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해졌다. 지초는 뿌리가 보랏빛을 띤다. 그래서 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굵은 보랏빛 뿌리가 땅속을 나사처럼 파고들면서 자라는데 오래 묵은 것일수록 보랏빛이 더 짙다. 잎과 줄기 전체에 흰 빛의 거친 털이 빽빽하게 나있고 잎은 잎자루가 없는 피침 꼴로 돌려나기로 난다. 꽃은 5∼6월부터 7∼8월까지 흰빛으로 피고 씨앗은 꽃이 지고 난 뒤에 하얗게 달린다. 지초는 약성이 차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갖가지 암·변비·간장병·동맥경화·여성의 냉증·대하·생리불순 등에 효과가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늙지 않는다. 지초를 중국에서는 암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 혀(舌)암·위암·갑상선암·자궁암·피부암에 지초와 까마중을 함께 달여 복용하게 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지초는 암 치료에 성약(聖藥)이다.

 

강한 거악생신작용과 소염, 살균작용으로 암세포를 녹여 없애고 새살이 돋아 나오게 한다. 민간에서 지초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한 마리에 지초 3근을 넣고 소주를 한 말쯤 부어 뭉근한 불로 열 시간쯤 달인다. 오래 달여서 건더기는 건져 버리고 달인 술을 한 번에 소주잔으로 한 잔씩 하루 세 번 먹는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물을 붓고 달여도 된다. 지초는 반드시 야생지초를 써야 한다. 재배한 지초는 약효가 거의 없다. 유황오리는 농약의 독·공해의 독·화공약품의 독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보양 효과가 뛰어나고, 지초 역시 갖가지 공해 독과 중금속 독을 푸는 최고의 약재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약성이 극대화되어 기적과 같은 치병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지초는 약성이 다양하다. 술로 담가서 늘 마시면 정력이 놀랄 만큼 좋아지고, 살을 빼는 데도 지초를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지초를 먹으면 포만감이 있어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으며 살이 웬만큼 빠지고 나서는 다시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지초는 해독 효과도 뛰어나다. 갖가지 약물 중독·항생제 중독·중금속 중독·농약 중독·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지초를 먹이면 신기할 정도로 빨리 독이 풀린다. 또, 강심작용이 탁월하여 잘 놀라는 사람, 심장병 환자에게도 효과가 크며 악성빈혈 환자도 지초를 말려 가루 내어 6개월쯤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지초는 신비로운 풀이다. 겨울철 눈 쌓인 산에 지초가 있는 곳 주변은 눈이 빨갛게 물든다. 그러므로 경험이 많은 약초꾼은 이른 봄철 눈이 녹기 전에 산에 올라가 눈밭에 남아 있는 붉은 자국을 보고 지초를 찾아낸다.

 

지초는 하늘과 땅이 음한(陰寒)의 기운을 받아 자라는 약초이므로 여성의 자궁처럼 생긴 곳에서 많이 난다. 지초는 그 상서로운 보랏빛 빛깔처럼 신비로운 약초이다. 다만 야생 지초는 매우 희귀하여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라 한다.

 

13:30- 돗자리를 접고 수어장대로 향한다. 청나라가 국권을 짓밟았던 병자호란 때 피난 온 인조께서 직접 병사를 진두지휘하며 싸웠던 이곳은 해발 400~500M의 경사가 심한 고위평탄면의 지형이다. 그 당시 승군(僧軍)을 동원하여 축조하였다 한다. 인조 14년 청나라의 침입을 받고 강화도 피난의 기회를 놓친 선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택하였고 추위와 비축식량이 바닥나 삼전도까지 내려가 항복하고“천은이 망극하오이다!”를 9번이나 맨땅에 박아 선혈이 낭자했다 하니 비통하고 참담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이라 가슴이 턱 멈추는 기분이다.

 

남한산성은 고려사와 세종실록 지리지에 명기된 걸 보면 백제 온조왕 13년에 처음으로 축조하였으며 정조 때 지화문으로 칭하여 대수선 하였고 최근 현대식으로 개보수한 읍성과 산성의 모습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남한산성은 조선의 선비정신과 불교의 호국정신이 융합된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다

 

수어장대 아래 비탈면에는 60-80년생의 소나무 12,480주가 독야청청 고혹의 위상과 아름다음을 간직하고 있어 우리나라 어떤 산의 소나무보다 보존상태가 최상이라 한다.

 

조선 철종은 잦은 산사태를 방지하고 산성마을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규모의 소나무 식재를 하게 하였고 성안의 유지였던 설태경이 소나무 1만 그루를 추가하여 심었으나 일제 강점기 전쟁물자로 무자비한 남획을 자행하여 많이 손상된 것을 산성 주민들이 금립조합을 자발적으로 결성하여 보존해온 것이니 우리 후손들은 훌륭한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가꾸고 지켜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달 밝은 밤에 수어장대에 올라 소나무를 보면 환장할 정도로 환상적인 야경이라 하니 산우들도 보름달 보며 마눌님들 동행하여 야간 번개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산성 동문(좌익문)을 지나 단체 인증 샷과 3인의 시인의 기념샷을 남기고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니 드디어 공원입구 광장에 집결하고 산우들을 점검한 뒤 남한산성역 방향으로 진입하여 주변을 살펴보던 임삼환 총장이‘갯벌낙지 수제비’집으로 뒤풀이 장소를 정하고 자리하니 오후 3시가 다되어가고 있다. 낙지철판볶음을 4인 기준으로 주문하고 맥주와 소주를 피로회복제로 마시며 담소하는 건강한 시간은 아마 우리 몸과 정신에 보약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얼큰한 술기운이 즐거워서인지 호주가 김정남 산우가 일어나 건배사를 제안한다.

 

“우리 모두!!”선창에 “행복하기를!!”로 화답하자, 오늘 첫 시를 발표한 기세환 산우가 시인답게“酒取夏!”“山施平!”술을 마시면 하루가 즐겁고 산을 오르면 평생이 즐겁다는 의미가 진하게 여운을 주는 감흥의 건배사다.

 

오늘의 기자는 나이고 오늘의 시 낭송은 기자가 하는 것이 시산회의 오랜 불문율인데 첫 시인의 공증을 위하여 누가 뭐라 할 이유 없이 기세환 시인이 낭송하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전통의 계승과 유지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내가 벌떡 일어나“裸木”/기세환의시를 낭송하였으니 기자의 기본적인 임무를 다 한 것이리라.

 

금년 시산회 해외산행은 도토리현 2014.6.12 ~ 6.15(3박4일)로 정하고 제2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해발 1,710M의 다이젠 산행을 한다니 벌써 마음이 정상에서의 설경과 만나는 기분이다.

 

16:30- 맛있는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오랜만의 봄비라 그냥 걸어 내려가는데 제법 세차게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래 봄비야 내려라!

 

온 대지 넉넉하게 적셔 나무도 농사일도 오염된 허공의 하늘도 닦아주는 고마운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산행은 우리의 자랑 기세환 산우가 첫 시를 발표한 뜻 깊은 자리이고 작년 시산회 회원이 된 이후 처음 기자가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남다르다.

 

산우들아~

밥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면 하루 세 번 행복 한 거다. 숨 쉴 때마다 행복하다면 매순간이 행복의 속도로 달리는 인생열차가 되지 않겠는가!

 

산우들!

비우고 조금 느리게 한참만 바라보다 기어이 꽃피우는 가슴으로 살도록 하세!

 

2014.4.15(화) 김 진오 씀

 

 

3. 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삼성산이다. 불영암 연못가에 흐드러졌던 꽃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모여서 봄 한철 격정적으로 피었던 그 꽃을 다시 감상하는 즐거움을 가져보자. 모두 모이자. 이번 동반시는 시인 김용우의 깊숙한 시도 즐기자.

 

 

4. 동반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시인 김용우의 회심작이네. 깊은 맛이 우러나니 함께 맛을 나누세. 무슨 소개와 시평이 필요하겠는가!

 

공중의 천막/김용우

 

안이 밝아 밖을 분간할 수 없네

 

통증의 기억이 발효되는 시간에

 

허공을 나는 새도 둥지를 틀어

 

생명에 새긴 사랑의 서약은

 

아름답고 아픈 세상이 된다네

 

 

죽은 지 오래여서 죽음을 모른다네

 

책갈피에 고요히 숨 멎은 귀뚜라미

 

아직 식지 않은 촉촉한 눈동자가

 

운명이라는 말로 위로가 되어

 

삶을 위해 삶을 떠나야 한다네

 

 

고개를 꺾어 나의 등을 볼 수 없네

 

뫼비우스의 띠를 손짓하는 간절함에

 

구겨져도 신음을 모르는 착한 영혼

 

덜컥 밧줄 잡고 빙벽을 오른다네

 

오래오래 당신 손짓하던 곳으로

 

 

2014. 4. 24.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살아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