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빈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236회 산행)
산 : 예빈산
코스 : 팔당-예빈산-천주교 묘지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6월 8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팔당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저물녘 - 정의홍(1956~ )
세월이 허리에 걸려
구부정하게 등 굽은 할머니
키보다 더 큰 폐지 묶음을 끌고
건널목을 건너는데
빨간 신호로 바뀐 지 오래건만
아직 반도 못 건넜다
위태위태하다
일 킬로에 백 사십 원
십 킬로에 천 사백 원
시장 안 강화식당 된장백반은 오천 원
저녁 밥 값은 벌었는지
커다란 폐지 묶음에 끌려가는 할머니
오늘 하루 해 떨어지는 것이
아슬아슬하다
우리 동네 폐지도 이 할머니가 걷어간다. 등 굽은 할머니가 낡은 운동화를 신고 폐지 더미를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모습은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다. 신문지나 종이 상자를 십 킬로 수집해 보았자 천사백 원이니, 된장백반은 고사하고 라면 사먹기도 힘들겠다. 그런데 이 폐지 수집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껴 모은 돈 일억 원을 어느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다음부터 이런 할머니 곁을 지날 때면, 나는 마음속으로 두 손을 모은다. 성자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詩評 <김광규·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時論
지방 선거가 끝났다. 그런 뒤끝은 항상 아쉽다. 동창 유두석은 당선됐으며, 대학 친구는 순천에서 도의원으로 재선했으나 중구청장 후보로 나온 고교 6년 후배는 낙선했다. 잘 아는 종로구청장 김영종은 재선해서 다행이다. 그 친구도 호남인이다. 말없이 오랜 준비를 해왔으니 실속 있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누가 돼도 우리들 삶은 변하지 않으니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도서관에서 거의 하루를 지낸 시간이 2년에서 두 달이 빠진다. 처음에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어 역사에 빠져 지냈으나 궁금한 것에 대해 거의 갈증이 풀리자 신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신은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성자가 따로 있겠는가!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 성자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성자의 공통점은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찬 사람’임에 틀림은 없다. 산우들 모두가 적으면 적은 대로 경제적인 걱정을 하지 않고 사니 복 받은 사람들이다.
갑무 아들 결혼식에 4명의 외부인사(?)를 제외하면 전부 시산회원인 것으로 봐도 우리는 든든한 응원군이 많으니 즐거운 일이다.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이해하며 살아가면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235회 도봉산 산행기<2014. 5.24(토)>/ 염재홍
집결장소 : 광륜사 뒤 운동장 (09시)
참석자 : 12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염재홍, 위윤환, 임삼환, 전작, 조문형, 조영훈, 한양기, 한천옥)
산행코스 : 광륜사뒤-은석암-다락능선-만월암-석굴암-도봉대피소-도봉서원-도봉탐방지원센터
동반시 : 행복 바이러스- 행복을 위하여 / 김정남
뒤풀이 : 골뱅이무침에 생맥주 / 전통 시골두부(도봉동)
이번 산행은 광주고 총산악회의 봄 정기 산행과 같이 하면서 우리의 입맛에 맞는 코스로 가기로 하였다. 총산악회의 책임을 김정남 친구가 맡고서 각 기수의 능력에 맞게 등반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한 도봉산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간단한 행사 후 기수별로 체력에 맞는 적당한 코스를 자율적으로 올라가도록 한 것이다.
우리도 제235회 산행을 아직 가보지 않은 도봉산 Y계곡 쪽으로 정하고 평소보다 빠른 8시 30분에 도봉산역에서 만나기로 하여 약간의 준비물을 가지고 시내버스로 시간 맞춰 가고 있는데 임삼환 총장한테서 전화가 와 오늘의 기자를 해야 된다고 한다. 본래 순서는 아직 멀었으나 앞 순번 몇 사람이 빠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니 언제 해도 하는 것 쉽게 그러마고 대답해 버렸다.
광륜사 뒤 공터에 도착하니 선후배 몇 사람만 있을 뿐 시산회원은 같이 올라간 용우, 영훈, 나 뿐이다. 장소에 착오가 있었고 시간이 이른 관계로 늦게 도착하여 30여분 후 조촐한 행사를 하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에 맞추어 대부분 순서를 생략하고 묵념과 회장과 새 부회장 23회 이영수의 인사말을 끝으로 행사를 마치고 기수 별로 능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김정남 회장의 인사말을 간단히 소개한다. 시산제 때 회비를 걷기로 하고 이번은 횝가 없으며 가을 산행 때도 없을 예정이라고 한다. 총동창회에서 체육행사를 총산악회에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했으며, 산행지는 1.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장수대 코스 2. 흘림골 용소폭포-오색으로 총동회에 건의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총동창회와 맞춰 집행부의 임기를 1년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준비물은 흰색의 고급스러운 기념 타월과 막걸리, 홍어를 준비하였으니 나눠드린 코스 안내도를 참작하여 체력에 맞는 코스를 올라가서 하루를 즐겁게 지내시라는 말로 인사를 마쳤다.
참고로 이번에 소개된 코스는 다음과 같다
상반기 봄철 산행 코스 소개(숫자가 올라갈수록 쉬운 코스)
1.광륜사-은석암(바위)-다락능선-Y계곡-자운봉(등정 불가)-신선대-칼바위-오봉능선-오봉-여성봉-송추
1-1.칼바위에서 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동 혹은 도봉주능선 갈림길-보문능선(도봉계곡도 좋음)-도봉산 입구
2.광륜사-도봉계곡 또는 도봉사-산정약수-보문능선-도봉주능선-오봉 갈림길-오봉-여성봉-송추
3.광륜사-시인의 마을-천축사(점심 공양 제공)-마당바위-관음암(절)-도봉주능선-갈림길-거북바위-문사동-성도암(절)-도봉산 입구
4.광륜사-도봉계곡-성도암(절)-문사동-용어천계곡-마당바위-도봉산 입구
5.광륜사-도봉계곡-성도암(절)-문사동-도봉주능선 갈림길-우이암-우이동
6.광륜사-도봉사-둘레길-무수골 초입(하산하고 싶으면 왼쪽 길로 300m 가면 마을버스 8번)-세일교 옆 성신여대생활관 옆길-정의공주묘-길 건너 연산군 묘
우리는 위에 소개된 코스 중에서 제일 어렵다는 1번 코스를 선택하였다. 도봉산은 참 코스가 다양하다. 그간 수많은 코스를 다녀 봤지만 오늘 코스는 또 다른 길이니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기대를 가져본다.
행사를 치른 공터에서 바로 뒤편으로 오르기 시작하니 좌측은 소나무 우측은 참나무 등 활엽수로 가득한 능선길이 동네 신작로처럼 잘 뚫려있다. 처음 길이니 약간의 두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의외로 길바닥도 흙길이고 비교적 평탄해서 어느새 자만심이 생긴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은 돌길이 대부분이라 발바닥이 고생하고 넘어지기 쉬운데 의외로 참 부드럽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돌밭에 깔려있는 뾰족한 돌에 발바닥은 아리고 거대한 바위들이 앞길을 막고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우회길로 돌아가는 난코스가 나타난다. 날씨마저 한여름 날에 버금가니 등허리의 땀줄기는 물 흐르듯이 흐르고 숨은 가빠진다. 얼마 오르지 않아 왼쪽에 은석암 팻말이 보인다. 아니 은석암이 암자였구나, 바위가 아니고! 무식으로 채운 쓴웃음을 웃어본다. 사실 우리 몇몇은 은석암이 무슨 바위인 줄만 알고 올라갔다. 그래서 은석암에 대해 알아보니 바위 은석암도 있고 사찰 은석암도 있는데 사찰 간판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천년고찰)이라고 되어 있으나 천년고찰인지는 아리송하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29번지이라고 한다.
적당히 올라왔으니 땀도 식히고 전망도 구경할 겸 중간 급유를 하기로 하고 길 한쪽 통행이 뜸한 곳에 조촐하게 배낭을 풀고 중량을 초과한 배낭에서 막걸리를 꺼내 한잔씩 돌리니 이 맛이 바로 그 맛이다. 어떻게 말로써 표현하랴! 안주가 필요 없다. 그냥 시원하게 들이켜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쫘아악 흐른다. 하지만 잘 다듬은 오이를 한 조각씩 돌리니 그 맛 또한 무엇에 비기랴! 역시 막걸리는 땀을 흠뻑 흘린 후에 갈증 해소용으로 한 사발 하는 것이 최고의 맛이다. 그러나 몇몇 친구는 이 무한히 깊은 맛을 즐기지 못한다. 건강 때문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이 이제 60대 초반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생 백세 시대라고 하는데, 이제 60살이 좀 넘었으니 남은 날이 더 적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날은 많다. 요즘은 장례식장에 가면 90살이 넘어 돌아가신 분들이 흔하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이제 60대니 한 60%정도 살았다고나 할까? 하루로 따지만 24시간 중 이제 오후 세 시 쯤이다. 정오는 지났지만 아직 해는 많이 남아 있다. 아직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다. 너무 나이든 티를 내지 말고 생각과 행동을 젊게 하면 실제로 젊어지고 원기 왕성해 지리라 믿는다.
바닥난 원기를 보충하고 다시 오르려니 길바닥 상황이 만만치 않다. 흙길은 이미 끝났고 악산(惡山)의 기본인 돌밭길에 밧줄이 기다리는 험한 길이 앞에 있다 여기서 참고로 악산에 대한 설명이 있어 옮겨본다.
「3대 악산 5대 악산이란 지명은 문헌상에는 나와 있지 않으며 다만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특수성을 부각 시키려 사용했던 미사어구로 불려 왔다고 한다. 당연히 인터넷 정보검색을 비롯한 백과사전에도 실체는 없다. ‘악‘자의 개념에 대해서 보면 우선 산 지명에서 악자로 쓰이는 한자어는 일반적으로 岳, 嶽, 樂 이세가지가 전체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첫 번째와 둘째인 岳, 嶽, 악자는 큰 산 악자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글로서 첫 번째 악(岳)자인 치악산, 관악산등이 여기에 속하며 두 번째인 악(嶽)자는 설악산의 표기에 사용된다. 부연하자면 치악산은 상원사의 꿩의 설화와 관련되어진 큰 산이며 설악산은 팔월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하는 눈이 하지에 이르러서야 녹을 만큼 큰 산이라 하여 설악산으로 불리어진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자인 악(樂)자는 한자어로 풍류 악 즐길 락 좋아할 요 자로 한글의 한자 표기화에서 오는 구개음화 현상으로 여기에 속한 대표적인 산이 금산의 진악산, 금성의 동악산이다. 여기서 금산은 나아감에 즐거움이 더한 산이고 동악산은 아래 보림사 사찰을 세우려하자 산이 움직이고 풍악이 울렸다하여 풍류 악자인 악(樂)자를 써서 동악산이라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참고로 우리가 선입견에서 알고 있는 악산이란 개념은 역시 한자어로 악(惡)자가 원인으로 보인다. 이 글자는 악할 악자로 악한자에게 쓰이는 한자어로 산의 개념에다 이것을 적용시켜서 생각하는 것은 조금은 무리다.(산의 지명에 악할 악(惡) 자를 넣어서 지명된 산은 국내에는 없다) 」이상은 인터넷에 있는 글을 따온 것이다.
다락능선과 합해지는 등성이에 도착해서 한숨을 돌린 후 잠시 서울 북부를 감상하고 다시 출발하니 줄을 서서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난코스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로 평탄한 오솔길로 접어든다. 오늘 코스는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적당한 바위, 번갈아 나타나는 흙길, 돌길, 흙길로 우리 일행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매번 산행 때마다 맨 뒤 또는 앞에서 사진을 찍어 일찍 카톡에 올려 놓아 산행기 쓰는 것을 도와주었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 호명산을 오른 후 뒤풀이까지 거나하게 해서 몸 상태가 엉망이란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행에 합류하나 길게는 어려울 것 같다. 역시 우리 나이에 무리는 금물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이 있다. 한번 건강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건강은 마음의 평안 즉 스트레스가 좌우 한다고 한다. 이제 욕심내지 말고 흐르는 대로 흐르면서 상하좌우 훑어보며 여유를 갖고 즐기는 마음가짐이 맞지 않을까! 누군가는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외쳐 부르고 있지만 속일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오늘 오르지 못한 코스는 다음에 꼭 오르자는 의견이 뭉쳐지고 자운봉을 향해 오르던 길을 왼쪽으로 돌려, 내려가는 길목에 돗자리를 깔고 우리들의 잔칫상을 펼쳤다. 좀 더 올라가서 Y계곡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밥상은 언제나 진수성찬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홍어무침 홍어회, 제주산 피문어, 한과, 두부김치, 과일, 떡, 막걸리 등 푸짐하다. 아까 올라오는 길에 마셨던 한잔까지 겹쳐 모처럼 살짝 취기가 느껴진다. 등산 중 과음은 너무도 무모한 짓이다.
불그레한 얼굴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오늘의 동반시를 어떻게 읽었는지도 모르게 전예에 따라 오늘의 기자인 본인이 읊었다. 오늘의 동반시는 김정남 왕회장의 자작시 ‘행복 바이러스 - 행복을 위하여 ’이다. 식사 말미에 작가로부터 간단한 시 해설이 있었다.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 하산길로 들어셨다. 머문 장소도 아름답게, 깔끔하게 치우고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내려간다. 만월암 부근은 도봉산에서 도토리가 가장 많다는 도봉별곡의 이야기는 가슴에 꼭 담아두었다가 가을에 도토리를 주우러 오자는 약속도 있었다. 재웅이가 참석하여 도토리묵을 쑤어 오면 더 맛날 텐데 기어이 데려와야지.
하산길은 수월하게 그리고 빨리 가다 보니 하늘 한 번 못 쳐다봤으나 익숙한 길이니 여러 번 다녔던 석굴암, 도봉산대피소를 지나 광륜사 앞으로 원점회귀하였다.
무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렸으니 뒤풀이는 시원한 생맥주가 제격이라 등산로 입구에 있는 ‘전통시골두부’에서 골뱅이무침에 생맥주로 피로를 풀었다. 그런데 오늘이 음력으로 나의 생일이 되어 특별한 파티가 있었다. 임 총장이 어디서 긴급하게 조달했는지 초코파이 케익에 촛불을 밝히고 들어와서 생일 축하행사를 해주었다. 생전 처음 특별한 축하를 받고 보니 오늘 참 행복한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고마운 일이 많지만 이런 특색 있는 일이 있을 때는 더욱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시산회원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우리는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 뿐만 아니라 남을 칭찬하는데 좀 인색한 것 같다. 충고는 짧게 하고 칭찬은 길게 하라는 말이 있다. 물론 길게 하는 칭찬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으니 적당히 자주 이런 말을 사용해 보자.
마지막으로 다음 산행은 예빈산으로 정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둘째 넷째 모두 일요일에 한다는 임 총 장의 발표를 끝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오늘의 동반시를 여기에 올린다.
‘행복 바이러스 - 행복을 위하여’/ 김정남
작은 것이 더 아름답지만
큰 것을 이기니
힘든 봄, 바다
더 힘들어져도
모든 것은 다 그렇게 지나간다고 믿을 것
여태까지 그래 왔으니까
죽음이 다가 온다면
윤회 같은 허황한 것을 따지지 말며
새로운 세계로 여행 간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남겨진 사람은 기도와 명상을 즐길 것
비우고 빠르게 잊는 법을 가르쳐주니까
더 살다가
넘어지고 싶지 않으면 둥그렇게 살자
공은 굴러만 가니까
외로우면 시를 쓸 것
‘인간이 신에게 말을 걸면 기도
신이 인간에게 말을 걸면 정신병‘
시는 내가 내 안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나마스떼’
시를 입에 물고 산에 오를 것
힘듦은 반이 되고
가슴에 담겨진 기쁨은 배가 되니까
‘나마스떼’
모두가 잘 되기를 빌어라
그러면 너부터 그리 되리라
불행은 쉽게 밟히고
행복은 더 빨리 퍼져간다
‘나마스떼’
※ 나마스떼 –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드립니다. 히말라야 부근 사람들의 인사말
2014.5.24 염 재 홍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예빈산이다. 언제 올라도 좋은 산, 팔당으로 가기까지 즐거운 산, 능선에 올라 산굽이를 돌면 한눈에 보이는 두물머리가 반가운 산, 내려와서 다양한 뒤풀이가 반가운 산이니 나는 항상 찬성한다. 정한이는 먼지가 나지 않아야 한다니 계곡이라 먼지가 날 리가 없으니 먼지 날리는 6월에 오르기 좋은 산이다. 옆의 예봉산 예찬론자 윤환의 강한 주장에 먼지와 가파름을 핑계로 반대해서 산우들의 마음이 예빈산으로 기울었다. 윤환은 내 고집이 부담스러운지 쉽게 마음을 접는다. 나도 모두 좋은 산으로 결정하고 싶다네. 총산악회 산행에 많이 참석해준 산우들에 대한 고마움과 회비를 한사코 내지 않고 버틴 미안함에 제주산 피문어와 두부, 한과를 가져갈 테니 맛나게 먹어주기 바란다.
4.동반시
신당동 약수역 근처의 중구 구립도서관의 시 창작 교실의 수요 강좌에서 발표한 시 중 감명이 깊은 시를 동반시로 올린다. 선생이 내준 시제에 따라 시를 지어 와서 앞의 화이트보드에 쓰고 본인이 낭송한 후, 학생들 솔직한 시평을 하고 선생이 총평을 하며, 마지막에 시작 의도를 말하는 모임이다. 이분은 나와 나이가 같고 동향이며 이 시를 낭송할 때 울먹이던 분으로 감성이 남다른 분이다. 이 시는 나라를 빼앗기고 꽃보다 어여쁜 여자들이 성의 노예로 끌려갔던 일제시대 위안부를 묘사한 시이므로 엄숙하게 읽어야 할 시다. 마침 현충일이 지나가는 주일의 마지막 날에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읊어보자. 혹여 시 공부를 하고 싶은 산우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이 있으면 함깨 배우면 좋을 것이다. 선생은 재능기부자이니 부담도 없다. 1시산 반의 수업시간이 부족하고 헤어지기 아쉬워 점심시간까지 연장 강의를 한다.
두부/꿈꾸는 옹달샘 임정자
하이얀 보드라운 속살
소복히 담겨 나온
두부 한 접시
아 맛있겠다
번개같이 달려드는
젓가락
젓가락
숱한 손길아래
밀쳐내는 몸짓마저
여리디 여린
그 옛날의 누이처럼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귀하디 귀한 그 한몸
모두다 내어주고
2014. 6. 4. 신당동 도서관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