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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의왕 백운산(詩山會 제237회 산행)

의왕 백운산(詩山會 제237회 산행)

 

산 : 백운산(567m)

 

코스 : 의왕톨게이트-백운산-의왕톨게이트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6월 22일(일) 10시

 

만나는 곳 : 전철 사당역 4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창살에 햇살이- 김남주(1946~94)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 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서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

 

그녀와 주고받고는 했던

 

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여름이 서둘러 달려왔다. 자외선 경보까지 발령되어, 햇볕에 노출되면 당장 피부암이라도 걸릴 것처럼 기상예보가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삶에는 언제나 명암이 있어서, 어둠과 그늘 속에서 밝은 햇살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감옥에 갇혀 있는 수인들은 햇볕을 제대로 쏘이지 못해 고통스럽다. 제5공화국 치하에서 10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던 김남주 시인은 6·10 민주화 항쟁 다음 해에 출옥했다. 옥중에서 쓴 이 시에 햇살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안타깝고 간절하게 나타나 있다. 아마도 한 줄기 민주화의 햇살이 아니었을까.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時論

김남주가 누군가! 해남 출생으로 반유신투쟁으로 이름을 날렸던 지하조직 ‘남민전’의 용감한 ‘전사’였다. 10년간의 옥중투쟁으로 얻은 병, 췌장암으로 49세에 아깝게 떠났다. 췌장암이 아니었어도 악랄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남긴 470편의 시 중 300편을 옥중에서 썼다. 그의 옥중 시는 80년대 한국시의 큰 축을 이뤘다. 이런 분들이 있어 민주와 자유를 찾았으나 요즘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온전히 5년을 채운다면 ‘후퇴한 10년’이 될 것이다. 그들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의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악평을 하여 정권을 잡았는데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끔찍한 행동만 하고 있으니 가증스러운 현재다.

 

10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감옥에서 지내면서 시인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나마 시가 있어 덜 춥고 외로웠을 것이다. 나도 시를 쓴다고 하지만 아직 젖비린내가 나고 서정시나 쓰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달리 할 일이 없어 책을 읽고 시를 쓰는 흉내를 내고 있다. 시 창작 교실의 시인 선생은 목적시, 사랑시, 종교시, 잠언시, 산문시는 훗날에 쓰라고 한다. 많이 노력하고 실력을 닦아 사회참여시도 쓸 생각이다. 수요일 오전에 강의가 있으니 시간이 남는 산우가 있다면 함께 배우면 좋을 텐데 아직은 뜻이 있는 산우가 없음을 아쉬워한다.

 

한국은 경제성장기에 모두가 부의 추적에 몰입하는 가운데 ‘인정사정없는’ 나라가 됐다. 사회가 분열되어 사회적 연대가 없으니 아무도 소외계층을 진정으로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 기독교, 불교에는 박애의 바탕인 후함의 전통이 있으므로 박애사상으로 사회적 연대를 복원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할 단계에 도달했다. 기업은 최대이윤의 추구가 목적인 단체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가 목메어 주장하는 시민연대를 통한 개인의 사회참여가 절실한 때가 되었으니 우리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송 교수는 1인 1단체 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호응이 별로 없어 안타까워한다.

 

 

2.산행기

 

예빈산 산행기(시산회 제236회 산행)/이경식

 

일 시 : 2014.6.8.(일요일) 10:00. 팔당역

 

참 석 : 13명(갑무, 용우, 정남, 종화,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재웅, 삼환, 전작, 문형, 양기)

 

코 스 : 팔당역-예봉산장-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천주교묘지-능내리-강변역

 

글쓴이 : 이경식

 

236회라...벌써 236회나 되었는가?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산행과 글쓰기가 이어져 내려온 등산모임은 감히 우리 이외에는 없으리라 자부한다. 요즈음 대부분의 산행 모임들이 술 마시고 남녀 간의 미팅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비하면 우리 모임은 어느 모임보다 건전하고 또한 한 번도 산행을 빠트리지 않은 지속성과 시를 가까이 하는 문학성까지 갖췄으니 어느 누구에게 자랑해도 부끄럼이 없다.

 

이런 모임이 되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두 명의 산우를 공개적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김정남과 김종화 두 친구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카페에 게시하고,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과 시간, 정열이 필요한데 오직 우리 시산회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하나로 이 작업을 해주고 있다. 다시 한 번 그대들 두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네, 고맙네.

 

일요일 아침 7시30분, 길거리는 조용한데 우리 아파트 담장에 넘실대는 6월의 장미들이 진한 향기를 모닝 서비스 해준다. 약간 코를 실룩거린 후 장미향을 폐부까지 깊숙이 빨아들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빨간 장미는 욕망과 열정을, 노란 장미는 질투를 나타낸다고 하던가? 전철역에 도착해서 상봉역으로 가는 두 가지 코스를 두고 잠시 망설였다.

 

7호선을 타고 쭉 상봉역으로 갈까? 아니면 1호선 타고 용산으로 가서 팔당으로 갈까? 잠시 주저하다 한강변을 끼고 가는 용산역에서 상봉역 가는 코스가 조금 덜 지루하고 주변경관이 평화로워서 용산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탔다. 최근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는 현상이지만 우리 또래의 노년 등산객들이 넘쳐흐른다.

 

전철 안은 나에게 이런 저런 사색의 장소고 때론 음악 감상실이고 때론 영어회화를 듣는 공부방이다. 우리 광고동기 친구가 흘러간 팝송, 칸소네 200곡을 선정해서 내게 CD에 녹음하여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걸 몽땅 핸드폰에 저장해서 가끔씩 듣는다. 리시버에서 ‘라팔로마’가 흘러나온다. “배를 타고 하바나를 떠날 때, 나의 마음 슬퍼 눈물이 흘렀네. 사랑하는 나의 친구 어디를 갔느냐 ~~~” 산행길에는 조금 무거운 노래다. 차장 저 멀리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 커플이 무척 평화롭게 보인다. 눈을 뜨거니 감거나를 반복하면서 팔당역에 도착했다.

 

많은 등산객 무리들 틈 속에 반가운 친구들 5~6명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봐도 반갑고 정다운 노년의 친구들이다. 이윽고 13명의 친구들이 모두 도착하여 10시10분에 예빈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이곳 예빈산은 지금까지 서너 번 온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비가 와서 날씨로는 우리와 인연이 썩 닿지 않는 산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인근의 예봉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우린 줄기차게 율리고개를 향하여 걸었다. 끼리끼리 삼삼오오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산길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우리들의 얘기는 조용한 예빈산 자락으로 퍼져 나갔다. 때론 큰 웃음으로 때론 작은 속삭임으로 우정의 향내음을 예빈산 골짜기 이곳저곳에 퍼트리며 6월의 산행을 즐겼다.

 

걷다보니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우리 남성들에게는 익숙한 냄새다. 커다란 밤꽃이 주위에 늘어서있다. 조그만 하얀 꽃송이들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밤나무는 암수 한 그루로서 한 나무에 수꽃과 암꽃이 함께 핀다고 한다.

 

산행은 3종의 즐거움이 있는데 걷는 즐거움, 대화하는 즐거움, 뒤풀이시 먹는 즐거움이다. 얼마만큼 걸었을까. 누구의 얘기도 없었지만 이심전심으로 바위 턱에 걸쳐 않아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했다. 도시에서 물오이는 평범한 맛이지만 산행길의 물오이는 그 상큼함과 시원함이 어떤 채소보다 으뜸이다.

 

한참 걷다보니 율리고개가 나왔다. 지난번 산행 시 점심을 먹었던 장소다. 여기서 왼쪽은 철쭉꽃이 아름답다는 예봉산,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오른쪽의 예빈산을 향하여 오르고 또 올랐다. 오르다 보니 팔을 널게 펼친 아름드리 명품 소나무가 보여서 단체 인증사진을 멋있게 찍었다. 제법 경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해지고 숨이 차오르면 이것이 산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하면 웬만한 산봉우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데 이곳 예빈산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헬기장이 있는 직녀봉(608미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펼쳐진 오늘의 큰 즐거움, 바로 점심이다. 홍어무침, 문어, 떡, 두부, 맛있는 김치, 등등.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잔칫상이 차려지고 너와 나의 막걸리가 흥을 돋우었다. 음식이 준비되고 각자 막걸리를 붓는다. 식전 행사인 시 낭송의 시간.

 

오늘의 기자(필자 이경식)가 오늘의 시 ‘두부/(임정자. 애칭 꿈꾸는 옹달샘)‘를 낭송했다.

 

두부/임정자

 

하이얀 보드라운 속살

 

소복히 담겨나온

 

두부 한 접시

 

 

아 맛있겠다

 

번개같이 달려드는

 

젓가락

 

젓가락

 

 

숱한 손길아래

 

밀쳐내는 몸짓마져

 

여리디 여린

 

 

그 옛날의 누이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렸던

 

귀하디 귀한 그 한몸

 

모두다 내어 주고

 

이 시는 일본군 위안부들을 묘사한 시로 가슴이 아려오는 시다. 시인은 이 시를 낭송하면서 울컥하여 끝까지 낭송을 마치지 못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오늘따라 두부를 많이 싸왔는데 감성이 풍부한 형채가 두부로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하니 모두가 동감하는 듯 순간 숙연해진다. 꽃보다 고운 처녀들이 어린 나이에 일제의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서 온갖 고초를 겪어 한이 하늘까지 사무쳤는데, 총리 지명자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 자신들을 두 번 죽였다고 분노하는 것을 보며 배운 자들, 기득권 보수층들의 의식 성향에 다시 분노를 느낀다는 성토가 있었다. 이런 것도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니 언제나 한 마음으로 모아질까!

 

예빈산의 진가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큰 강줄기, 북한강과 남한강이 갈라지는 두물머리, 경안천, 멀리 보이는 검단산 등 조망권이 좋은 데에 있다. 주변 등산객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우리도 열심히 찍어댔다.

 

하산길에 천주교 공원묘지가 나왔다. 바로 앞의 무덤은 전직 국회의원 묘, 주변의 무덤들을 쭉 훝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이곳 묘지는 우리들 미래의 고향이다. 누가 세월의 흐름과 늙음을 피할 수 있으랴. 아직은 생의 종착점이 보이진 않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이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 자주 들곤 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도 비우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데. 어디 그게 쉬운가? 우리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우린 저 끝을 향하여 뚜벅 뚜벅 걷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능내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제 또 하나의 즐거움인 뒤풀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장소가 너무 많아 정하기가 힘들었다. 가락동 농수산물센터에 가자, 팔당으로 가자, 여기서 먹자 등등. 결국 의견을 모아 강변역으로 정했다. 1시간의 휴식 겸 이동을 했다. 강변역 근처의 채선당은 깔끔했고 우리들의 술잔도 오늘의 황혼과 함께 깊어 갔다. 고갑무 산우의 외아들 결혼을 다시 축하했고 그 고마움으로 그가 흥겹게 쏘았다.

 

2014. 6. 13. 이경식 씀

 

 

3.산행지

6월 누리달이라 하여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이다. 이번 산행지는 의왕 백운산으로, 백운산은 바라산, 광교산과 능선으로 연결되는 이웃한 산으로 능선은 매우 한적한 편이다. 예빈산 뒤풀이 때 종화의 추천으로 정했다. 경식이가 무의도 호룡곡산을 추천했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며 교통비가 만 원 이상이 든다는 재홍이의 완곡한 반대로 백운산을 선택했으니, 높지 않고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편한 산이라 하니 일요일에 모여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 종화는 미리 답사를 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경식이가 산행기에 종화와 나 두 사람을 칭찬했으며 고마운 마음으로 받겠다. 이럴 때 겸손은 하릴없는 일이다. 물론 산우들의 열정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4.동반시

동반시를 용우가 동창회 카페에 올린 자작시 ‘여름의 무게’를 들고 가려 했으나 이번 산행에 불참한다고 사양하니 그의 뜻을 받아 다음으로 미룬다. 용우와 나는 부지런히 써서 올리고 있으나 세환이는 아직 한 편만 올리고 소식이 없으며, 종화도 쓰겠다고 했는데 좋은 소식이 없다. 기다릴 테니 언젠가는 깜짝 놀랄 만한 좋은 소식을 주기 바란다. 마종시 시인은 의사 시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시가 좋아 자주 읽는다. 내가 좋아하는 ‘바람’에 관한 시들을 스니 동질감을 느낀다. 개인적인 소망으로 ‘바람의 시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으나 아직 노력도 열정도 부족하니 기다려주면 열심히 써서 그 말을 곡 듣고 싶다.

 

산 안에 또 산이/마종기

 

산 안에 또 산이 하나 있구나.

 

눈앞에 보이는 산 안에

 

숨어사는 산이 있으니

 

산에 오르면 싱싱하게

 

산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구나.

 

거친 산의 피부 안에

 

깊고 부드러운 산냄새.

 

 

물 안에 물이 없으면

 

우리들이 물 안에 보일리도 없겠지.

 

바다에 혼자 나가서도

 

멀리서 오는 말을 들을 수가 없겠지.

 

 

그러니 내 속에 내가 있는 것도 할 수 없겠지.

 

내 속에 숨어 사는 나보다 작은 목숨,

 

조용하면 들리는 말소리의 혼.

 

 

2014. 6. 18. 신당도서관에서

 

詩를 살아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