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운길산 수종사(詩山會 제259회 산행)

 

 

운길산 수종사(詩山會 제259회 산행)

 

산 : 운길산

 

코스 : 운길산역-정상-수종사-운길상역(뒤풀이는 그때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년 5월 10일(일) 10시 30분

 

만나는 곳 : 중앙선 운길산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를 통한 時論

봄에 관한 어떤 추억 ―상희구(1942∼ )

 

국민학교 적 소풍날

꽁보리밥에 양념 친 날된장을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갔는데

다른 친구들 모두 쌀밥으로 싸왔거니 하고

산모퉁이에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

이 기억만은 선연한데

그날 그 소풍 간 곳이 어디였는지

그날 어머니는 무슨 색깔의 옷을 입으셨는지

그날 아침밥은 무슨 반찬으로

어느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는지

그날 내가 사자표 가루치약으로

양치질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날 우리 집 뜨락에

철쭉이 몇 송이나 꽃봉오릴 매달았는지

그날 우리 집 앞을 어떤 자동차가

몇 대나 지나갔는지

그날 신문에 무슨 기사가 실렸었는지

그날 또 어머니가

어떤 종류의 눈물을 흘리셨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5월이다. 어제는 입하라 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인디언 아라파 오 족은 5월을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 했으니 이토록 아름다운 달을 죽 은 사람은 볼 수 없으니 살아있는 자들만 보기 아깝다는 뜻으로 쓰인 말임에 틀림없다. 195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시인은 하나하나 되살린다. 1950년대!’ 그 시절의 서민 생활 은 오늘에서 보자면 빈민급이다. 하물며 서민도 못 되는 사람들의 삶은 어땠겠는가. 우리 집 근처에는 피난민촌이 있었으니, 상이용사, 미친 사람, 오갈 데 없는 사람, 굶주리는 사 람이 흔해터진 그 시대의 특색은 한마디로 ‘지지리도 가난함’이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 이름을 날린 사람, 선택받은 사람도 있어, 그리고 그들이 바닥의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아 시절을 넘기는 데 디딤이 됐을 테다.

 

시 속의 ‘그날’은 5월의 소풍 당일을 포함한 그 시절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어린 이에게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있다. 그런데 그 세계의 잣대는 어른 사회의 잣대와 비슷하다. 어린이는 철이 없어 외부 환경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어떤 어린이에게 소풍은 가난 을 새삼 뼈저린 외로움으로 느끼게 하는 행사가 될 수 있다. 학교 급식시간이면 매번 이런 고통을 느낄 요즘의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류 기록의 역사가 고작 3천 년인데 애들 먹는 것 가지고 별 희한한 짓을 벌이는 별놈 다 있으니, 일찍이 2500년 전, 성인들은 그 시대의 폭력을 말도 못하게 아파했고 현대의 철학 자들은 오늘날에도 그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인간은 끝없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언제나 털고 뉘우칠 것인가. 고통의 원인은 탐욕과 지나치게 화내는 것, 어리석은 판단, 크게 세 가지라는데 그것은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데서 온 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항상 옳다는 자기중심주의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분명 있는 데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2.산행기

시산회 제258회 북한산 산행기

일시/집결장소 : 2015. 04. 26(일), 10시 30분 / 독바위역(6호선) 1번 출구

참석자 : 9명+뒤풀이1명 (임삼환 회장, 위윤환 총장 : 정한, 정동준, 염재홍, 나창수,

나양주, 김정남 그리고 필자 이재웅 등 9명 + 뒤풀이 참석 한양기)

산행코스 :

독바위역-정진사입구-족두리봉-구기불광능선-향로봉-비봉밑-탕춘대성암문-불광사옆

-한국여성정책연구원(구,여성개발원)-뒤풀이장소(은하식당)

동반시 : 하늘 우물/장옥관

뒤풀이 : 간재미무침과 서대무침, 소머리국밥 / 은하식당(불광동)-나창수 산우 찬조

 

쾌청한 아침이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1시간 30분을 달려서 독바위역(6호선) 출구로 나오니 큰 길 건너편에 벌써 네댓 명의 산우들이 반겨 맞아준다. 이어 집결시간인 10시 반까지 모인 9명의 산우들은 이번 산행에도 변함없이 ‘정한’산우가 제공하는 고급 커피로 출발에너지를 보충하고는 10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아침시간까지도 위윤환 총장이 시산회 그룹카톡에서 산행독려지휘를 적극적으로 하였건만 산행참가인원이 한 자리 숫자인 9명으로 마감되었다. 날씨도 좋고 계절도 등산하기에 호시절인데 산행참석을 많이들 못하는 걸 보니 집안일이나 애경사 등으로 많이들 바쁜가 보다.

 

독바위역 집결지를 출발(10시 40분)하여 아파트와 주택가를 10분쯤 지나자 산행이 시작되는 정진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벌써 여름에 가까워졌는지 다들 겉옷을 벗는다.

 

오늘 우리의 등산코스 중 첫 번째 봉우리인 족두리봉을 향해서 가는 중에 진달래는 제철이 지나고 있는지 꽃잎이 시들어가고 있고 대신 철쭉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산행 중 산우들의 대화내용 중에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법을 잘 모르겠다는 산우들의 대화가 있기에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 구별법을 실습으로 알려 주었다. “철쭉은 꽃받침을 손으로 만져보면 끈적끈적한 진액이 있고 진달래는 그 진액이 없음”을 실습으로 알려 주었다.

산행기를 쓰면서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법을 인터넷검색으로 잠깐 검색해 본 내용을 간단히

적는다.

<진달래는 꽃이 피어 있는 상태에서는 가지에 잎이 없이 꽃만 있고(꽃이 진 후에 가지에 잎이 나옴) 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있으며, 진달래는 꽃받침이 없고 철쭉은 꽃받침이 있고, 진달래는 꽃잎이 끈적거림이 없지만 철쭉은 꽃잎 뒷부분과 꽃받침을 손으로 만져보면 끈적거린다.>

 

진달래는 내가 어렸을 때(초중학교시절) 나의 간식거리의 하나였다. 봄철에 산에 소 풀 먹이러 가서 진달래를 맘껏 따먹기도 했고 푸짐하게 따와서 진달래술을 담아먹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지금 용어로 웰빙식품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봄철에 나 홀로 산행할 때에는 진달래꽃을 따먹기도 하는데(단체 산행 시에는 동행에 지장이 있어서 못함) 몸이 이 정도나마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이 진달래를 별식으로 먹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봄은 가히 꽃의 계절인지라 위에서 말한 진달래와 철쭉은 물론이고 산을 오르는 등산로 곳곳에 살구꽃도 많이 보이는데 한 곳에 이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연발되도록 황홀하게 피어 있는 살구꽃나무를 만났다. 이 살구꽃을 배경으로 인증샷(김정남, 염재홍, 위윤환, 나창수, 필자)도 남겼다.

 

족두리봉 앞에 다다랐을 때 족두리봉 정상을 답사하지는 않고 그냥 바라보면서 우회하여 진행하였다. 다음의 봉우리는 향로봉이었는데 향로봉을 넘어가서 비봉으로 가는 난코스와 우회하여 비봉으로 가는 편한 코스가 있는데 편한 코스로 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편한 코스를 택하여 진행하였다. 몇 해 전만 해도 난코스와 편한 코스가 있는 경우에 난코스로 가자고 하는 의견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편한 코스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 되었으니 우리가 이제는 모험적이고 거친 운동보다는 안전하고 평온한 운동을 선호하는 나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된다.

 

맑은 날씨에 겉옷을 벗어야 할 만큼 따사로운 초여름 기온이고 녹음은 짙어가고 있고 진달래는 지는 중이며 철쭉이 피기 시작하고 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고 가끔씩 보이는 살구나무에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늦은 봄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산행 분위기였다는 점을 이 산행기에 남기고자 한다.

 

향로봉을 우회하여 비봉으로 가는 과정에서 비봉을 500m쯤 남겨놓은 위치에서 12시반경부터 오후 2시경까지 비봉아래 평탄한 곳에 점심상을 차리고 먹산회 별명답게 점심휴식을 즐겼다.

 

식사에 앞서 오늘의 동반시 “하늘 우물/장옥관”을 오늘의 기자인 필자가 낭송하였는데 낭송이 끝난 후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해준 친구들께 감사를 느낀다.

 

하늘 우물/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의 무덤이 물 속에 있고

풀무치가 풀숲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우물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절 마당 늙은 산벚나무 두 그루

눈썹 지우는 것 바라보며 생각하느니

어떤 죄 많은 짐승 내 뒤꿈치 감옥에 숨어들어

차마 뱉어내지 못할 붉은 꽃숭어리

하늘북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하르르하르르 귀 얇은 소리들이 자꾸 빠져들고

죽지 접은 나무들 얼굴을 가리는데

실뱀장어 초록별 물고 돌아드는 어스름 우물에

누가 또 두레박을 던져 넣고 있다.

 

점심밥상은 시산회답게 건강식으로 가득하였다. 김정남의 한과, 나창수의 부각(김으로 집에서 직접 만든 부각), 임삼환의 자연산 두릅나물(필자가 자연산 두릅나물을 다른 산우들보다 많이 먹는 욕심을 부렸음을 고백합니다.) 그 외에 인절미, 모시떡 등과 막걸리로 이 정도면 가히 진수성찬이다.

 

점심을 마치고 오후 2시경에 불광동을 향하여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길은 탕춘대성암문을 지나서 불광사 근처, 주택가 도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거쳐 뒤풀이 장소인 은하식당으로 이어졌다.

 

하산도중 휴식시간에 ‘정한’ 산우가 책 “식탁위의 세계사”를 배낭에서 꺼내어 펴 보이며 소개할 때 그 책을 펴서 읽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이 사진을 단체카톡과 블로그 k-20마을에도 올렸음). 본인은 좋은 책이라는 것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산행길이라서 듣지 못하는 산우가 있음을 보았기에 필자가 그 책의 개요를 인터넷검색을 하여 이 산행기에 ‘정한’ 산우를 대신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식탁위의 세계사」: 이영숙 저, 2012.05.29., (인터넷 ‘네이버’에서 검색한 책 소개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옮김)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부문 대상 수상작. 소금, 후추 같은 우리 곁의 친근한 먹을거리를 통해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안내하는 흥미로운 청소년 교양서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 고대사부터 시작하는 뻔한 연대기가 아니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중략)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되, 단순히 시간 순으로 서술하지 않고 음식이라는 매개에 따라 엮은 것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이며, 동양과 서양을 균형 있게 분배한 점 역시 돋보인다. 독자들은 음식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종횡무진하는 이 책에 몸을 맡기는 순간, 동서양의 주요한 역사적 사실을 자연스레 익히게 될 것이다. [예스24 제공]》

 

오후 3시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불광동 은하식당에서의 뒤풀이는 오늘 산행의 즐겁고 보람있는 휘날래을 장식하는 자리가 되었다.

 

한양기 산우가 뒤풀이에 참석해 주어서 오늘의 산행 참석인원은 10명이 되어 두 자리 숫자가 된 셈이다. 오늘의 뒤풀이 식당은 그 동안 이 식당을 먼저 다녀갔던 산우들이 시산회원들에게 음식을 잘한다고 유명세를 띄워왔던 식당이다. 오늘의 주 메뉴인 간재미무침이 나왔는데 너무 맵고 너무 짜다고 느끼는 산우가 있는가 하면 후속으로 좀 더 덜 맵고 덜 짜게 만들어 달라고 한 서대무침도 너무 맵고 너무 짜다고 느끼는 산우가 있었다. 일부 산우들은 마지막 메뉴인 소머리전골이 나와서야 맵고 짠 맛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간재미나 서대에 미나리를 주로 한 채소를 새콤달콤하고 맵고 짭짤한 양념으로 무친 간재미무침과 서대무침을 막걸리나 맥주와 함께 맛을 즐기는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소수의 산우는 많이 불편해 한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개념이나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오늘의 뒤풀이 음식은 다수는 즐거웠으나 맵고 짠 음식을 불편해 하는 산우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의 참석자 10명의 산행 뒤풀이는 나창수 산우가 최근 본인의 애사에 조의를 표한 시산회 산우들에게 사례하는 뜻으로 비용 전액을 부담하였다. 필자가 이 산행기에 시산회의 이름으로 나창수 산우께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우리 시산회 모든 회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아울러 우리 시산회의 무한한 발전도 기원하면서 이 산행기를 마칩니다.

 

2015. 5. 3. 이재웅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운길산이다. 운길산은 중앙선 전철이 생기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산이다. 전철역이 생기기 전에는 경관에 비해 교통편이 좋지 않아 외면을 당했던 산이다. 다만 오르는 길에 물이 없는 점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사람들은 오르기 좋은 산으로 첫째 물이 많은 산을 먼저 든다. 오래 산을 올라본 사람의 경험으로는 절이 많을수록 물이 많거나 가깝다는 점이다. 절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 물은 필수 요소이므로 물이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다. 이 산에는 수종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고 두물머리가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녹차방이 있다. 오래된 은행나무 옆에 서서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두물머리는 지척에 있다. 새해 첫날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나,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혼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후 다시는 가지 않는다. 딸 둘을 시집 보내고 둘이만 오붓하게 남는 휴일의 하루는 마나님에 대한 봉사의 날로, 하루는 산행의 날로 잡은 게 2년에 접어들었다. 서로 충실하게 잘 지키고 있으니 올해도 개근하고 싶으나 시산회의 해외여행이 걸림돌이 된다. 어버이날 즈음하여 애들이 모든 비용과 용돈까지 대준다고 해외여행을 거론했으나 절대 사양했으니 그 트라우마(?)는 언제나 가실 런지, 나도 답답하다.

 

 

4.동반시

 

논물 드는 5월에/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2015. 5. 6.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