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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 삼막사(詩山會 제260회 산행)

삼성산 삼막사(詩山會 제260회 산행)

 

산 : 삼성산(481미터)

 

코스 : 관악역-삼성초교-367고지(제2전망대)-삼막사-정상(하산은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년 5월 24일(일) 10시 30분

 

만나는 곳 : 1호선 관악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산행기

시산회 제259회 운길산 산행기/ 염재홍

 

▣ 월일/집결장소 : 2014. 5.10(일) / 운길산역(10 : 30)

 

▣ 참석자 : 12명 ( 김정남, 박형채. 염재홍, 위윤환, 임삼환, 전작, 정한, 정해황, 조문형, 조영훈, 최광일, 한천옥)

 

▣ 산행코스 : 운길산역-전철 다리 밑-마을길-은혜농원앞길-등산로입구-계곡길-능선삼거리-헬기장-정상-헬기장-수종사-등산로입구

 

▣ 동반시 :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 뒤풀이 : 오징어 숙회. 두부 김치. 홍삼 효소 보쌈에 지평막걸리. 장수막걸리. 맥주 / 오메가메(전철 다리 밑)

 

 

아침 일찍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특히 막걸리 잔을 잘 모셔 넣고 나니 가져갈 만한 안주거리가 없다. 그래도 나 먹을 것은 가져가야 하는데, 딱히 마땅치 않으니 생략하고 마트에서 막걸리와 물을 한 병씩 사서 넣고 서둘렀다. 왕십리역에서 9시23분에 있는 용문행을 타야 10시30분 이전에 운길산역에 도착한다.

 

너무 서둘렀나! 왕십리역에 도착하니 9시. 시간이 남아 열차 시간표를 살피다 보니 요즘 젊은 데이트족을 위한 itx청춘열차란 것이 있다. KORAIL측 설명에 의하면 젊은이에게는 낭만과 꿈 그리고 열정, 어르신에게는 청춘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담아 달리는 도시 간 급행열차(Inter-city Train eXpress)로 운행구간은 용산~청량리~춘천(최단68분)이고, 최고영업속도 : 180km/h, 2층객차(4.5호차), 차량사양 : 2층형 8편성 64량(1편성 342석)으로 2012. 2. 28.부터 영업을 하였다고 한다.

 

늙다란 호기심에 한 번 타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마침 덕소행 열차가 한 대 지나가고 다음이 바로 그 열차이다. 그런데 열차 문이 지하철과 달라 내 앞의 문은 열리지도 않는다. 출입구가 앞뒤 하나씩이라 가운데에는 출입문이 없다. 뒤쪽에 50대 초반쯤 보이는 여자 등산객이 얼른 타더니 여기가 아닌지 멋쩍은 얼굴로 다시 나온다. 살짝 웃음이 나와 돌아서서 웃었다.

 

운길산역에 도착하니 등산객 자전거족 등 형형색색 화려한 복장으로 인산인해라고 해야 하나 너무나 사람이 많다. 친구들을 찾아 헤매다가 뒤쪽 벽 옆에 기다란 나무의자 하나 차지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빵을 먹는 산우들을 만났다. 앞에 있는 자전거대회를 개최하는 KORAIL에서 나눠주는 것을 알고 나도 하나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역 앞에서 뭐 안주거리가 없나 돌아다녀 보니 마땅한 것이 없어 생략하고 역사(驛舍)에 있는 매점에서 지평막걸리를 발견했으나 이미 집 앞에서 장수막걸리를 샀으니 그만 두었다. 몇몇 친구가 30분 후에 도착하는 차로 오고 있어 좀 더 여유를 즐긴 후 오늘 산행을 같이할 12명 인원이 다 모여 출발.

 

운길산은 여러 번 올라가 보았지만 정상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정상이 좁아서 오래 머물지 않아 그러리라.

전철 때문에 만들어진 굴다리를 지나 진중2리 마을길로 들어서니 딸기하우스에 빨간 딸기가 참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오른쪽에는 밭에 심은 미나리가 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시골은 항상 물이 있고 수렁 같은 논에 심는데 여기는 밭에 심었다. 이것을 돌미나리라고 한다. 예전에는 야생의 미나리를 돌미나리라고 했으나 지금은 진짜 야생은 보기 어렵고 밭에서 기르는 미나리를 그렇게 부른다하니 언어의 의미가 시대 따라 변천됨을 어찌하랴.

 

두산백과에 의하면 ‘미나리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쌍떡잎식물이다. 미나리는 크게 물미나리와 돌미나리로 구분된다. 물미나리는 논에서 재배되어 논미나리라고도 하는데, 줄기가 길고 상품성이 높다. 보통 미나리라고 칭하는 것은 논미나리를 가리킨다. 이에 비하여 돌미나리는 본래 계곡의 샘터나 들의 습지 또는 물가에서 야생하는 것으로, 물미나리에 비하여 줄기가 짧고 잎사귀가 많다. 그러나 요즘은 야생의 돌미나리를 채취하는 일은 흔하지 않고, 밭에서 재배하여 상품화한다’고 설명한다

 

마을을 뒤로 하고 계곡 입구의 은혜농원, 평화농원을 지나니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세개의 등산로 중에서 제일 왼쪽길을 택하여 오르기로 하고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코를 찌르는 향기에 취해 산길로 들어서니 금방 오르막이다. 여기는 아카시아가 없어 요즘 한창인 아카시아 향기는 없어도 등나무 향기가 대신해서 그 몫을 한다. 초입부터 숨이 차니 금방 휴식이다. 전과 다름없이 오미자차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 선두와 후미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운길산은 자주 와 보았지만 이 코스는 처음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하늘을 가리니 땀은 나지만 햇빛을 막아주어 오르기는 괜찮은 코스이다. 뒤에서 오는 친구들도 기다릴 겸 두 번째 휴식. 휴식중 운길산 풀이에 의견이 분분 했지만 운자는 運자가 아닌 雲자를 쓰고 있다.

 

운길산에 대해 요약하면 운길산(雲吉山)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높이 610.2m의 평범한 산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兩水里) 북서쪽 지점에 솟아 있으며, 자료에 의하면 1890년(고종 27)에 지은 《수종사중수기》에는 운길로 나오고, 그보다 오래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조곡산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산세가 완만하여 가족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중턱에 수종사(水鐘寺)가 있으며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와 팔당호의 모습은 가히 비교할 곳이 없을 만큼 수려한 전경이다.

 

맨 뒤 친구들이 합류하여 다시 출발. 지금부터는 세 갈레의 등산로가 하나로 합쳐진 능선의 외줄기 오르막길이다. 뾰족뾰족한 돌길, 먼지 쌓인 흙길을 번갈아 올라가니 흐르는 땀이 눈으로 들어오고 목줄기를 적신다. 숨도 고르고 땀도 식힐 겸 다시 휴식이다. 이번에는 오이와 파프리카로 입가심을 하고 바위에 앉아 다리힘을 보충하여 다시 올라 갔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카메라를 들고 좋은 방향 잡아가며 촬영에 열중인 천옥이가 어느새 몇 컷 찍는다. 천옥이 참 수고가 많네. 늘 좋은 장면 기억하게 해줘서 고마워.

 

드디어 정상이 치켜 보이는 새끼 봉우리에 도착하니 등허리가 펴진다. 얼른 내려가 헬기장에서 명당자리 식당을 찾으니 2인이 앉을 자리는 많은데 우리에게 맞는 자리는 없어 아이스케이크 파는 아저씨 매상만 올려주고 오른쪽 아래 숲속에서 변변치 못한 비탈석을 차지하고 앉아, 먼저 와서 자리 잡은 중국 동포들의 시끄러운 중국말에 정신없어 하면서 점심을 때우고 막걸리로 피로를 풀었다. 오늘 메뉴의 별미는 단연 엄나무순, 오가피순이다, 봄 향기 그윽한 산채를 따 와서 다듬어 내놓은 정성에 고마워하면서 젓가락은 연신 왕복 운동을 한다. 오늘의 동반시는 1961년12월 15일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건고,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우석대 교수로 있는 안도현 [安度眩] 시인의 “논물 드는 5월에”이다. 글 말미에 이 시를 수록한다.

 

간단하게 점심을 마치고 먼저 출발한 6인은 정상으로 향하였다. 오늘은 사람이 많아 오르는 길 양쪽에도 두세 명씩 자리를 펴고 있다. 등산객이 많아진 건 좋으나 부정적인 현상도 동반하고 있다. 여기저기 자리 깔고 누워 있고 음식 냄새 풍기고 산마다 온통 등산로 일색이고 지방자치 이후 지자체가 앞을 다투어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오히려 자연훼손을 부추기는 느낌이다.

 

정상에서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증명사진 촬영을 하고 헬기장으로 내려와 기다리는 친구들과 합류하여 수종사 뒷능선으로 절에 도착했다.

 

수종사는 그 전망이 좋은 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국가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이제야 알았다. 일명 ‘수종사 다보탑’으로 불리는 팔각오층석탑(보물 제1808호)과 태종의 부인으로 출가한 정의옹주의 부도가 그것이다. 수종사에 대해 문헌에 설명된 것을 보면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이며, 1458년(세조 4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그후 조선 후기에 고종이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259호인 수종사부도내유물(浮屠內遺物)이 있는데, 석조부도탑(石造浮屠塔)에서 발견된 청자유개호(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동제9층탑(金銅製九層塔) 및 은제도금6각감(銀製鍍金六角龕) 등 3개의 일괄유물이 그것이다. (지식백과)“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종사는 그 전망이 일품이다.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모습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특히 운해가 나지막이 덮고 있을 때, 비갠 후 무지개가 다리를 놓을 때 그런 아름다움은 살아가다 몇 번 만나기 힘든 으뜸 장관이다.

 

또한 경내에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어 풍미를 더해주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약수가 산행에 지친 방문객의 목을 적시고, 멋진 경관과 함께 수종사를 유명하게 만드는 곳이 ‘삼정헌’이라 불리는 경내 다실로 통유리로 시원하게 한강을 조망하며 맛 좋은 약수로 끊여내는 녹차의 맛을 감상할 수 있다지만 사람이 많아 들어가지 못했다.

 

하산을 하여 전철 다리 밑에 있는 ‘오메가메’라고 간판을 붙인 포장마차 분위기의 길거리 집에서 오징어 숙회, 두부 김치에 지평막걸리로 뒤풀이를 하였다. 그러나 입에 밴 맛은 거스르지 못해 장수막걸리로 바꾸고 주인장이 권하는 홍삼효소 보쌈도 맛보았다. 홍삼 효소 보쌈은 특색 있는 제조방법으로 차별화하였다 하며 주문 시 택배도 가능하단다. 마지막에 우리 딸의 혼사에 여러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본인이 약간의 금액을 찬조하였다. 지난번은 애사로 인한 것이었으나 이번은 경사이니 흡족한 마음으로 하였고 다만 정해진 금액이라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이제 봄도 다 가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 올해도 절반이 없어진다. 우리도 그만큼 더 쇠진해지지만 노력으로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즐거운 마음과 넉넉한 심성으로 나날을 보냈으면 한다. 어렵지만 마음 한구석에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겉으로 구현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너그럽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배려하며 이해-요즘의 화두-하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논물 드는 5월에/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2015. 5. 11. 염재홍 씀

 

2.산행지

예정대로 삼성산에 오른다. 아메리카 인디안들은 5월을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을 생각하는 달'이라 하여 가장 아름다운 달로 인정했으니 우리도 좋은 시절을 만났으니 함께 모이자.

 

3.동반시

운길산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 홍어를 맛보면서 그날의 동반시를 주고 왔는데, 직접 시를 쓰냐고 묻길래 그런다고 대답하고 내려왔다. 용우는 잠시 시 쓰기를 중단했는지 카페에 올리지 않는다. 나는 시 창작 교실에 일년을 나가면서 시 쓰기를 계속한다. 매주 시제를 내주면서 발표해야 하므로 달리 할 일이 없으니 어렵지만 나를 위해 일주일에 한 편은 끙끙대며 쓴다. 지난 번 시제가 '꽃'이었으므로 한 편을 발표했고, 그 시를 동반한다. 섬진강 매화를 보려고 갔다가 매화나무 아래서 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동백꽃을 보며 문득 시상이 떠올라 써봤다. 꽃은 수정을 끝내면 화사한 봄바람에도 바로 꽃잎을 떨군다. 더 이상 벌과 나비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열매와 씨를 만드는 그들의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본능과 자연의 조화가 눈부시게 아름답고 눈물겹다. 어떤 시인들은 시의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시는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의 정반대이다'.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는데 반대로 애처럽게 지는 동백꽃을 두고 말했을까. 반대로 어느 시인은 '떠나는 너는 눈부시지만 남는 나는 눈물겹다'고 했으니. 나의 시가 완성도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떠나는 5월이 못내 아쉬운 산우가 낙화의 애잔한 감정을 잡고 읊어주면 고맙겠다. 감상은 각자의 몫이다. 이번 산행은 동반시를 자작시로 올린 핑계로 가족 행사를 애써 외면하고 함께 간다. 용우의 높고 깊은 시가 그리워지는 5월이다.

 

낙화. 동백꽃/도봉별곡

 

봄 눈 감으면 피는 섬진강 가 매화

매화들 속에서 외로웠던 동백꽃 한 송이

누구를 위해 피었다가 결코 지지 못 하는가

편지로 왔다가

염화의 미소 되었다가

약속으로 남았다

 

꽃이 지지 않아도 봄날은 가고

천둥번개 치지 않아도 여름 오거늘

가을 옷은 너에게 없으니

눈 녹지 않아도 겨울 지나가고

또 봄은 오나니

 

오지 않은 동박새 기다리다

매화 지고도 버틸 자신 없으면

차라리

꽃잎 떨구고 하늘가

바람 따라 헤엄치다 먼 바다까지

그대 잘 가라

 

2015. 5. 21.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