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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수락산 도솔봉(詩山會 제261회 산행)

수락산 도솔봉(詩山會 제261회 산행)

 

산 : 수락산(638미터)

 

코스 : 수락산역-만남의 광장-도솔봉(540고지)-코끼리바위-하강바위-정상(도솔봉에서 하산 여부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5년 5월 31일(일) 10시 30분

 

만나는 곳 : 7호선 수락산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위윤환(010-6230-318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산행기

시산회 260회 삼성산 산행기/이 경식

집결일시/장소 : 2015. 5. 24(일) 10 : 30 관악역

참석자 : 12명(사진 순서로. 고갑무, 정한, 정해황, 전작, 조문형, 조영훈, 정동준, 나창수,

이경식, 한양기, 염재홍, 위윤환)

산행코스 : 관악역-금강사입구-삼막사-삼성산정상-호압사주변-아파트등산로입구

동반시 : 낙화. 동백꽃/도봉별곡

뒤풀이 : 병어회무침, 간재미무침/강태공코다리집

 

10시 31분.

약속시간 겨우 1분이 지났지만 12명 전원이 관악역 앞에 모였다.

웃고 떠들고 악수하면서 우리들의 인사는 계속 되었다.

위 총장은 일찍이 이렇게 제시간에 다 모여 본적이 없다면서 활짝 웃는다.

 

가자 산으로, 저기 삼성산으로!

벌써 10년도 넘고 산행도 240여 번이나 했는데 매번 산행길은 정감이 넘친다.

삼성산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은 했으나 들머리가 모호하다.

산 밑 어느 아파트로 들어갔으나 울타리로 가로막혀 우왕좌왕하다가 주민한테 물어보니 밖으로 나가서 한참 돌아가란다.

 

이 코스를 추천했던 한양기 군은 10년 전에 왔는데 동내가 너무 바뀌어서 잘 모르겠단다.

몇번 묻고 길을 걷다가 금강사 입구로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잠깐 쉬면서 정한표 명품 원두커피를 돌려 마시면서 오늘의 코스를 대강 머릿속으로 훑어보았다.

삼성산은 정상을 지나 서울대쪽으로 빠지는 게 일반적인 코스인데 족히 10KM는 넘을 것 같다.

아카시아 비슷한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5월의 운치를 더 느끼게 했지만 향기는 별로 없는 꽃이다. 이 꽃나무가 떼죽나무였을까?

 

금년은 아카시아꽃도 유난히 향기가 없다고 한다. 군대 훈련시절에 아침마다 구보를 하면서 상큼하게 맡았던 아카시아 향기를 그리며 숲길을 걸었다.

숲속의 바람과 햇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5월이다.

더군다나 내일은 석가탄신일 휴일이니 마음껏 산을 즐기고 뒤풀이를 즐겨도 부담이 전혀 없는 날이기도 하다.

 

사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지류로 완만한 경사와 숲길이 많아 오늘 같은 초여름 더위에는 딱 제격이다. 날이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이 이런 완만한 산을 선호하니 알게 모르게 세월이 우리를 그만큼 나약하게 만든 것 같다.

어찌 하리오? 시간을 역류하는 마법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이제 시산인 그대들과 도란도란 살면서 같이 늙어 늙어가야지.

 

이윽고 휴식시간, 친구들의 간식거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떡, 초코, 등 짧은 기억력 탓에 다 열거를 할 수는 없지만 배가 약간 부른다.

어느덧 삼막사에 도착하여 계단을 타고 삼성산 정상을 향했다.

기다리는 밥시간은 우리들의 휴식시간, 여기저기를 탐색하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신문지로 얼굴을 가린 채 오수를 즐기기도 하고 막걸리를 펼쳐놓고 흥에 겨워하기도 하고 너도 나도 산 정상 부근에서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뭐 인생살이 별거 있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 즐기면서 한평생 살면 그게 행복한 삶이라는 요런 생각이 날이 갈수록 강하게 든다.

돗자리를 깔고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풀었다. 난 이때만 되면 기가 죽는다. 성의 없이 떡이나 과자 몇 점으로 때우니 한두 번도 아니고 항상 이런 식이어서 친구들 보기가 미안하다.

어이! 친구들 미안하이. 이해해 주시게나.

 

이윽고 오늘의 시를 낭송했다.

잘 모르지만 도봉별곡 정남의 수준은 상당했다.

이제 그도 시를 즐기며 짓는 문인의 반열에 들어선 것 같다.

큰 소리로 읊은 시는 삼성산의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5월의 하늘로 퍼져 나갔다.

 

낙화. 동백꽃/도봉별곡

 

봄 눈 감으면 섬진강 가 매화

매화들 속에서 외로웠던 동백꽃 한 송이

누구를 위해 피었다가 결코 지지 못 하는가

 

편지로 왔다가

염화의 미소 되었다가

약속으로 남았다

 

꽃이 지지 않아도 봄날은 가고

천둥번개 치지 않아도 여름 오거늘

가을 옷은 너에게 없으니

눈 녹지 않아도 겨울 지나가고

또 봄은 오나니

 

오지 않은 동박새 기다리다

매화 지고도 버틸 자신 없으면

차라리

꽃잎 떨구고 하늘가

 

바람 따라 헤엄치다 먼 바다까지

그대 잘 가라

 

이제 하산길, 생각보다 많은 길을 걷고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다.

사실 내리막은 걸을만한데 다시 오르막이 나오면 조금 짜증이 났다.

호압사 옆을 거쳐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오늘의 산행은 끝이 났다

금강사로 시작하여 삼막사를 거쳐 호압사로 빠져 나왔으니 오늘 산행은 절에서 시작하여 절에서 끝난 꼴이다.

생각보다는 많이 걸었다.

갑무 군의 핸드폰 앱에 의하면 15.5키로나 되었다고 한다.

오후4시. 드디어 산행을 끝냈다.

 

무려 5시간 반 정도 산행을 했으니 휴식시간을 빼더라도 4시간쯤 걸었다.

가자 뒤풀이 장소로.

시흥동에 있는 강태공코다리집(011-211-6816)에 도착 했다.

병어무침, 간재미무침을 주안주로 시원하게 한잔씩 마시며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만남을 약속했다.

 

이경식 올림

 

2.다음 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수락산이다. 위 총장이 정상까지 갔다가 석림사-노강서원-장암역으로 내려가기에는 너무 많이 걷고 오래 걸리니 도솔봉에서 왼쪽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고 물어왔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면서 등산객이 많아 사람의 발자욱이 새로운 길을 낼 때가 있어 자주 올라본 나도 어리둥절 할 때가 있지만, 도봉산 다음으로 많이 다녀본 산이므로 수락산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이라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여 짧은 의견을 내본다.

 

우리가 오르는 코스는 일부러 길게 돌렸으므로 길지만 완만하고 숲이 많아 여름에는 좋다. 초입에 약간 숨이 차는 코스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도솔봉을 거쳐 코끼리바위 부근을 빼고는 정상까지 비교적 쉽다. 정상이 638고지, 도솔봉이 540고지이므로 98미터의 차이라 별로 어렵지 않다. 정상까지 가면서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등을 보면서 가니 눈도 즐겁다. 정상 부근에 헬기장이 있어 식사하기 편하다. 하산할 때 노강서원-장암역 방향은 거치른 바위에 약간 경사가 있는 계단길이라 무릎에도 좋지 않으니 권하고 싶지 않으며 뒤풀이를 할 곳도 없다. 차라리 뒤쪽 은류폭포로 길을 잡는 게 낫다. 계신이가 오리백숙을 베풀었던 곳으로 나온다. 도솔봉에서 왼쪽으로 빠져서 물개바위를 지나 약간 걸으면 1번 출구가 나오니 가까워서 조금 싱겁다.

 

이것을 잘 고려해보면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들머리로 원점회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나 단지 내 의견이므로 산우들의 결정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암봉이 많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산이니 많이 참석하자. 산우들이 술이고 안주고 간식이니 맨손인들 어떤가. 내려와 4인의 꾼들이 이과두주 24병을 날렸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려 줄 중국집이 아직 건재하더라.

 

 

3.동반시

우체통의 위상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채색 거리를 예쁜 악센트로 장식해 주고 생활 속에 크게 필요한 존재였던 빨강 우체통. 요즘은 이용자가 준 만큼 드물어졌다. 덩치는 전보다 사뭇 크다. 하나당 맡은 구역이 넓어져서이기도 할 테고, 보다 큰 우편물도 담게 하기 위해서일 테다. 누가 아직도 우체통을 이용할까. 우체국까지 갈 시간이나 기운이 없는 사람, 우체국 직원을 직접 대하는 게 수줍은 사람, 혹은 거리껴지는 사람…. 아무튼 우체통은 간편한 우편 통로, 일반우편물에 무게에 해당하는 액수의 우표를 붙여 넣으면 하루 한 번 수거해 간단다. 3개월 동안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우체통은 철거된다니 자기 동네 우체통을 어여삐 여기는 이여, 사라져 가는 모든 것이 안타까운 이여, 계절마다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 써서 우체통에 넣으시라. 이 시의 중심 언어는 ‘기다림’이지만, 우체통 앞에서는 우체국에서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오.

방치되다시피 찾는 이 거의 없는 우체통에서 화자는 ‘꽃대의 빈 속’ 같은 ‘기다림의 내부’를 본다. 그건 거기 휘도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바람의 쓸쓸한/안부를 빈 가슴으로 적셔보는 일’이란다. 우체통은 화자의 사무친 기다림의 등가물이다. 기다리면 올까요? 아니, 당신을 기다려도 될까요? 내가 기다리는 걸 당신은 알기나 하는지요. 막막히 ‘마음의 모퉁이를 서성이던 날들’, 그 ‘무수한 날이 별똥별처럼 떨어질 때’란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거의 잊혀도 ‘기다림으로 붉게 꽃피’우는 우체통처럼 우직하게 기다리는 단심(丹心)을 지키겠노라는 화자다. ‘기다림은 비어 있는 자리가 아닌’이라는 시구에서 ‘기다림’은 비워 놓았건 비었건 ‘빈자리’라는 걸 알겠다. 누군가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아날로그적 정서가 간절하고 쓸쓸하게 담겨 있다.
-황인숙 시인

 

우체통에게 ―조수옥(1958∼ )

기다림의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대 몸속에 아직 차오르지 않는
꽃대의 빈 속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바람의 쓸쓸한
안부를 빈 가슴으로 적셔보는 일입니다
무수한 날이 별똥별처럼 떨어질 때
아직 봉인되지 않는 입술은 부르터
바람인 듯 쉬 닫히지 않습니다
직립의 사무침이 한 곳에서
기다림으로 붉게 꽃피울 수 있는 것은
깜깜함이 온통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나요
마음의 모퉁이를 서성이던 날들이
발신음으로 떨고 있지는 않나요
기다림은 비어있는 자리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비워놓은 그대 손길입니다

 

2015. 5. 2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