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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속리산 문장대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71회 산행)

속리산 문장대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71회 산행)

 

재경광주고 총산악회 2015 하반기 산행

 

일시 : 2015. 10. 31(토) 07 : 30

 

출발 장소 :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앞 하나관광버스

 

오르는 곳 : 속리산 문장대

 

코스 : 화북탐방지원센터-문장대(중식)-문수봉-신선대-신선대삼거리(입석대·경업

대 갈림길)-경업대-금강골(단풍 절정 예상)-세심정휴게소-법주사

 

회비 : 2만 원(가족 1만 원). 참석자 기념품 증정

 

뒤풀이 : 법주사 식당에서 막걸리, 파전, 도토리묵

 

문의 : 이오배 총장(32회) 010-5249-3446

 

참고사항 :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문장대까지 비교적 평탄한 길로 1시간 30분 소요. 화북에서 오르면 문화재관람료 없음. 등산이 어려운 사람은 하산하는 법주사로 버스가 이동하는데 법주사탐방지원센터에서 입장할 경우 4,000원, 30명 이상 단체 3,700원, 65세 이상과 장애인복지카드 제시하면 무료. 속리산 단풍은 관음계곡이 가장 화려함. 경업대는 임경업 장군이 수련했던 곳.

 

법주사에는 전국 사찰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가장 많으며 법주사쌍사자석등 국보 제5호, 법주사팔상전(捌相殿) 국보 제55호, 법주사석련지 국보 제64호 등 국보 3점 외에 원통보전을 비롯한 보물 12점이 있다. 특히 미륵대불 지하법당에 가서 1990년 4월 11일 점안식 때 나타난 불가사의한 현상을 찍은 사진을 꼭 보시라.

 

 

1.꽃이 있는 시

 

저쪽 - 정병근(1962~)

 

꽃이 피는 건, 어딘가에

그만큼 꽃이 안 핀다는 말

환하게 눈 밝히는 것들의 꽁무늬마다

안 보이는 암흑의 심지가 타고 있다는 말

어째서 꽃은 저토록 피고

나무들은 내 쪽으로만 몸 밀어내는지

존재의 배꼽을 따라가면 거기 또 다른

존재 아닌 존재가 텅 비어 있다는 말

들리는 것만 듣고 보이는 것만 보는

나는 불치의 귀와 눈을 가졌네

 

암흑과 빛, 최초 암흑에서 빛이 태어났고 빛이 어둠을 낳았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의 사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양면성을 갖는다. 누가 모르랴? 삶은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을, 그러나 삶이 발생하면서 죽음을 ‘선취’했다는 것을 기꺼이 잊고자 한다. 오늘 핀 꽃과 환하게 밝힌 등불, 사랑스러운 배꼽을 주무하기에 바쁘다. 그것은 미덕이되 중독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건강한 삶이 하루하루, 매일 매일을 새로 시작하는 견고한 습관이어야 한다. 자, 오늘은 꽃을 통해 꽃의 결여를 생각해보면 어떤가.

<백인덕·시인>

 

암흑의 심지, 존재의 배꼽, 텅 빈 존재, 불치의 귀와 눈. 시를 공부하면서 또는 시를 쓰면서 핵심이 되는 언어의 선택은 시의 반이고 제목은 또 시의 반이고 생각했다. 그러면 시는 제목과 시어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인가. 아니다, 시어의, 제목의 배후를 보라. 시의 뒷골목에서 서성이는 시의 명치를, 단전과 배꼽 위의 명치를 보라. 단전과 배꼽은 없어도 살지만 명치가 없으면 존재는 저 만치 멀어져 간다. 진공묘유인 척, 견월망지의 달처럼 시는 본질을 보아야 한다. 보이는가, 들리는가, 붓다의 노래가. 들리면서 그대의 눈과 귀는 불치에서 벗어나리라.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70회 수원 화성 산행기(2015. 10. 11)/위윤환

 

◇ 산행일/집결장소 : 2015. 10. 11(일) / 수원 경기대학교정문 옆 (10시 30분)

◇ 참석자 : 11명 (종화, 양주, 창수, 기인, 재홍, 윤환, 재웅, 삼환, 동준, 정한, 양기)

◇ 산행코스 : 화성행궁-행궁광장(봉수당)-음식문화축제장-서장대-화서문-장안문-연무대-지동

시장(뒤풀이)-팔달문 옆

◇ 동반시 : 왜요? / 천양희

◇ 뒤풀이 : 머리고기, 순대국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시장순대곱창타운(수원 지동시장내)

 

몇 일전 한로(寒露)가 지나갔다.

날씨가 아침저녁엔 좀 서늘해지고 기온차가 심하여 가을철 등산복을 입고 우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죽전역에서 종화와 한이를 만나 한이의 마나님이 운전한 차를 타고 편하게 집결지인 경기대 정문에 도착하였는데 이슬비가 내린다.

 

경기대정문에 도착하니 임 회장을 비롯한 몇 명의 산우들이 먼저 와 있다. 맨 마지막으로 창수가 도착하여 오늘 참석한 산우는 11명이다. 일기예보에는 비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야속하게 이슬비만 계속 내린다.

 

창수 산우가 오늘 비가 올 것 같으니 광교산 산행을 변경, 현재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이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어있는 수원화성 일원을 구경하자고 하자, 대부분의 산우들이 찬성을 한다. 일사천리로 결정을 하고 오늘의 기자 선정을 하는데, 할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맡기로 하였다.

 

수원화성(사적 제3호)은 서쪽으로는 팔달산을 끼고 동쪽으로는 낮은 구릉의 평지를 따라 쌓은 평산성이다. 수원성은 조선조 정조 18년(1794년)에 정조의 아버지 장헌세자의 능을 양주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정조는 그의 아버지(장헌세자=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화성으로 수도를 옮길 계획을 세우고, 정조 18년(1794년) 1월에 성을 쌓기 시작하여 2년 9개월 뒤인 1796년 9월에 완성한 성이다.

 

버스를 타고 먼저 화성행궁 광장으로 향했다. 화성행궁 봉수당에서는 수성화성 문화제의 꽃인 궁중연회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홍씨 회갑연의 재현이 한참 진행 중이다. 수원문화재단에서 선발된 문화관광해설사 한 분이 오늘 혜경궁홍씨 진찬연과 수원화성 문화제에 대하여 간단히 조언을 하여 주신다.

 

좌익문을 들어서서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진행 중인 혜경궁홍씨 진찬연을 잠시 구경하고 화성성곽을 구경하기 위해 수원화성홍보관 뒤편에 시설되어 있는 음식문화축제장을 지나 먼저 화성행궁의 뒤편인 팔달산 정상에 자리 잡은 정자형태의 서장대(화성장대)에 올라갔다.

 

서장대는 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한 눈에 성곽전체를 살펴볼 수 있어 지휘소의 역할을 담당하였고 정조임금은 이곳에서 직접 군사훈련을 지휘하였다고 한다. 정조의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우렁찬 나팔소리와 함께 서장대 앞에 있는 깃대에 깃발이 올라갔으며, 병사들은 이 깃발을 보면서 훈련을 하였기 때문에 ‘화성장대’ 라고도 한다.

 

서장대 뒤에는 정팔각형 평면이며 기와 벽돌로 쌓아놓은 서노대가 있었다. 노대는 성 가운데서 다연발 활인 쇠뇌를 쏘기 위하여 높게 지은 시설이란다. 화성에는 서노대와 동북노대 두 곳이 있었다. 서노대는 팔달산 정상에 위치하여 사방을 볼 수가 있었다.

 

성곽을 따라 걷다 이슬비가 그치자 잠시 차나 한 잔 하자며 창수는 따뜻한 초코릿차를 한 잔씩 타서 돌린다. 뱃속이 따뜻하니 기분이 한층 명쾌해 진다. 다시 성곽길을 걸어 서북각루에 도착하였다. 각루는 성곽의 비교적 높은 위치에 세워져 있어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산우들은 신발을 벗고 모두들 서북각루로 올라갔다. 전망이 아름답고 수원 시내를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조금 빠르지만 12시가 이미 지났고 하여 산우들은 배낭에서 먹을 것을 내어 놓는다. 항상 했던 대로 야식을 먹기 전에 가지고 온 동반시(왜요?/천양희)를 오늘의 작가인 내가 낭송을 하였다.

 

왜요? / 천양희

 

강변역이 강변에 잊지 않고

학여울역에 여울이 없다니요?

물까마귀는 까마귀가 아니고 물새라니요?

섬개개비는 산새이면서 섬에서 살다니요?

 

송사리는 웅덩이에서 일생을 마치고

무소새는 평생 제 집이 없다니요?

 

질경이는 뿌리로 견디고

가마우지는 절벽에서도 견디다니요?

 

푸른 소나무도 낙엽지고

더러운 늪에서도 꽃이 피다니요?

 

인생이란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라니요?

 

필연적인 것만이 무겁고

무게가 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니요?

 

사자별자리, 오늘밤

하늘에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회신 바랍니다 이만 총총

 

산우들이 배낭에서 내어놓은 먹거리가 푸짐하고 다양하다. 기인이의 산행 때마다 항상 준비해 오는 돼지족발, 창수의 부각과 포도, 양기의 묵은 김치, 삼환 회장의 김밥모양으로 싼 곰치밥과 산나물, 기타 도토리묵, 과일, 떡과 찰밥, 김밥 등등. 역시 식산회다.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니 배가 든든하고 깨끗한 각루에서 멋진 한 순간이었다. 야식을 잘 먹고서 수원화성의 성곽길을 따라 화서문, 장안문, 동장대(연무대), 팔달문을 순서대로 걷기로 했다.

 

이어서 화서문을 거쳐 장안문에 도착하였다. 이 문은 화성의 4대문 중 북쪽문으로서 수원화성의 정문이다.

 

장안문의 성곽은 정조대왕이 1794년(정조 18) 1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년 9개월만인 1796년 9월에 완공하였다고 한다. 장안이라는 말은 수도를 상징하는 말이자 백성들의 안녕을 의미한다. 장안문은 우진각지붕(지붕면이 사방으로 경사지게 되어있는 형태)

 

동장대에 이어 성곽을 따라 동이포루, 동포루를 지나 봉돈에 도착하였다. 봉돈은 봉수대(烽燧臺)라고도 하며 동이포루와 동이치 사이 화성행궁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위치에 있다. 풍수지리상 화성행궁의 안산(案山)에 해당하는 자리(일자문성)에 있다하여 안산봉수(案山烽燧)라고도 한다.

국내 대부분의 봉수대는 흙이나 돌로 쌓아 설치하였는데 비해 화성의 봉수대는 벽돌로 쌓아 올려 그 규모와 외관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정교하고 장려(壯麗)하게 축조되었다. 벽돌로 쌓아 올린 부분은 성벽보다 훨씬 높고 성 밖으로 치성처럼 불거져 나왔다.

 

동이포루를 지나 마지막으로 해체 보수공사중인 동남각루 앞에 이르렀다. 동남각루는 지난 2014년 3월 초석침하와 뒤틀림 현상이 발견된 뒤 관람객들의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이다. 성곽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갔더니 팔달문 인근이다. 팔달문 지역에서는 시장거리 축제가 지동시장 앞의 광장에서 진행 중이다. 한 모임에서 태권도 격파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시범행사를 관람 후 뒤풀이 장소인 지동시장 내 시장순대곱창타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내에 수많은 손님들은 순대·곱창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머리고기와 순대국밥을 시켜서 소주 맥주 및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니 부족함이 없다. 오늘 화성 관람을 추천하고 마음이 깊은 창수가 협찬을 한다. 너무 고마운 산우이다. 다음 산행은 10월 31일(토) 재경총산악회에서 주최하는 한 속리산 산행을 한 번 더 공지를 하고 다 같이 동참할 것을 재삼 당부하면서 마지막 잔 건배를 하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여러 산우들이여 ! 오늘도 즐거웠네.

2015. 10.26. 위유환 올림

 

3.다음 산행지

재경총산악회가 주최하는 가을 산행이다. 메르스 때문에 여름 산행을 미루고 이번 산행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코스는 속리산 단풍의 절정 코스인 금강골로 하산한다. 정상인 천왕봉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금강골로 하산하니 힘이 남고 법주사 관람 및 뒤풀이 참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산우는 1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뛰어갔다 오면 되지만 문장대와 높이만 30미터 차이가 나며 조망도 좋지 않다. 시산회는 천왕봉을 다녀왔으니 그때 참석하지 못한 산우만 해당된다. 도봉별곡은 2002년 가을 금강골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내려오면서 추계(秋溪 가을 계곡)이라는 아호를 정했다. 그 이후로 여러 친구에게 호를 지어줬지만 계속 쓰고 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마침 10월에 선친의 제사가 있어 떠오르는 기억 하나 있다. 선친의 호는 남계(南溪), 당호(堂號)는 남계재(南溪齋)로 집에 액자를 붙여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계’자 내림이다.

 

2002년부터 시작한 본격 산행은 13년 동안 700회를 거듭했으니 1년에 50번은 오른 것이다. 매주 토요일 이인 원장과 함께 공부하는 불교 모임에 한의사 두 명을 포함하여 체질의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나는 전형적인 태양인이므로 태양인은 걷기가 좋으며, 땀을 많이 흘리는 등산에 적합한 체질이 아니라지만 현재의 건강에 별 문제가 없으니 섭생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체질 진단을 잘못 한 것인지 모르겠다. 혹시 체질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장대를 오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법주사로 가서 관람만 해도 멀리까지 간 보람이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법주사에는 3점의 국보와 11점의 보물이 있다. 특히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미륵부처 밑 법당에 들러 사진을 보면 불가사의한 현상을 볼 수 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잘 보내면 11월의 토요일에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4.동반시

동반시를 찾다가 마음을 끄는 시가 보이지 않아 자작시를 동반한다. 마침 법주사쌍사자석등이 국보 5호라니 시는 문장대에서 낭송하고 부디 내려와서 봐주면 시인의 마음이 흡족하겠다. 누가 이 시를 문장대에 읊어주지 않겠는가.

 

법주사 쌍사자석등. 도량석(道場釋)/도봉별곡

 

도량석을 자장가 삼아 치달아온 새벽

찬비 내려 눈으로 변해갈 때

밤새 밝힌 석등 속 촛불은 누구의 이별을 위하여 밤을 홀로 새우는가

 

촉촉한 새벽안개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붓다의 노래

스스로 존재하는 새벽과

이별은 맞이하는 것이다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이른 봄 솟는 죽순의 깨진 기억에서 밤새 울었던 사자여, 촛불이여

삼 년 갇혀 간수 빠진 소금처럼

싱거워진 이별 보내면

안개 걷히고

자작나무 튼 살과

옷 털어 가벼워진 옻나무와

찬바람에 가벼워진 송곳잎 매단 전나무와

 

기어이 떠나고야 말 새벽과

촛불 꺼지지 않아도 찾아오는 아침

촛불처럼 숨차게 결별하면서

 

석등의 연꽃은

무엇을 위하여 아침에 깨어나는가

 

*도량석(道場釋) : 새벽 예불 전, 사찰 경내에서 새벽 3시에 시작하며 승려들을 깨우는 독경.

*법주사 쌍사자석등 : 국보 5호

 

2015. 10. 28.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