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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분당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1회 산행)

분당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1회 산행)

 

산 : 영장산

 

코스 : 야탑역-영장산(하산은 뒤풀이에 맞춰)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6. 3. 27.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야탑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계절

 

 

숲 - 김재진(1955~ )

 

 

손 위에 올려놓은 씨앗 한 움큼

 

지금 나는 손바닥 가득 숲을 올려놓은 것이다.

 

바람이 산수유 열매를 기억하고

 

구르는 시냇물이

 

머리카락 단장하듯 나무뿌리 매만질 때

 

숲이 했던 약속을 맨살로 느끼는 것이다.

 

 

 

별이 나오는 언덕

 

새소리 풀어놓는 저녁을 위해

 

농부의 식탁이 푸르게 물드는 때.

 

 

 

20세기 모더니즘 이후 현세(現世)는 작가들에게 대체로 악몽이었다. 페시미즘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시대에 희망을 말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오죽하면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말했을까. 희망을 ‘불온한’ 단어로 만들어버린 시대에 이 시는 청량한 산소 같다. 씨앗에서 “숲이 했던 약속”을 기억하다니. 숲의 약속을 잊은 사람들에게 씨앗은 발아되지 않는다. (다가올 숲에 대한) ‘믿음’이 씨앗을 터뜨린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20년 전쯤 갔던 구례산수유마을이 떠오른다. 그때는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떠났는데, 지금은 몸이 힘들 걱정을 하고

 

올 때 막힐 것을 생각하니 쉽게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시산회와 280회의 산행을 함께 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를 예측해보는 봄날의 오후다. 바람이 불면 더 살고 싶어진다는 시인이 있다. 봄바람이 불

 

때 삶의 애착이 더 일어난다는 시인의 마음은 어디쯤 있는가.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80 회 예봉산 / 예빈산 산행기 ( 2016. 03. 13 일 ) / 정 동 준

 

월 일 / 집결장소 : 2016. 03. 13 (일) 10시 30분 / 중앙선 팔당역

 

참석자 : 9 명 ( 재홍, 형채, 삼환, 문형, 정한, 종화, 전작, 광일, 동준 )

 

산행코스: 팔당역(경의중앙선)-팔당2리-예봉산장-예빈산 방향-율리고개-팔당역

 

동반시 : 행복 / 청마 유치환

 

뒤풀이 : 엄나무백숙에 소주, 막걸리 / 싸리나무집(남양주시 와부읍 팔당2리)

 

예봉산(683m) / 예빈산(590m ) 에 대하여

 

 

남양주시 조안면과 와부읍에 걸쳐있는 한북정맥의 능선 끝머리에 해당되는 산.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팔당댐에서 합쳐졌다가 한강으로 흘러드는 물결의 파노라마를 지켜보며 하남시의 검단산을 바라보고 있는 산으로, 머언 옛날부터 산을 위해 제사를 지내며 예를 지킨다하여 신비의 산, 또는 신령을 모시는 산으로 소중히 여겨온 산이다.

 

삼각산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곳에 이르러 예를 올렸다 해서 예봉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예봉산/예빈산은 한강 조망이 좋고 짧은 거리이지만 산/봉우리가 많아 나름 난이도가 있어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번 산행의 포인트는 한강조망을 감상하면서 예봉산을 오르고, 능선길을 여유롭게 걷는 것이다.

 

오늘은, 참새 오줌보다도 약한 가랑비가 가끔 내리는 약간 흐린 날씨로 경칩이 일주일전인데, 팔당은 서울보다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봄내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중앙선 상봉역에서 9시 36분 이전에 출발하라는 시산회 총장님의 친절한 안내대로 탑승한 용문행 8칸 열차는, 형형색색 등산복으로 치장한 등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산행들머리는 팔당역에 내려 왼쪽으로 좀 가다가 나오는 팔당2기 마을입구이다. 좌측으로 중앙선 철도 밑 통로를 지나 개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끝까지 올라가면, 예봉산과 예빈산의 갈림길이다. 왼쪽은 예봉산, 오른쪽은 예빈산이다.

 

우리 일행은 예빈산방향 능선을 이용해서 예빈산(직녀봉)아래에서 율리고래를 거쳐 하산키로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를수록 경사 급한 능선길을 따라, 중간에 의관정비(휴식)도 1차례 하고, 이름 없는 조그만 산봉우리에서 2차 휴식, 발아래로는 시원스럽게 팔당댐의 전경이 펼쳐지며, 한강 건너편에 검단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좌측으로는, 견우과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전하고 있는 견우봉과 직녀봉(예봉산)이 같은 높이로, 불과 5분 거리로 마주 보고 있어, 사랑산이라고 하는지.

 

잠깐의 휴식과 인증샷을 날리고, 율리고개로 향하는 하산길 중간쯤에서 형채, 문형, 재홍산우는 일명 장동건 一松(보호수)과 기념촬영도 한다.

 

율무고개 아래, 멧돼지가 이미 영역표시를 여기저기 한 흔적이 있는 안옥한 분지에 점심상을 차리니, 오늘도 일당은 충분히 했다는 만족감이 앞선다.

 

문형산우의 효부께서 지난 몇 년간 시산회 점심상에 홍어무침을 빠짐없이 제공해 주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 박수, 박수 보냅니다.

 

식전행사(食前行事)인 동반시를 낭송하는데 정남이가 메일에 보낸 사연이 애틋했다. 시인이 바람둥이였다는 설도 있으나 그것은 남자 입장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행 복 / 청마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고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하산길에는, 기자와 종씨(丁)이기도 한 다산 정약용님을 떠올려 본다. 5년 전 마지막으로 찾았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다산의 생가는 유적관광지로,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즐비 했는데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삼형제가 본가에서 집 뒤 능선을 따라가면 학문의 도를 밝혔다는 철문봉이 인근에 있기도 한다.

 

“쉬지 말고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라는 다산의 명언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뒤풀이, 오늘은 1시간 전에 미리 주문해 놓은 엄나무백숙을 아주 착한 가게에서( 9인분 / 12 만원 = 6만원 x 2마리 ) 포식했는데, 닭똥집 생고기를 특식으로 드신 정한과 형채 산우가 부럽기는 하나, 기자는 용기 부족으로 도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 산행의 시간은 짧았지만 내용은 알찬 280회 산행이었음을 보고합니다.

 

2016. 3. 15. 정동준 올림

 

 

3.오르는 산

산행지를 東西南北과 중앙을 번갈아 가기로 해서 정하니 영장산 순서가 왔다. 세환, 정한, 종화 산우는 가깝다. 특히 세환 산우는 허리가 아직 부실해서 낮은 산으로 고르다보니 영장산으로 정했는데 수차례 올라봤는데 좋은 산이다. 다만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춘분이 지났으니 완연한 봄이다. 시 교실의 이번 시제는 봄눈으로 정했다. 그날 하늘에서 꽃잎이 떨어지듯 때늦은 봄눈이라도 내리면 좋겠다. 주변에서 訃音이 자주 들린다. 좋은 산우들 볼 날이 자꾸 줄어든다. 더 늦기 전에 자주 보자.

 

 

4.동반시

동반시를 봐둔 게 있어 올리려다 노트북에 문득 영화 동주가 보인다. 280회의 산행 중 올린 동반시가 300개, 프롤로그 시가 200개가 넘는데 윤동주 시인의 시가 하나도 없었다니, 이것은 도봉의 무심만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의 시를 올리고 그의 영화도 봐야겠다.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 3. 25.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