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북한산 족두리봉(詩山會 제283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연신내역-족두리봉 아래(날머리는 뒤풀이 장소 가까운 곳)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6. 4. 23.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3호선 연신내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4월
4월이 잔인한 이유는 / 도봉별곡
4월이 잔인한 이유는 겨울잠이 부족한 뿌리를 굳이 깨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어린 싹을 밀어내서가 아니고 지리산에서 3월부터 핀 산수유가 4월에도 지지 않아 희미해진 옛사랑이 생각나서도 아니고 섬진강가 매화 밑 동백이 동박새를 기다리다 지쳐서가 아니고 저 먼 아메리카 인디안 아니시나베 족이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는 달’이라 해서가 아니고 아파트 앞마당 봄밤의 이화를 아직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4월이 더 잔인한 이유는 예로부터 혁명이 많아 홍매화 핏빛으로 산하를 물들여서가 아니고 남도 바닷가 구릉에 유채꽃이 노랗게 흐드러져서가 아니고 저 먼 아메리카 인디안 체로키 족이 머리맡에 둔 씨앗을 아직도 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땅에는 아직도 씨앗이 인디안 목에 걸린 멍에처럼 싹을 틔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4월이 잔인한 이유는 정선 두위봉 천년 주목 밑 응달의 눈꽃이 녹기도 전에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철쭉, 영산홍이 한꺼번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 옛날 마침내 도서관 앞 라일락꽃이 보라스럽게 피었다가 최루탄을 맞아 눈물을 흘렸었기 때문이다 라일락의 눈물이 너와 내가 그로부터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이 진짜로 잔인한 이유는 4월 16일에 가라앉은 세월이 아직도 세월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피고 지는 꽃 속에서 잠이 들고 깨어나도 그날마다 어김없이 하늘이 울기 때문에, 너와 내가 한없이 슬프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이 오지 않는 신을 부르다 지쳤기 때문이다 신조차 어쩌지 못해 외면한 세월을 우리 모두가 목에 걸린 미늘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평
T. S. 엘리어트의 <황무지>를 떠올리며 세월호를 주제로 지었다.
시 창작 교실 시인 선생은 처음에 시를 가르칠 때 감성적인 사랑시, 현실을 비판하는 참여시, 교훈을 새기는 경구시를 쓰지 마라 했다. 2년이 지난 즈음에 선생은 사랑시는 타령조· 한탄조로 쓰지 않기, 경구시는 딱딱한 훈시조·많이 아는 체하는 현학(衒學)적 표현을 삼가며, 참여시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제를 냈고, 계속 써왔는데 연초에는 속기(俗氣)와 치기(稚氣)가 빠져 균형을 잡고 있다며, 시집을 낼 실력과 자세를 갖췄으니 하반기에 시집을 내자고 한다. 본 시는 참여시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는 썼지만 시인의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내치고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중간의 자세로 순수하게 쓰는 것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아 현재 나의 생각의 흐름에 맞춰 썼다. 곰이 사람이 되겠는가, 고양이가 호랑이가 되겠는가, 아무리 봐줘도 노루가 사슴이 되겠는가. 산우들의 우정 어린 비평을 바란다.
<도봉별곡>
2.산행기
詩山會 제282회 아차산 산행기 / 김종화
▣ 산행일/집결장소 : 2016. 04. 10(일) / 광나루역 1번 출구 (10시30분)
▣ 참 석 자 : 17명 (갑무, 정남, 종화, 기인,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재웅, 전작, 정한, 문형, 영훈, 광일, 양기, 이인)
▣ 산행코스 : 광나루역-만남의광장-관리사무소-고구려정-해맞이광장-아차산정상-<원점회귀>
▣ 동 반 시 :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석연경
▣ 뒤 풀 이 : 가자미세꼬시, 매운탕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완도세꼬시(길동역 1번출구옆)
시산회 282회 아차산의 산행 날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고 컴과 씨름하다보니 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자 교회에도 못가고 서둘러서 갔지만, 집결지에는 약 10여분이 늦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벌칙으로 염 총장님은 나에게 특별기자로 선정을 하신다.
하늘에 미세먼지가 제법 끼여 있으나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오래간만에 이인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멀리 안산에서 산우들이 보고파서 봄꽃 구경도 할 겸 오셨단다. 일요일이라 많은 산객들이 아차산을 향하여 앞서간다.
아차산(287m)은 서울과 구리시에 걸쳐있는 야트막한 산으로 산세가 험하지 않아 서울과 구리 시민들이 가벼운 운동으로 자주 찾는 산이다. 각 보루의 등산로를 오르면 한강과 서울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라 날씨가 좋은 날, 산우들과 간혹 한 번씩 찾는 산이기도 하다.
'아차산'의 한자 표기는 '阿嵯山', '峨嵯山', '阿且山' 등으로 혼용되고 있는데, 옛 기록을 보면 "삼국사기"에는 ‘아차(阿且)’와 ‘아단(阿旦)’ 2가지가 나타나며, 조선시대에 쓰인 고려역사책인 "고려사"에는 ‘아차(峨嵯)’가 처음으로 나타난다.
조선 시대에는 지금의 봉화산을 포함하여 망우리 공동묘지 지역과 용마봉 등의 광범위한 지역 모두를 아차산으로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일대에는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보루 20여 개가 있는데 발굴 조사결과, 고구려 군사유적으로서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2004년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청동기시대 유적이 발견되었고 삼국시대 백제의 산성이 남아있고, 삼국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써 고구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라 한다. 아차산은 광진구의 북쪽에 위치한 주산(主山)이다. 용마봉(龍馬峰)을 제일 높은 봉우리로 하여 야트막한 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아차산성을 비롯한 옛 유적이 봉우리 마다 남아있고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름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 아차산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들이 있다.
첫째로는 고구려 온달장군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고구려가 장수왕의 남진정책으로 이 지역을 차지한 후 고구려 영양왕 때, 평강공주의 남편이며 돌아간 평강왕(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장군이 신라에게 빼앗긴 이 지역을 비롯한 죽령(竹嶺)이북의 땅을 되찾기 위해 신라군과 싸우다가 이곳 아차산의 산성에서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였다는 설화가 있다.
이때에 고구려군이 온달장군의 시신을 평양으로 옮겨가려 하였으나 온달의 한이 맺혔음인지 영구(靈柩)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이에 아내인 평강공주가 평양으로부터 와서 관을 어루만지며 “사생(死生)이 이미 결정되었으니 아아, 돌아갑시다.”고 하자 관이 움직여 돌아가 장례를 치룰 수 있었다는 설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이곳 주민들은 “아차! 온달장군이 이곳에서 그만 죽고 말았구나.”라는 의미로 이곳을 아차산이라 불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온달장군이 전사한 이야기와 평강공주가 와 달래어 돌아갔다는 것은 역사기록(삼국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그 장소는 아차산이 아니라 훨씬 남쪽인 충북의 단양에 온달산성이라는 것이 현재로서 설득력 있는 학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화로는 조선 명종 때 복술가 홍계관이 어느 날 자기 명(命)을 점쳐 보고는 아무 날에 횡사할 것이라는 점괘가 나오자 살아날 길을 찾아보니 임금이 계시는 용상아래 숨어있으면 횡사를 면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홍계관은 왕에게 아뢰어 승낙을 받고 용상아래 숨어 있었다. 그때 쥐 한 마리가 마당을 지나가자 왕은 홍계관에게 “지나가는 쥐가 몇 마리인지 점쳐 보라” 하였고, 홍계관은 “세 마리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노하여 홍계관의 목을 베라 하였다. 홍계관이 끌려 나가 형장에 도착하여 급히 점을 쳐보니 한 시간 정도만 버티면 살 수 있다는 점괘가 나왔다. 이에 형 집행을 조금만 늦추어 달라고 사정하자 형리가 잠시 기다려 주게 되었다. 한편, 홍계관을 형장으로 끌고 가게 한 왕은 아무래도 미심쩍어 그 쥐를 잡아 배를 갈라보게 하자 뱃속에 새끼 두 마리를 배고 있었다. 홍계관의 신기한 점술에 놀란 왕은 급히 한 신하를 보내어 참형을 중지시키게 하였단다.
그 신하가 급히 달려가 형장이 멀리 보이자 집행을 중지하라고 소리쳤으나 잘 들리지 않는 듯 하였다. 이에 손을 흔들며 중지하라는 표시를 하였다. 그러나 형리는 사형집행을 빨리 하라는 신호로 오해하여 홍계관의 목을 베고 말았다. 신하가 왕에게 돌아와 결과를 아뢰자 왕이 “아차 늦었구나”하며 매우 안타까워하였다고 한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형장이 있었던 이름이 이미 있은 후의 산 이름과 연관하여 홍계관의 일화를 끌어들인 이야기일 것이다. 일설에는 이 ‘아차고개’가 지금의 노량진동에 사육신묘가 있는 ‘마루턱’ 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이후엔 아차산(阿且山)의 한자가 바뀌어 아차산(峨嵯山)이라 부르고 있으며, 아차산의 이름에 얽힌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아직 일치하고 있지 않다.
금년 새해 첫날의 일출을 보기 위해 아차산을 다녀왔다. 아차산의 해맞이 광장에는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전경을 볼 수 있다하여 아차산 해맞이축제 행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구름이 많아 당초의 계획대로 해 뜨는 전경을 볼 수가 없어서 축제를 할 수가 없었었다.
동해안의 영덕(해맞이공원)을 가려다가 온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가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자는 마나님의 말 한마디에 기가 죽어 가질 못했다. 서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차산 등의 해맞이 광장에 몰려 있었지만, 구름이 잔뜩 끼여 보고 싶은 해맞이를 하질 못하였다. 그때까진 모두들 복을 못 받았었나 보다.
하지만, 지난 3월 하순(3월 26일)에는 광양 백운산 정상을 올랐는데 선명한 일출을 보았었다. 그동안 걷기 운동을 하기 위에 꾸준히 걸었고, 그 앞날에는 버스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하느님이 보호하사 이번 백운산의 산행에선 해맞이의 시간을 맞출 수가 있었고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불초 부족한 소생에게 복을 주셨나 보다.
산우들과 산행길을 안내하며 ‘아차산 생태공원’입구와 주차장을 지나 ‘만남의 광장’에 설치해 놓은 아차산 종합안내 및 아차산의 역사유적과 아차산(성)의 한자 표기 등을 읽으며 머릿속에 남기고 기념될 만한 자료 및 이정표와 활짝 핀 아름다운 진달래꽃 등은 사진으로 남겼다.
아차산 4마루에는 구리시의 문화관광과에서 아차산의 역사를 잘 알고 해설을 하시는 여자분 한 분(문화관광해설사 이면옥 씨)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차산의 보루와 발굴조사 등에 대해 설명을 잘 해 주신다. 아차산의 고구려 보루군은 1994년 구리시와 구리문화원에 의해 지표조사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학술발굴조사가 진행되었고, 2004년엔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5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일목요연한 해설을 잘 해줘서 우리들의 기분이 명쾌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서에 따르면 현재 약 3,000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문화관광해설사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수라기보다는 교통비와 식비를 감안하여 1일 3만원 내외의 활동비를 지급받으며 일하고 있단다. 1일 3회를 기본으로 하여 거의 무료로 해설과 안내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의 개념일 것이다.
구리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은 오랜 시간 구리시에 살면서 지역의 문화관광에 대한 안내와 해설을 하시는 분들로서 지역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해설하는 외국어 문화관광해설사도 있다. 이 경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능력이 뛰어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앞선다.
아차산 보루군 등의 설명을 듣고 4보루군 옆에 미리 쉼터 자리를 확보한 위 회장님의 연락을 받고 다들 좌석을 잡았다. 다른 때 보다 많은 17명의 산우들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넓은 장소가 없어서 별 수 없이 두 그룹으로 나눠서 앉았다. 준비하여 온 홍어, 김치, 가오리무침, 돼지족발, 감태, 약밥, 고구마, 떡, 한과, 과일 등과 막걸리 한두 잔을 마시니 배가 부르다. 문형 산우는 두 그룹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왔다 갔다 하면서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주신다.
양기 산우는 고향(완도)에서 겨울철(1~2월)에 바닷가에서 채취하여 알긴산과 요오드, 칼륨 등의 주원료인 감태무침을 가지고와 맛볼 수 있게 한다. 감태해조류는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여 피부보호, 당뇨, 고지혈증과 니코틴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웰빙음식이다. 좋은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단체 사진을 남긴 후 자리를 이동하였다.
구리 둘레길을 따라 망우산쪽으로 갈까하다 원대복귀하기로 했다. 동반시 낭송을 어디서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뒤풀이 때 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등이 산행길가에 아름답게 피어있다. 미세먼지가 제법 끼여 날씨가 흐렸으나 일요일이라 많은 등산객들이 산에 올라 휴식을 취하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있다. 나는 아차산 뿐만 아니라 산행을 할 때마다 다니는 등산길이 있다. 서울시에서 조성한 ‘테마산책길’(전망이 좋은 숲길)이다.
아차산에는 소나무들이 바위틈에서 광진구와 한강을 바라보며 오랜 세월 광진구민과 함께 하고 있다. 이중에 제1호 및 제2호의 소나무에는 명품소나무로 이름을 붙여 건강한 모습이다. 대대손손 아차산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장수를 바라면서 광진구청장 명의로 간판을 세워 놓았다. 명품소나무는 보면 볼수록 그 자태가 아름답고 우아하였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보며 5보루의 옆을 지나고 있을 때에 산우들은 벌써 먼저 내려가 1보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1보루를 지나 ‘해맞이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단체 사진을 촬영하였다. 광진구청에서는 “꿈과 희망”이란 표어를 조약돌에다 새겨놓았다. 뒷면엔 2000년 해맞이를 기념으로 ‘새해에는 모든 소망을 이루소서’라고 새겨져 있었다. 금년 새해 첫날, 해맞이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롭다.
해맞이 광장에서 고구려정 방향으로 하산했다. 깔끔한 계단을 내려서자 삼거리 주변의 좌판상에서 존경하는 이인 친구는 시원한 칡즙을 산우들에게 한 잔씩 사 주신다.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되고 동맥경화나 고지혈증의 예방에 좋다는 인진쑥환도 팔고 있었다. 고구려정에 다다르자 모두들 위쪽의 망루에 올라 시간이 이르니 양말까지 벗고서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시원한 봄바람도 불어오고 하여 장소로 적합하여 재빠르게 준비해 온 동반시(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석연경 시인)를 낭송하였다. 내가 하려다가 목소리가 낭낭한 이인 친구에게 낭송 요청을 하였다. 봄은 정지된 것을 움직이게 하고 고여 있던 것을 흐르게 한다.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석연경
봄빛으로 당신은 내게 옵니다
홰친홰친 붕붕대며 봄 말을 걸고
욜랑욜랑 나폴거리며 봄 춤을 춥니다
그런 당신 맞이하는 나는
흡사 향긋한 바람입니다
나는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져서
열락의 가슴 드러내고
천지에 초유를 먹입니다
미리내 노래 부르며 자궁 속 꽃들은
어머니의 강 따라 향기 뿜으며
천지 가득 피어납니다
꽃잎 따서 향기 맡으며
내 젖가슴에서 나온 초유를 먹고 있는
유순한 입들
오물오물 젖 빠는 소리 찰지게도 냅니다
시원의 아침
사물은 대지(大地)인 어머니의 젖 냄새를 맡고 잠 깬 애벌레처럼 "홰친홰친" "욜랑욜랑" 까불기 시작한다. 오직 순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기만 한 어머니는 "초유"를 먹여 만물을 살린다. 이 살림의 힘으로 꽃들이 피어난다. 부디 이 못 말리는 에너지가 늘 우리를 밀고 갔으면. <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석연경 시인은 1968년 밀양에서 태어났다. 건축과 문예창작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3년 '시와문화'에 詩, 2015년 '시와세계'에 평론이 당선됐다. 현재는 대학강단에서 인문학과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순천 문화의 거리에 있는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시낭송을 마치고 질의응답과 함께 이인 친구는 한의원답게 산행전후 몸운동(체조)을 시범하여 보여 주신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아차산생태공원 아래에는 벌써 주말농원 분양전이라 깨끗이 준비를 해놓은 상태이다. 아차산 산행 후 뒤풀이 장소로는 적임지가 많다. 아차산닭한마리, 여수어울림(새조개샤브, 장어탕 등), 추이각(남원식추어탕집), 콩마당(토속두부전문집) 등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존경하는 회장 등 집행부에서는 완도세꼬시집(길동역)으로 이미 결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완도세꼬시집은 간혹 한 번씩 찾는 횟집이다. 천옥 산우님은 시제차 고향(진도)에 다녀올 테니 아차산에 참석하는 산우들에겐 자기네 영역이라고 뒤풀이는 융숭히 대접하고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우리 ‘시산회’ 카톡에다 올려놓았는데, 염 총장님 마음이 섭섭한 모양이다. 회비는 아직도 쓸 만큼 남아있고, 이왕이면 참석이 중요한 만큼 참석을 많이 하시는 게 좋으신가 보다.
꽃피는 봄날에 즐거운 산행 후 완도세꼬시 식당에서 맛있는 가자미회에 이것저것 해물들을 잘 먹었다. 건강을 위하여 자기의 컨디션에 알맞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산회 산우들의 재미있는 삶과 행복을 빌면서 다음 283회 북한산(둘레길)에서 뵈옵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
2016년 4월 11일 김종화 올림
3.오르는 산
아메리카 인디언 체로키 족은 4월을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라 했다. 씨를 뿌리고 작은 나무를 심어 가을이 풍성하도록 노력하는 달이는 의미다.
이번 산행은 다음 날 동문회 체육대회가 있어 북한산으로 올라서 가볍게 올라 피로하지 않게 빨리 산행을 마치자고 집행부에서 결정을 내렸다. 잔인한 4월이 가고 있다. 혹은 희망이 보였던 4월의 하순에 모여 간단히 뒤풀이를 하면서 4월을 보내자.
간혹 집행부의 결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너른 마음으로 넘어가주는 아량을 가져보자. 조그만 소리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의사결정을 전체적으로 모으자면 될 일이다. 그게 불만이면 자신이 집행부를 맡아서 봉사해주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나이 들어 버리고 갈 것만 남아 더 없이 좋은데 버럭 화까지 낼 일은 아니다. 본인과 상대방에게도 불편하며 상처를 오래 남긴다. 얼마 전까지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래 전부터 힘들게 싸온 음식을 함께 먹어주는 예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나더러 절 앞의 무섭게 생긴 사천왕이라 했다니 이름값을 하느라 한마디 한다. 큰동서의 고교 동기 산행 모임이 100회로 끝난 것은 순전히 개인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다툼이었다니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일이다.
4.동반시
시 창작 교실에서는 매주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시제를 내고 화요일에 모여서 날카롭지만 따뜻한 비평을 해준다. 물론 자기와 견해가 다르면 대안까지 제시해준다. 이번 주의 시제는 ‘4월’과 ‘라일락’이었는데 겨우 숙제를 마쳤다. 이 시에 대해 회원들의 평은 갈렸지만 나는 산행에 동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시절의 기억, 현재에 대한 회한과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버무려서 썼다. 작년 여름부터 이상한 상태가 계속되다가 올해는 조금 맑아졌으니 사람의 마음을 어디다 두어야 평온해질까.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시가 써지니 모두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렵게 쓴 시가 아니므로 특별하게 해설하지 않는다. 산우들이 동반시의 의도를 모르겠는가. 길어도 참고 읽어주기 바란다. 그 모임에서 9월에 각자 시집을 내기로 했다. 모임에서는 매기마다 발표했던 시는 모아서 매기 한 권의 문집으로 총 5집을 발간해왔다. 물론 중구구립도서관의 후원이 있었다. 이번에 개인이 문집을 낼 때는 도서관의 후원이 없으니 자비를 들여 소박하게 발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동안 지은 시를 수없이 손봐야 하는 수고로움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200부 찍으면 모두에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산우들의 우정어린 비평을 기대한다.
피고 지는 것들에 대한 회상(回想) / 도봉별곡
북으로 난 창문으로
가을에는 은행잎이 얼굴을 내밀고
봄의 목련꽃은 내 안을 기웃거린다
흘러간 것은 중요하지 않아진
봄날의 아침에
무리지어 흐드러진 목련꽃에서
젊은 날에는 비통했던,
그러나 무모했던 사랑을 기억해내고는
그 사랑이 5월의 라일락꽃 같았다면
하찮은 봄바람에도 맥없이 지지 않았을 거다
나이만큼 가벼웠을 사랑과
미안했던 이별들
이기와 교만과 죽음에 대한
회상의 하얀 그림자 털어내면서
왜, 봄날의 꽃들은 사랑과는 달리
무리지어 피고 지는 가를 유추해보고는
아, 이끼는 긴 겨울이 추워서 혼자서 살지 못하는구나
피고 지는 모든 것들
꽃에서 피고 지는 것에 대한 필연을 읽어내고
오지 않을 우연을 기다려본다
이제
늙어서
유난히 추하게 지는 것에서
덧없음과 소멸과 흩어짐에 대하여 사유하고는
멀고 푸른 하늘을 보며 내년에 필 재생을 기대한다
영원한 것은 없어
내년에는 너와 내가 살아있을까를 점쳐본다
2016. 4. 21.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