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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총산악회 始山祭(詩山會 제279회 산행)

도봉산 총산악회 始山祭(詩山會 제279회 산행)

 

산 : 도봉산(740미터)

 

코스 : 광륜사 뒤 행사장-금강암 뒷길-마당바위-관음암-도봉주능선-입구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2. 27. (토) 오전 9시 30분

 

모이는 장소 : 광륜사 뒤 행사장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어 좋은 아침

 

 

늙은 꽃 / 문정희(1947~)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꽃은 한 번 필 때 모든 것을 다 써버림으로써 “순간”의 생애를 산다. 그것은 순간에 완벽을 이룬다. 순식간에 만개하고 멈춰버리는 삶은 늙을 틈이 없다. 그러니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이 “황홀한 규칙”은 시간을 초월해 있다. 시간의 계산이 개입할 수 없는 이 생애. 그것은 너무나 짧고도 완벽하기 때문에 “분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향기”뿐.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나이 들어 좋은 것은 버리고 갈 게 많다는 것이다. 말은 줄어들고 생각은 깊어진다. 도서관 생활이 좋은 것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책과 침묵을 통하여 말을 주고받으니 감정의 대립 같은 것은 없다. 요즈음 친구들을 만나보면 삶의 고수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고수끼리는 눈빛만으로도 통한다.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그저 적당하게 나이 들어 몸과 마음에 흩어져 갈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라랴. 환생은 다음의 일이거늘.

-도봉별곡

 

 

2.산행기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278회) 산행기 / 조문형

일시 : 2016년 2월 14일(일)

날씨 : 맑음

참석자 : 위윤환. 전작. 임삼환. 정해황. 정한. 이재웅. 김정남. 임용복. 염재홍. 이경식. 조문형. 나창수. 한양기. 박형채. 이윤상. 김종화(이상 16명의 산사나이들)

동반시 : 귀촉도/미당 서정주

뒤풀이 : 쌍문동 굴찜

 

이번 시산제는 지난 송년납회 산행 때 “시산제를 매년 1월에 치르다 보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 준비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날씨가 좀 풀려서 따뜻할 때 하면 어떠냐”고 내가 안건을 제기하여 여러 산우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다수의 회원들이 동의하여 시산제 날짜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번 시산제는 예년과 다르게 2월 첫 번째 산행일로 하기로 하였다고 총장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날씨가 춥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그제 날씨가 봄날같이 포근하여 다행으로 생각했는데 일기예보에서는 산행당일 아침부터는 또다시 추위가 찿아 온다는 방송을 들으니 불안한 맘으로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바랐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밖에 나가보니 일기예보가 맞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미 계획된 스케줄인데 할 수 없이 배낭을 메고 집에서 출발해서 마을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도봉산역에 10시 26분에 도착하나 벌써 부지런한 몇몇 산우들께서 도착하여 정한 산우가 준비해 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 반가운 산우들과 조우하고, 염 총장과 김정남 산우께서는 도봉산 탐방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기에 인원 점검 후 출발하려는데 종화 산우가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종화에게 먼저 출발하니까 뒤따라오라고 전하고 탐방로 입구로 출발 입구에서 염 총장께서 준비해온 시산제 음식을 여러 산우들과 나누어 배낭에 넣고 매년 시산제를 지내던 곳으로 출발 가는 길은 벌써 몇 년째 다녔던 길이기에 눈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제수용품은 배낭에 집어넣었지만 떡은 부피가 커서 번갈아 가며 들고 갔다. 염 총장이 제사에 쓸 떡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뒤풀이 집에 갖다 놓기로 했다고 한다. 매우 현명한 총장님이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겨울답지 않게 이틀간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 소리가 봄에 산행을 하는 것처럼 반갑게 들려서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덜 춥고 짧아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삼삼오오 산우들끼리 산중한담을 나누면서 가다보니, 어느덧 선인봉 아래 시산제를 지낼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봉인 자운봉에서 뻗은 능선이 좌청룡 우백호의 기세로 굳건하게 뻗고 제사를 지낼 곳은 편편하게 자리 잡은 명당의 자리임에 틀림없다. 염 총장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오신 제물들을 잘 차려놓고 위윤환 회장님 집도하에 이경식 산우를 제주로 결정했다. 엄숙한 마음으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시산제 축문 낭독 후, 도봉산 신령님과 천지신명께 정성을 다해, 올해도 안전한 산행을 바란다는 의미로 일동 재배를 했다. 염 총장님과 마나님께서 잘 차린 음식으로 음복을 하고 시산제 행사를 끝마쳤다. 마나님이 손수 준비를 해줬다고 하니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시게. 산신령님의 가피를 입어 바람은 불지 않으나 해발고도 500미터의 고지라 추워서 제물들을 나눠 갖고 하산을 서두른다.

 

2016年 재경 광주고 詩山會 도봉산 시산제 축문

 

檀紀 4349年 西紀 2016年 丙申年 2月14日 바야흐로 '재경 광주고 詩山會 '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재경 광주고 詩山會 會員 一同은 丙申년 도봉산 始山祭를 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도봉산 山神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 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우리 재경 광주고 詩山會 일동은 산행을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미의 극치 속에서 자연을 흠모하며, 자연과 동화됨으로써 많은 산행을 통하여 인내와 협동으로 화목과 단결을 배웠으며 소박하고 준엄한 교훈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여 왔습니다.

 

거듭 비옵건대 丙申년 한해도 우리 회원 모두를 굽어 살피시어 화합 속에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우리가 정성을 다해 올리는 이 술들을 흔쾌히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4349年 西紀 2016年 2月14日

재경 광주고 詩山會 회원 일동

 

동반시 낭송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 미당 서정주 시인의 귀촉도(歸蜀道)를 오늘의 기자인 본관이 읽었다. 귀촉도는 소쩍새의 별칭인데, 자규(子規), 불여귀(不如歸), 접동새라는 별칭이 더 있으며 다람쥐 등을 잡아먹는 맹금류라는 설명이 있었다. 역시 시산회 산우들은 왕년의 우등생답게 상식이 풍부하다.

 

귀촉도(歸蜀道)(1940) / 미당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울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낭송이 끝나자 전작 동창회장님이 “역시 미당의 시는 언제나 좋다”고 찬사의 말씀을 보탠다. 남도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예술의 고장이며 역대 바둑의 최고수로서 남도인 부안의 조남철 국수부터 강진의 김인, 목포의 조훈현, 전주의 이창호와 현재 세계 최고수인 신안의 이세돌 국수까지 남도인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봐서 풍류와 예술의 고장이라는 말은 틀림없다. 서상학 선생이 기막히게 감정을 잡아 읽었으니 고등학교 교과서에 오른 시로 산에서 시산제 때 읽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예년과 달리 마당바위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일찍 하산하기로 결정하여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하산하였다.

 

뒤풀이 장소는 김정남 산우가 추천하고 염 총장께서 미리 확인해 놓았다는 굴찜집으로 정했다. 도봉산 버스종점에서 1128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큰 길로 들어서자, 김정남 산우가 1991년에 지었다는 금용아파트가 반갑게 서있다. 광산사거리 정류장 앞에 있는 굴찜집에 도착 생굴과 굴찜, 굴떡국, 굴덮밥, 굴칼국수, 굴떡국 등을 소주, 맥주, 막걸리와 함께 푸짐하게 먹었다. 주인아줌마의 사투리가 귀에 익어 고향을 물었더니 역시 남도의 보성이란다. 염 총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산우들의 식후 의견을 들으니 맛나게 먹었다고 한다. 밤에는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라 한다. 염 총장께서는 제사떡을 이곳으로 가져오게 하여 비닐팩을 준비하여 모두에게 나눠준다. 바로 장기집권하게 밀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그러면 회장까지 장기집권하게 되니 안 된다는 농담이 나왔으니 내가 보기에는 최강의, 환상의 투 톱이니 누가 반대하겠는가. 부디 마르고 닳도록 집권하기 바란다. 그것이 천국행 열차표에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형채 산우께서 지난번 상가에 조문을 해 주신데 대한 답례로 뒤풀이 찬조를 해줬다는 총장님 말씀과 이번에 정식으로 시산회 회원으로 가입하신 이윤상 산우를 위해 박수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윤상이! 자주 보세. 그날도 산우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2016. 2. 16. 조문형 올림

 

3.오르는 산

4년 전부터 총동문회 始山祭 장소를 도봉산으로 정했다. 전에는 관악산 연주암 근처에서 정했는데 나이 든 선배님들이 그곳까지 오르기 힘들다고 반대하고 코스가 단순하며 물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뤄 도봉산으로 정했다. 암릉미는 설악산에 뒤지지 않으며 곳곳에 약수가 있어 불편하지 않고 시산제를 마치고 오를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하여 다른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춥지 않다면 긴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광륜사-금강암 뒷길-마당바위-용어천계곡 상부-관음암에서 오백나한을 보고-도봉주능-우이동과 도봉산 입구 중 선택하면 굴찜을 먹기에 문제가 없다. 가파르지 않고 편한 길이다. 관음암 오백나한은 바위 밑에 돌로 만들어 놓았으니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된다. 도봉주능의 호쾌한 전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좋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4.동반시

살면서 힘들거나 더는 세파와 다투기 싫어질 때 가장 흔하게 생각나는 시다. 도연명도 그런 심정으로 시를 썼다. 나는 돌아갈 고향 과수원집이 없어져서 아쉽다. 주변의 당고모에게 물어보니 포도나무가 늙어선지 모두 뽑아버려 지금은 빈 터가 되었고 뒤란의 대나무숲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과수원이 남아 있다고 해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고향의 맛도 나지 않을 것이다. 긴 겨울 지나고 봄이 오니 황량한 마음은 조금 가시나, 왕소군(王昭君)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와도 봄 같지 앟다)이 생각나는 봄 아닌 봄이다. 무겁고 긴 옷 털고 가볍게 살아보자.

 

도연명 陶淵明 - 중국 동진(東晋) 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대(宋代) 초기에 걸쳐 생존한 중국의 대표적 시인.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담(平淡)한 시풍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람들로부터는 경시를 받았지만, 당대 이후는 6조(六朝) 최고의 시인으로서 그 이름이 높아졌다. 그의 시풍은 당대(唐代)의 맹호연(孟浩然), 왕유(王維), 저광희 등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줬다. 주요 작품으로 《오류선생전》,《도화원기》,《귀거래사》등이 있다.

 

 

 

歸去來辭 / 陶淵明

 

 

귀거래혜 歸去來兮

 

- 돌아가자!

 

전원장무호불귀 田園將蕪胡不歸

 

- 전원이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기자이심위형역 旣自以心爲形役

 

- 지금껏 내 마음이 몸의 부림 받아왔으니

 

해추창이독비 奚惆悵而獨悲

 

- 어찌 슬프고 서럽다 원망이나 하고 있겠는가

 

오이왕지불간 悟已往之不諫

 

-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겠지만

 

지래자지가추 知來者之可追

 

- 다만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이려니

 

실미도기미원 實迷塗其未遠

 

- 실로 길은 어긋나버렸으나 멀어진 건 아니로다

 

각금시이작비 覺今是而昨非

 

- 이제야 바른 길을 찾았으니 지난날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도다

 

주요요이경양 舟遙遙以輕

 

- 물결은 흔들흔들 가볍게 배를 흔들고

 

풍표표이취의 風飄飄而吹衣

 

- 바람은 이리저리 불며 옷깃을 흩날리는데

 

문정부이전로 問征夫以前路

 

- 지나가는 이에게 앞길을 물어보며 가고자 하니

 

한신광지희미 恨晨光之熹微

 

- 희미한 새벽빛에 한숨만 나오는구나

 

내첨형우 乃瞻衡宇

 

- 어느덧 저 멀리에 있는 내 집이 눈에 들어와

 

재흔재분 載欣載奔

 

- 기쁜 마음에 급히 걸음을 옮기니

 

동복환영 僕歡迎

 

- 머슴아이 나서며 반갑게 나를 반겨주고

 

치자후문 稚子候門

 

- 어린 자식은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네

 

삼경취황 三徑就荒

 

- 뜰 안의 세 갈래 오솔길은 잡초만 무성하나

 

송국유존 松菊猶存

 

- 소나무와 국화는 예와 같이 아직도 변함없구나

 

휴유입실 携幼入室

 

- 어린 아들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서니

 

유주영준 有酒盈樽

 

- 항아리에 가득 차 있는 술이 나를 반기네

 

인호상이자작 引壺觴以自酌

 

- 술 단지 끌어당겨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가

 

면정가이이안 眄庭柯以怡顔

 

- 뜰의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짓는다

 

의남창이기오 倚南窓以寄傲

 

- 남쪽 창가에 내 멋대로 몸을 기대고 나니

 

심용슬지이안 審容膝之易安

 

- 무릎이나 펼 작은 집이지만 비로소 편안함을 알겠구나

 

원일섭이성취 園日涉以成趣

 

- 정원은 매일 걸어도 풍취가 있어 좋고

 

문수설이상관 門雖設而常關

 

- 문은 달아놓았지만 늘 닫아두고 있네

 

책부노이류게 策扶老以流憩

 

- 늙은 몸 지팡이에 의지해 걷다가 쉬다가

 

시교수이하관 時矯首而遐觀

 

- 때때로 고개를 들어 멀리 하늘을 보니

 

운무심이출수 雲無心以出岫

 

- 무심한 구름이 산등성이에서 돌아 나오고

 

조권비이지환 鳥倦飛而知還

 

- 날다가 지친 새는 둥지로 돌아오는 걸 알고 있네

 

영예예이장입 影以將入

 

- 서산에 해가 지며 가물가물 어두워 가는데

 

무고송이반환 撫孤松而盤桓

 

- 나는 외로운 소나무만 만지며 서성이고 있구나

 

 

 

귀거래혜 歸去來兮

 

- 돌아가자!

 

청식교이절유 請息交以絶遊

 

-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세여아이상위 世與我而相違

 

-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했으니

 

복가언혜언구 復駕言兮焉求

 

-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간들 어찌 무엇을 구하겠는가

 

열친척지정화 悅親戚之情話

 

- 가까운 이웃들과 정겨운 이야기나 나누며 즐거워하고

 

낙금서이소우 樂琴書以消憂

 

-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달래며

 

농인고여이춘급 農人告余以春及

 

- 농부가 찾아와 봄이 왔다 알려주면

 

장유사어서주 將有事於西疇

 

- 서쪽 밭에 나가서 밭이나 갈아야겠다

 

혹명건차 或命巾車

 

- 때로는 휘장으로 장식한 수레를 불러 타고

 

혹도고주 或棹孤舟

 

- 때로는 외로운 한 척의 배를 스스로 젓기도 하며

 

기요조이심학 旣窈窕以尋壑

 

- 한적하고 고요함이 깊은 골짜기도 찾아가보고

 

역기구이경구 亦崎嶇而經丘

 

-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을 넘어가보니

 

목흔흔이향영 木欣欣以向榮

 

-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를 머금어 꽃이 피려 하고

 

천연연이시류 泉涓涓而始流

 

- 샘물은 졸졸 솟아나 흐르기 시작하는구나

 

선만물지득시 善萬物之得時

 

- 만물이 제 철을 만나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감오생지행휴 感吾生之行休

 

- 나의 삶도 끝나감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겠구나

 

 

 

이의호 已矣乎

 

- 아서라

 

우형우내복기시 寓形宇內復幾時

 

- 세상에 이내 몸이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갈불위심임거류 曷不委心任去留

 

- 가고 머무름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닐진대

 

호위호황황욕하지 胡爲乎遑遑欲何之

 

- 무엇을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 하는가

 

부귀비오원 富貴非吾願

 

- 부귀는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향불가기 帝鄕不可期

 

- 황제가 계신 곳으로 가서 살 것도 기대하지 않겠노라

 

회양진이고왕 懷良辰以孤往

 

- 좋은 시절 생각하며 혼자 이곳저곳 거닐다가

 

혹식장이운자 或植杖而耘耔

 

- 때로는 지팡이를 놓고 밭에 김을 매며 기운을 북돋기도 하고

 

등동고이서소 登東皐以舒嘯

 

- 조용히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도 불어보며

 

임청류이부시 臨淸流而賦詩

 

- 맑은 냇가에 앉아 시나 읊어가며 지내리라

 

료승화이귀진 聊乘化以歸盡

 

-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가고 말 것인데

 

낙부천명복해의 樂夫天命復奚疑

 

-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전문을 소개하였으나 산에서 읊기에는 너무 길어 중요한 부분만 발췌하였으니 아래

 

부분만 인쇄해 오시게.

 

 

 

귀거래사 / 도연명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지금껏 내 마음이 몸의 부림 받아왔으니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겠지만

 

 

다만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이려니

 

 

실로 길은 어긋나버렸으나 멀어진 건 아니로다

 

 

 

돌아가자!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했으니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간들 어찌 무엇을 구하겠는가

 

 

 

아서라!

 

세상에 이내 몸이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가고 머무름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닐진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 하는가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가고 말 것인데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2016. 2. 25.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