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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아차산과 고구려유적(詩山會 제282회 산행)

아차산과 고구려유적(詩山會 제282회 산행)

 

산 : 아차산(296미터)

 

코스 : 아차산-용마산-망우리공원묘지(하산은 뒤풀이에 맞춰)

 

소요시간 : 3시간 반

 

일시 : 2016. 4. 10.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봄

 

젖지 않는 물 - 이향란(1962~)

 

살면서 뜨겁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로지 사랑에 대한 것뿐이다. 단 한 번의 사랑이 나를 그렇게 가두었다. 길들였다. 이후 그 어떤 것에게도 뜨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불감의 나날 속에는 데인 추억만 우뚝 서있다. 그 추억에 검버섯이 피어도 싱싱하다. 청춘의 한 페이지가 거기에서 멈췄다. 하여 나는 더 이상 젖어들 수 없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에로스의 목적은 “더 큰 결속을 이루고 그것들을 서로 묶는 것”이다. 리비도(Libido·성본능)가 대상으로 완전히 전이되어 대상이 자아를 대체해 버릴 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뜨거운 사랑에 데어 본 자는 안다. 그 다른 어떤 것으로도 리비도가 전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아는 망각으로 사라지고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더 이상 젖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쩔쩔매는 것, 그게 사랑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아직도 사랑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설레는 것에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인가. 명상 수행을 하면서 '깨달아서 뭐할 건데'가 화두인 적이 있었다. 요즘은 차라리 사랑만 하다 죽자고 한다면 웃을 것인가. 봄날의 낮에 꿈을 꾸면 봄날의 어지러운 한마당의 꿈이라 하던가. 졸리는 오후다. 나무 속에서 자는 꿈을 꾼다.

<도봉별곡>

 

2.산행기

분당 영장산 시산회 제281회 산행기 (2016. 3. 27) / 정해황

참석 : 고갑무 염재홍, 이경식, 이재웅, 위윤환, 정동준, 정해황, 정한, 조문형, 조영훈, 한양기 (이상 11인) 뒤풀이 참석 김종화, 전작(전체 13인)

뒤풀이 장소 : 야탑역 ‘동작그만’에서 오겹살과 항정살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은 등산하기 좋은 완연한 봄 날씨란다. 나이가 들다보니 산행 시 바깥온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영장산 들머리가 야탑역이 더 가깝니 이매역이 더 가깝니 하는 갑론을박이 카톡상에서 있었지만 염 총장님의 결정에 의해 만남장소가 이매역 2번 출구로 확정되었다.

 

약속시간 몇 분 전에 이매역에 도착 하였는데도 본인이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이라 한다. 약속시간을 너무나 잘 지키는 친구들이다.

 

정한 친구가 집에서 가져온 뜨거운 커피를 내어준다. 일부 친구들의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둘지 말고 천천히 마시라한다. 정이 많은 친구다.

 

길 건너 동신아파트를 뒤로 하고 영장산 들머리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곧게 뻗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보인다. 비록 잎은 다 떨어져 앙상하지만 산림녹화를 잘해서인지 쭉쭉빵빵이다. 쭉쭉 뻗은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병충해 등으로 죽은 나무를 벌목해 쌓아 놓은 곳도 눈에 많이 띈다.

 

참나무를 보면 영하 20도 이상의 혹한이 보통인 강원도 양구에서의 최전방 철책선 군생활이 생각난다.

 

직경 20-30cm 가량의 참나무를 톱으로 자른 후 토막 내 어깨에 메고 와 아궁이에 넣고 불앞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으면 얼었던 온몸이 녹아내리기도 하지만 참나무의 구수한 향이 코에 은은하게 배는 게 참 좋았다.

 

靈長山은 성남시에 위치하여 큰매지봉(梅址峰)(277m)과 작은매지봉(274.5m) 그리고 우리가 등반한 孟山(413.5m)과 함께 몇 개의 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매지봉이라 불리는 이유는 옛날 이 산 정상에서 매사냥을 하였기 때문이라 하고 孟山은 세종이 명재상인 맹사성에게 이 산을 하사하였기 때문이라 하는데 산 아래 직동에는 맹사성의 묘와 맹사성이 타고 다녔다는 흑소의 무덤인 흑기총이 있다 한다.

 

요즘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잡는 김부선 씨의 얘기와 영장산 높이가 얼마인지 등의 얘기를 하다보니 산이 낮아서 인지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였다.

 

정상에서 항상 그러하듯 친구들 모두와 인증샷을 한 후 양기 친구의 파래김치 그리고 재웅 친구의 족발 그리고 부각 등을 돗자리 위에 올리니 없던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의 기자인 본인이 동반시 윤동주님의 "序詩"를 낭송하니 엄숙해지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찡해진다. 뭐가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다. 정말 좋은 시다. 다시 올리니 음미하기 바란다.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식사가 끝날 무렵 재웅 친구가 한마디 한다. 몇 년 전 양재시민의숲에서 우리 시산회원을 위해 문어 파티를 하였던 것과 같이 이번에도 문어를 진도에서 공수해와 시산회원을 위한 문어 파티를 하겠다하니 모두가 환호성을 올린다. 천사가 따로 없다.

 

뒤풀이를 위해 종화친구가 보아 두었다는 야탑역 인근의 생고기집을 향해 하산하였다.

 

산에서 내려온 이후 대로변 인도를 30여분 이상을 걸으니 종화친구가 보이는데 친구 왈 “우리가 가려는 집은 오늘 일요일이어서 인지 문을 열지 않았다”면서 다른 식당을 찾아보자고 한다.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좀 더 걸으니 “동작그만”이라는 생고기 전문점이 보인다. 젊은 친구가 만삭인 아내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일요일인데도 쉬지도 않고 영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짠한 생각이 든다.

 

상호를 군대서 잘 쓰는 용어인 “동작그만”이라고 하고 내부를 군내무반처럼 꾸민 것을 보면 이곳 사장이 군대와 체질이 잘 맞는가 보다.

 

오늘의 뒤풀이 메뉴인 오겹살과 항정살 맛, 최고라고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즐거운 하루였다. 친구들 모두 다음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나.

 

2016. 4. 5. 정해황 올림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지는 아차산이다. 낮으며 시내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아 접근성이 좋으므로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도봉은 일본여행과 가족모임 때문에 두 번을 거푸 빠졌다. 염 총장이 안주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고, 미안한 마음에 창동하나로마트에 들러 홍어를 사가려고 한다. 지난 토요일에 갔더니 생굴은 철이 지나서 팔지 않는다.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유동의 굴찜은 아직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벚꽃은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많이 참석하여 아차산에서 구경하자.

 

지난 토요일 맛난 문어를 베풀어준 재웅 산우 내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느 산우와 만나서 우리 마나님들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면 바로 이혼장을 내밀 거라면서 마주 보고 웃었다. 어부인께서 불교도이니 잠시 거들면, 불교의 갈래는 크게 세 가지인데 한국, 중국, 일본의 북방불교와 실론과 동남아의 남방불교, 티베트, 네팔, 몽고 부근의 티벳불교가 있다. 그중 티베트와 북방불교에서 보살사상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질 때까지 기원하는 사상이다. 재웅의 어부인이 보살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따뜻한 봄날의 낮이다. 불교로 인해 일어난 전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을 되새겨보니 참 평화로운 얼굴의 소유자다.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마스떼. 내 안의 부처가 당신 안의 부처에게 인사드립니다.

 

 

4.동반시

 

제목만 보면 야한 시 같지만 전혀 예상을 빗나간다. 시인의 눈길은 봄날의 아침에 바람에 멈췄다가, 강으로 갔다가 따뜻한

 

사랑으로 건너갑니다. 도봉이 시 성향을 바꿨더니 시에 힘이 빠지고 현학(衒學)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호평을 해주는

 

문우가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내 고집도 나이 드니 조금은 부드럽게 흐르는가 본다.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석연경

 

봄빛으로 당신은 내게 옵니다

홰친홰친 붕붕대며 봄 말을 걸고

욜랑욜랑 나폴거리며 봄 춤을 춥니다

그런 당신 맞이하는 나는

흡사 향긋한 바람입니다

나는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져서

열락의 가슴 드러내고

천지에 초유를 먹입니다

 

미리내 노래 부르며 자궁 속 꽃들은

어머니의 강 따라 향기 뿜으며

천지 가득 피어납니다

 

꽃잎 따서 향기 맡으며

내 젖가슴에서 나온 초유를 먹고 있는

유순한 입들

오물오물 젖 빠는 소리 찰지게도 냅니다

시원의 아침

 

2016. 4. 1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