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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6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6회 산행)

 

산 : 남한산

 

코스 : 마천역-산성(뒤풀이 장소에 따라 하산길 선택)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5. 29.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꽃 피는 계절

 

일찍 피는 꽃들 / 조은

 

일찍 맺힌 산당화 꽃망울을 보다가
신호등을 놓친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는 영화의원 앞
신호등을 제때 건너지 못한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그 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떤 기운에 취해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듯하다
언젠가는 찾아 헤맬 수많은 길들이
등 뒤에서 사라진 듯하다
서슴없이 등져버린 것들이
기억 속에서 앓고 있는 곳
꽃망울이 기포처럼 어린 나를 끓게 하던 곳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그 꽃나무 어딘가에 있는 듯
나는 신호등을 놓치며
자꾸 뒤를 돌아본다

 

삶의 갈래 속, 수렁에서 시인은 잠을 깰 때도 울음소리에 깬다고 했다. 그녀 시속의 낙지들은 몸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된다고 접시 속에서 사방으로 몸으로 기어나간다고도 했다. 이렇게 ‘생의 빛살’에 닿았는가 보다.

산당화를 보다가 현실의 신호등과 제때를 놓치고 그 나무의 기운에 취해 사는 동안 수많은 길들이 등 뒤에서 사라졌다.

돌아 갈수 없는 곳 까지 와버린 기실은 서슴없이 등져버린 수많은 실용과 세속의 것들… 일제히 다 함께 신호등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니라 꽃망울이 기포처럼 어린 나를 끓게 하던 그 꽃나무 어딘가에서 아직도 홀로 어슬렁거리는 모습! 우리는 그를 시인이라 부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2.산행기

삼각산(북한산) 산행기(시산회 제285회) / 김정남

일시 : 2016. 5. 21.(토)

모이는 곳 : 이북오도청

참석자 : 염재홍. 임삼환. 정한. 한양기. 이원무. 김정남(6인의 시산인)

동반시 : 강천산에 갈라네 / 김용택

뒤풀이 : 불광동 은하식당(갑오징어, 소라, 삶은 삼겹살, 간재미찜)

 

총산악회 산행일이다. 시간 맞춰 일찍 일어나서 일기예보를 보니 한낮의 최고 온도가 29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산행을 주최하는 21회 산악회에서 회비 없이 막걸리와 기념품을 준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간단하게 먹을 것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마침 6인의 산우들이 중국 시안을 가서 참석자가 적으니 많은 참석을 바란다는 염 총장의 문자가 여러 번 왔다. 경복궁역에 도착하니 정한 산우에게 전화가 온다. 경복궁역에 있다니 함께 가자고 한다.

 

이북오도청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벌써 많은 동창들이 도착해 있다. 정한 산우가 내민 원두커피의 맛이 향긋하다. 6인의 시산인은 시간에 맞춰 전원 도착했다. 시산인들은 언제 봐도 반갑다. 인간이니 때로는 서운할 때도 있지만 인간의 감정은 1/1200초인 한 찰나에 900번이 바뀌므로 제행무상(諸行無常), 즉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니 우리는 그것을 알고 살면 세상만사가 덧없음도 알게 되지 않겠는가. 세상을 알 만큼 알아버린 나이인데 흘러가는 작은 일에 마음을 둬서 뭐하겠는가. 그게 마음의 작용이고 자연의 흐름인데.

 

나는 전임 회장들과 선후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전행사에 들어간다. 항상 사회를 보는 정종연 행사이사는 전임 회장들에게 인사를 시킨다. 10회 선배가 처음 결성하여 나는 8대 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내 차례가 와서 “항상 건강합시다”라고 간단히 인사말을 했다. 오늘의 코스를 다섯 개 선정하여 배포한다. 우리는 염 총장의 의견에 따라 4번째 코스인 이북오도청-승가사-비봉-향로봉-불광동으로 정한다. 북한산 불광동 쪽 코스로 가면 조문형 산우가 길을 트고 정한 산우가 추천한 식당이다. 남도가 고향인 주모의 솜씨가 좋고 값이 싼 식당이라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사회의 말에 의하면 150명 참석을 예상하고 막걸리 75병과 등산용 컵 150개를 준비했는데 20명이 적어 막걸리가 남는다고 더 필요한 팀은 더 가져가라고 한다. 21회 이재주 회장이 인사를 하고 광고 교가를 불렀다. 교가는 높은 이상을 가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언제 불러도 힘이 느껴진다.

 

출발의 시간. 염 총장이 코스를 잘 알아 한가한 주택가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산중한담은 끝없이 이어지고 설사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한양기 산우의 페이스에 맞춰 쉬엄쉬엄 오른다. 가파른 코스가 이어지고 왼쪽으로 족두리봉이 멀리 보이다가 산등성이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쯤 하늘을 날아가는 독수리처럼 멋있게 나래를 편 비봉이 유난히 우뚝 솟았다. 승가사로 가는 코스는 다시 돌아와야 하는 불편이 있어 바로 비봉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지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오사카 – 교토로 두 사위와 두 딸을 포함하여 전 가족 6인이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회갑을 맞은 마나님은 평생 처음 해외여행이었으니 겨우 면목이 섰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무서운 나를 빼고 가라고 했으나 통할 말이겠는가. 목숨(?)을 걸고 다녀온 감회가 남다르다. 기행문을 써서 남기라는 부탁을 머릿속에 그리고만 있어 지금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시쳇말이 틀리지 않는다. 쓰고 있는 글을 마무리하고 시작한다는 것은 어느 세월에 모래밭에 싹을 틔우는 것이나 같다. 틈틈이 써서 남겨야겠다.

 

이윽고 비봉과 향로봉 사이의 안부에 오르니 아직 점심시간이 이르다. 비봉은 눈으로만 찍고 향로봉 쪽으로 방향을 튼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향로봉보다 조금 높지만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기로 한다. 봉우리에서 보니 멀리 염초봉 위로 숨은벽이 보이고, 백운대와 망경대 사이로 인수봉이 수줍은 듯 얼굴을 조금만 비친다. 만경대 아래 항상 듬직한 노적봉이 푸근하게 자리를 잡고 앞쪽으로 의상봉으로 시작하는 의상능선의 봉우리들, 나한봉, 나월봉 등이 이어지다 문수봉에서 우뚝 솟았다. 문수봉 밑으로 승가봉과 사모바위, 비봉이 웅장하게 혹은 아름답게 솟았다.

 

다시 멀리 문수봉 옆으로 보현봉이 한 번 솟았다가 형제봉은 북악터널 쪽으로 흘러내린다. 북한산 아니 삼각산의 전경이 펼쳐지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다. 참나무에게 쫓기다 겨우 바위틈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 밑에 자리를 잡아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운 소찬을 앞에 두고, 오늘의 기자인 내가 동반시를 낭송할 차례인데 원래 내 목소리는 낭송이나 강의에 적합하지 목소리인 것을 모르지 않다. 목소리가 맑고 깨끗한 한양기 산우에게 낭송을 권하니 고맙게 승낙한다.

 

강천산에 갈라네 / 김용택(1948∼ )

 

유월이 오면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갈라네

때동나무 하얀 꽃들이

작은 초롱불처럼 불을 밝히면

환한 때동나무 아래 나는 들라네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가면

산딸나무 꽃도 있다네

아, 푸르른 잎사귀들이여

그 푸르른 잎사귀 위에

층층이 별처럼 얹혀

세상에 귀를 기울인 꽃잎들이여

강천산에 진달래꽃 때문에 봄이 옳더니

강천산에 산딸나무 산딸꽃 때문에

강천산 유월이 옳다네

바위 사이를 돌아

흰 자갈 위로 흐르는 물위에

하얀 꽃잎처럼 떠서

나도 이 세상에 귀를 열 수 있다면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세상 짐을 다 짊어지고

나 혼자라도 나는 강천산에 들라네

이 세상이 다 그르더라도

이 세상이 다 옳은 강천산

때동나무 꽃 아래 가만가만 들어서서

도랑물 건너 산딸나무 꽃을 볼라네

꽃잎이 가만가만 물위에 떨어져서 세상으로 제 얼굴을 찾아가는 강천산에

나는 들라네

 

불광동 사랑방 식당에 미리 갑오징어를 주문했으니 간단하게 싸오라는 전언이 있었으므로 기대하지 않은 대로 간단하게 사왔다. 부족하면 막걸리로 배를 채우면 된다. 임삼환 산우의 유부초밥과 한양기 산우의 감태무침은 가뭄의 단비 같았으니 마나님들에게 따뜻한 고마움을 전한다. 6명이 다섯 병을 비우니 높고 맑은 하늘에 소나무 밑 그늘에 시원한 바람에 좋은 산우들이 있고, 북한산 아니 삼각산 봉우리가 빠짐없이 보이는 이곳에서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덕담은 계속 이어지고 음식이 바닥이 날 무렵, 하산하면 사랑방 주모와 약속한 시간과 맞아떨어진다고 한다. 갑오징어를 아침에 노량진시장에 가서 받아온다니 싱싱함을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날 산중한담 중에 오지 않은 산우들이 들으면 서운할 얘기 한마디, 앞으로 선착순으로 6명이 차면 자르자는 것이었다. 이 야속한 얘기는 불광동 사랑방에 가면 결정적인 극치를 맞으며, 맛의 절정을 이룬다.

 

맛난 갑오징어가 기다리는 하산길의 발걸음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유난히 가볍다. 그러나 힘찼다.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을 이기는 이치에 다름 아니다. 꿈속마냥 가볍게 날며 도착하니 반갑게 맞이하는 고운 얼굴과 자태. 그 자리에서 좋아하는 자작시를 읊고 싶었으나 과공은 비례라, 자랑으로 알까봐 참는다.

 

구도(求道)의 자세와 목적과 경계(방향)는 종교 신비주의에 물들지 않고, 검소하고 겸손한 삶의 방식으로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보편타당한 진리를 탐구하여 속된 삶을 정화시켜 성스러운 삶으로 가꾸어 감으로써 결실을 맺는다면, 능력의 범위 안에서 좋은 에너지의 발산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맑고 평안하게 동화시키는 것이다.

 

갑오징어를 살짝 데친 것이 무침보다 훨씬 더 맛나다는 주모의 권유에 따라 맵고 짜지 않게 해주면 믿고 맡기겠다는 주문을 냈다. 전희(前戱)는 파김치를 안주 삼아 시원한 막걸리의 건배로 마치고, 데친 갑오징어가 올라와서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데 찰진 맛을 어느 것에 비기랴. 이것을 혀의 쫄깃한 오르가즘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다음에 작은 소라가 나온다. 작은 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여기에 적용하면 딱 맞는다. 이름은 모르지만 썰지 않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라를 한 입에 넣으니 약간 딱딱한 발 부분과 부드러운 내장이 어우러져 내는 맛은 운우의 정을 아는, 포근하나 탄력이 풍부한 여인네를 품는 것과 뭐가 다르랴. 다시 갑오징어를 품으니 서갑숙이 느꼈다는 멀티오르가즘이 이것이었을까?

 

그 사이에 간식으로 써비스 안주 삶은 삼겹살이 나오는데 굳이 감탄할 필요가 없으나 잠시 쉬는 중희(中戱) 같았다. 이왕 갔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간재미찜을 정한이 추천한다. 배가 불렀지만,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났으니 홍어찜은 먹어봤지만 이름조차 생소했으니 그것 하나만 더 먹자고 염 총장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염 총장이 누군가. 소위 미아리 삼총사 중 멤버 아닌가. 남도 소금으로 만든 장으로 간을 하고 미나리를 올려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맛으로 마지막 오르가즘을 느꼈다. 이 오르가즘은 혀로 느낀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느꼈으니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되어 오르가즘을 느낀 처음 그날이었다. 그렇다고 후희(後戱)를 마다하면 매너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어느 산우가 외친다. 마지막 건배사 “사랑을 – 위하여”로 후희(後戱)를 대신했다. ‘평생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은 주모에게 최고의 찬사였으리라.

 

황홀한 맛을 예약해준 정한 산우와 주모, 산우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2016. 5. 27. 도봉별곡 올림

 

3.오르는 산

연중 계획대로 남한산성에 오른다. 연 25회 산행을 채우려면 일요일이 다섯 번 들어간 달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행사가 많은 가을보다 봄을 택하는 것이 나아서 5월을 선택했다. 산성까지 올라 내려오는 코스가 정해졌는데 이번에는 불광동 은하식당에서 너무 맛나게 먹어서 그때 오지 못한 산우들을 위하여 항상 푸짐한 길동 세꼬시를 뒤풀이 음식으로 삼으면 좋겠다. 너무 먼가? 남한산성은 종화 산우를 비롯한 많은 산우들이 잘 아니 많이 참석하여 선도해주면 감사하겠다.

 

4.동반시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라고 시인은 언젠가 노래했다. ‘나 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된다’(계란을 터뜨리며)고도 했다.

‘한 눈 팔고 사는 줄은 진작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라는 성찰과 자책의 싯귀도 있었다.

동전 하나를 주우며 다보탑을 주웠다고 말하는 시인은 또한 “성병에 걸렸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만해(萬海)가 강연, 축사 등에 불려 다니며 “내가 드디어 성병(聲病)에 걸렸구나”고 탄식을 했다는 일화가 있지만 성병(性病)- (聲病)을 말놀이한 이 시 역시 시인의 다른 시편들처럼 깊은 성찰이 담겨 있기는 마찬가지다.

질기고 뻔뻔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손가락으로 어디를 쑤시어도 편법과 악취가 새어 나오는 시대에 자연스러운 시 한편이 귀해 보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지난겨울 / 유안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지난날을

자랑할 수 있을까

 

휴지처럼 구겨 뭉쳐

내던지고 싶은,

 

이미 때 늦은

그래도 한번 더……

 

온몸의 피를

새것으로 갈아넣고

 

온몸의 살을

새것으로 다져넣고

 

모진 단근질로 혼(魂)을 다스려

한번 더 새롭게 태어나려는

 

저마다의 진통과 인내

필사(必死)의 수술실

 

필사의 위기를

겪으며 내가 산다.

 

2016. 5. 27.

詩를 살아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